게임방에 가끔 고전게임 얘기하는 글이 보이는데
난 요즘 게임보단 고전게임을 더 좋아하는 쪽이라 그런 글들 보면 반갑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고전게임하니까 문득 써니하우스 라는 게임이 생각나는데, 지금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여성향 게임으로서 독특한 점이 많았던 거 같아.
지금 나왔으면 더 인기가 많지 않았을 까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추억회상 겸 글을 써내려갈게.
내용에 내 주관이 많이 들어갈 예정이니 감안하고 읽어줘
어렸을 땐 동네에 게임CD파는 가게가 있었고 게임 좋아했던 나톨은 자주 그 가게를 갔었어
어느날 그 가게에 갔더니 나톨은 귀여운 표지로 장식된 패키지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써니하우스였어
(사진은 구글링)
어릴때 프린세스메이커를 통해 이쁘고 귀여운 그래픽의 육성시뮬게임이 취향이었던 나톨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질렀지^.^
상자로 된 패키지형이여서 구성이 cd+메뉴얼+다디어리밖에 없었는 데도 가격이 몇 만원이나 했고 어린 나톨에게는 매우 고가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게 다르겠지만 나톨 주관으로는 그 당시 국내게임은 귀엽지 않은 그림체와 촌스러운 색감이 많았던 거 같아
그래서 좋아했던 게임은 거의 일본에서 만든 게임들이었어(프린세스메이커, 파랜드택틱스, 큐피드비스트로, 스피리츄얼소울 등)
그랬기에 써니하우스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나는 게임 중 하나고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그 당시 국내게임계에서 가뭄과도 같던 여성향 게임에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요즘은 여자캐릭터가 메인인 게임도 많고, 여캐여도 힘이 쎈 전사나 탱커 포지션이 될 수도 있고 매우 다양해졌지만
옛날 게임의 여캐는 대체로 남자 주인공의 서포터(주로 힐러 아님 법사) 포지션이 많았고 크게 주목받는 느낌도 아니었지
하지만 써니하우스는 여성 유저를 타겟으로 잡은 게임답게 여자캐릭터가 원톱주인공이야
게임을 키면 여자주인공, 나나의 단독 일러가 우리를 맞이해줘 지금 생각하니 요즘 게임에도 여자 주인공 단독으로 메인을 장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말이지.
거기에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귀여운 그림체와 상큼한 색감이 정말 여성향 게임인 게 잘 드러나지 않니?
써니하우스를 만든 나비야 인터테인먼트의 대표가 여자분이셨는데, 그래서인지 여성유저가 원하는 점을 잘 잡았던 거 같아
지금은 여자도 게임 즐기는 걸 대놓고 말할 수 있지만 옛날엔 여자가 게임 좋아한다 그러면 무슨 여자가 게임을 좋아해? 이런 반응이 많았지
실제로 내 주변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게임을 많이 하긴 했더라고ㅎㅎ..
대부분 국내게임사는 남성 유저를 타겟으로 잡았는데 나비야 인터테인먼트는 처음부터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잡았지.
나비야 회사의 첫 게임인 코코룩 역시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이 글은 써니하우스 글이니까 코코룩 얘기는 더 안하겠음
써니하우스는 맨 위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인테리어가 메인인 게임이야.
주인공 나나는 나비야 랜드의 공주지만, 이런저런 사고로 인해(자세한 내용은 꺼라위키 참고) 쇠퇴해가는 마을인 크림빌을 찾아가.
거기서 네오(첫번째 사진 나나의 왼쪽에 있는 빨간머리 안경)를 만나고, 네오는 나나가 크림빌 재건을 위한 인테리어 전문가 라고 오해하지.
나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인테리어 전문가라는 오해를 받으며(?) 크림빌로 이사오는 npc들의 의뢰를 받아 집을 꾸며주며 크림빌 재건을 위해 힘쓰게 돼.
네오의 가구공방에서 필요한 가구들을 만들거나, 상점을 통해 인테리어 소품 및 코디들을 사서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집을 인테리어 해주는 게 목표야! 가구 제작에 부족한 재료는 역시 상점에서 사거나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의뢰인을 집을 꾸며주면 돼. 새삼스럽지만 누구의 방이냐에 따라 뒤에 배경 이미지도 달라지는데 그게 또 귀엽네ㅋㅋㅋㅋㅋㅋ
나톨이 처음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땐 내 마음대로 가구를 만들어서 배치하고 작업을 끝냈는데
하나같이 의뢰인들이 다 별로라고 싫어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초반 의뢰 3번 연속 실패했더니 게임이 끝나더라고..?
내 나름 열심히 의뢰인 취향에 맞춰놨는데 뭐가 맘에 안들어!!!!!!!
알고보니 각 의뢰에 필요한 가구가 정해져있었음^.^ 갓뎀... 필요한 물건이 하나라도 빠지면 의뢰는 무조건 실패였음
의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나의 엔딩이 달라졌어. 총 7개의 엔딩이 있다는데 나는 2개만 봤다. 다른 엔딩들도 궁금한데 옛날 게임이라 글 찾아보기가 어렵다ㅠㅠ
이 게임의 메인은 인테리어지만, 전투의 비중도 제법 컸어. 가구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해야 하고 중간중간 보스가 나오기 때문에 레벨링 노가다가 필요했음. 이 사진은 기사에서 퍼온거라 좀 다른데 실제 전투시엔 저렇게 hp, mp는 수치로 안나오고 레벨과 경험치만 수치로 나와. 캐릭터 좌우의 바만 보고 판단해야 했기에 체력이랑 마력 관리가 조금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
일부러 hp,mp 수치가 보이는 사진으로 들고 온 이유는, 여기서도 옛날 게임의 일반적인 능력치 밸런스와는 다른 모습이 보여서야
보통 게임 캐릭터의 주인공의 직업은 전사, 검사 계열이 많은데 그래서 보통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전사, 검사인 경우가 많았지. 그리고 이런 캐릭터는 보통 굉장히 좋은 성능을 가졌어. 여자 캐릭터가 좋은 성능을 가진 경우는 몇 없는 힐러거나, 마법딜이 쎄다 이런 경우지, 물리딜이 좋다거나 탱킹이 잘 되서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
써니하우스에선 나나가 전사, 네오가 법사인데 기본적인 체력과 탱킹부터 나나가 훨씬 좋고 기본 평타마저 나나가 세. 그래서 특수기술을 배우기 전까진 네오는 탱킹도 딜도 안되는 안습한 성능을 가졌지... 그나마 장점은 네오가 특수기술을 더 빨리 배우는 정도?
근데 특수기술도 나나는 단일공격이고 네오는 단체공격이기 때문에 한 명에게 가는 순수 딜마저 나나가 더 쎄서 오죽하면 보스전에서 딜은 나나가 하고 네오는 물약 서포트 시킨다는 얘기도 나올까
스토리의 비중도, 전투의 성능도 남캐인 네오보다 여캐인 나나가 훨씬 더 우위에 있지. 나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캐를 원톱 주인공으로 쓰는 게 흔치 않았던 시대에서 이런 부분들은 특별했다고 생각해
구글링 하다가 나나의 전신 이미지를 이번에 처음 봤는데, 디자인도 잘 뽑힌 거 같아
나나의 활발하면서 천방지축스러운 면이 보이면서 검을 쓰는 캐릭터 특유의 건강함도 보이는 거 같지 않니?(찐톨 주관) 거기에 한 나라의 공주님이라니 크...
그리고 그림이 지금 출시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거 같아 어렸을 때도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봐도 여전히 이쁘다!
몇 년 전만 해도 패키지 박스채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박스는 사라졌고 집에 cd만 남아있는데 오래된 게임이라 집에서 제대로 돌아갈 지 모르겠어서 실행해본 적이 없어ㅠㅠ 잘 돌아가려나 모르겠네ㅋㅋㅋㅋㅋㅋㅋ
요새 옛날 게임들 스팀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써니하우스도 스팀에서 다시 나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진엔딩 하면 볼 수 있는 우리 나나여왕님 두고 갈게
이 cg가 어렸을 때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었는데 지금 봐도 여전히 이뻐ㅠㅠㅠㅠㅠㅠ
나도 이 게임 엔딩 본 게 10년은 넘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다보니, 게임 스토리 이런 것 보다는 내 개인 감상? 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았는데 재밌게 읽은 톨들이 있다면 기쁠 거야
이렇게 긴 글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내용이 좀 횡설수설 했을 수도 있는데 여기까지 읽어준 톨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