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을 깊게 앓았었고, 이제 우울은 평생 함께가야 할 동료로 여기는 톨이야.
어느 날 우연히 겨울왕국1을 다시 보고 많이 울었던 적이 있어. 개봉 당시에는 디즈니 덕후로서 단순히 재밌게만 봤었던 것 같은데, 우울이란 친구가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후에 다시 보니까 울컥울컥하는 장면들이 많더라고.
이유는 여러가지가 복합적이었던 것 같아.
어릴적에 여자애가 뭘 그리 싸대냐 얌전히 좀 굴어라와 같은 말들을 친척어른들에게 숱하게 들어왔던것,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정말로 행동하나하나 눈치보며 자라온 날들, 명절에 하루종일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어린 나, 끝없는 가난에 지쳐버린 심신과 자아, 장녀로서 집안을 일으켜야 된다는 걸 꾸준히 주입시킨 아빠(=가난의 원인)의 말들, 그게 강박이 되어 돌아오고 등등..
뭐 진짜 어떻게 보면 참 전형적인 한국가정의 장녀로서 불행과 평범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나는, 나도 모르게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비롯한 자잘한 강박에 갇혀서 살아왔었구나- 하는걸 깨달은지 몇년 안됐어. 페미니즘 운동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서 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라는 말이 진짜 명언이라고 생각해 ㅜㅜㅋㅋ
여튼 깊은 우울과 함께, 내 자아가 무언가에 의해 갇혀있었구나 하고 깨달아가는 중이었는데
https://img.dmitory.com/img/201911/4uz/HM8/4uzHM8yz6wsWyUGgggOKUG.jpg
렛잇고에서 저런 가사가 있잖아.. 내가 너무 내 위주로 해석한 것 같긴 한데 저 가사들이 내 얘기 같고 그렇더라고. 가사는 일부만 가져왔지만, 사실 렛잇고 전체가 뭔가 해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잖아? 영화초반에는 아빠가 엘사한테 장갑 씌워주면서 컨 씰- 돈 퓔- 하면서 숨기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에선 마음이 쿡쿡 아팠는데, 엘사가 자기 능력 각성하면서 (자아 발견의 느낌) 저런 노래를 부르니까, 눈물이 줄줄 ㅜㅜ
그리고 찾아보니까 성소수자분들은 이 노래 딱 듣자마자 아- 하셨다더라고.. 그래서 그 말 듣고 한번 더 눈물 줄줄...
그래서 이때부터 겨울왕국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자매간의 사랑으로 이어놓은것도 좋고 ..
그!! 래!! 서!!
이번에 2는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봤는데
울었잖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씨.. 아무도 안우는데 나만 우는 것 같아서
차렷자세로 눈물도 안닦고 그냥 줄줄 흘렸어 ㅋㅎ
그리고 디즈니 좀 작정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
겨울왕국이란 세계관이 한층 더 굳혀진 느낌이야
영상미 스케일 엄청나고, 노래들 진짜 잘뽑은것 같아 ;;
처돌이는 그저 처돌을 수 밖에..
이제 내가 운 이유를 비롯한, 나만의 감성적인 해석을 해볼게!! 전문적인 해석은 아니니 너무 기대는 말아죠
※여기서부터는 2 스포대량으로 있으니까 스포조심!!!!!※
일단 난 각 인물들마다 각자 어떤 의미를 가진 역할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각 인물들에 대해서 내가 영화 끝나자마자 메모장에 마구마구 적어놓은 키워드겸 문장을 나열하면서 얘기해볼게!
1. 엘사
-자신의 세상을 찾음
-힘듦을 견디며 달리고 달린 끝에 드디어 '나' 자신을 찾아냄
-엄마의 메세지
-다섯번째 정령
-세상을 구할 선물
인데 이게 엘사는 키워드만 보면 심심한 단어인데
영상을 보면 그냥 눈물이 줄줄 나 ;;;;;
엘사가 자신의 힘 때문에 계속 힘들어했었잖아. 난 이게 자아실현 욕구같은 거라고 생각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간절히 찾아내는 중인거야.
그러다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그곳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잖아 ㅜㅜ 갔더니 다섯번째 정령이 엘사 그 자체였고, 그 목소리는 엄마였고ㅠㅠㅠㅠ ㅜㅜㅜ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밑에 한번 더 있어!)
후..
1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정말 엘사는 '자아'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인것같아...ㅜㅜ
뭔가 엘사에 대해서 길게길게 더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면 한도끝도 없을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할게 ㅜㅜ 그냥 영화보면 엘사의 모든 대사와 행동, 표정이 자아발견 그 자체야 진짜 ㅜㅜ
나도 요즘 내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고,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을 깨달아가고 있어서 더 눈물이 났던것 같아.
2. 안나
-우울에 대한 메세지
-슬픔에 잠겨 움직일수 없을때 한발, 한발, 움직여보는거야.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을 해보자.
-다리는 양쪽으로 이어져있고, 그게 바로 너(=안나)야.
안나는 내가 이 리뷰를 쓰게만든 주인공이야..
안나가 엘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올라프까지 잃게 된 상황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어
" The next right thing"이란 노랜데 이거 진짜.....
[예전에 어둠을 본 적 있어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니야
이번엔 춥고 텅 비어 있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어둠아 안녕, 난 굴복할 준비가 되었어
이 슬픔엔 중력이 있어
그것이 날 끌어내려
넌 졌어 희망은 없어
하지만 넌 가야만 해
그 다음 옳은 일을 해야 해 (해야 할 일을 해야해)
이 밤 뒤의 날이 올 수 있을까
내가 가야할 방향을 못찾겠어
난 완전히 혼자야
어떻게 해야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Tale a step step again
한 발 나아가, 한 발 더
It is all that i can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거야
다음 옳은 일을 위해
난 너무 멀리 보지 않을 거야
그건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
하지만 설명해줄게
이 다음 숨
다음 한 발
다음의 선택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난 이 밤을 넘어서 걸을 거야
빛을 향해 비틀거리며
그 다음 옳은 일을 할 거야
그리고 새벽에는
무엇이 올까]
출처 : https://youtu.be/5gFJdBGliEM
가사 전부다 쓰진 않았는데 고르다보니까 거의 다 써버렸네..
이 노래를 영화관에서 듣는데 정말 눈물이 주륵주륵 나더라...
왜냐면 내가 우울증 심각할때 하던 생각이 그대로 적혀있었고, 내가 너무 심각하니까 우리 엄마가 내 손잡고 같이 울면서 " OO아 힘들지.. 우리 그래도 끙-하고 한 발 딛고, 또 끙-하고 한 발 디뎌보자 응? 우리 살아내보자.." 라고 했었거든.. 엄마랑 둘이 손잡고 많이 울었어..
이게 너무 끝까지 우울해버리니까 그 상태가 너무 괴로운데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어서 딱 죽을맛이더라고..
근데 그때 엄마가 해준 저 말이 꼭, 아플때 엄마가 끓여서 먹여주는 죽 같았어. 힘내라는 말에 부담이 느껴지는 날도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저 말은 달래주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힘겨우면 요즘도 종종 생각해. 끙-하고 일어나보는거야.. 하고.
안나도 안나 최대의 절망에 빠져서 한참을 울다가 저 노래를 부르거든..
그래서 나도 같이 울었어 ^.ㅠ....
어떤 일이었든 간에 깊은 우울을 겪어본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해
3.올라프
-어린 나에 대한 고민
-자라고 나면 이 모든걸 이해할 수 있겠지?
-우정
-웃음과 즐거움
-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8ㅅ8 올라프 진짜 재간둥이 8ㅅ8
올라프가 재롱부릴 때마다 사람들 다 같이 광대승천해서 웃음 터트렸어 8ㅅ8 졸귀
그리고 나는 올라프가 뜬금없게 보일지도 모르는 타이밍에 계속, 다 크고 나면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겠지? 하는 것도 디즈니의 메시지 중에 하나인 것 같다고 해석해버렸어 ㅋㅋㅋㅋㅋ
그냥 그 자체로 메시지가 있다는 느낌?
'고민'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것 자체가 나한텐 의미있게 다가왔어.
4. 엄마
-안내자
-적을 구한 선의 → 모든 걸 바로 잡을 선물
힝구 ㅜㅜ흑흑흑 아ㅠㅠ
ㅜㅜ 엘사를 부르는 목소리ㅠㅠ가 엄마 목소리였고 그걸 보면서 우는 엘사ㅠㅠ너무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ㅇ..ㅓ......흑...
5. 그외
부모님 - 항해자, 해답을 찾는 자
크리스토프 - 지원군,변치않는 강한 사랑
등등..
전문 해석가도 아니고, 클리셰 공부해본 사람도 아니라서 그냥 정말 내가 느낀 대로만 적어놔서 조금 부끄부끄 하긴 하다 ㅎㅎ 근데 내가 느낀 점에 대해서 토리들하고 얘기 나눠보고 싶어서 한번 적어봤어!!
단풍으로 물든 아렌델도 너무 낭만적이어서 좋았고, 특히 엘사가 바다를 건너며 사나웠던 말 정령? 을 길들여서 함께 달리는장면 소름돋게 좋았어 (벽쾅)
나는 2D로 봤는데,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한 3회차만 더 돌아볼 예정이야. 아이맥스 2번 mx 1번 정도? ㅋㅌㅌㅋㅋㅋ
그럼 앞으로 더더 많은 토리들의 해석과 감상평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일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