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b9wcz9/an_even_trade/)
17살이 되던 해 여름, 나는 죽었어요.
동네 부자가 자기 차(람보르기니였어요)를 타보라며 날 유혹했고, 그때 난 그게 함정이라는 걸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 순진했죠. 굵은 밧줄 앞에 가냘픈 내 생명은 2분도 채 견뎌내질 못했답니다. 하지만 난 빛나는 그곳으로 떠나지 못했죠. 내 혼은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그놈이 내 몸뚱아리를 조각내고 심장은 자그만 비닐봉지에 담아 유해에 흙을 뿌리던 순간에도 나는 그곳에 그대로 있었어요. 썩어문드러진 몸뚱아리에 계속 붙어있던 나는 매일, 매 시간, 매 분마다 더욱 강렬하게 그놈을 저주하며 내 힘을 키워갔어요. 그리고 꼭 10년이 되던 해 나는 드디어 묘라고 부르기도 조촐한 그 풀더미에서, 다 삭아버린 뼛조각에서 벗어나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힘을, 복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냥, 대뜸 내가 여기 묻혀있소! 라고 말하는 거론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놈은 말도 못하게 금수저였고 그 가족의 연줄도 오만 데 다 뻗어 있었거든요. 무슨 잡음이라도 나면 쥐도새도 모르게 소중한 아들과 그 가족 전부를 해외로 보낼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우선 그놈의 그 연줄부터 작살내야겠다 싶었어요. 그새 그놈은 수백만 불짜리 호화 주택에서 멀쩡한 부인과 버릇없는 애새끼를 둘이나 데리고 잘 살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밤마다 부인과 함께하는 그놈의 침실로 찾아가 무시무시한 이야기와 썩어들어가는 내 몸을 분단위로 속삭여줬죠. 그놈 정신줄도 내 모가지만큼이나 연약한 것이었나봐요.
그놈이 처음 손을 뻗은 건 술이었고, 이윽고 마약이 되었죠. 그놈이 운영하던 회사는 기울었고 이사회에선 아무도 모르게 자진퇴사로 처리하자는 분위기를 밀어붙였어요. 그 부유한 사촌으로부터 저 명망 있는 삼촌에게, 거부인 할머니로부터 그 상속인인 딸에게 그놈이 심리치료를, 약물치료를,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무엇 하나 효과가 없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도 금방이었답니다. 제가 절대 아무 것도 효과를 보지 못하도록 부지런히 그놈을 방문했거든요. 그리고 그놈이 조카 결혼식에서 보인 그 미친 짓거리 이후로 그놈의 존재는 그 가족 안에서 완전히 말소되었답니다. 유언에서도, 인생에서도, 그리고 그들의 보호로부터 모두 쫓겨났어요. 내가 딱 원하던 위치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미제 사건을 뒤쫓는 형사분이 어쩌다 아주 그럴듯한 꿈을 꿨고, 그 꿈을 통해 그녀는 내가 묻힌 곳을 찾을 수 있었죠. 그 형사님 정말 유능한 분이시더라구요. 내 유해를 발견하자마자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잇고는 그놈이 사는 슬럼가의 월셋방 문을 바로 걷어차서 열어버리더라구요. 그놈도 포기했는지 고분고분 따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홀랑 불어버렸죠. 이전에 그 잘난 가족들이랑 살던 집 지하에숨겨둔 내 심장과 다른 피해자들의 유해의 위치도 말이에요. 그 가족들요? 전혀 몰랐다, 우리 집안과는 완전히 연을 끊은 놈이다 난리를 피워댔지만 글쎄요. 그놈이 죽여버린 게 나 하나가 아닌 모양이던데 이 판국에 그 말이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요. 그래도 재판에서 그놈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꼴을 보니 속이 좀 시원하더라구요. 내가 살려달라고 빌때마냥 서럽게 울더라구요. 이윽고 그놈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참 운 좋게도 수감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일반 방에서 살해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놈의 장례식에는 목사님 딱 하나만 왔고, 유해는 무연고 묘지 구석에 성씨도 없이 덜렁 이름만 적힌 묘비 아래 안장되었답니다.
내 심장을 파내버린 새끼의 성씨를 파내버린 거, 이정도면 공평한 거래 아닌가요?
아니요ㅠㅠ 더 당해야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글두 잘했어요ㅠㅠ 이제 좋은곳 가요 토닥토닥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