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람회
:: 기억의 습작
오랜 방황과 휴학 끝에
마음을 다 잡고 새출발하자는 마음으로 MT에 참석한 빙그레.
그 곳에서 처음 만난 빙그레와 진이(=다이다이 선배).
진이는 빙그레에게 호감을 갖고 먼저 다가가지만
아직까지 빙그레에게 진이는 그저 무서운 선배일 뿐.
그리고 다음 날,
자신 앞에서 쑥스러워 안절부절하는 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됨.
‘ 돌아보면
그 빈칸들에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정답지를 들고 채점할 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남들과 다른 답을 쓰게 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으로,
내 20대는 늘 숨막히는 시험시간이었다. ’
「 있잖아, 난데.. 진이.
그 MT에서 너랑 밤새 술 마셨던.. 나야. 다이다이 선배.
너 내일 뭐하냐? 수업 3시간 공강이던데 밥이나 먹을래?
나한테 예과 때 족보가 잔뜩 있는데
이거 안 버리자니 짐이고,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너한테 버릴라구.
내일 학교 앞에서 보자. 12시! 꼭 나와라! 」
데이트 신청하는 진이의 연락을 받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긴 빙그레.
" 선배님, 저예요.
아니 그냥 목소리 듣..
그냥..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요. ”
쓰레기에게 연락함.
‘ 1997년.
난 이제
오래도록 비워두었던 빈칸에
답을 채워야만 했다. ’
「 난데.. 너 그때 혹시 나왔었어?
나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갔거든.. 너 혹시 기다렸나해서.
안 나왔지?
잘 했다 잘했어.
어떻게 계속.. 엇갈리네.
그리고 너 혹시 박진수라고 알아?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신랑이 충청도 사람이라네?
너 아는 사람인가 해서.
그거 궁금해서.. 내가 궁금하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그럼 끊는다!
아씨.. 심장 떨려. 」
마지막에 본심까지 녹음돼버린 진이의 삐삐.
본심 듣고 피식하는 빙그레.
그때 눈에 들어 온 책상 위 노트.
쓰레기가 빙그레에게 물려줬었던 족보 노트.
「 또 난데..
너 내가 방금 들었는데 1년이나 넘게 휴학했다면서?
너 제정신이니?
의대를 그렇게 오래 휴학하는 놈이 어디있냐?
그래서 말야..
내가 정말 너 내 동생 같아서 그러는건데.
정말 너 내 동생이랑 동갑이야!
..너 내일 시간 돼?
내가 친구들이랑 같이 스터디하는게 있는데
자리가 하나 비어서 너 껴줄려고.
너한테만 특별히 기회주는거야~ 우리 스터디 진짜 제대로거든?
딴 애들은 들어오고 싶어서 난리치는 스터디야~
그러니까 너 내일은 빵꾸내면 안 돼!
저번에 나 2시간이나 기다릴.. 뻔 했다구.
그러니까 너, 내일 무조건 7시까지 정문 앞.
내가 진정한 스터디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테니까 알았지?
너 꼭 와야 돼! 」
계속되는 진이의 적극적인 대쉬.
점점 복잡해지는 빙그레의 마음.
지금은 아무도 없어서 텅 빈,
쓰레기가 지냈던 방을 괜시리 들여다봄.
결국 쓰레기를 직접 만나러 부산으로 내려가서
함께 밥을 먹음.
“ 선배님, 이제 저 밥 안 사주셔도 돼요.
오늘 마지막으로 선배님한테 밥 얻어먹을려고 온 거예요. ”
“ ......? ”
“ 다음엔.. 그냥 술 사 주세요. ”
“ 오냐. ”
“ 선배님이 있어서..
선배님이 있어서 참 좋아요. ”
“ ...... ”
“ 형. ”
너무 가깝기에는 멀고
너무 멀기에는 가까운
모호한 거리감 때문에 '선배님'이란 호칭을 사용했던 빙그레.
이제는 모호함이 없는 친밀한 호칭 '형'을 쓰기 시작함.
‘ 난 이제
오래도록 비워두었던 빈칸에,
혼란스러웠던 내 사랑에,
답을 채워보려 한다. ’
진이의 스터디에 참석한 빙그레.
술자리를 가지는데..
“ 이제 내가 돌리면 되지?
자, 간다~ ”
빙글빙글
진이 당첨ㅋㅋ
“ 너 오늘 얘 왜 불렀어? ”
“ 너 얘한테 마음 있어서 불렀지? 맞지?
얘 좋아하지? ”
“ 빨리 대답해~
아니면 마시던가. ”
결국 마심.
“ 목이 말라서.. ”
“ 웃기고 있네 뭔소리야ㅋㅋ ”
다음 사람은..
빙그레 당첨.
“ 〈내가 지금 여기에 온 이유는
스터디가 아니라
진이 때문에 왔다.〉
대답해라 빨리! ”
“ 〈나는 100% 진이 때문에 여기 왔다.〉
맞제? ”
“ 네. ”
좋아죽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갓길에서 진이 바래다주는 빙그레.
“ 얼른 들어가요, 선배. ”
“ 응. ”
“ 갈게요. ”
“ 손.. ”
“ 아.. 악수..ㅎㅎ ”
‘ 1997년, 스물셋.
난 확인하고 싶었다. ’
‘ 지금의 이 두근거림이 ’
‘ 자꾸 신경쓰이는 이 사람이 ’
‘ 내게 처음으로 다가선 이성을 향한
작은 호기심 때문인지 ’
‘ 아니면.. ’
‘ 남들이 말하는 그,
'사랑'이란 것 때문인지. ’
“ 확인. ”
***
자기 의지 없이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하고 자라서
자신의 기호도, 꿈도, 성정체성도
그저 방황의 연속이었던 빙그레.
정말 하고 싶은건 음악이었지만
부모님의 바람을 위해
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대신 의대에 있는 밴드동아리에 들어가서
현실과 자신의 이상을 적당히 타협함.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끄집어내어준 쓰레기에게
알듯 모를듯한 감정을 느껴 힘들어하는데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이를 만나면서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마침내 정리.
'선배님'이란 호칭이
'형'으로 바뀌기까지,
'밥 사주세요'에서
'술 사주세요'로 바뀌기까지,
마음 정리를 끝내자마자
고개 푹 숙이고 국밥만 연신 먹는 빙그레와
빙그레의 맘을 눈치챈건지
그저 빙그레의 성장이 기특했던건지
아무 말 없이 웃고 지나간 쓰레기.
신원호PD가 《전람회 - 기억의 습작》을
삽입곡으로 꼭 집어넣고 싶었는데
어느 장면에 넣으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대.
정말 아끼는 곡이라.
결국 빙그레가 쓰레기를 향한 감정을 정리하고
함께 국밥 먹는 씬에 집어넣었는데
장면과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대만족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