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오픈이 될 것도 같지만 솔직히 오픈 되어도 어쩔 수 없지
나는 신점이나 사주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거의 억? 쓴 이후로는 신점을 보지 않아.
신은 있겠지. 잡신도 있고, 귀신도 있을거야. 그런데 나는 이 신을 모신다는 무당은 안믿어.
우리가 무당을 믿게 되는 큰 구조를 알았기 때문임.
1. 입소문은 상상이상으로 영향력이 있고 커.
나는 글솜씨가 있어서, 그리고 좀 풀이를 믿어서 신점을 보고 나면 꼭 리뷰같은걸 쓰는 편이었어.
내 사연이나 사정같은걸 간략하게 풀고 난 다음에 리뷰를 쓰는데, 새로 신을 받은 애동이 우리 동네에 생겼길래, 먼저 다녀와서 글을 썼어. 생각보다 잘 보더라고. 내가 간이 나쁜데 간을 짚는다던가, 조상신에 대한 운운없이 공수가 나왔어.
그걸 또 신나게 글을 썼지? 그리고 댓글이 한 열개 달렸어. 알려줬지.
근데 놀랍게도 한달 뒤에 애동 받은 무당이 나한테 전화해서 이래. 한 달 손님이 육백명이 됐대. 그러면서 나한테 궁금한거 있으면 오라고 부적이라도 써준다는거야.
이상하지. 내가 리뷰 쓴 곳에서 연락처를 물어본 사람이나 대답한 리플은 고작 스무개 뿐이었는데.
세상엔 놀랍게도 리플만 보고 번호를 저장해서 연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리고 그 사람들은 또다른 사람들에게 어디서 봤다면서 이야기하겠지.
어디 티비에 나오고 유튜브에 나와서 잘봤다는 적중이라는 말이 한마디라도 나온 무당은 어떨까?
나는 사람 입이라는게 생각보다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떠다니는지 알았어. 내가 말하는걸 들어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많고
그 사람들은 내 글을 흘려봤다고 생각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어떤 무당이 잘본다는 정보를 기억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또다시 알리지.
사람들은 저 인터넷 글에 자신이 생각보다 얼마나 많이 휘둘리는지 몰라. 이걸 조심해야돼.
이게 입소문이야.
게다가 무당도 지가 잘될지 몰라. 어떻게 풀릴지도 몰라. 신 갓받아서 짱짱하다던 애동도 지가 육백명 받을 줄은 모르던데?
내가 사이트에 글 쓰는것도 몰랐는데 뭐는 알겠어.
그렇지만 그 무당은 순식간에 앞날을 엿보는 놀라운 애동으로 변신해.
2. 우리는 믿고 싶어해.
그냥 믿고 싶어해.
그냥 그 무당이 맞다고 믿고 싶어해. 나쁜것이든 좋은것이든.
근시일내에 이루어진 미래 같은 것들에 대해서 내 나름의 끼워맞추기나 합리화를 하게 되지.
예를 들어 나랑 사귀던 남자친구가 헤어지고 벌받을거야 하면, 그 남자친구가 지가 잘못해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그 점쟁이가 맞춘게 되는거야.
그냥 자빠져서 무릎이 깨진거고 내가 기대한 벌같은게 전혀 아닌데, 그냥 그 무당은 맞아떨어진게 되는거야. 미래를 본게 되는거지.
그 남자친구가 내가 보는 앞에서 물을 마시다 사레가 걸려서 물을 뱉었어? 그럼 그 점쟁이가 맞춘게 되는거야.
그 점쟁이가 잘 맞추는 점쟁이가 되게끔 내가 그를 끼워맞추고 있는거야.
3. 그렇지만 내가 틀렸다곤 인정하기 싫어해.
믿고 싶어하는데, 그런 내가 틀렸다곤 생각 안해.
이게 결정적이야. 무당은 말 한마디 안해도 노련하고 잘하는 무당이 될 수 있어.
믿고 싶어하는데, 내가 지적받거나 틀린건 싫어해.
2번에서 남자친구가 벌받았다고 믿게 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근데 사람들의 반응이 뚱해. "그게 벌이야?"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
그럼 나는 또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 "그럼 벌이지. 뭐 또 심하게 벌 받으면 마음이 좀 그렇잖아 ㅎㅎ"
그래놓고 혹시, 타인이 나를 돌팔이를 믿는 멍청한 나라고 생각할까봐 변명해. "사람마다 다르잖아. 점은 개인 만족의 영역이라고."
내가 만족하면 되는거라고. 너한텐 아니라도 나한텐 맞는 점쟁이라고 또 겁나 합리화를 해.
벌받았다던 남자애는 집에서 그냥 곤히 자고 있을텐데. 그 무당은 남자애의 벌을 맞춘 용한 무당이 되었어
1번과 2번과 3번을 거치면, 그 뒤로 그 무당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아.
그렇게 그 무당이 갑자기 예언자가 되는거야. 이렇게 생겨난 집들은 절대 안망해.
4. 무당의 비즈니스라는건 생각보다 법도 없고 아래도 위도 없어.
기억해. 이 무당들도 결국 사람이란말야.
스님이나 신부님, 기타 종교지도자들처럼 엄격한 규율이 있는게 아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기도법의 태반은 불교에서 갖고온것이고, 불교 신에서 도교신을 더해서 모시는 법에 불과해.
정작 자신이 실렸다던 신을 모실떈 또 그 신이 하라는대로 해야 한다고 술을 마시거나 과자를 먹어.
그런데 우린 이 사람들을 굉장히 신뢰해. 대체 뭘 보고 신뢰해야 하냔말야.
근데 놀랍게도 무당들도 담이 커지기 시작해. 말하거나 붙는 돈의 범위가 커져 갑자기.
자기 자신도 자신을 과신하기 시작해. 그리고 아무말이나 하기 시작하지. 굿을 해라 뭘 해라.
무당들이 던지는 불행 비즈니스라는건, 무당들이 설치한게 아냐, 우리가 스스로 얽매여 있는거야.
그냥 무당들은 아무말이나 던지는거야 진짜로. 그냥 아무거나 보인다고 하면서 산소 이장하라고 굿쓰라고 하는 무당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죽으면 죽은거지 무당이 예언했다고 무당이 죽이고 살리고를 관장할 수 있는게 아닌데. 그 어떤 페널티도 감수하지 못하면서 이러고 있는게 얼마나 한심하니.
한번 생각해봐. 처음 무당이 우릴 꼬실 땐, 또 대놓고 막말이나 거짓말은 안해. 처음 아무말 딱! 한마디 던지고 그 다음부턴 ㅈㄴ 맞는말만 해.
아버지 돌아가실거야! 할아버지가 끌고가네!(존나 아무말 구라라고도 할 스케일이아님)
아버지 돌봐드려야지(맞음) 할아버지 잘 모셔야 집에 평화가 깃들테니까(유교적으로 생각해도 맞음)
굿을 해야겠어(???)
가 되는거라고. 이렇게 구라라고 해도 믿고싶은 절박한 우리들은 무당한테 가서 아무말이나 하는 무당들에게 오만원도 주고 부적으로 사십만원도 주고, 굿으로 천만원도 주는거야.
1번부터 4번을 거치면 그 어떤 불신자도 냉정한 사람도 무당집 최소 세번은 가본 사람이 돼.
그리고 또 웃기게 생각하지. "내가 진짜 좋은 무당을 못만나서 그래. 인터넷이나 티비에서 본 진짜 만신같은 사람도 있대."
그리고 또 1번부터 4번을 반복해.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사이클 돌고 또 빠지기 직전의 톨들이 보여서 그럼.
깔끔하게 인정하고 손터는 애들도 있겠지만, 이 사이클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애들도 있을것이고 다 떠나서 그냥 돈쓰고 즐겨야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래도 내 말이 조금이라도 기억됐으면, 두 번 다시 신점은 보지 마.
정말 만나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고 절박하다면
너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면 말마따나 제대로 자리잡힌 규율과 법도가 있는 종교를 믿거나 심리상담을 해.
두서없고 보기도 힘들었을 텐데 긴글 봐줘서 고마워.
또 혹시 이 다음이 궁금하다면 이 1번과 4번을 반복하다가 몰락하는 무당들에 대해서도 써볼게.
나 점사에 억썼다고 했잖아. 망한 무당들을 얼마나 많이 봤겠어. 무당들 망한 이야기 쓰면 이 신점이란게 얼마나 한심해보이는지 좀 더 도움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