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러너와 도전자들: 오스카 버즈라는 환상
사샤 스톤
지금 트위터에는 오스카 레이스에 관한 온갖 주장들이 넘쳐나지만,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것에 근거한 이야기들이 태반이다. 오스카 레이스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떠들면서(물론 우리 전문가들도 서로 떠든다)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를 창조하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는, 그 안에 다 같이 알아서 휘말려 들어 버린다. 마치 어느 영화가 살아남고 어느 영화가 낙오할지 정하는 결정권자라도 되는 양 말이다.
단언이 아니라 추측을 하면 안전하다. 당신이 재작년에 텔루라이드에서 <문라이트>를 보고 나와서 “작품상을 탈 수도 있겠는걸.”이라고 말했다고 해 보자. 돌이켜 보면 그 추측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아니면 <퍼스트 맨>을 보고 나와서 그 영화가 작품상 주요 경쟁작이 될 거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실제로 후보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냥 추측이 잘 안 맞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탈 리가 없어.” “퍼스트맨이 후보에 오를 일은 절대 없어.” 결과가 나온 뒤에 사람들이 어떻게 했겠는가? 자기가 틀린 건 잊어버리고 맞힌 것만 생색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맞히는 데’ 열중한다. 그래서 맞히려는 욕망을 누르고 뒤로 좀 빠져서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기가 참 힘들다. 장담하는데, 현시점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만큼 고려할 요소가 많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그 요소란 것들을 소개해 보겠다.
1. 트위터는 아카데미가 아니다. 실제 정치 여론을 대표하지도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트위터는 그 안의 여론이 현실이라고 믿도록 우리를 기만하는 하나의 환상이다.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떠드는 이야기는 말 전달하기 게임에서 나오는 황당한 말들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 그럴듯한 어림짐작을 하나 내놓으면 그게 아예 결론으로 굳어진다. 그리고 사실인 양 떠돌아다닌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작품상 감이 아냐” “스타 이즈 본이 프론트러너야” 같은 것들이 다 이런 가짜 현실이었다. “그린 북은 너무 문제작이라 수상 못 해”는 말할 것도 없고.
2. 넷플릭스는 한가락 할 정도로 힘이 세졌다. 그들은 앉아서 놀고 있는 게 아니다. 넷플릭스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얼마나 뛰어난 마케팅팀을 고용했는지, 얼마나 훌륭한 작품들에 투자했는지 생각해보라. 일반 배급사를 평가하듯 넷플릭스를 평가하는 건 오산이다. 우리는 철저히 새로운 회사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공상들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 작품 중 작품상 후보에 오를 건 세 편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 세 편보다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영화를 제외한다.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말이다.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 <돌마이트>는 다른 세 편이 끌어들일 수 없는 회원들을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상한 백인 노인네들’의 표는 다른 세 편을 두고 나뉠 가능성이 높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퍼스트 맨> 때 사람들이 그랬듯이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건지도 모른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뿐인데.
3. 이번 시즌은 일정이 묘하게 단축돼서 정말 완전히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추측을 포기할 필요도 없고, PGA와 DGA 후보 발표일, 아카데미 후보 투표 마감일이 모두 같은 날(1월 7일)인 게 별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시즌이 돌아가는 방식은 달라질 공산이 아주 높다. 작품상 후보 자격을 형성하고 이슈를 가져가는 영향력이 오로지 골든글로브(그리고 아마도 어느 정도는 평론가와 AFI)에만 쏠리게 되는 것이다.
4. 히어로 무비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해결이 안 났다. 그건 전통적 배급사와 스트리밍 회사 간의 전투도 마찬가지다. 아카데미가 이 분쟁을 해결할까? 그 운명이 어느 정도 아카데미 회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어떤 예측도 쉽지가 않다.
5. 올해 아카데미는 백인 잔치가 되진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백인 배우들이나 연기상을 타가게 하려고 아카데미가 그렇게 다양한 회원들을 새로 받아들이고 시스템을 바꾸는 고생을 사서 하진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 이야기는 다 끝났다. 그리고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이렇게나 많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이번 시즌에, 내가 파악하는 한 트위터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아주 사알짝 과신하고 있다는 것도 이제 알았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현시점에서의 내 예측을 이야기해 보겠다.
작품상: 대중에게 먹히면서(crowdpleaser) 뛰어난 작품들.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여러 배우와 유명 감독의 작품들이다.
프론트러너 (수상 '가능성'이 있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조조 래빗
아이리시맨
기생충
1917 (미관람)
후보에 오르리라 생각되는 영화
(명심하라. 후보에 오르려면 1위 표를 200~300표 받아야 한다.)
결혼 이야기
포드 V 페라리
조커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밤쉘
지금은 확신을 못하겠지만 강력 경쟁작이 될지도 모를 영화
두 교황, 언컷 젬스, 허슬러, 더 페어웰, 작은 아씨들, 어스, 웨이브즈, 퀸 앤 슬림, 뷰티풀 데이 인 네이버후드
감독상
프론트러너
봉준호, <기생충>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마틴 스콜세지, <아이리시맨>
샘 멘데스, <1917)
후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조조 래빗>
제임스 맨골드, <포드 V 페라리>
토드 필립스, <조커>
노아 바움백, <결혼 이야기>
깜짝 선정될 수도 있는 감독
룰루 왕, <더 페어웰>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인 앤 글로리>
제이 로치, <밤쉘>
그레타 거윅, <작은 아씨들>
크레이그 브루어,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멜리나 맷소카스, <퀸 앤 슬림>
남우주연상
프론트러너
호아킨 피닉스, <조커>
후보에 오르면 수상 가능성이 있는 배우
아담 드라이버, <결혼 이야기>
에디 머피,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안토니오 반데라스, <페인 앤 글로리>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큰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조너선 프라이스, <두 교황>
아담 샌들러, <언컷 젬스>
출연작에 대한 애정에 힘입어 깜짝 후보에 오를 수도 있는 배우
송강호, <기생충>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조조 래빗>
맷 데이먼/크리스천 베일, <포드 V 페라리>
태런 에저튼, <로켓맨>
여우주연상
프론트러너
르네 젤위거, <주디>
도전자
샤를리즈 테론, <밤쉘>
신시아 에리보, <해리엇>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큰 배우
스칼렛 요한슨, <결혼 이야기>
시얼샤 로넌, <작은 아씨들>
루피타 뇽, <어스>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배우
조디 터너-스미스, <퀸 앤 슬림>
아콰피나, <더 페어웰>
남우조연상
프론트러너
브래드 피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도전자
조 페시, <아이리시맨>
톰 행크스, <뷰티풀 데이 인 네이버후드>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큰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트레이시 레츠, <포드 V 페라리>
제이미 폭스, <저스트 머시>
알 파치노, <아이리시맨>
앤소니 홉킨스, <두 교황>
스털링 K. 브라운, <웨이브즈>
다크호스
샤이아 라보프, <허니 보이>
존 리스고, <밤쉘>
앨런 알다, <결혼 이야기>
잭 갓세이건, <피넛 버터 팔콘>
여우조연상
프론트러너
로라 던, <결혼 이야기>
도전자
마고 로비, <밤쉘>
스칼렛 요한슨, <조조 래빗>
제니퍼 로페즈, <허슬러>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큰 배우
다바인 조이 랜돌프,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슈전 자오, <더 페어웰>
플로렌스 퓨, <작은 아씨들>
니콜 키드만, <밤쉘>
아네트 베닝, <더 리포트>
가능성 있는 배우
구구 음바타-로, <마더리스 브루클린>
엘리자베스 모스, <어스>
각본상
프론트러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도전작
기생충
결혼 이야기
후보 가능성이 큰 작품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1917
더 페어웰
포드 V 페라리
깜짝 후보 가능성이 있는 작품
퀸 앤 슬림
밤쉘
웨이브즈
어스
각색상
프론트러너
아이리시맨
후보 가능성이 큰 작품
조조 래빗
두 교황
작은 아씨들
조커
기타 부문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촬영상: 1917
편집상: 포드 V 페라리 (또는 아이리시맨, 할리우드, 조커, 기생충)
음향상/음향편집상: 1917 (또는 포드 V 페라리, 할리우드)
미술상: 할리우드, 아이리시맨, 작은 아씨들, 1917, 포드 V 페라리, 에어로너츠
의상상: 돌마이트, 작은 아씨들, 주디, 아이리시맨
시각효과상: 1917 (또는 아이리시맨, 엔드게임 등)
외국어영화상: 기생충 (하지만 레미제라블도 페인 앤 글로리와 함께 후보에 오를 것이다)
애니메이션상: 라이온 킹, 토이 스토리 4, 프로즌 2 (그리고 미싱 링크, 어보미너블, 드래곤 길들이기 3)
이상의 예측들은 모두 짐작일 뿐이다. 각종 비평가협회상과 조합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오스카 레이스의 생리다. 그리고 사실 협회상이나 조합상에서도 이변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지금 사람들은 어떤 영화는 아주 과대평가하고 어떤 영화는 아주 과소평가한다. 하지만 누구를 데려다 앉혀 놓고 보게 해도 먹힐 영화들을 고른다면 틀릴 위험이 없다. 일반적으로 바로 그게 비법이다. 사람들은 설사 그 영화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왜 좋다고들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내 생각에 다음 영화들이 바로 그런 영화들이다.
포드 V 페라리
돌마이트 이즈 마이 네임
두 교황
기생충
조커
이 리스트가 올해 최고의 영화만 모아놓은 리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되는 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