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 우리 할머니가 종종 말씀하셨어. 귀신이 사람을 부를 때 세 번 이상 부르지 못하니 홀리기 싫으면 그때까지 대답하지 말라고. 등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러도 무시하라고 말이야.
근데 살다보면 어떻게 부르는 걸 세 번이나 무시하고 살 수 있냐고.. 한 번이야 넘어가도 두 번, 세 번 계속 그러면 인간관계 망가지잖아...
그래서 나도 그걸 무시하고 살았어. 정확히 말하면 잊어버린 거지.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초등학생일 때. 집에서 아마 책을 읽고 있었나, 아님 숙제를 하고 있었나... 그랬을 거야.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00야!
무시했어. 멀리서 부르는 데다 당장 내가 하고 있는 게 더 급했거든.
또 부르더라고.
00야!
아까보단 커졌지만 역시 무시했어. 바빴거든.
그랬더니 목소리가 더 커지지 뭐야.
00야!
정말 짜증이 확 치미는 거야. 손바닥 만한 집이라서 정 급하게 부를 일이 있으면 방에 오면 되는데, 왜 자꾸 멀리서 부르기만 하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엄마를 찾았어.
"엄마, 왜 자꾸 불러? 왜? 심부름 시키게?"
"내가 언제 널 불렀어?"
엄마는 날 부른 적이 없다지 뭐야. 난 정확하게 내 이름을 들었는데 말이야..
참고로 내 이름은 퍽 특이한 이름이라 내가 다른 사람 이름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은 없었어. 그리고 내가 살던 곳은 조용한 주택가인데다 우리 집은 골목 끝집이라서 지나는 사람도 없었고.
진짜 무서웠어.
그 이후로 한동안 나톨은 친구들이 세 번 부르기 전까지 절대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도 안 하는 애가 됐어... 지금은 그냥 휙휙 돌아보고 대답도 잘 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