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LOVE, LIES, 2015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감독 박흥식
(비지엠은 죄가 없다)
일단 스토리는 막장아드임..... 왜 한효주와 천우희가 유연석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지 1도 이해할수가 없었다 차라리 둘이 눈맞는 전개였다면 내 인생영화였겠지만 K-MOVIE에서는 꿈꿀 수 없는 전개겠죠 따흐흑
일단 나는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아무리 구린 영화라도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요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갑분히어로물이 된 <경성학교>를 내가 러닝타임 내내 참고 본 이유도 그 영화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었지.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내 인생영화 <암살>이다..... <모던보이>도 좋아하고... <아가씨>도 마찬가지. 걍 내가 그 시대 특유의 공허하고 덧없는 화려함, 슬픔을 내재한 아름다움, 필연적인 비극, 과도기의 언밸런스함에서 뿜어나오는 독특한 분위기, 일본놈들의 연약해빠진 로맨티시즘과 조선인의 굳건한 정신이 섞인 그런 느낌을 좋아함.. 취향이니 존중해주십셔. 여튼 그 시대를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플러스 점수를 먹고 간다는 소리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나에게 별점 5점 중에 2.5점을 받았다
(그래도 의상팀은 죄가 없다)
이 영화... 스토리는 진부한데다 편집은 널을 뛰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싹둑싹둑 잘려있음. 특히 극중 유연석과 천우희는 대체 언제 저렇게 세기의 사랑에 빠지게 된 건지 아무도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고 둘만 좋아 죽었으며 난 그들에게서 왕따당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주연들의 감정선이 이따위니 조연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지. 박성웅을 진짜 뻔한 일본 장교1 캐릭터로 소모할 거였음 대체 왜 그 돈을 들여 박성웅을 섭외한 건지 1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장영남도 마찬가지. 사실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는 한효주를 위한 도구캐임. 오직 한효주만이 살아 숨쉴뿐. 천우희도 이 영화의 캐릭터가 이해가지 않아서 몇번이나 감독을 붙잡고 물어봤다는데 나도 그럴거 같음. 배우 천우희가 불쌍해
그와 별개로 한효주와 천우희의 연기는 훌륭함. 특히 나에게 이 영화는 한효주의 재발견이었는데, 그저 그런 목석같이 착한 역할 말고, 이렇게 독기도 있고 욕망도 있으며 선한 얼굴로 미쳐돌아가는 역할이 더 매력적인 거 같더라.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빗속에서 유연석에게 울먹이며 노래하던 초반부의 장면과, 마지막의 '만들어줘요. 나만을 위한 노래'라고 말하던 장면. 그리고 천우희와 빗속에서 싸우면서 '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연희야...'라고 말하던 장면 등임. 이 세 장면이 한효주가 맡은 '소율'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극명한 부분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첫번째 장면은 소율의 욕망을, 두번째는 소율의 사랑(이라고 착각한 광기)을, 세번째 장면은 연희(천우희)를 향한 소율의 애증을 나타내는 장면임. 이 장면들에서 배우 한효주의 연기는 탁월했다. 마스크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배우 한효주를 좋아하진 않는데 이번 영화로 매력을 느꼈달까.
사실 이 영화에서는 극명한 대비와 명암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소율 밖에 없기 때문에, 소율말고는 이입할만한 캐릭터가 없음. 그래서 소율에게 이입하질 못하면 이 영화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천만다행히도 소율에게 이입할 수 있었고, 그래서 윤우(유연석)와 연희를 증오하면서 소율의 복수를 응원하게 됨. 솔직히 나같아도 이 상간놈년들 조질라면 친일파 되고도 남았겠다..... 아주 '잠깐'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음. 그러나 시발 살리에리는 모짜르트를 못이기죠..... 소율이 아무리 애를 써도, 조선사람들은 소율의 노래가 아닌 연희의 노래를 '조선의 마음'으로 선택함. 아무리 악을 쓰고 노력을 하고 꼼수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것. 그래서 나는 소율이가 너무 슬펐다. 그래 난 <아마데우스>보면서도 살리에리에 닥빙해서 모짜르트 새끼 한대 후려패고 싶더라......
사실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못 이기는 이유는 재능과 실력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열등감'임. 자신마저 자신의 재능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이 그의 재능을 사랑하고, 그의 실력을 믿을 수 있을까? 이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전 세계, 전 시대의 수많은 살리에리들에게 내려진 과제임. 그래서 이 영화는 나같은 살리에리들에게 선사하는 '경고'였음. 소율이처럼 인생 막판에 후회하지 말라는 경고.
결국 소율이는 마지막까지 열등감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평생동안 그녀의 인생을 옥죈 것은 연희가 아니라 그녀의 열등감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율은 마지막까지 열등감에 못이겨 자신을 버리고 연희의 이름을 훔친다.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고 연희의 창법을 흉내내던 50여 년전 그때처럼. 그렇게 연희의 빈 껍데기라도 뒤집어 쓰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겠지. 그러나 그마저도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옥화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소율이 옥화에게 내밀었던 진심 섞인 위선, 우월감에 젖은 위로의 칼날은 그대로 다시 소율을 향하고, 소율은 비참함에 몸부림친다. (한때 자신이 동정하던 친구가 자신을 동정하게 되었으니. 그보다 비참한 것은 없겠지)
거짓된 자리는 언제나 위태로운 법인데, 소율이는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거짓으로라도 연희의 이름을, 그 이름 속의 재능을 훔치고 싶었을까? 그러나 정작 소율은 남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느라 자신 안의 가능성과 능력은 알아채지 못했다. 연희의 흉내를 내는 소율은 원조인 연희가 존재하는 이상 연희를 뛰어넘을 수 없다. 너훈아가 나훈아를 못이기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러나 그녀가 '서연희'가 아닌 '정소율'로서 정소율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렀더라면, 연희만큼의 인기를 누릴 순 없었더라도. 적어도 '서연희의 짝퉁인 그렇고 그런 가수' 로는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후에 그녀가 내뱉은 '그땐 왜 몰랐을까요'는 그래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왜냐면 사실, 그녀는 그 대사를 뱉는 순간까지도. 끝끝내 자신의 열등감을 이겨내지 못했거든.
그러나 사실 이건 내가 후하게 내려준 평가고..... 실제 영화는 앞에서도 말했듯 걍 막장아드임. 그래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두 가희를 사이에 둔 남자라니, 니가 무슨 사오토메 알토냐)
여튼 여배우 주역이라 여성서사일거라 믿고 본 내가 병신이었음. 여주가 주인공이라 해서 다 여성서사인 것은 아니더라. 왜 여자들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목맬 수밖에 없는 건가. 소율과 연희가 남자가 아니라 노래 그 자체를 두고 경쟁하고 애증했으면 안되는 걸까. 소율이만큼 연희에게도 서사와 감정선을 부여했더라면 여성간의 유대와 애증, 반목과 결탁 등을 좀 더 세세하게 그릴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내내 그 생각만 나더라. 유연석 연기가 너무 존못이라 더 그랬던 것도 있고. (거기다 유연석은 캐릭터도 존나 별로임 시발 솔직히 박성웅이 왜놈 역할이라 그래서 글치 매력은 그 쪽이 더 있었음. 사실 박성웅 역할은 진짜 소율이를 위한 도구캐1일 뿐인데 본체 매력이랑 연기가 출중해서 매력 오지게 박은 케이스더라)
(박성웅 주연의 찐한 치정 멜로가 보고 싶은 것은 저뿐인가요)
이 영화에 주어전 별 한개는 미술과 세트, 또 한개는 복식, 그리고 나머지 반개는 노래에 주어진 것이다. 진짜 미술 하나만큼은 끝장났음. 권번 내부와 댄스클럽, 경무국장의 집등 모든 세트가 아름다웠다. 복식은 한복, 양복 둘다 이루말할 데 없을 정도로 완벽했고. 하긴 그 옷을 입은 사람이 한효주와 천우희였으니 사실 뭘 입어도 얼굴빨로 예쁘긴 했을거야... 사실 이 영화는 취향 안맞는 사람들에겐 쓰레기나 다름없는 영화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마저 한효주와 천우희의 영상화보집으로써의 가치만큼은 보장해줄 수 있다. 노래도 좋았는데, 특히 천우희가 직접 가사를 쓰고 부른 '조선의 마음'과, 영화의 주제를 상징하는 한효주의 '사랑, 거즛말이'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미술감독님 음악감독님 절받으시고 오래 사셔요. 감독 너는 옆에서 양손들고 있어라
재능이란 이름 아래의 욕망과, 사랑이란 탈을 쓴 광기. 그 사이에 선 세 사람의 아름다운 파멸 - 나는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이 영화를 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