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적이고 참혹하기까지 했던 디지털 집단 성범죄, 'N번방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 대학에서 집단 성범죄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서울대'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에 육박하고 체포된 피의자도 여러 명인데 모두, 서울대생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연속 보도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조국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21년 7월.
A씨는 영화예매 정보를 얻기 위해 휴대폰에 텔레그램 앱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건 수십 개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A씨 자신이었습니다.
A씨 얼굴을 다른 여성의 몸에 붙여 조작하고, 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한 거였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남성의 성기랑 제 사진을 그렇게 이제 오버랩해서(겹쳐서) 한 그런 사진과, 다리 벌리고 있는 여성 나체사진이라든지…"
조작된 음란물은 A씨의 이름, 나이와 함께 단체방에도 퍼뜨려졌고, 단체방 참가자들은 '이번 시즌 먹잇감'이라고 A씨를 성적으로 조롱하며 성폭력에 동참했습니다.
가해자는 이렇게 장기간 이뤄진 성폭력 상황들을 캡처해 다시 A씨에게 전송했고 응답을 요구하며 성적으로 압박했습니다.
A씨가 경찰서로 달려간 뒤에도 성적인 조롱과 압박은 세 시간 넘게 계속됐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3시간 동안 확인만 하고 답장이 없으니까 '너 이거 신고해봤자 못 잡아. 나 잡을 방법 딱 하나 있는데 답장하면 알려줄게.'"
뒤이어 보내온 메시지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너를 처음 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너를 처음 보고 XX했던 나를 잊을 수가 없다'고…"
가해자가 주변에 있다는 거였습니다.
충격과 공포에 떨던 A씨는 몇 달 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학과에 똑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는 거였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한 친구가 '사실 얼마 전 우리 윗 학번 선배 누구한테 우리 동기들 3명의 합성 사진 같은 것들이 막 와서 그 선배가 제보처럼 알려줬다'고…"
가해자가 유포한 조작된 음란물들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는 스무 명에 육박했습니다.
모두 서울대 여학생이었습니다.
(중략)
처음 피해가 확인된 뒤, 핵심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텔레그램은 수사가 어렵다,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경찰과 검찰이 모두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결국 재판이 열릴 수 있게 만든 건 끝까지 사건을 추적한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중략)
6개월 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고소를 진행한 또다른 피해자 역시 같은 결과를 받자 피해자들은 직접 가해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음란물 합성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사용했던 거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또, 일부 피해자는 사진을 바꿀 때마다 예전 프로필 기록은 지웠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지켜본 사람으로 추정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각자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모아 추적했더니 딱 한 명이 겹쳤습니다.
피해자들과 서울대를 함께 다닌 남성이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저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피해자들이 과가 다 다르고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예요. 그런데 우연하게 정말 딱 이 한 사람을 다 아는 거죠."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저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피해자들이 과가 다 다르고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예요. 그런데 우연하게 정말 딱 이 한 사람을 다 아는 거죠."
피해자들이 이 남성을 수사해 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6개월 뒤 "혐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포렌식으로도 관련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있는 정보 없는 정보, 정황이란 정황은 다 끌어모아서 이제 갖다 드리는데 그거에 대한 피드백(반응)은 전혀 없고…"
피해자들은 검찰을 찾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
다시 고검에 항고를 했지만 역시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에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며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기각되는 비율이 99%가 넘어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
서울고등법원은 혐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기관들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조재광/경찰 출신 변호사]
"재정신청 인용확률이 1%에 불과한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사안 자체상 경찰 수사가 더 강도 높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올해 해당 남성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핵심 피의자 박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https://naver.me/FOMpryo0
한 대학에서 집단 성범죄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서울대'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에 육박하고 체포된 피의자도 여러 명인데 모두, 서울대생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연속 보도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조국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21년 7월.
A씨는 영화예매 정보를 얻기 위해 휴대폰에 텔레그램 앱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건 수십 개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A씨 자신이었습니다.
A씨 얼굴을 다른 여성의 몸에 붙여 조작하고, 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한 거였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남성의 성기랑 제 사진을 그렇게 이제 오버랩해서(겹쳐서) 한 그런 사진과, 다리 벌리고 있는 여성 나체사진이라든지…"
조작된 음란물은 A씨의 이름, 나이와 함께 단체방에도 퍼뜨려졌고, 단체방 참가자들은 '이번 시즌 먹잇감'이라고 A씨를 성적으로 조롱하며 성폭력에 동참했습니다.
가해자는 이렇게 장기간 이뤄진 성폭력 상황들을 캡처해 다시 A씨에게 전송했고 응답을 요구하며 성적으로 압박했습니다.
A씨가 경찰서로 달려간 뒤에도 성적인 조롱과 압박은 세 시간 넘게 계속됐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3시간 동안 확인만 하고 답장이 없으니까 '너 이거 신고해봤자 못 잡아. 나 잡을 방법 딱 하나 있는데 답장하면 알려줄게.'"
뒤이어 보내온 메시지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너를 처음 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너를 처음 보고 XX했던 나를 잊을 수가 없다'고…"
가해자가 주변에 있다는 거였습니다.
충격과 공포에 떨던 A씨는 몇 달 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학과에 똑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는 거였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한 친구가 '사실 얼마 전 우리 윗 학번 선배 누구한테 우리 동기들 3명의 합성 사진 같은 것들이 막 와서 그 선배가 제보처럼 알려줬다'고…"
가해자가 유포한 조작된 음란물들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는 스무 명에 육박했습니다.
모두 서울대 여학생이었습니다.
(중략)
처음 피해가 확인된 뒤, 핵심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텔레그램은 수사가 어렵다,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경찰과 검찰이 모두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결국 재판이 열릴 수 있게 만든 건 끝까지 사건을 추적한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중략)
6개월 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고소를 진행한 또다른 피해자 역시 같은 결과를 받자 피해자들은 직접 가해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음란물 합성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사용했던 거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또, 일부 피해자는 사진을 바꿀 때마다 예전 프로필 기록은 지웠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지켜본 사람으로 추정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각자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모아 추적했더니 딱 한 명이 겹쳤습니다.
피해자들과 서울대를 함께 다닌 남성이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저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피해자들이 과가 다 다르고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예요. 그런데 우연하게 정말 딱 이 한 사람을 다 아는 거죠."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저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피해자들이 과가 다 다르고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예요. 그런데 우연하게 정말 딱 이 한 사람을 다 아는 거죠."
피해자들이 이 남성을 수사해 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6개월 뒤 "혐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포렌식으로도 관련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피해 여성 A씨 (음성변조)]
"있는 정보 없는 정보, 정황이란 정황은 다 끌어모아서 이제 갖다 드리는데 그거에 대한 피드백(반응)은 전혀 없고…"
피해자들은 검찰을 찾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
다시 고검에 항고를 했지만 역시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에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며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기각되는 비율이 99%가 넘어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
서울고등법원은 혐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기관들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조재광/경찰 출신 변호사]
"재정신청 인용확률이 1%에 불과한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사안 자체상 경찰 수사가 더 강도 높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올해 해당 남성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핵심 피의자 박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https://naver.me/FOMpry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