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유수분이 박살난 두피와 잦은 탈색으로
130년 즈언통의 라우쉬 샴푸가 아니면
머리를 감지 못하던 토리였지만
가끔 다른 샴푸도 써보고 싶은 거?
맨날 머리에서 같은 냄새만 나는 것도
지긋지긋하잖아.
그래서 라우쉬랑 겸용으로 쓸만한
샴푸 어디 없을까 찾아보던 1년의 시간이었음.
앞서 언급한대로 두피 상태가
막장 of 막장이었기 때문에
라우쉬 파트너 샴푸를 고르는데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1. 기름 비듬에 효과적일 것
건조해서 천본앵처럼 흩날리는 비듬 ㄴㄴ
기름에 쩔어서 질뻑이 마냥
찐득찐득한 지성비듬 얘기하는 것임.
2. Ph5에서 Ph6 사이의 약산성일 것
산성 = 머리의 기름기를 못 닦아냄
알카리 = 기름기 잘 닦아냄 but 모발 손상시킴
내가 탈색을 많이 해서 머리가 많이 곱창나있어서
알카리 샴푸 쓰면 머리카락이 곤약면처럼 뚝뚝 끊어짐
3. 석유계 계면활성제를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을 것
“반복되는 석유계 계면활성제 사용은 두피랑 모발을 아작내요.”
석유에서 추출한 SLS나 SLES같은
계면활성제 들어간 샴푸 자주 쓰면
머리 끝이 Y자로 갈라지고 정수리에
피딱지 생겨서 내 경우에는 무조건 피하는 편임.
4. 실리콘을 의도적으로 첨가하지 않을 것
얘네들은 석유계 계면활성제로
수분이 날아간 모발을 코팅하는데 쓰이는데
실리콘 특성상 끈적해서 물로 헹궈도 머리에
조금씩 남는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조금은 괜찮긴 하지만 쌓이면
모공이 점점 막히겠지?
그래서 실리콘 들어간 샴푸 오래 쓰면
머리가 더 잘 빠져서
아침에 머리 감고 나면
수채 구멍에 쿠키 몬스터 한 마리씩 태어남.
5. 대용량이 아닐 것 (500ml 이하)
사실 위에 조건 다 맞으면 원료값 때문에
필연적으로 찔끔씩만 만들어.....
가성비대용량이 애초에 불가함
(많이 만들순 있어도 개비싸겟지)
만약에 천연오일이나 좋은 원료 들어갔다고
홍보하는데 대용량에다가 가격이 저렴하다?
그건 그냥 천연오일이 첨가된 샴푸가 아니라
사실상 천연오일향 첨가된 샴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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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샴푸들만
찾아서 꽤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여기에 부합하면서 써봤을 때
성능도 흡족했던 샴푸가 2종 있었음.
하나는 온유어라이프의 브로콜리 샴푸이고
다른 하나는 올솔의 검은콩 샴푸임.
참고로 두 샴푸를 동시에 쓰거나
이어서 쓴 건 아니고 두 샴푸 사이에는
반년 정도의 텀이 있음.
먼저 온유어라이프 브로콜리 샴푸.
첨에 살 때 아마 탈모용이랑 같이
설명돼있어가지고 탈모용으로 잘못 살 뻔 함...
뭐 탈모용도 나쁘진 않겠지만
나한테 당장 필요한 건 아니라;
암튼 잘 구분하고 사야 한다!
용량은 250ml이고 가격은 16000원에 구입함.
1. 기름에 쩔은 비듬이 싹 사라짐.
일단 두피에 좋은 재료 써서
순하다고 해서 써본 샴푸들은
대체로 세정력 똥망에
거품이 안 나서 답답한 게 특징인데
예외적으로 거품도 잘 나고
세정력도 좋았던 게 라우쉬였음.
근데 얘도 라우쉬처럼
거품 숨풍숨풍 잘 나고
감고 난 후에 머리 속이
굉장히 개운한 느낌이 남.
부드러운 스펀지로
스케일링을 하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그냥 “오? 잘 감기네?”
요 정도까지만 생각했는데
머리 빗을 때 빗 끝에 하얀 찌꺼기(기름인 듯한거)가
안 긁혀 나오는 거 보고
이거다 했음.
2. 뽀득뽀득한 느낌이 오래감
라우쉬 때도 느꼈지만
이걸로 머리 감으면
두피 체질이 바뀌는 느낌임.
펜션가서 남의 샴푸 쓸 때는
저녁에 감고 자도 아침이면
머리 떡지는데
이거 쓰면 머리 유분 나오는 게
점점 줄어듦.
절반 정도 쓰니까
유분 덜 나오는 체질로 바뀌었는지
이틀에 한번 감아도
문제 없는 상태로 유지됨
세정력은 라우쉬랑
엇비슷한 느낌이지만
요 머리 안 떡지는 건
라우쉬보다 오래 가는 느낌.
한창 라우쉬 썼을 때도
주말 내내 안 감은 적은 없었거든.
3. 사용감이 부드러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거품 숨풍숨풍 잘 나는 편인데
단순히 거품이 많이 나는 거에서
끝이 아니라 거품입자가 고운 편임.
그래서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안 걸리고
부드럽게 감김.
라우쉬가 감고 난 후에야 머릿결이
미역처럼 찰랑거리는 느낌이라면
얘는 거품으로 두피 마사지 해줄 때부터
머릿결이 부들부들해지는 느낌이 있음
염색 파마 많이 해서
머리결 상하는 거에 굉장히 민감한데
감는 내내 손가락에 감기는거 거의 없고
하수구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많이 줄어듦.
다음은 올솔 검은콩 샴푸.
얘도 브로콜리 샴푸처럼
2가지 버전이 있는데 향기 차이임.
하나는 로즈마리향이고
다른 하나는 베이비 파우더향임.
그 중에 로즈마리향으로 구입함.
용량은 400ml이고 가격은 17900원임.
1. 감은 후 머리가 오랫동안 촉촉함
라우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 안 발라도
머리카락에 촉촉한 기운이 오래 가서인데
얘도 마찬가지로 머리에 뭐 안 발라도
머리에 팩한 것마냥
머리카락 끝에 갈라지던 거
금방 금방 사라지고 진정되는 느낌임.
2. 사용 후 머리 뻣뻣한 게 없음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랑 비슷할 수도 있지만
살짝 다른 결의 이야기인데
라우쉬처럼 촉촉한 게 오래 가는 거랑
별개로 머리결이 진정되고 차분해짐
일단 정전기가 안 일어나고,
머리결이 전체적으로 얌전해지는데
특히 셀프염색한 다음에 얘로 머리 감아주면
머리결이 안정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짐.
3. 자극이 전혀 없음
머리 감은 후에 덜 행군 느낌 들어서
찝찝하고 가렵다고 느낀 적이 일절 없음.
검은콩으로 갈아타기 전 직전에 썼던 샴푸 때문에
지루성 두피염 걸렸었는데
상처에 거품이 닿아도 따끔한 거 없고
염증이 심해지지 않고
오히려 마데카솔 바른 것 마냥
염증 부위가 천천히 진정되는 느낌이었음.
순한 걸로 치면 라우쉬보다도 순한 것 같음.
쓰다보니 두피염도 어느샌가 나아졌고.
결론
브로콜리와 검은콩은 위장융털 말고 머리털에 양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