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공포방에 글 처음써봐...공지어긴거 있으면 꼭 알려주
서울에 귀신나오는 집 있으면 무조건 사라는 유머짤 보고 예전에 살던 집 생각나서 써봄. 그렇게 무서운 얘기는 아님 ㅠㅠ
직접그린 그림 있음!!
거의 10여년전 일인데 당시 다녔던 회사가 집에서 거의 세시간 거리여서 진짜 빡셌어 야근이나 회식하면 나 집에 못갔음ㅠ
그러다 마침 대학 동창이 근처에 살고 있어서 몇번 그 친구 집에서 출퇴근하는데 여기가 회사에서 걸어서 오갈수 있는 거리라 너무 좋은거야!! 쉐어 제안했더니 친구가 너 그냥 여기 살래? 하면서 자기는 어차피 방빼고 다른데로 이사갈 생각이었다는거임
지은지는 좀 오래된 빌라인데 투룸에 거실도 넓고 집세도 주변 다른 방보다 거의 30퍼센트 넘게 싼데다 보증금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거든? 무엇보다 위치가 말도 못하게 좋은 방을 왜 빼? 그랬더니 친구왈 여기 귀신나오는 집이래...그럼 그렇지 이유없이 저렴할리가 없지
무섭기도 무섭지만 자꾸 튀어나오는거 거지같아서 나간다면서 괜찮으면 너 살라고 해서 바로 들어감
8시에 일어나도 출근이 여유있는 집이라니 귀신 그딴건 신경도 안쓰였어ㅋㅋ개이득
처음에는 진짜 아무 일 없었어 그냥 좀 추운 정도? 난방이 잘 안되고 온수도 잘 안나오긴 했는데 오래된 집이라 그런가보다 함..
한달가량 살았을 즈음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어? 내가 방문을 안닫았나?
보니까 문이 한뼘가량 빼꼼 열려있었음 집이 추우니까 항상 문 꼭 닫고 잤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아침에 일어나서 방 나갈때 닫힌 문을 연 기억이 없더라고? 아니 문이 비틀어져서 지혼자 열리나...하고 다시 일어나서 문을 닫으려고 문고리를 딱 잡았는데
뭔 이런게 날 쳐다보고 있었음; 남잔지 여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저 눈이 인상적이었어 퀭하고 저거보다 흰자가 훨씬 적었음
암튼 너무 놀라서 말없이 문닫고 자러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또 문이 한뼘쯤 열려있는거ㅠㅠ이 문은 내가 모른척했더니 점점 더 크게 열려서 나중에는 그냥 활짝 열려있었어
새벽공기 마시라고 환기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함..ㅎ
난 원래 감은 좋아도 보지는 못하는 사람인데 이 문을 시작으로 갑자기 하나둘씩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음
지금 기억나는 몇명만 추려보자면
1.세탁실 세입자: 세탁실 문을 꽉 안닫으면 문틈사이로 쳐다보고 있음 밥먹다가 고개들면 눈마주치곤 함 세탁실 문이 안개유린데 거기로 쓱 지나가는게 보임
2.벽치는애: 얘는 나 자려고 하면 벽을 그렇게 쳐댐 조용하다가 갑자기 쾅!!!!! 이러는애였음 나중엔 너무 짜증나서 천장이나 치라고했음
3.침대에 올라오는애: 얘가 좀 악질이었음. 아래가 내 방 구조였는데
저 옷장 쪽에서 걸어서 침대위에 올라옴...
이렇게ㅇㅇ그리고 또 냄새가 말도못하게 났어 하수구 냄새같은게; 얘는 내가 모른척 자고 있으면 얼굴 위로 머리카락 늘어뜨려서 간지럽혔음...
4.뛰어다니는 애: 얘는 내가 바닥에서 잘때만 나타남 하나가 아니고 여럿인데 천장으로 뛰어들어와서 나 깰때까지 계속 주변을 미친듯이 뛰어다님 낄낄대면서..
근데 어린애 같았고 3번처럼 냄새나고 간지럽히지는 않아서 별로 신경안쓰였음
5.옷장에서 쳐다보는애:
그냥 이러고 계속 쳐다보고 있음 가끔 옷장문 꽉 안닫아두면 나중에 문 열때 틈으로 눈마주치는 애 ㅋㅋ
6.작은방 남자: 내가 큰방을 쓰고 작은방은 비워놓고 서재로 썼는데 여기서 사는 애였음. 좌식 책상에 큰 거울을 기대놨는데
확 고개들면 이러고 있었음; 안경 썼던게 기억나네
그 밖에 자고 있으면 귓전에다 문열어!!!!하고 외치는 남자도 있었고 하여튼 뭐가 많았음...컨디션 안좋을때 보인다 이런게 아니고 그냥 항상 나와 공존함;
한번은 귀신보는 친구가 놀러왔는데 거실 딱 들어서자마자 야ㅋㅋ나 오니까 니네집 사는 애들이 다 얼굴만 마중나왔다ㅋㅋㅋ하고 재밌어함. 그 애 말고 다른 친구들은 절대 집에 안오려고 했는데 묵고 가는 친구마다 긴 머리를 한 여자가 등돌리고 서서 벽에 자꾸 망치질을 하는 꿈을 꿔서였어
벽쾅하는 애가 그 여자였나보다 했음...
솔직히 처음엔 무서웠고 자꾸 갑자기 놀라게 하니까 얹혀서 소화도 잘 안되고 그랬단말야. 근데 사람이 웃긴게 레퍼토리도 똑같고 나타나는 장소도 일정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됨ㅋㅋ나중에는 그냥 벽쾅하면 벽말고 천장쳐주세요~ 침대 그만올라오세요 냄새나요 방문 좀 그만 여세요 이러면서 삼
얘들도 내가 유독 싫어서 괴롭히는건 아니었는지 내가 살거나 말거나 그냥 자기들 하루 루틴만 칼같이 지키더라 아주 인간보다 더 정확해
그렇게 잘 먹고 잘 살다가 커리어 잘풀려서 이직하면서 그 집 나왔어 방뺄때 집주인이 조용히 별탈없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마지막 집세랑 관리비 안받음ㅋㅋ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 제일 강하다 싶고ㅋㅋㅋ걔들이 무슨 훼방을 놓던 마이웨이로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경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