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ㅇㅋ에서 썼던 글이야!
나는 개인적으로 영장관의 선택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거의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조차 지나쳐가는 자리라고 말하는 권력이 한조 회장인데 이미 그 힘 앞에 좌절한 사람한테 가족의 안전을 걸고 싸우라고 하는건 쉽지 않으니까
죄 없는 영장관이 아무런 증거 없이 어떻게 몰락했고 그 과정은 얼마나 졸속이었으며 그 이후 영장관과 가족들의 삶이 어디까지 피폐해졌는지 또 극중에서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지
영장관은 이창준을 통해 이윤범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함구할테니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했으니 그 정보가 아무튼간에 영장관한테는 보험이었고
하지만 영일재는 검사들의 은사였고 스승이었지 법무부 장관이기도 했고
영장관의 선택을 이해는 하나 영일재의 선택의 무게가 남들과 같을 수는 없지
심옥이는 영은수한테 여기가 네 원한 풀어주는 덴 줄 아냐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영은수는 거대 기업이자 최고 권력에게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개인이며 그 거대 기업을 상대로 끊임없이 싸움을 지속해나가고 대항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투쟁하는 인물이야
쥐뿔도 없는 갓 수습딱지 뗀 초보검사지만 집요하게 찾아내고 캐내고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잠복하다가 용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트럭에 올라타는 무대뽀 짓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보면 쟤 왜저래;;; 싶겠지만
나는 여기서 영일재와 차별점을 갖는 영은수의 디그니티가 생긴다고 봐
싸움의 조건에서 영은수가 영일재보다 나은게 하나도 없어
영은수는 자기가 길러낸 제자들도 없고 명성도 없고 한때의 권력도 없고 경험도 없고 초짜고 박무성한텐 여자라고 무시나 당하지 자기 가족을 파멸시킨 인물들은 다 자기 직장 동료고 상사야
그렇다고 집에서 마음을 기대겠어? 내 직장이 아버지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는데
겨우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냈는데 재심은 기각당해
삼년을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는데 비로소 명예를 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받지 못한거야
그런데도 영은수는 다시 일어나서 싸우잖아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의 모든 걸 걸고
시목과 여진의 대화를 듣고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결정적인 창이 무엇인지 바로 캐치하고 그것을 세상밖으로 꺼낼 지능과 용기와 행동력을 갖고 있잖아
영일재가 usb를 공개하기 위해서 계기가 필요하다지만 굳이 그게 영은수라는 캐릭터의 죽음이어야 했을까? 굳이 영은수라는 인물이 그렇게 이용되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영은수의 장례식장에서 그게 해소된 거 같아
시목이가 영장관에게 소리치잖아 왜 가만히 있었냐 아무것도 안했냐
일반인이었으면 작작해 샛캬 닥쳐... 자식잃은 부모앞에서... 했겠지만
이제까지 싸워왔고,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앞으로도 싸워나갈 서사를 쌓아온, 이정표를 다시 세운 황시목이라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
숨어버린 영장관과 쥐뿔도 없는 혼자의 몸으로도 권력과 계속해서 싸우길 멈추지 않았던, '자신이 하려고 했던' 영은수를 대비시키고 영은수라는 한명의 인물로서의 서사와 존엄성을 완성시킨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
-
구ㅇㅋ에 썼던 글인데 오랜만에 영검 글 올라와서 옮겨와봤어!
영은수의 장례식 직후에 영검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든 착즙해서 쓴 글인데 이제 결말을 본 지금의 나는 그냥 영은수의 죽음이 개죽음이었다고 생각해ㅋㅋ 작중 영은수에 대한 대우도 너무 나빴다고 생각하고
황시목은 영은수를 한번도 믿지 않았다고 반추하며 서동재를 믿어보겠다는 식으로 영은수의 죽음을 모욕했고 마지막회에서는 결국은 불의를 저지르곤 죗값을 치룰 용기가 없어 자살한 이창준에게 준 스포트라이트의 절반도 영은수에게 주지 않았지. 영은수가 가져간 USB는 이젠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이연재는 견고한 권력으로 남아 아버지의 재판에 개입하겠지.
하지만 저 때의 감상은 그대로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수정 없이 긁어왔어ㅎㅎ
그리고 위근우 기자가 트위터와 GQ기사에서 영은수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는데 이것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
https://twitter.com/guevara_99/status/891935556833128448?s=21
[비밀의 숲] 초반, 악덕 검사로 낙인 찍혀 물러날 위기에 놓였을 때 다른 무엇도 아닌 세 식구 먹고 사는 걸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고단함을 말하며 물러날 수 없다 말하는 영은수는 간만에 삶의 무게를 표정의 레이어에 담아낸 젊은 여성 캐릭터였다.
그가 이윤범과 이창준에 보인 집착은 확증편향적인 면이 있지만 단순한 복수심이라기보다는 정의로운 심판에 대한 다짐에 가까움.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사적 복수심에 취해 시스템 자체를 벗어나지 않음. 그렇게 깨지면서도 왜 황시목 옆에서 진실을 찾겠나.
복수심의 크기에서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결국 사적 복수를 선택한 윤과장과 비교해 볼 때 영은수가 얼마나 단단한 영혼의 소유자인지 더 선명하게 드러남.
영은수의 죽음이 왜 그렇게 충격적이고 슬펐나. 그는 황시목 한여진만큼 타고나게 강한 인물은 아니었기에 종종 흔들리고 혼돈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쉬운 길로 타협하지 않았다. 약하지만 고결한 인간, 그게 영은수였음. 쉬운 길을 택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
http://www.gqkorea.co.kr/2017/12/04/올해-가장-빛난-11명의-여성-캐릭터/
…그는 이창준(유재명)의 범행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발할 만큼 무모하지만 법 바깥에서 정의를 찾지 않고, 특임 팀에서 배제되고 구박을 받는 와중에도 끝끝내 사건의 주요한 단서인 USB를 찾아 거악의 실체에 다가선다. 복수심 때문에 종종 흔들리고 실수하면서도 쉬운 길에 대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의와 방법론적 윤리를 지켜나가는 그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굳건한 인물이었다. 그가 올해의 여성 캐릭터인 건, 단순히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를 벗어났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동안 비슷한 포지션에 놓인 여성 캐릭터들을 민폐라는 프레임으로 이해하던 과거의 관점을 재고하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나 역시 주인공, 정확히는 남자 주인공의 행보를 서사의 유일한 기준으로 잡고 그에 약간이라도 방해가 되는 모든 여성의 행동을 그 동기와는 상관없이 민폐로 해석하지 않았는가? 과연 그것은 온당한 접근인가? 모든 여성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과 완벽한 합을 이룰 수도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 나는 그것을 영은수의 외로운 싸움과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배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장관의 선택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거의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조차 지나쳐가는 자리라고 말하는 권력이 한조 회장인데 이미 그 힘 앞에 좌절한 사람한테 가족의 안전을 걸고 싸우라고 하는건 쉽지 않으니까
죄 없는 영장관이 아무런 증거 없이 어떻게 몰락했고 그 과정은 얼마나 졸속이었으며 그 이후 영장관과 가족들의 삶이 어디까지 피폐해졌는지 또 극중에서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지
영장관은 이창준을 통해 이윤범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를 함구할테니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했으니 그 정보가 아무튼간에 영장관한테는 보험이었고
하지만 영일재는 검사들의 은사였고 스승이었지 법무부 장관이기도 했고
영장관의 선택을 이해는 하나 영일재의 선택의 무게가 남들과 같을 수는 없지
심옥이는 영은수한테 여기가 네 원한 풀어주는 덴 줄 아냐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영은수는 거대 기업이자 최고 권력에게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개인이며 그 거대 기업을 상대로 끊임없이 싸움을 지속해나가고 대항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투쟁하는 인물이야
쥐뿔도 없는 갓 수습딱지 뗀 초보검사지만 집요하게 찾아내고 캐내고 목숨을 걸기도 하고 잠복하다가 용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트럭에 올라타는 무대뽀 짓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보면 쟤 왜저래;;; 싶겠지만
나는 여기서 영일재와 차별점을 갖는 영은수의 디그니티가 생긴다고 봐
싸움의 조건에서 영은수가 영일재보다 나은게 하나도 없어
영은수는 자기가 길러낸 제자들도 없고 명성도 없고 한때의 권력도 없고 경험도 없고 초짜고 박무성한텐 여자라고 무시나 당하지 자기 가족을 파멸시킨 인물들은 다 자기 직장 동료고 상사야
그렇다고 집에서 마음을 기대겠어? 내 직장이 아버지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는데
겨우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냈는데 재심은 기각당해
삼년을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는데 비로소 명예를 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받지 못한거야
그런데도 영은수는 다시 일어나서 싸우잖아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의 모든 걸 걸고
시목과 여진의 대화를 듣고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결정적인 창이 무엇인지 바로 캐치하고 그것을 세상밖으로 꺼낼 지능과 용기와 행동력을 갖고 있잖아
영일재가 usb를 공개하기 위해서 계기가 필요하다지만 굳이 그게 영은수라는 캐릭터의 죽음이어야 했을까? 굳이 영은수라는 인물이 그렇게 이용되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영은수의 장례식장에서 그게 해소된 거 같아
시목이가 영장관에게 소리치잖아 왜 가만히 있었냐 아무것도 안했냐
일반인이었으면 작작해 샛캬 닥쳐... 자식잃은 부모앞에서... 했겠지만
이제까지 싸워왔고,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앞으로도 싸워나갈 서사를 쌓아온, 이정표를 다시 세운 황시목이라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
숨어버린 영장관과 쥐뿔도 없는 혼자의 몸으로도 권력과 계속해서 싸우길 멈추지 않았던, '자신이 하려고 했던' 영은수를 대비시키고 영은수라는 한명의 인물로서의 서사와 존엄성을 완성시킨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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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ㅇㅋ에 썼던 글인데 오랜만에 영검 글 올라와서 옮겨와봤어!
영은수의 장례식 직후에 영검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든 착즙해서 쓴 글인데 이제 결말을 본 지금의 나는 그냥 영은수의 죽음이 개죽음이었다고 생각해ㅋㅋ 작중 영은수에 대한 대우도 너무 나빴다고 생각하고
황시목은 영은수를 한번도 믿지 않았다고 반추하며 서동재를 믿어보겠다는 식으로 영은수의 죽음을 모욕했고 마지막회에서는 결국은 불의를 저지르곤 죗값을 치룰 용기가 없어 자살한 이창준에게 준 스포트라이트의 절반도 영은수에게 주지 않았지. 영은수가 가져간 USB는 이젠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이연재는 견고한 권력으로 남아 아버지의 재판에 개입하겠지.
하지만 저 때의 감상은 그대로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수정 없이 긁어왔어ㅎㅎ
그리고 위근우 기자가 트위터와 GQ기사에서 영은수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는데 이것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
https://twitter.com/guevara_99/status/891935556833128448?s=21
[비밀의 숲] 초반, 악덕 검사로 낙인 찍혀 물러날 위기에 놓였을 때 다른 무엇도 아닌 세 식구 먹고 사는 걸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고단함을 말하며 물러날 수 없다 말하는 영은수는 간만에 삶의 무게를 표정의 레이어에 담아낸 젊은 여성 캐릭터였다.
그가 이윤범과 이창준에 보인 집착은 확증편향적인 면이 있지만 단순한 복수심이라기보다는 정의로운 심판에 대한 다짐에 가까움.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사적 복수심에 취해 시스템 자체를 벗어나지 않음. 그렇게 깨지면서도 왜 황시목 옆에서 진실을 찾겠나.
복수심의 크기에서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결국 사적 복수를 선택한 윤과장과 비교해 볼 때 영은수가 얼마나 단단한 영혼의 소유자인지 더 선명하게 드러남.
영은수의 죽음이 왜 그렇게 충격적이고 슬펐나. 그는 황시목 한여진만큼 타고나게 강한 인물은 아니었기에 종종 흔들리고 혼돈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쉬운 길로 타협하지 않았다. 약하지만 고결한 인간, 그게 영은수였음. 쉬운 길을 택했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
http://www.gqkorea.co.kr/2017/12/04/올해-가장-빛난-11명의-여성-캐릭터/
…그는 이창준(유재명)의 범행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발할 만큼 무모하지만 법 바깥에서 정의를 찾지 않고, 특임 팀에서 배제되고 구박을 받는 와중에도 끝끝내 사건의 주요한 단서인 USB를 찾아 거악의 실체에 다가선다. 복수심 때문에 종종 흔들리고 실수하면서도 쉬운 길에 대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의와 방법론적 윤리를 지켜나가는 그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굳건한 인물이었다. 그가 올해의 여성 캐릭터인 건, 단순히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를 벗어났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동안 비슷한 포지션에 놓인 여성 캐릭터들을 민폐라는 프레임으로 이해하던 과거의 관점을 재고하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나 역시 주인공, 정확히는 남자 주인공의 행보를 서사의 유일한 기준으로 잡고 그에 약간이라도 방해가 되는 모든 여성의 행동을 그 동기와는 상관없이 민폐로 해석하지 않았는가? 과연 그것은 온당한 접근인가? 모든 여성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과 완벽한 합을 이룰 수도 없으며 그럴 이유도 없다. 나는 그것을 영은수의 외로운 싸움과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