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출근하는 길에
동네 슈퍼에서 밥을 얻어먹고 다니시는
길고양이 심리치료사 선생님을 만난다.
그 분은 정말 뛰어난 치료사이시라
고양이라고 해서 진료비나 상담비가
저렴한게 아니다.
1분에 1000원 꼴..
그 분은 동네 슈퍼 앞 자동차 밑에 앉아계시다가
환자의 츄츄츄거리는 소리를 들으시면
우아한 발걸음으로 총총총 나오신다.
그리고는 내가 안전한 곳으로 모셔
츄르를 대접할 때마다
치유의 효과가 확실한
갸르릉 소리를 내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촉촉한 혓바닥을 내밀어
츄르를 드신다.
너무 조금씩 짜도 선생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너무 많이씩 짜도 컥컥대시기 때문에
적당한 속도로 선생님의 혓바닥과 박자를 맞춰서
짜드려야한다.
나는 모범생 환자이기 때문에
내가 치료비를 내지만
내 치료를 전담하시는 고양이 선생이
치료에만 전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선생님은 수련을 오래한 치료사답게
늘 칼눈을 하고 계신다.
츄르를 드시는 동안 뒤에서
동네 아저씨가 발로 차도,
애기들이 지나가다가 만져도,
할머니들이 큰소리로 참견을 하셔도,
단 한번도 나는 그분이
펄쩍 뛰며 까만 동공을 드러내시는 걸
본 적이 없다.
1분의 달콤한 치료시간이 끝나면
선생님은 까맣고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나를 잠깐 배웅하고
다시 고양이 본분의 몸단장을 시작한다.
나는 세번이고, 다섯번이고, 열번이고
뒤돌아보며 고양이 선생께 인사를 하고
그 기억으로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