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톨들아. 나는 미국에서 사회학으로 박사과정 중인 톨이야.
대학때부터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지 몰라 아무거나 꺼내서 읽고 (특히 고전들 위주로) 낭비한 시간이 아까웠던 게 기억이 나서 꼭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해주고 싶었어. 언제부터 시간이 나면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날이네. 어렵지 않은, 읽기 쉽고 내용 풍부한 책들로 구성해봤어.
인문학은 내 파트너 (철학박사)에게 도움을 받아서 올려본당
구해근 (신광영 역),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난이도: *
상당히 잘 쓰여진 책이야. 번역하신 교수님도 한국에서 계급, 계층 문제로는 가장 저명한 분이라고 할 수 있어.
신광영,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난이도: **
최근의 한국의 계급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고 전문적이 내용이 좀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88만원 세대와 같은 인상비평적 책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한국 계급문제로는 구해근 책과 더불어 반드시 읽어야할 책 (대학교 사회학과 계층 계급 문제의 필수교재)
준 카르본-나오미 칸, 결혼시장, 난이도: *
이건 최근에 출판된 책이고 미국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임. 주로 동질혼 경향 (같은 계급 출신끼리 결혼), 동질혼경향의 원인 그리고 파급 효과 (모두 소득 불평등 심화와 관련있음)를 다루고 있음. 현대 사회학이 계급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이해하기 좋을거야.
조은, 사당동더하기25 , 난이도: *
이 책은 내가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조금 가물한데 마찬가지로 명저라는 인상은 남아있네. 대략 한국의 빈민층의 세대이동경험, 빈곤이 대물린되는 가정을 다루고 있음. 88올림픽 전후로 강제철거당한 가족이 임대아파트에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 80년대 이후로 연구자들이 25년동안 추적 조사하며 남긴 질적 연구들을 요약한 내용.
한형식, 맑스주의 역사강의, 난이도: **
마르크스가 무슨 사상을 가졌는지 알고 싶다? 마르크르 책을 보지 말고 이 책을 보는 게 낫다. 난 왠만하면 고전은 추천 안해. 특히 유럽의 고전들은 만연체에 장광설이 많아서 무슨 주장을 하고 근거는 뭔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읽어야하는지 훈련이 되지 않는다면 보기가 어렵거든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매우 훌륭한 편이야.
우에노치즈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절판됨, 도서관에서 빌려야 함), 난이도: **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가 어떻게 이어져있는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함. 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페미니즘과 경제적 불평등이 엮여 있는지 공부하고 싶다 하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하고
에밀 뒤르켐, 자살론, 난이도: **
앞서 말한 것처럼 고전은 잘 추천하지 않지만 예외. 이 책과 뒤르켐의 다른 책인 사회분업론은 사회학을 학문분과로 정초시킨 명저야. 이 책의 내용은 고전 치고 전혀 난해하지 않고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어. 물론 20세기 초 책이니까 말도 안되는 논변이 있을때도 있지만 비판적으로 읽으면 됨
마르크스, 공산주의선언 , 난이도: ***
마찬가지로 얼마안되는 추천 고전 중 하나. 맑스주의 역사강의 읽고 나서 보는 걸 추천..
백승욱, 자본주의 역사강의, 난이도: **
맑스주의 역사강의와 라임이 맞는 책인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옴) 내용은 크게 관련있지는 않아. 자본주의가 어떻게 태동했고 왜 나라마다 각자 다른 자본주의 발전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봐.
이매뉴얼 월러스틴, 역사적 자본주의, 난이도: **
자본주의 역사강의 읽고나서 더 공부하고 싶으면 우선 이 책 추천. 얇고 간명하게 쓰여 있음
모리스 마이스너,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2, 난이도: *
이 책은 내가 대학 다닐 때 중국과의 외교문제에 정통한 교수님의 리딩 리스트에 있던 책이고 미국 최고의 중국전문가가 쓴 책이야. 정치 문제아니고 중국의 현대사를 주로 그리고 있다고 보면 돼. 학부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나게 읽은 책 중 하나였
박진빈, 도시로 보는 미국사, 난이도: *
이 책은 최근에 읽었어. 미국에서 도시사와 공공주택개발문제로 논문쓰신 경희대 교수님이 정리한 책인데 미국의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과 역사, 주거문제, 도시개발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어. 최근 읽은 한글로 된 책 중 가장 훌륭했음.
박명림,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2, 난이도: *
한국전쟁을 둘러싼 반공주의와 수정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임.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난이도: **
정당정치와 한국정치를 이해할 때 반드시 봐야할 책
모타니 고스케,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난이도: *
인구문제 (특히 저출산)에 관심 있다면 추천
필립롱맨, 텅빈요람, 난이도: *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철저히 주류 인구학적 관점을 취하고 있음 (나는 이 입장에 반대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흡입력있게 저출산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추천
에스핑 앤더슨, 복지 자본주의의 세가지 세계, 난이도: **
복지국가 이론의 최고석학이 쓴 명저, 조금 딱딱하지만 강추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난이도: *
이책의 제목은 개인적으로 넘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은 넘사벽.. 아직 안봤어? 당장 사러가 ㄱㄱㄱ
제프리로즈, 예방의학의 전략, 난이도: **
음? 갑자기 왠 의학 책이냐고? 아니야 대중서야.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나서 좀 더 이쪽이 알고 싶다? 그럼 강추...
건강문제이지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사회현상에 다 적용될 수 있다고 보면 돼
리처드 윌킨슨, 평등해야 건강하다, 난이도: *
마찬가지로 최고석학 수준의 보건학자가 쓴 대중서. 술술 읽히며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재밌음
강상구,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 난이도: *
엄밀히 말하면 학술서는 아냐. 틀린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이해하기에 이보다 나은 한글 책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는 듯
아론 제임스, 그들은 왜 뻔뻔한가 (원제목: asshole: a thoery), 난이도: **
제목 보면 자기계발서같지만 의외로 윤리학자가 쓴 책인데 뻔뻔한 인간들이 가진 특권의식 (entitlement)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 (철학에 별 관심 없다면 보지 말 것)
토마스 네이글,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난이도: **
철학이 대체 뭘 하는 학문인지 알고 싶다면 제일 먼저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대 (파트너가)
버트런드 러셀, 철학이란 무엇인가 (서양철학사 비추) , 난이도: **
대학 교양 필수로 삼아야 한다고 믿음 (파트너가)
이 두권의 철학책을 읽고 좀 더 고난이도의 지적인 사고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마이클 럭스 (마이클 루), 형이상학 강의, 난이도: ***: 이거 읽으면 이름만 그럴듯한 지적 사기꾼 철학자들이 얼마나 개소리를 늘어놓는지 알 수 있음.
세 권 모두 톨들이 아는 알쏭달쏭한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이름 높은 철학자들의 글과는 다르게 주장과 근거를 알아볼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명쾌한 문장으로 쓰여진 책들임.
내가 한글로 된 책을 요즘에 많이 안봐서 일단 생각나는 건 이 정도. 또 떠오르는 게 있다면 업데이트 할게. 그리고 질문도 받아 ^^
+덧: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나중에 대학원진학해서 사회학 공부하고 싶은 톨들은 이론서 뿐만 아니라 통계공부를 비롯한 방법론 공부 열심히 하길 추천하고 싶어. 제일 좋은 건 아예 통계 복수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