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너무 예뻐서 필사하고 싶었던 구절 있니:
https://www.dmitory.com/index.php?mid=garden&page=3&document_srl=112907685
안녕 톨들! 평소 책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은 따로 메모해두는 편인데
그게 꽤 쌓여서 알음알음 올려보려고 해.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中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
/ 장 콕토, 귀(Mon oreille) 中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르텅스 블루, 사막 (류시화 옮김)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 이정록, 서시 中
바람이 분다
그까짓 바람 한 줄기도 상처가 되느냐고
너는 묻는다
눈물은 마르고 추억은 잊혀지지만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나는 상처를 입는다
언제나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 했으며
모든 것은 언젠가 무너진다
그리하여 나는 불행하다
같은 방법으로 몇 천번이고 불행해진다
그리고 여기 나의 심장이 있다
수없이 미세한 상처의 흔적으로 가득한
나의 불안한 심장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황경신. 바람이 분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 황지우, 뼈아픈 후회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한짝 다리 덜렁 들어서 부산 연락선에 얹고서
고향산천을 뒤돌아보니 눈물이 뱅뱅 돈다
/ 정선 아라리 中
부디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다음 생애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먼 곳에 살아남아
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 하리라
/ 김정희, 배소만처상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김혜순, 열쇠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 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 고대시인 침연의 시 중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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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메모해놓을 만큼 좋은 문장들이었지만 특히 마지막 시는 가슴에 너무 콱 박혀서 계속 생각이 나ㅠㅠ
천몇년 전 시인데 아직까지 회자되는 데는 역시 다 이유가 있나봐
톨들도 외로움에 대해 마음에 콱 박히는 구절 알고 있으면 올려주길 바라!
나는 시만 올렸지만 책 속 구절, 영화대사, 노래가사 다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