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어릴때부터 그랬다.
걔네 부모님은 분명 좋은 분들이었고 공부도 굉장히 많이 하는 분들이었는데 걔는 그랬다.
남이 아파하는 걸 웃기다고 하고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별별짓을 다 했다.
지금 제일 생각나는 게 '바퀴벌레다!' 라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그냥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벌레 본 사람처럼 깜짝 놀라면서 온갖 호들갑을 떨어서 사람들이 늘 속았다.
또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거나 반에 몸이 불편한 애를 괴롭히곤 해서
(다리가 불편해서 특수 목발 하고 다니는 애였는데 얘 목발을 가져다 버림. 가져다 버리면서 애가 쫓아오는 거 구경하기도 하고...)
얘네 부모님이 초강수를 두셨음. 정신과에 보낸 것임
80년대 후반 톨이라 학교고 부모고 그닥 체계적인 교육이 성립이 안 된 시기였는데 걔네 부모님은 초강수를 둔 것임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서도 정상적이진 않았으니까 그런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모르는데 암튼 병원 갔다는 말 이후로 약같은 거 먹고 꼬박꼬박 치료 받으러 갔었음
근데 정말 천성이란 건 어쩔 수 없는지...
본인은 치료받는다는거에 일말의 거부감도 수치심도 없었고 치료받으러 간다고 소리지르면서 선생 때린적도 있고 그럼...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는데 학교에 사고가 일어남
뺑소니 사고로 다른 반 여자애가 죽었음
등교길에 그런 거라 애들 다 난리나고 부모님들 찾아와서 아우성이고 선생들은 그거 막으러 가서 애들 돌 볼 여력이 없었고...개판이었음
특히 애들이 죽었다는 애 반에 구경하러 많이 갔음.
쓴톨은 그 옆반이었는데 구경하러 온 애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 반에 못 들어갈 정도였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얼마나 개념없는 집단인지 톨들은 알 거임...
특히 남자애들은 일부러 아우성 지르면서 난장판 피우고 다니고 몇몇 여자애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그랬음...
죽었다는 애 친구들은 대부분 울고있거나 멍하니 앉아있고...
그래도 좀 그때는 철 든 애들 있고 그러니까 하지말라고 남자애들 때려서 말리거나 아무튼 어떻게든 정리가 되어가는데
정리 다 되어가는데 쟤가 죽었다는 애 친구들한테 가더니 '야 신기하지 않아? 걔가 죽었대!' 이러는 것임...
아우성 피던 남자애들도 죽었다는 애 친구들 앞에선 안 저랬는데...
당연히 분위기 겁나 이상해지고...
죽었다는 애 친구들 몇은 상황 이해 못해서 멍하니 있고 몇은 빨리 상황 파악해서 노려보고 소리지르고 그랬음.
당연히 소리 지를 만 한 상황임 ㅇㅇ
근데 쟤는 거기다 대놓고 '왜? 신기하잖아~' 이러면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친구들 한테 자꾸 물어봄
처음엔 화내던 친구들도 나중가니 아연실색해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쟤가 계속 신기하지 않냐면서 친구들 톡톡 쳐가면서 물어봄
결국 친구 하나가 진짜 소리지르면서 울었는데 걔는 여전히 톡톡 치면서 왜 왜? 왜 왜? 하면서 물어봄
이쯤에서야 선생 와서 수습하는데 선생이 무슨일이냐고 물어봐도...뭐라고 설명을 못 하겠더라
쟤는 안 그래도 친구 별로 없었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뚝 끊김
그러다 얘가 뭐가 잘못된건지 일진이 되었음
근데 쓴톨이 뭘 잘못했는지 쟤한테 딱 찍힘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잘못도 없었는데 그냥 재미로 걸린거 같음
근데 쟤 방식이 자기가 직접 괴롭히는 게 아니라 일진 언니들이나 자기보다 센 일진 앞세워서 두들겨 패는 식이었음
그래서 걔가 무슨 일진언니랑 그 학년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일진짱을 데리고 옴.
근데 ㅋㅋ 쓴톨은 뭘 잘못한건지도 몰라서 그냥 ㅇㅅㅇ?? 이러고있고
일진언니랑 일진짱이 막 뭐라고 나한테 욕을 했음...사실 일진언니랑 일진짱도 뭐 모르고 온 것 같았음
그러다가 쟤가 나더러 꿇으래는 거임
?
잘못한게 있어야 꿇지...당연히 안 꿇음;
쓴톨이 계속 ??????상태니까 이쯤 오니 일진언니랑 일진짱도 많이 당황한 것 같았음ㅋㅋ;;
얼마나 당황했는지 처음엔 분명 그냥 야 너 나 아냐? 이런식의 허세 협박이었던게 나중 가니깐 너 죽여버린다 이런 협박으로 바뀜
그러거나 말거나 쓴톨은 계속 ??? 상태...
근데 죽여버린다 말이 나오니까 걔가 갑자기 '맞아~초딩때 죽은 걔랑 이번에 ㅁㅁㅁㅁㅁ 있었잖아~' 라면서 깔깔 웃기 시작
ㅁㅁㅁㅁㅁ 이 부분은 내가 모르는 일이라서 지금도 생각 안나는데 아마 누구 죽었다는 얘기 같았음
그리고 정황상 일진언니랑 일진짱이랑 관련있는 사람의 죽음 같았어...왜냐면 이 얘기 나오자마자 일진언니랑 일진짱이 존나게 화내면서 쟤랑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근데 쟤는 계속 왜 왜? 왜 왜? 이런 대답만 하고...대화가 안 됐음. 어찌나 안 됐는지 일진언니는 나중에 울었음.
그래서 일진짱이 언니 데리고 가고...근데도 쟤는 그 뒤 따라가면서 왜 왜? 왜 왜? 하면서 물어보면서 따라감
그 이후로 쟤는 당연히...뭐 일진이고 뭐고 친구도 없이 혼자 다니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 갔는데 처음엔 친구 있는 거 같더니 그 뒤로도 혼자...
이때 왕따문제 엄청 대두될때여서 쟤네 담임선생이 쟤 혼자 못다니게 하려고 부득불 누군가 붙여주고 그랬는데 그중에 하나는 학교 그만둠.
공부도 곧잘 하던 애라 대학도 좋은데 갔다고 듣고 결혼도 일찍해서 애도 있다고 들었음.
그냥...가끔 생각나더라
귀신얘기에 덜덜 떨다가도 쟤 생각하면 그래 역시 사람이 무섭지...하는 생각이 들고
대체 중학교때는 나를 왜 찍었던 것이며...만약 일진짱이랑 일진언니가 쟤의 싸패적인 부분을 몰랐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던걸까...싶고...
쟤는 뭔가 씌인건가...아닌데 분명 약 먹고 치료하고 있었는데...그런걸로도 인간의 천성은 바뀌지 않는거구나 싶고
하여간,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