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는 시방 내가 방을 잘못 찾아왔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여?
그런데 그것이 아니여.
난 최근 뜬금없이 쌈채소 수경재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게 되었어.
그래서 집에 있는 비리비리한 상추모종 하나를 일단 물에 꽂아보기로 했지.
나는 신나서 플라스틱컵도 사고 식물 생장용 LED램프도 사서
귀여운 상추 모종에게 빚을 쪼여주고 있었지.
다람쥐 빌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래, 다람쥐 빌런.
우리집은 지금 베란다의 상추 모종을 지키기 위해 다람쥐 빌런이 집을 어슬링거리고 있는 동안에는 베란다 문도 열지 못하고 있어.
그런데 내가 그걸 잊고 집 안에 연약한 상추 모종을 혼자 두고 말았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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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고 연한 상추잎은 그래도 이제 영양분을 쭉쭉 빨아 먹고 강한 LED 빛을 받으며
커다란 상추로 커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다람쥐 빌런에 의해 이렇게 사정 없이 이파리가 뜯겨나가고야 말았지.
(폭행 장면은 너무 과격해서 촬영하지 못함)
하지만 난 그래도 회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상추를 물 안에 담궈놨어.
그런데...
다음날, 다람쥐 빌런은 잊지 않고 있었던 거야.
자기가 어제 해친 상추가 아직 살아 있었다는 것을...
거칠게 컵에서 상추를 뽑아가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상추를 뜯어먹기 시작했어.
그래, 아주 탐욕스럽게.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았지.
그렇게 나의 첫 쌈채소 수경 재배는
살육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어.
다람쥐는 흔히 그 귀여운 외모 때문에
흉폭한 야성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지만
그 흉폭한 야성이 언제 눈을 떠서
너희 집에 찾아갈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