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수 - 경기권 대학 어문학과 졸업 - 대기업 취업 준비 및 실패 - 9급 공시 준비 및 실패 - 히키코모리..의 루트를 겪은 톨이야
마지막 히키코모리 단계는 무려 4년이었고 대외적으로는 취준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커뮤랑 sns랑 덕질만 하고
카드사 현금서비스, 장기신용대출 돌려막고 정신과 상담 받으면서 진짜 바닥으로 지냈어
자살하려고 준비 다 마치고 신변 정리도 하고 덕질 외장하드도 폐기하고(ㅋㅋ..)
딱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에 죽기가 너무 무서운 거야
그래서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진짜 안 가리고 다 해볼 것인가? 의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한 용감한 사람이 바로 나이기도 해
굴레라는 게 진짜 무섭더라고
'내일부터 취준해야지'가 또 다음날로 미뤄지고 그게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결국엔 습관이 되고 굴레가 되고
난 망했어.. 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되는데 그 생각이 들 때 당장 박차고 나오면 진짜 뭐라도 돼
근데 그게 어렵고 이미 늦어서 안 될 거야.. 라고 지레짐작하게 되지
나도 그랬기에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조건인 것도 맞는데
진짜 하루라도 빨리 그 굴레에서 벗어나면 어떻게든 길은 찾으면 있음
나 같은 경우엔 터닝포인트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취업제도였는데
그마저도 난 졸업하고 기간이 오래 돼서 풀로 지원은 못 받더라고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고 솔직히 말하면 3~4년 전인데도 다 까먹었어..ㅋㅋ
아무튼 돈 몇십만원 조금 받긴 했는데 금전적인 거보다 나한테 중요하고 도움이 됐던 건 누가 나한테 계속 공고를 보내주고 지원하게 유도한다는 거였어)
난 남한테 면이 안 서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이라 혼자만의 세계에 갖힌 상태였는데
자살하지 않고 살기로 결정한 순간에 바로 지원제도 알아보고
취업지원 상담사(?)분한테 솔직하게 내 상황을 다 오픈하고 의지하고
그분이 보내주신 공고들 백몇개를 다 지원했거든
자격 안 된다? 뭐 어쩔 거야 비웃더라도 지원이나 해보지 뭐 이런 마음으로
삼당사분이 나한테 계속 보내주는데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지원 안 하면 그것도 면이 안 서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랬는데 운 좋게 진짜 면접 기회가 왔고 그렇게 딱 한번 본 면접에 붙어서 다니게 된 케이스임
면접에서부터 면접관(본부장)이 나 안 좋아하는 거 티 겁나 냈어
당연하지 남초 이과 계열 회사에 지원한 문과 여자인데다 아예 사회생활 경험 자체가 없으니까
근데 담당자가 말도 없이 안 나오고 퇴사해서
부랴부랴 억지로 지원자 다 면접 보고 있는 상황이었어 (해외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해서 난 단지 해당 언어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면접을 보게 됨)
면접 내내 똥 씹은 표정이고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 우리 회사가 뭘 하는지 알기는 아냐, 바로 퇴사하는 거 아니냐 등등 면접 분위기 안 좋았고
앞에서는 웃으면서 대답하고 집에 와서 울었는데
뽑혔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제일 꼴찌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데 취업했다, 원하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 등등의 이유로 거절했대ㅋㅋㅋㅋㅋ
뽑히고 나서도 몇달 동안 본부장이 내 인사도 안 받아주고 나 싫어하는 티 팍팍 냈어
근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본부장이 나 지금 팀장으로 되게끔 밀어준 사람이야
내가 일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특히 남자들) 진짜 일 대충 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기술쪽으로는 전혀 모르고 그나마 좀 미적 감각이 있어서 보고서를 완전 못생기게는 안 만든다, 이게 내 능력의 전부였는데
이것만으로도 남들보다 눈에 띌 수 있는 거였더라고
지식은 하다보면 쌓여
남들이 읽을 수 있게 글을 쓰고 눈에 들어오게 보고서를 만든다? 이것도 중소기업에서는 뛰어난 능력임ㅋㅋㅋㅋㅋㅋ
팀장한테 보낸 보고자료가 본부장 눈에 들어서 이거 누가 만들었어? -> 찐톨이요
그렇게 본부장이 사장한테 올릴 보고서를 만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내가 되더니
그렇게 내 능력을 증명하니까 어느새 본부장 라인이 되어있었고
내 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퇴사하니까 그 자리에 들어갈 사람을 새로 뽑는 게 아니라
이미 사내에서 예쁨받는 위치가 된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더라고
나 내향인이라 막 회식 참석도 안 하고 말 센스있게 하는 편도 아닌데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매일 씻고 매일 회사에 나가서 그때그때 닥치는 일 하면서 살았는데 그렇게 되더라고
욕하려면 욕할 거 많고 이게 된다고? 싶게 굴러가는 회사이긴 한데
그래도 연매출 nnn억 찍고 연봉 3천 신입으로 시작한 나를 연봉 6천까지 올려주면서
내가 빚 다 갚게 만들어준 회사이기도 해
이제 팀장 된 지 1달 돼서 처음으로 팀장 수당이라는 게 명세서에 찍혀봤는데 기분 좋더라ㅋㅋ
팀장 자리에서 경력 더 쌓으면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려고
암튼 중요한 건
늦었다? -> 그래도 지금이라도 뭐라도 하면 됨
경력이 없다? -> 그래도 뭐라도 시도하면 하나라도 얻어걸림
능력이 없다? -> 그래도 아무거나 다 시도해보면 발견할 수도 있는 게 능력임
혹시 나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을까 봐
현재 상황을 비관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봐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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