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청길동 및 그 일당은 보아라💠

글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노정명작선 담청빛 새벽을 소매넣기하고 홀연히 사라진 청길동, 지난 겨울, 년이 바뀌기 전까지만 후기를 부탁한다며 

손수 담청 꾸러미를 나눠준 노정골 청선비, 이하 추천글에 홀연히 나타나 쩔렁쩔렁 주머니를 흔들며 읽어봄을 권하던 담청골 나눔 선생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오. 정확한 나눔선생 원문을 따오지 못한건 찾지 못함이 첫째고 둘째는 전권을 읽고 쓴 글이기에 청길동 한명이 아닌 여럿이기 

때문이외다. 제목은 당연하지만 어그로였소.

노정명작선에도 당당히 제목을 올린 담청빛 새벽, 이 작품은 황제가 되고싶진 않지만 사랑은 지키고싶은 주자헌과 발목이 돌아갈지언정 입은 끝까지 바른 간언을 포기하지 않는 백은래의 인생과 사랑, 복수와 헌신 그리고 궁내연애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소.

솔직히 연애 아니라고 하기에는 이미 백은래의 행동 원리가 전부 나라=황제=주자헌이 뻔히 보이는 것이오.

작품의 주 내용은 과거로부터 이어져내려온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아 척살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세우며 잘못된 위정자를 끌어내리고

신분고하를 막론하지 않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원한 백은래와 그가 그런 바른 사람이기에 사랑하고 그 뜻을 존중하며 평생 함께 있고싶어한

어떤 사내이자 황제이자 토끼고기를 사주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오. 한 새벽에 만나 한 새벽이 저무는 때까지 이어진 연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인물은 안호원으로 읽으면서 어찌나 그 입장이 몰입되는지 한번 안호원의 입장에서 이 작품에 대해 써보겠소.

안호원의 주인은 북명족과 금족의 혼혈인 사내로 그 생김새와 출신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나마 조부의 가솔로 인정된 뒤에는 울타리가 생겼으나 조정에는 여전히 혼혈인 그를 아니꼽게 보는 이가 많아 좌천되어 향주에 승상으로 부임했을 때도 안호원은 목이 돌아갈지언정 끝까지 바른말만 하는 백은래의 성미를 존경하였으나 동시에 염려가 들기도 하였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두사람의 사이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사이에 불과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안호원에게 백은래는  섬겨야할 주인이자, 아비의 유산이자 돌봐야할 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백은래에게 경왕 주자헌의 만남은 제국의 미래를 바꿔놓을 첫단추가 된다.

그리고 동시에 안호원의 연봉상승과 평생직장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하략)

고백과 자각은 초중반에 전부 이루어지지만 인생은 사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신하와 왕으로 만나서 목숨의 위협과

과거의 얽힌 악연을 풀기 위해 주자헌은 결국 황제가 되는 길을 택한다. 또한 황좌에 오르고 내려오기까지 모든 이유가 사랑하는 사람이

백성을 위한 어진 황제를 원했다는 점, 그리고 직업적 소명을 버리지 못하는 누구보다 바른 백은래를 위해 그의 모든 행동을 존중하면서 

강요하지 않는 사랑을 증명하는 길을 택하였다.

시대물은 여럿 읽어봤지만 가장 인상깊었던건 경왕 주자헌의 태도였소. 사랑이란 모름지기 상대를 아껴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거지만

소설에서의 사랑은 거칠고 격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이 많기에 종종 상대방의 마음이나 태도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를 안받아주오? 같은 괘씸한 마음가짐을 가지지 않고 헌신한다는 점이 대단한 점이라고 보오.

심지어 황제가 되어서 정치적인 이유로 비를 들였으나 그 비와도 몸한번 섞지 않고 정절을 유지하는게 황제라는 직업에서 쉽지 않은 까닭인데

후계문제까지 다 정해두고 15년 후 노후계획까지 세워두는 참으로 치밀하고 순정적인 황제라 할수 있소.

백은래는 문관적인 능력이 대단하고 무과 쪽도 재능이 있지만, 아무래도 성장배경 때문에 문과에 치우쳐진 감이 없잖아 있소.

활을 잘쓰고 말을 잘 탄다고 할지언정, 칼밥 좀 먹은 사내들 사이에서 백은래의 위치는 아무래도 인질이나 뒷산에 묻어버려서 후환 없게 끝내버려야할

그런 위치에서 벗어나기 참으로 힘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은래는 자신의 바른 소리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두려워 

몸을 사린다면 백성을 위해 조정에서 일한다는 자신의 뜻이 꺾인다는걸 인지하기에 더더욱 청렴하고 바른 행실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모습이외다. 

현실의 정치인들과 관리들이 부정부패로 가득차 있는데 이러한 인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인전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에 역시

일잘하고 청렴결백 대나무와 같은 곧은 기개가 높은 사람들에게 끌려가서 고초를 당할지언정 님도르신을 외치며 간언을 그만두지 않는 모습이

심장의 뜨거운 죽창과 혁명에 대한 불길이 치솟아오르는걸 느꼈소.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세상에서 법을 운운하면서 치던가 법대로 난 하겠다는 모습이 참으로 기개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소?

다 읽고나니 시대물 남색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야할 추천작이자 왜 노정골에서 유명한지 알것 같았소.

다만 아쉬운건 그래서 두 사람의 미래나 이후 이야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 소작가님의 외전을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오.

마지막으로 후기가 늦게 된 까닭은 눈에 병이 나 한동안 강렬한 빛을 멀리하고 침침한 눈이 회복되길 기다린 연유였는데 자세한건 이전에 방을 써서 

붙였었소. https://www.dmitory.com/novel/222292346

다른 토리선생들도 밤늦게 눈을 혹사 하지말고 조심히 읽으시오. 한번 읽은 소설이 재밌다고 날밤을 새면 천냥짜리 눈이 맛이 가버린다오.

나눔해준 청길동, 아니 청선생님들께 다시금 감사를 표하며 이만 마치겠소. 늘 건강하시고 원하는 작품의 외전 백만권을 기원하오.

추신. 시대물 좋아하는 토리선생들은 꼭 보시오. 백은래는 비록 황후가 되지 않지만 생각해보면 고생해서 국시에 합격 했는데 혼인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피폐하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