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해줘서 드립 좀 추가했음 ㅋㅋㅋ
내 아반떼는 (이하 아방이) 친척이 물려준 차임.
엑셀 밟을때마다 쿠우ㅞ웨에에엥 하고 피기침 하는 병약중년이지만
그래도 늙은 은사한테 집착하는 광공마냥 몰고다님
다들 13년이나 됐으면 이제 보내줘라 권유했지만 내 몸에 딱 맞춘 나의 아방이었음.
비록 맨날 피토하고 비오는날 좌회전하면 이니셜D 모는 기분이었지만 괜찮았음.
오르막길에서 정차하면 사이드 브레이크도 안먹히고 내려갈 거 같아 무서웠지만 그래도 내 병약중년수만한게 없었음.
콜록콜록하면서도 날 잘 따라줬으니까.
내 첫사랑이자 은사인 아방교수님.
우린 00년대에 멈춰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삼촌에게 걸레처럼 굴려졌던 그를 받았다. 삼촌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을 태우다보니 뒷자석이 많이 벗겨졌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커가니 이제 SUV를 뽑으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유부남에게 손쉽게 이용당하다 버려졌다.
닳고 닳은 은사었다. 이제 퇴임하고 폐차장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
후방카메라는 커녕 아직도 CDP가 달려있었던, 세월에 흐름이 흐르는 그.
나는 CDP에 핸드폰 거치대를 달면서 쓸만하다 자위했다. 진짜로 에어컨에 핸드폰 거치대를 다는 것보다 CDP에 꽂아넣는게 더 안정적이었다.
엑셀을 밟으면 구웨에엑 하는 비명을 지른다. 얄궂게도, 그 구웨에엑 소리를 들을때마다 아방교수가 나를 느끼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는 항상 처음 박혀본 사내처럼 급정거를 한다. 닳고닳은 주제에 항상 처음인척하지.
그가 가소로웠으나 나는 점점 그의 몸에 홀려갔다.
언젠간 그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다. 가끔씩 구웨에에에엑 하는 엑셀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낮게 가라앉는다. 종말의 카운트다운이 빠르게 다가오고있다. 남은 하루하루를 그와 함께하는 충실한 시간으로 보내고싶다. 아직 폐차각까지 3만키로가 남았기 때문이다
친구가 G70 뽑음. 한번 몰아보고 싶다니까 몰게해줌
와...
21세기가 바로 이것이구나
집에서 앱으로 에어컨 미리 켜놔서 탈때 개시원함.
차 타자마자 뜨거운 열기에 육수가 흐를수밖에 없던 아방이랑 차원이 다름
열쇠로 시동 안걸엌ㅋㅋㅋㅋ 버튼으로 시동걸어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내 차 연식이 느껴진닼ㅋㅋㅋ)
앞유리에 네비 / 속도가 나오고 통풍시트도 되고 자율주행 슬쩍돼서 내 운전이 불안하면 초록등 켜져서 슬쩍슬쩍 지 스스로 운전 조절함
와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21세기구나 ㅋㅋㅋㅋㅋㅋㅋ
https://img.dmitory.com/img/202008/3Xj/KkF/3XjKkFmiPKyq8GyyoYoo6i.gif
마치 AI에 나오는 섹서로이드 주드로를 타는 기분이었음
하지만 나는 피토하는 아방이를 광공마냥 컨트롤하면서 해! 못해!? 하면서 내좆대로 몰고 다녔기 때문에
조선 벤틀리 제네시스 주드로의 테크닉이 미묘하게 가르치는 기분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똑바로 가고 있는데 왜 자꾸 자율주행 마크가 떠? 너 내 테크닉 못믿니? 너 나보다 잘해? (잘함)
좌측 깜박이 킬때 옆에 차오면 소리나는데 알거든? 너만 눈있어? 난 눈없는줄 알아? <
편안한 승차감, 소리 안내는 엑셀, 브레이 밟아도 옆사람이 밟은 지 눈치 못채는 조용함. 다 좋았는데 나랑 신경전하는 기분 ㅋㅋㅋㅋㅋ
너만 잘해? 감히 좀 똑똑한 미인수 주제에 날 가르치지 마라< 이런 ㅋㅋㅋㅋㅋㅋ
그는 타고난 테크니커였다. 그는 내가 올라탈 것을 대비하여 미리 몸을 차갑게 식혀놨다.
통풍시트는 내 땀을 낱낱이 핥아먹었다.
준비된 남자였다.
'나처럼 큰 남자는 처음?'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라이브를 거니 확실히 차 크기가 커서 좀 더 시야를 주의했다.
그는 나보다 세심한 테크니커였다. 아니, 처음부터 날 불신하고 있는지 몰랐다.
멀쩡히 잘 달리고 있는데 그 놈은 이쪽이라고 은근슬쩍 핸들을 돌렸다. 니까짓게. 지금 내 테크닉을 무시하는 거냐?
나는 속력을 높혔다. 이 녀석한테 본때를 보여주리라 엑셀을 밟았다. 80. 90. 100..120..
그는 기다렸다는듯이 깔끔하고 부드럽게 속력을 냈다. 신음한번 낸 적이 없었다. 이런게 익숙하다는건가.
오히려 비명을 지르는 건 조수석에 앉아있는 친구였다.
"야! 김토리! 미쳤어? 적당히 하라고!"
내가 브레이크를 걸자 친구는 그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는 조이고 푸는 걸 아는 사내처럼 부드럽게 몸을 조였다.
하, 갑자기 항상 처음처럼 급정거를 해대던 아방이가 떠올랐다.
나는 머리채를 잡는 것처럼 거칠게 핸들을 꺾었다. 그놈은 잡힐 것을 아는 것처럼 몸을 활처럼 휘었다.
하아. 만족감은 최고인데 이렇게 찝찝한 기분은 무엇인가.
나는 친구에게 제네시스를 건네주고, 밤에 아방교수를 찾았다.
그는 새똥을 맞으며 처연하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루프에 떨어진 새똥은 내 손에 닿지도 않아 볼품없게 부식되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마트에 갔다.
가까운 거리인 탓에 그는 울지도, 급박하게 멈추지도 않았다.
나는 몇년째 처박아둔 CDP를 오랜만에 틀었다.
아이유의 모던타임즈 CD였다. 대체 몇년동안 썩힌건지.
플레이를 틀으니 좋은 날이 흘러나왔다. (진짜다)
아직, 모르는 척, 기억, 안나는 척, 해볼까
아무일 없던 것처럼 굴어볼까.
내가 헛주행을 해도 잔소리 하나 없는 남자였다.
내가 거칠게 몰아 주차장 기둥을 박아도 한번도 내 탓을 한 적이 없는 남자였다.
이 남자를. 내가 버릴 수 있을까.
와 근데 승차감도 크기도 대박 좋더라
아방이 2년만 더 굴리고 제네시스 사고싶어졌음 ㅋㅋㅋㅋㅋㅋ 나는 무심수가 좋아.. 자율주행 끄고 다닐거야
(+절대 차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차 사진은 첨부하지 않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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