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여학생들이 맺는 의자매~연인 같은 관계를 S라고 불렀는데
대부분 학교 다닐 때 잠깐 스쳐지나가는 관례로 여겼지만 졸업 후에도 못 잊는 사례도 있었나 봄.
아래는 기사에서 발췌한 S 문화 설명.
"생애 처음으로 집 밖을 나서 낯선 공간에서 그간 몰랐던 타인들과 부대끼기 시작한 여성들은, 학교라는 근대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매우 가까운 친밀함에서부터 흔히 연인을 표현할 때 쓰는 로맨틱한 관계까지 다양한 결의 관계가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S'였다. 자매를 뜻하는 영단어 Sister, 혹은 소녀를 뜻하는 일본어 しょうじょ (쇼죠)에서 따온 말이었다."
(링크: 약 100년 전,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애정발표'를 했다)
"1933년 금강산으로 수학여행 갔다가 구룡폭포에 투신한 여학생이 인솔 교사의 적절한 구급으로 생명을 건진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투신 이유가 동성애로 밝혀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는 전문학교 선배인 이른바 S언니와 동성연애를 했다. 선배가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S언니! 참말이에요. 사람이 그리워요. 언니가 그리워요. 맘껏 부둥켜안고 숨 막히는 키스를 하고 싶어요'란 편지를 남기고 폭포에 몸을 던졌던 것이다.
여고 시절 대부분 갖고 싶어 하는 S언니는 사춘기 여학생들의 은밀한 세계이다. 이성과의 연애나 사랑이 제약을 받았던 1930년대에는 더욱 극성을 부렸다. 동성연애는 이성애(異性愛)의 대리만족을 주고, 남성과 어설픈 풋사랑의 유혹에 빠져 몸을 망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사랑법이라는 인식까지 널리 퍼졌기에 S언니를 두지 못하면 소위 왕따를 당했다."
(링크: [김재영의 S학사전]S언니 풍속)
토지에서 이상의라는 캐릭터가 진주 소재 여고에 진학하면서 여학교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광복 거의 직전)
여학교 기숙사물 좋아하면 토지 18권~20권에서 그 부분만 골라 읽어도 괜찮을 듯.
S 문화뿐만 아니라 조선인 학생들과 일본인 교사 사이의 기싸움이나 또래들 간 미묘한 감정들,
암울한 식민지배 상황에서도 철없이 해맑은 부유층 학생들에 대한 묘사가 진짜 재밌어.
박경리 선생님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진주여고 다니셨는데 아마 자전적 부분이 있겠지?
발췌한 부분은 위 기사들에 나온 S언니/동생 맺는 부분이랑 그 외 여여커플로 열심히 착즙하며 본 부분들...ㅎ_ㅁ
토지에서 서희-길상 커플이 유명하지만 워낙 관계성 맛집이라
워맨스, 브로맨스, 착즙하면 gl, bl 다 가능하답니다~한번 드셔보셔요~~
18권 4장 적(赤)과 흑(黑)
그러나
학교에서 문제 삼은 것은 또 따로 있었다. 여학교에서는 흔히 있는 S에 관한 것인데 소위 의형제, 서로 마음에 드는 하급생을
골라 프로포즈를 하는데 그것은 연애감정 비슷한 것이어서 학교에서는 엄금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반반하게 생긴 상급생이나 귀엽게 생긴 하급생은 거의 모두 S를 맺고 있었다. 소위 그 프로포즈하는 편지의 전달자가
바로 옥선자였다. 그 일이 발각되어 번번이 교무실에 끌려가서 꿇어앉곤 하는데 그는 그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누구든 부탁하면
기꺼이 맡았고 때에 따라서는 예쁜 아이를 점찍어놨다고 반 아이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처음
그에게 쏠렸던 동정심은 다 식어버렸고 옛날같이 옥선자는 소외되고 소홀하게 대접받는 존재가 되었다. 상의는 그러한 옥선자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상의 역시 다른 아이들과 관점이 다를 것이 없었고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늘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게다가 은근히 옥선자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더욱이 그를
멀리하려 했고 기분이 언짢았는데 이상하게 그럴수록 어떤 아픔이랄까 자괴심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날도 수업이 끝나고 종회도 끝나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옥선자의 가늘고 긴 팔이 상의 눈앞에 쑥 뻗었다.
“이거, 우리 오빠가 가져왔는데 너 줄려고 가져왔다.”
자그마한 봉지 하나가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다.
“뭔데?”
상의는 쌀쌀하게 물었다.
“사탕이야, 딸기사탕. 오빠가 동경에 있거든. 오면서 사 왔어.”
“싫어. 내가 왜 그걸 받니?”
질색을 하며 책보를 들고 급히 교실에서 나오는데.
“리노이에[李家, 상의의 창씨]상!”
아무개야, 나랑 노올자아! 하며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같이 옥선자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노이에 쇼오기[李家尙義]상!”
상의는
더욱더 걸음을 빨리했다. 두 귀를 막고 싶을 만큼 그 목소리가 싫었다. 신발장 속의 신발을 꺼내어 신고 운동장을 뛰다시피,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책상 앞에 앉아 숨을 내쉬는데 가슴이 따끔따끔 아픈 것 같았다.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 * * * *
“리노이에상!”
몰려나오는
속에서 상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상의 가까이 다가와서 손에 무엇인가를 쥐여주고 급히 가버리는 것이었다. 시라카와
진에이[白川鎭英]였다. 상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얼굴이 뽀얗고 눈동자가 약간 푸르며 머리털은 갈색, 아주 특이하게 아름다운
소녀였는데 어른들은 그를 보고 여식답게 생겼다고 했다. 성질이 유순하고 우등생이며 또한 모범생이었다. 상의의 학업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 진영이와 친해졌는지 상의는 그 동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튼 상의는 진영을 굉장히 좋아했으나 세심한
배려는 늘 진영이 쪽에서 했다. 나이는 동갑이지만 진영은 정다운 언니같이 상의에게 자상했다.
- 할아버지 용이의 첫사랑 월선: 갈색머리에 푸른끼 있는 눈동자
아버지 홍이의 첫사랑 장이: 갈색머리에 월선이 닮은 이미지라 홍이가 첫눈에 반함
그러므로 용이 손녀이자 홍이 딸인 상의 첫사랑은 갈색머리에 푸른 눈동자인 진영이라는 게 논리적 결론ㅇㅇ
(진영을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있다는 게 알려져서 친구들이 시집가라고 놀리는 상황)
그러나
상의는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갑자기 진영이가 자신하고는 무관한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 같았고 이상하게 상실감 같은 슬픔을 느끼는
것이었다. 시집을 가느니, 결혼을 하느니, 그런 일은 여태까지 진영이나 상의 자신의 현실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상의가 언짢은 이유가 꼭 진영이 결혼 운운 때문만은 아니지만...
ㅎㅁ렌즈 끼고 보면 첫사랑 결혼하는 게 싫어서임 그게 맞음ㅇㅇ
* * * * *
사실 상의는 진영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인정 못 받는 학생, 시시하고 존재 없는 학생, 그렇게 자신의 모습이 진영에게 비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다.
(중략)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는 것은, 특히 여자아이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그것은 불량의 낙인이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결혼하는 데도
그렇지만 사회생활에도 길은 막힌다. 그리고 그것은 오점이며 수치다. 그러나 상의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의는 자신의 존엄이
짓밟힌 데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희롱과도 같은 사카모토 선생의 심리상태를 그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특히 진영에게
보잘것없는 존재로 자신이 전락한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수모만은 받을 수 없었다.
- 진영이한테 못난 존재로 보이기 싫은 게 무엇보다 싫은 상의!
왜곡 1도 없는 원문 그대로입니다ㅎ_ㅁ
* * * * *
상의는 편지가 발각된 것을 알아차렸다. 학교에서 금지된 일인 만큼, 편지를 건네주는 사람이 이름을 알려줄 뿐 이름은 씌어지지 않았다. 필적으로 추적된 셈이다.
“누구 대필을 해주었나!”
“아닙니다. ”
“……. ”
“그건 제 편지였습니다. ”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상의는 묘하게 하시모토 선생이 자신을 힐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가 그러했다. 편지는 물빛
노트 둘째 장과 셋째 장에 쓴 것이었다. 작고 예쁘고 마치 시집같이, 상의가 아끼던 노트였다. 하시모토 선생은 편지내용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S 맺기에 씌어지는 상투적인 편지가 아니었다. 문장이나 내용도 시적이며 파격적인 것으로 상의는
자부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스미야라는 별명이 있는 시꺼멓게 생긴 일본 아이한테 편지 심부름을 했던 동급생이 노트를
주면서 호시노[星野]에게 전하라 했던 것이었는데, 호시노는 전혀 그것을 알지 못했고 스미야는 곧바로 선생에게 가져갔다는 것이다.
일본 아이들은 곧바로 그런 짓을 곧잘 했다. 호시노는 강 건너 관사촌에서 통학하는 일본 아이, 눈이 샛별 같았고 아주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중략)
잠자리에
들었을 때 상의는 내일 날이 밝으면 자신이 별천지에 내던져질 것만 같아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리고 왜 수치를 느꼈는지를
생각해본다. 실장도 S동생이 있었다. 한 방 하급생 중에도 몇 사람 S언니가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 간에 공개된 것으로 비밀이
아니었다. 상의는 상대가 일본 아이였기 때문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조선인 학생과 일본인 학생 간에 S를 맺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고 보면 누구든 엉뚱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친일파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왜 호시노에게 편지를 보냈는가. 상의는 그
아이만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남이 하니까 형식적으로 S를 맺는
학생들도 있었다. 조건을 따져서, 가령 부잣집 딸이라든가, 집안이 좋다든가, 공부를 잘한다든가. 그러나 어느 날 호시노의 모습이
상의 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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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상의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예민하고 자존심 강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음.
책에서도 (정신적) 결벽증이 있다고 표현할 정도인데 이런 애가 어떤 의미로든 마음을 준 대상이 두 명 다 여자다??
여학교 남학교 나뉘어 다니면서도 편지질하던 학생들이 수두룩한데 꼭 기숙사 살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함.
이성 간 설렘 기가 막히게 잘 묘사하시는 박경리 작가님인데
상의가 남자한테 설레거나 로맨스를 꿈꾸는 묘사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이건 착즙 아님 무조건 아님ㅎ_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