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토 내에서도 탈코 후기가 있을까 해서 검색해봤는데 안보여서
탈코르셋 전시 겸 작성해봐
1. 머리
구글링해서 나온 사진이고 문제 있으면 내리겠음
저 머리로 잘랐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른지 좀 됐음.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놓은 코르셋이기도 함.
페미공부로 빨간약 먹을만치 먹었는데 내 모습과 내 머릿속의 페미니즘과 괴리감이 너무 심한거야.
아니, 머리로는 페미 공부하고 시위나가서 여성인권 외치면 끝인가?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는건 아닌가?
화장 안 하고 편한 옷 입는다고 '탈코했다'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할 수 있는가?
화장 안 하고 편한 옷 입은 내 모습과 현재 페미니스트가 아닌 여성의 모습과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남이 보기 좋은' 페미니즘을 외치고있는게 아닌가? 그럼 그렇게 하면 여권을 바꿀 수 있는가?
몇 주 고민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 내가 분명히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였어.
그래서 잘랐음. 별 이유 없음
적을까말까 고민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자르면서 무서웠어. 실시간으로 못생겨지는 과정이었거든ㅋㅋㅋㅋㅋㅋ
머리 자르기 훨씬 전부터 화장, 옷 코르셋은 벗었는데 머리 자르는건 조금 다른 이야기더라구?
혹시나 이 문장을 읽고 '탈코한 사람도 무서웠다는데 나는 안 할래'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망설였어
근데 단백질 히잡 자르고나니까 무슨 생각이 들었는 줄 알아?
와 이제 나는 적어도 나한테는, 그리고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들한테는 당당하다.
저 아이들의 여성혐오적인 미래에 나는 더이상 가담하지 않고있고,
여성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자매들과 연대하며 결을 같이 하고있다.
나는 이제 다른 여성을 보며 '멋있다. 본받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보며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특히 '왜 타인을 보며 존경의 대상, 워너비로 삼을 생각은 하지만 내 스스로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라는 문장을 예전에 읽었고 내 머리를 울렸거든.
단순히 머리 자르고 화장 안하고 '사회적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주체가 된다니
너무 멋있는데다가 가성비 오지지 않습니까?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인데, 걍 평소처럼 길거리 걸어다녔을 뿐인데 그냥 존재 자체가 바뀐거야ㅋㅋㅋㅋㅋ
걸어다니는 가부장제 철퇴가 되는겨 이게 뭔일 간지난다
머리 자르기 전에 해봤던 헤어 스타일은
물결펌, 여성스러운 숏컷, 단발, 원블럭, 반묶음, 긴 머리, 땋은머리... 별거 다 해봤고
심지어는 머리가 쇄골까지 오는데 더 6예뻐지겠다9며 긴 머리 가발까지 샀던 전적이 있음ㅋㅋㅋ
여성스러운 숏컷은 뭘 얘기하냐면 왼쪽 머리 얘기하는거임
저 머리 되게 마음에 들어했었고 좀 오랫동안 하고다녔음
존나 유명한 '여성을 위한 숏컷 전용 미용실'에 가서 잘랐고 원장은 남자였음 머리 한 번 자르는데 5만원이었고 친구들이 너무 비싸다고 했지만 난 꾸준히 다녔음
핑크텍스 of 핑크텍스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숏컷 한 번에 5만원! 야 미친새끼야 타이어가 더 싸다!!!
미용사남이 앞머리 자를때에도 '앞머리를 눈썹보다 살짝 아래로 잘라야 예뻐보여요~ 연예인들도 많이 하는건데 자라는게 좀 귀찮긴 하지만 예쁘잖아~ ^^'이랬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예인의 아름다움을 일반인에게 강요하는게 자연스러웠던 사회... 나도 그걸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었고..
머리 자르고나니까 샤워시간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줄어듬
위에도 얘기했지만 난 원블럭, 여성스러운 숏컷수준의 짧은 머리 전부 다 해본 사람임
근데 비교도 안될정도로 샤워시간이 짧아짐;;; 8시 외출이면 걍 7시 45분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씻고 옷입어도 시간이 남을 정도;
처음 머리 자르고 샤워하는데 농담아니고 샴푸+린스까지 2분컷인거야
그게 너무 어색하고 뻘쭘해서 물 맞으면서 몇분 더 서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샤워시간은.. 아직 안 끝났는데.. 난 다 씻었네.. 뭐지..? 이러면서..
솔직히 단백질 히잡 자르기 전까지는
아.. 눈썹문신 하고싶은데 이것도 코르셋일까? 피부관리하면 코르셋일까? 이건 코르셋인가? 저거는? 이런 고민이 많았는데
머리 자르고 싹 사라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고민했던 모든 것들이 내 머리 스타일과 안 어울리는 존재가 되어버렸거든
또 뭘 적을 수 있을까..
- 추울 줄 알았는데 안 추움.
- 생각보다 사람들 시선이 막 꽂히고 그런거 없음. 내가 무딘편인가?
- 호칭이 아가씨에서 선생님으로 바뀜.
- 머리를 잘라도 나는 나임ㅋㅋㅋ 그냥 단순히 머리를 자른 것 뿐임
2. 화장
화장은.. 딱히 할 얘기가 없네. 놓은지 몇 년 됐어.
내 퍼스널 컬러도 알고 딱 맞는 립컬러는 어디어디 제품인지도 꿰고있었는데
그 전부터 화장에 대한 욕구가 시들시들하다가 내 퍼컬 안 순간 화장 놓았음.
수정화장을 안 하는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 밥 먹고 립스틱 안 바르고, 피부 무너지면 내버려두고 아이라인 사라지면 냅두고.
그때까지만해도 '왜 수정화장 안 해..?'라는 말도 들었는데 나는 '만약 네가 지금 내 모습이 싫고 부끄럽다면 화장할게'라고 했음.
비꼬는거 아니고 진심이었어. 나랑 같이 있는 친구들이 나때문에 불편해지고 나를 부끄러워한다는게 싫었음
내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 주변사람들이 더 중요했었어.
근데 지금은? 친구들이 나한테 익숙해졌죠
+)내 퍼컬은 여쿨브라이트거든?ㅋㅋㅋㅋㅋ
근데 여쿨 브라이트는 검은 머리색이 어울린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뭘 했는 줄 알아??
안그래도 검은 머리색 더 검게 보이겠다며 정기적으로 6리얼 블랙 염색9하고다녔음. 이게 무슨짓거리인지 ㅋㅋㅋㅋㅋㅋㅋ
3. 옷
제일 먼저 놓았던 코르셋 중 하나임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편한게 최우선인 사람이라 탈코 담론이 돌기 전부터 몸에 딱 붙는 6여성스러운9 옷이 집에 몇 벌 없었음
그렇다고 그걸 안입었냐? 하면 아니었지만요.....
탈코 담론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내가 편한 것, 하기 쉬운 것, (남들이 보기에)좋아보이는 것 부터 취사선택하기 시작했고
그 첫번째가 옷이었음
높은 굽, 하이힐 이런거 안 신고 붙는 옷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ㅋㅋ
요즘은 실루엣 가리는 옷부터 찾음. 여남공용 쇼핑몰위주로 사고있고 옷을 예전처럼 분기별로 사지도 않음.
개같은 여성 유행 패션.. 여자들 옷은 한 철 입고 버릴 옷이 많은거 다들 RGRG?
https://youtu.be/19AyG3WkAqQ
영상 안 본 톨들은 한번씩 봐봐!
여성복 전용 싸구려 천, 공장주기(남성복은 몇 주 걸려서 만들지만 여성복은 이틀이면 뚝딱 왜 그럴까?)
여성복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 여자들은 왜 쇼핑하면 항상 사이즈실패할까봐 걱정하는가(남자들은 어딜 가나 모든 옷 사이즈가 통일되어있었음)
기타등등 재밌는게 많아
탈코 한 뒤 느낀 점
- 머리, 옷, 화장에 신경 쓸 일이 없으니 그 시간에 책 한권 더 읽고 일분이라도 더 자고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음
- 나한테 떳떳하고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떳떳해짐
- 생각보다 되게 별거 없다. 난 왜 머리 자르는걸 이렇게까지 두려워했는가?
- 해보고나니까 느껴지는 것들이 다르다. 왜 '탈코를 위해 블러셔를 놓기 시작하면 길가는 여자들의 붉은 볼밖에 안 보인다'라고 했는지 알겠음. 꾸밈노동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것들이 달라짐.
또.... 또 뭘 적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되게 별거 없다.. 그치
탈코는 딤토 토리들이라면 다들 여러번 접했을거고 다들 어느정도의 생각이 있을것 같기도 해서 덧붙일 말도 없네
올 한해에는 여성들이 더 잘 풀리고 잘 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자들 화이팅!!!! ^^9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