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이렇게 편지로 인사하게 되네!
우리 엊그제 술집에서 재밌었잖아, 기억나지? 초면인데도 죽이 잘맞아서 오늘 내 고향에도 같이 가기로 했던거고.
그런데 왜 나 대신 어부만 배에 있냐고?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그전에 몇 가지 네게 조언을 해주려고 해!
네가 가보고 싶어 한 내 고향 미스티무어 마을은 마을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면 외지인은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폐쇄적이지만, 한편으로 정말 평화로운 곳이야.
지금 네가 탄 배가 미스티무어 마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촌장님인 존 아저씨를 찾아가 친절하게 인사해. (빨간 지붕집이야.) 최대한 친절하게. 아들이 얼마전에 세상을 떠나 상심하고 계시거든. 내가 미리 이야기 해두었기에 널 만나면 얼굴을 보자마자 아주 반가워하실거고 친절하게 방 한칸을 내어주실거야. (실수로 널 아들 이름으로 부를수도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해줘!)
짐을 풀고 나와서 촌장님과 네가 가게 될 곳은 교회야. 리처드 목사님도 널 따뜻하게 반겨주실거야! (십자가가 반대로 걸려있을 수도 있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나둬! 목사님은 인자하지만 조금 덤벙대시는 데다 누가 교회 물건을 손대는 거 싫어하시거든.)
맞다. 목사님은 원래 의사 출신이셔서 혹시 모를 전염병 문제 때문에 네 피를 뽑으실 수 있어.
그래도 놀라지 말고 협조해드려. 왜냐면 미스티무어 마을은 너도 알다시피 꽤 고립된 마을인데다 본토하고 멀리 떨어진 외진 섬이라 오래전 근친혼이 성행했어. 그래서 다들 면역력도 약하고 전염병에 취약해서 그래! (어쩌면 피골이 상접한 어느 소녀도 볼 지 몰라. 그 애는 목사님 딸인 메리야. 메리는 목사님의 금지옥엽 딸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가엾게도 정신이 온전치 않아. 혹시 네게 당장 떠나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고 소리치면, 불쌍한 아이니까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돼!)
오늘은 마침 목사님이 저녁예배를 드리는 날이라 어둑해지면 온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모일거야.
우스울지 모르지만, 우리는 외지인이 찾아오면 그를 가운데 둘러싸고 노래를 불러 축복하는 의식을 치뤄! 목사님이 하라는 대로 마을 사람들 가운데 앉아 노래를 들으며 즐거운 밤을 보내게 될거야! 신나지?
아. 술은 마시겠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안돼. 내일은 동이 트기 직전 목사님과 촌장님이 네게 특별한 옷을 입히고 마을을 한바퀴 돌거야! 그리고 아마 가장 구석진 성지에서 축복기도를 올릴거고!
그 뒤는 직접 체험하면 되겠다!
기대한 대로 네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길 바라!
추신.
깜박했다! 내 이름은 제레미야! 공교롭게도 너랑 이름과 나이가 같지! (솔직히 너 지금 기억났지?)
사정이 있어서 난 지금 대낮에는 어디에도 못가.
하지만 내일부터는 가능해질거야!
그럼 내일 보자!
제물로 바쳐서 악마소환의식이라도 하는 걸까? 전대 제레미가 살아있는 걸 봐서는 죽이진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