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집영사) 2018년 9월호부터 시작된 마키노 아오이의 신연재작 <안녕 미니스커트(さよならミニスカート)>가 화제에 올라 있다. 아직 1화가 막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트위터에는 이런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안녕 미니스커트를 잠깐 읽었는데 재밌었다... 괴, 굉장해, 리본”
“1화 시점에서 자기 자신의 가치란 무엇인지에 시사점을 두는 굉장함에 감탄했다. 게다가 이걸 리본에서 연재한다는 대담함. 응원하겠습니다”
독자만이 아니다. <리본> 편집부의 자세도 심상치 않다. <안녕 미니스커트>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리본>의 아이다 소이치 편집장은 홈페이지에 이런 소개글을 실었다.
“이 만화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독자 여러분께 재미가 전해질 때까지 연재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그 정도의 각오를 내세울 수 있는 만화와 만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1화를 읽어 보았는데, 확실히 굉장했다. 우선 놀란 것은 소녀만화의 왕도인 <리본> 연재작으로서는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는 페미니즘적 시점을 가진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 카미야마 니나. 카미야마는 머리카락을 남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숏컷으로 했고, 교복도 스커트가 아니라 슬랙스를 입고 있다(현재 교복을 채용중인 학교 중 여학생은 스커트와 슬랙스 양쪽 다 착용할 수 있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 학교도 그렇다고 생각된다). 외모는 거의 남자아이로 주변 학생으로부터는 별난 애로 취급받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었다.
그녀는 반 년 전까지 ‘지구 최후의 미니스커트 아이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인기 5인조 아이돌 그룹 PURE CLUB에서 부동의 센터 포지션을 지키는 멤버 아메미야 카렌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악수회 중에 팬으로부터 칼날로 베여, 어쩌면 그것이 원인으로 그룹을 떠났다는 과거를 가졌다.
이 부분에서, 2014년에 일어난 이리야마 안나와 카와에이 리나의 AKB48 악수회 상해사건과 작년에 케야키자카46의 히라테 유리나를 노리고 벌어진 상해미수사건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카미야마가 슬랙스를 입고 머리카락을 짧게 하고 있는 것은 이 경험이 계기인 것 같다. 전 아이돌이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또한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사회가 일방적으로 요구해온 성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의 삶의 방식에 혐오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이야기 속에서 카미야마와 180도 반대의 존재로서 그려지는 것이 같은 반의 나가스 미쿠. 그녀는 피부도 하얗고 스타일도 좋다. 그 프로포션을 살린 옷차림을 즐기기 위해 교복 치마도 미니로 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학생 중에서의 스쿨 카스트는 최상위로, 남학생으로부터도 동경받는 존재다.
그런 나가스에게 매일 바지를 입고 다니는 카미야마의 패션은 이해불가로 어느 날 “왜 치마를 안 입는 거야? 카미야마 양 실은 몸매 좋잖아? 아까워” 하고 말을 건다. 이에 대해 “너 자신에게는 그거 말곤 없다는 거야?”라고 비아냥으로 대답하는 카미야마.
그런데 그 와중에 나가스가 변질자에게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난다. 허벅지를 만져지는 “정도로 끝났다”고 교사는 설명하지만, 그래도 치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반 남학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신경한 것이었다.
제 1화에서는 성적 피해를 당한 여자가 받는 불합리한 시선에 대한 비판이…
“아니~ 저런 짧은 치마면 만지고 싶어지지”
“결국 남자한테 알랑거리려고 입는 거잖아? 치마도 그렇고~ 설득력 없다고. 당연히 만져지지 그럼”
이것을 듣고 카미야마는 엄청나게 분노. 남학생 중 한 명에게 다가가 넥타이를 쥐어올리면서 분노로 불타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렇게 단언한다.
“치마는 너희 같은 남자들을 위해서 입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피해자인 나가스는 완전히 반대의 행동을 취한다. 남학생의 손을 잡으면서 “진짜 무서웠다구~ 또 그런 말 하면 화낼 거야”라고 웃는 얼굴로 얘기하고, 주위에도 애써서 밝은 표정으로 “정말 다들 호들갑이야! 겨우 허벅지라구?!”라고 애교를 부린 것이다.
그리고 대조적인 두 명을 보고 있던 남학생들로부터는 “역시 미쿠쨩 상냥해~ 어디 사는 선머슴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역시 인기있는 건 저런 애지”라는 소리가 나온다.
이 장면은 일본의 여성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좋으리라. 성희롱이나 치한행위 등을 당한 여성은 피해자일 것인데, 그 피해를 고발하면 갑자기 평소 행동과 복장이 논란이 되고 “그런 차림을 하니까 그래” “그렇게 밤에 나가니까 그래” 따위의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성희롱과 치한을 받아넘기고 흘려보낼 수 있는 여성이 “멋진 여자” “성격 좋은 아이”로서 찬양받는다.
그러나, 받아넘기고 있는 여성들도 결코 “별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분노가 들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남자의 논리를 내면화해 버린 것에 불과하다. 어떤 의미로는 직접적으로 분노를 고발할 수 있는 여성보다도, 속마음으로는 더 깊게 상처입은 케이스도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여성들 중의 “남자를 고발하는 여자”와 “남자에게 아양 떠는 여자”로 이분화, “여자 대 여자의 싸움”으로 축소화당해, 분단과 대립만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안녕 미니스커트>는 단 1화로 그런 여성의 삶의 괴로움을 훌륭히 표현했다.
<리본> 편집장은 “이 만화와 무관계한 여자는 없다”고
게다가 이 만화는 페미니즘적인 가치관을 계몽할 뿐, 이라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앞에 서술했듯 주인공 카미야마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를 지키고 있었지만 악수회 한중간에 팬으로부터 칼로 베였다는 과거를 가졌다. 그러나 제 1화에서는 그 “아이돌”을, 단순히 남자의 성적 욕망의 배출구가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성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존재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안녕 미니스커트>는 “남성 사회의 논리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뿐인 스토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여성들 안에서 무리하게 진행당하고 있는 분단”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아닌지 하는, 그런 예감이 든다.
앞에서 나온 <리본> 아이다 편집장은 홈페이지에 이러한 말도 싣고 있었다.
“이 만화에, 무관심한 여자는 있어도, 무관계한 여자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읽어 주십시오. 이번에야말로,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가 전개될까. 주목할 만한 연재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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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기사) https://lite-ra.com/2018/08/post-4218.html
성희롱과 치한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옷차림이나 행실 운운하는 공격을 받는다는 점이 딱 우리나라 몇 년 전 보는 것 같다.
지금이야 인터넷 분위기도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니 다시 빡치네
일본도 트위터 같은 데 보면 적어도 여성들은 우리나라 여자들이랑 비슷한 분위기 같더라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런 사회 분위기 덕분이겠지? 다른 데도 아니고 리본에서 이런 만화 나왔다고 해서 나도 놀람ㅋㅋㅋ
지난 9월부터 연재 시작했다고 돼있는데 단행본 나오면 나도 읽어보고 싶네
(추가)
http://ribon.shueisha.co.jp/sayonara_miniskirt/
▲공식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1화 무료공개중이네 단행본도 11월 22일에 출간되고! 일본어 되는 톨들은 읽어봐도 좋을듯. 참 이 글 퍼가는 건 자유롭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