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리에 대한 불호 표현 많아 카오리 호톨은 스루해줘~
나는 이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기 전 정발 됐을 때부터 봤고
애니메이션도 봤는데
나름 그럭저럭 재밌게 보긴 했어
근데 이상하게 1권부터 뭔가 마음이 엄청 답답해지고 카오리가 되게 싫은거야
그리고 이 느낌은 완결 때까지 이어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내가 정확히 왜 이러는지를 몰랐거든?
카오리가 내 스타일의 캐릭터가 아니긴 했는데(무례하고 폭력적인 캐릭터 싫어함)
그렇게 따지면 츠바키도 싫어야 하는데 츠바키는 카오리만큼 싫진 않았단 말야
그래서 4월구라는 나한테 언제나 알 수 없는 찝찝함을 안기는 만화였는데
오늘에서야 퍼뜩 깨달음 난 이 만화가 그리는 성장, 트라우마 극복 스토리가 싫었던 거였어...
본 톨들이라면 알겠지만 주인공 코세이는 상당히 깊은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야
피아노에 재능이 있던 코세이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밑에서 굉장히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덕분에 굉장히 정밀한 연주를 하면서 상을 휩쓸었지만 어머니의 꼭두각시라는 멸칭을 들어
그래도 아픈 엄마를 위해 코세이는 열심히 애쓰지만
결국 코세이는 폭발해버리고 어머니는 코세이가 폭발한 다음날 병세가 악화되어 죽어
그것이 코세이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었고 결국 피아노를 무대에서 연주할 수 없게 되어버려
코세이의 트라우마는 단순히 연주가 잘안되는 슬럼프 수준이 아니라 정말 무겁고 깊었어
오죽했으면 무대에서 자기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안 들리는 수준임
내가 봤을 때 코세이의 트라우마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할 정도였단 말이야
그만큼 코세이의 트라우마는 여러모로 섬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
근데 작중에서는 이런 코세이의 트라우마가 아주 과격하게 해결돼
그리고 그렇게 해결해준게 누구겠어?여주인공 카오리야
코세이의 트라우마는 분명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코세이의 소꿉친구인 츠바키랑 와타리, 코세이 엄마의 친구 히로코도 쉽게 못 건드렸지
하지만 카오리는 그런 코세이를 자꾸 마구 건드려
싫다고 거부하는 코세이를 무대에 끌어들이고 올라가라고 말해
나는 이런 카오리의 행동이 여러모로 과하다고 느꼈어
카오리의 이런 무대포적인 행동은 마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일단 100층 높이 건물로 끌고 가거나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 앞에 다짜고짜 강아지를 들이대는 것처럼 보였거든
물론 충격 요법이라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어
하지만 충격 요법이라는건 전문가들도 쉽게 못 쓰는 방법이야
환자가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리고 충격 요법에서도 갑자기 강도를 올리는 일은 없어
보통 환자가 거부감을 덜 가지도록 1부터 100까지 천천히 강도를 올려나가지
갑자기 100을 하라고 하진 않는단 말이야
그러다보니 난 카오리의 행동이 코세이의 트라우마 극복에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어
물론 결과적으로 코세이는 트라우마를 극복했으니 작중에선 성공적이긴 했지
하지만 만약 실패했다면?코세이가 쇼크를 일으키고 무대에서 기절이라도 했다면?
그럼 이 때의 충격은 대체 누가 책임져?이걸 카오리가 책임져줄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서 난 뒷감당은 생각도 안하고 트라우마에 대면하게 만든 카오리의 행동이 곱게 보이질 않더라고
또 애초에 카오리가 뭘 대단한걸 했나란 생각도 들었어
물론 카오리의 자유로운 연주는 코세이에게 큰 충격을 줬지
하지만 이거 빼고 카오리가 한 행동은 내 눈엔 그저
무대에 올라가라고 우기고 떼쓰고 떠민 것뿐이었음
나름 감성적인 말로 길~게 코세이에게 뭘 말하긴 했는데
요약하자면 "넌 연주가니까 연주해."밖에 없다고 느꼈어
그러다보니 적어도 난 카오리의 말에서 아무 설득력을 못 느꼈고
그래서 카오리가 작중에서 번지르르하게 뭘 말하든 ㅇㅅㅇ표정 밖에 안나옴
애초에 얘가 내뱉는 발언들의 감성이 나랑 안 맞기도 했고...
뭐 어쨋든 코세이는 연주 트라우마를 극복했으니까 된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만약 카오리가 코세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길 원해서 이렇게 행동한거면 난 좀 더 카오리를 좋게 봤을거야
근데 카오리의 행동 동기는 "좋아하는 아리마 군이랑 연주하고 싶어!"가 가장 컸음
한마디로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였어
뭐 카오리는 살 날이 얼마 안남았던 상태니 이기적일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자기 좋자고 남의 트라우마를 그렇게 쑤셔대는건 역시 내 관점에서는 좀 납득하기가 힘들더라고
게다가 같이 연주하는 걸 꼭 무대에서만 할 필요는 없잖아?연주할 수 있는 곳이야 많으니까
근데 무대 연주에 대한 깊은 코세이의 트라우마는 고려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갈 것을 강요하는 카오리가 난 이해가 안 갔어
코세이가 워낙 순한 성정이라 결국 다 받아준거지
내가 코세이였으면 카오리한테 한번쯤은 "나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나대지마"라고 말했을 것 같음ㅇㅅaㅇ
뭐 좀 양보해서 처음에 반주자 맡긴 것 까지는 좋다 이거야
근데 그 후로 코세이 혼자 무대에 올라가게 한거, 갈라쇼 부분이 또 별로였던게
그나마 반주는 뭔 일 생기더라도 코세이랑 카오리가 같이 감당할 수 있었지만
혼자 피아노 연주한다는건 모든 결과를 코세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야
즉 코세이가 연주를 잘 못해서 욕 먹는 것 등을 코세이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거지
코세이가 원해서 무대에 올라간 것도 아닌데 말이야
게다가 갈라쇼는 코세이의 엄마에 관한 트라우마를 더 깊게 건드리고 결과적으로 해결했는데
난 이 방식도 마음에 안 들었음
일단 무조건 사랑의 슬픔으로 해야한다고 우기는 카오리가 별로였어
자기 독주면 뭘하든 자기 마음이지만
갈라쇼는 어디까지나 같이 연주하는 거잖아 근데 아무리 반주자라고 해도 코세이 의견을 너무 무시하는거 아니야?
코세이는 계속 거부감을 드러냈는데
그런 코세이를 말로 잘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해야돼해야돼이게좋아이게좋아 밖에 안하니까
쟤는 무조건 우기기만 하고 설득이란 걸 할 줄 모르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것보다 더 불쾌했던게 바로 작중에서 코세이 엄마를 그린 방식임
그래 코세이 어머니 시한부였고 나름 안타까운 사연 있었지
그치만 아무리 사정이 있다곤 해도 코세이 엄마의 행동은 빼박 아동학대 아니야?
친구들이랑 놀아야 할 나이에 무조건 연습 시키고
코세이 손 다치게 했다고 코세이가 아끼던 고양이도 버리고(심지어 동물학대까지 했네?ㅎ)
코세이를 마구 때려서 멍들고 피나게 했는데
그런 코세이 엄마였건만 '그래 엄마는 날 사랑했지...'가 결론이라니
난 이게 아동학대를 한 엄마를 미화하는거 같아서 찝찝하더라
코세이 엄마가 코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모습이 나왔다면 그나마 괜찮았을텐데
코세이한테 너무 심하지 않냐는 히로코의 말에
"난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그러니까 먹고 살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게 최선이야!" 라고 말하는게 이해가 안갔음
아니 꼭 피아노로 먹고 살아야돼요...?
지금 그걸로 코세이 때리고 학대하는게 정당화가 된다는건가...?
아동학대는 정말 평생 가는 트라우마이건만
이걸 여러 방면으로 들쑤신 카오리나
그 트라우마의 장본인인 코세이 엄마나 참 별로였고
무엇보다도 이걸 이렇게 그리고 해결하는 작가의 방식이 나랑은 여러모로 안맞았어
진짜 코세이가 일백번 멘탈 깨져도 모자랄 상황이었는데
코세이 멘탈 개짱짱한듯...
또한 내가 코세이의 성장스토리가 불쾌했던 이유는
코세이의 성장이 자기가 진심으로 원해서라기보다는 주위에서 강요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야
나톨은 참고로 성장물 엄청 좋아해 지금까지 많은 성장물을 봐왔고
내가 지금까지 본 성장 캐릭터들은 보면 달라지고 싶다, 더 강해지고 싶다, 이대로 주저앉기는 싫어!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이 성장을 주도하고 원하는 느낌이었는데
내가 느끼기에 코세이는 자기가 원해서 성장을 한 느낌보다
코세이는 재능이 너무 쩔어서 이대로 썩기 아까워!그러니까 성장해야돼!하고 주위에서 떠민 느낌이었음
애초에 코세이가 피아노를 치게 된 계기도 자기가 피아노 치기 좋아해서가 아님
코세이의 재능을 알아본 히로코가 코세이 엄마에게 코세이는 피아노를 쳐야한다고 말한게 시작이었지
또 코세이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남을 위해 피아노를 칠 때가 더 많았어
엄마가 죽기 전에는 엄마가 건강해졌으면 해서, 기뻐했으면 해서
카오리를 만나고는 카오리를 위해
카오리가 죽고 나선 주변의 자신을 지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내가 보기에 코세이는 지금까지 내가 본 성장물 주인공 중
가장 이타적인 이유로 무언가를 하는 캐릭터야
물론 코세이가 피아노를 치기 싫어하는 캐릭터는 아님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되자 묘한 공허함, 허무감을 느꼈었고
코세이 나름의 향상심, 승부욕은 있어
하지만 나한테 코세이가 피아노를 친다는 행위는 얼마 전에 종영한 스카이캐슬에서(갑분드 ㅈㅅ)
예서가 서울 의대를 가고 싶어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었어
예서는 진심으로 서울 의대를 가고 싶어하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사실 그걸 정말로 예서가 스스로 가진 꿈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거든
예서는 네살 때부터 서울 의대를 가서 3대째 의사 가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예서 또한 엄마가 무시 받지 않았으면 해서 공부한 것도 있거든
이처럼 코세이의 행동은 주변 영향을 배제할 수가 없었어
이게 어느 정도의 영향으로만 끝났으면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문제는 내가 보기에 주위에서 코세이가 끊임없이 부딪치고 성장하길 원했다는거야
코세이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랑은 상관 없이
카오리는 말할 것도 없고
츠바키랑 와타리도 마찬가지야
카오리의 반주자 제안을 코세이가 계속 거절하니까
코세이에게 박정하다고 뭐라고 하고 카오리를 따라 무대로 데려가는 걸 도왔지
만약 코세이가 정말로 다시 무대에 돌아가길 적극적으로 원했다면
난 코세이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좋게 봤을거야
하지만 나에게 초반의 코세이는 적극적으로 성장하고 나아가길 원했던 캐릭터가 아니었어
허전함은 있더라도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면 피아노 말고 다른 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캐릭터로 보였단 말이야
하지만 그런 코세이에게 주위 사람들은 무조건 피아노를 쳐야 한다고 말해
코세이는 츤데레st로 피아노를 기피했던 캐릭터가 아니야
그러니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도망치려고, 가지 않으려고 했겠지
근데 이런 코세이의 마음은 아무도 고려하지 않아 그저 무조건 끌고 가기만 했지
결과적으로 코세이는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렇게 본인의 의사를 무시당하면서까지 성장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
분명 4월구라의 주인공은 코세이야
그만큼 주위 사람들은 다 코세이를 좋아하고 동경해
하지만 난 그 많은 사람들 중 코세이를 진심으로 생각해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좀 의문이 생기더라고
특히 와타리는 분명 코세이의 소꿉친구건만 만난지 얼마 안된 카오리를 편들고 정작 코세이한텐 좀 소홀하다고 느껴졌어
꼭 피아노만이 답이었을까?평온한 일상에서의 행복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나?
그래서 차라리 코세이가 음악의 세계로 나아가는 거에 섭섭함을 느꼈던 츠바키에게 더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더라고
비록 그렇게 느낀 데에는 츠바키의 이기심이 있긴 했지만...
오히려 4월 구라의 세계는 코세이를 위한 곳이 아니라
카오리를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카오리는 결국 마지막에 어린 나이에 죽으면서 비극적인 일을 겪었지만
한편으론 가장 하고 싶은데로 다 하고 간 캐릭터기도 했잖아
그런 카오리를 품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4월 구라에 대한 감상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
난 카오리가 여러모로 불호였지만 안타까운 개인서사 때문에 그나마 이해와 안타까움의 여지가 있었지
카오리한테 시한부 설정마저 없었다면 여러모로 더 싫어했을듯...
결론적으로 내가 이 만화 스토리에 찝찝함을 느끼고 카오리를 불호라고 느낀건
작가가 카오리 캐릭터를 이용해서 그려나가는 성장, 트라우마 극복 스토리가 나랑 안맞는 거였다는 거였어
어디까지나 내 의견!내 감상!내 견해!니까
둥글게 이야기 부탁해~
글 엄청 길어졌네ㅋㅋㅋ여기까지 읽어준 톨들 있으면 고마워!
난 그래서 하차했어....; 무대포로 나가는 카오리 행동들도 별로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의 트라우마를 저렇게 쉽게 건드려도 되나? 싶었어.
뭐 주인공들이고 코세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내용이 전개되는 건 맞지만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해.
나는 카오리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강압적이었다고 느껴져서 못 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