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온 세상의 LGBTQ, 그 외 수많은 퀴어들에게 있어 가장 폭력적인 장르는 남장여자물 아닐까 생각해.
난 여성성에는 본질적인 바탕이 없다는 입장에 강력하게 동의하는데, 만화 속 너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성스러움'이라는 프레임에 과할 정도로 집착해...
보통 남장여자물의 전형적인 클리셰는 남자의 몸과 남자의 정신을 연기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본래의 성별은 여자라는 걸 되새기고 우울해하는 주인공인데,
다른 건 다 괜찮다고 쳐도 남장(편의 상 남장이라고 표기함)이라는 행위가 자신의 여성성을 ^해친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좀 마음이 그래.
그리고 유독 남장여장물에서 저런 여성성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 같아ㅋㅋ 임무 수행을 위해서 남성을 연기해내야 하는 것 뿐인데도... 친구야 사람 죽이고 납치하는 건 잘해왔다며 그런데 굳이 자신의 ^여성성^을 그렇게나...??
그리고 거의 대다수의 남장여자물이 남주가 여주의 신체적 성별이 남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잖아.
그 시점에서 이미 그 사람은 100% 순수 헤테로는 아닐 거란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나중에 가서야 '알고보니 여자였네? 역시 원래 여자니까 그랬구나 나는 너의 그 숨기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여성성에 끌린 거였어'라고 납득하면서, 따지고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하루아침에 바뀐 상황을 오히려 '알고 보니 여자였다! 다행이네 난 게이가 아니었어!'라며 안도하면서 받아들이는 건 어이없는 전개지. 그리고 보는 게이 입장에선 굉장히 황당할 거야ㅋㅋㅋㅋㅋㅋ
남자 주인공이 남장을 한 여자 주인공에게 끌리는 것은 그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이지, 여성성 따위의 이유가 아니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가끔 남장을 한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여자도 생기잖아.
근데 그런 여자들은 나중에 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사실 여자였단 사실 알려지면 깔끔하게 포기하거나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화내기도 하더라ㅋㅋ 이게 흔한 반응인데 굳이 남장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만 그렇다고요...? 스토리의 편의 상 그렇다는 얄팍한 이유로 모든 LGBT를 비가시화하고, 성별에 따라 반응을 바꾸는 게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쉬워보여
그리고 남장여자물 중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경우도 있잖아.
그런 사회화 과정을 전부 거친 후에 남자를 만나고 그 사람과의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숨겨져왔던 여성성에 눈을 뜬다고요...?? 그리고 그게 행복이라고요?
이건 네이버 웹툰 <정년이>에서 문옥경이라는 국극배우가 자신이 남장을 했었음을 왕자에게 밝힌 공주를 연기하고 있는 컷이야.
모든 남장여자물이 대부분 이런 스토리텔링을 정석으로 삼고 있지 않니?
자신이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환경을 접해왔는지는 신경쓰지 않은 채 그저 남자 주인공과의 사랑을 통해, XX 염색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자된 기쁨'을 깨닫는 것처럼 소비되는 주인공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고 그건 어떤 젠더이든 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봐.
난 XY니까 남성성! 난 XX니까 여성성! 이런 프레임을 주인공이 지금껏 자라온 어떤 사회적 맥락도 고려하지 않고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정해져 있는 것처럼 결정짓듯 다루는 게 참 그렇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ㅠㅠ 내 생각은 그래
젠더학에 관심가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아
내가 쓴 이 글에서도 내가 모르는 어떤 혐오가 존재할 수도 있겠지...ㅠ
혹시 내 글이 불편했다면 스루하거나 둥글게 지적해줘(ㅠㅠ)
그 시점에서 이미 그 사람은 100% 순수 헤테로는 아닐 거란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나중에 가서야 '알고보니 여자였네? 역시 원래 여자니까 그랬구나 내가 널 좋아하게 된 건 너의 그 숨기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여성성에 끌린 거였어'하는 건 불친절한 전개지
-> ㅇㄱㄹㅇ 진짜 드라마든 만화든 너무 폭력적이고 불편한 전개임 내가 사랑한게 여자였다는 게 '다행'인걸로 묘사되고 안심하잖아 그래서 그나마 이 지점에서는 (드라마지만) 커프가 나았는데... 은찬이가 여자란 거 알고 공유가 진심으로 혼란스러워하고 화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