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 앞서 모르는 토리들을 위해 잠깐 언급하자면
공식은 키즈나 정식 개봉에 앞서 공식 소설판을 먼저 발매했어
내용은 영화랑 똑같다 하고 웹에 미리 공개된 메모리얼 에피소드 '소라에게'가 소설판에 추가된 정도?
나는 극장판을 본 게 아니라 소설판만 본 거라
연출, 작화, 연기, 음악 등등은 모르고 스토리만 가지고 얘기하는 글이고 그 점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라
제목에 써있듯 스포 짱 많고 불호 후기야
근데 호댓 써도 ㄱㅊㄱㅊ
(왕스포주의)
스토리라인은 꽤나 간결해
처음은 현실세계에 나타난 패럿몬을 타이치, 야마토, 타케루, 히카리가 다시 디지털월드로 돌려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타이치와 야마토의 대학생활을 짧게 보여줌.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택받은 아이들 앞에 메노아와 이무라 쿄타로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선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져야한다는 얘기를 해줘.
아이들은 처음엔 믿지 못 했지만 전세계의 선택받은 아이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하고 타이치 앞에 겐나이가 나타나서 피셜을 땅땅 박아줌. 그런데 사실은 메노아가 모든 일을 계획한 인물로 메노아는 8년 전에 파트너 디지몬을 잃었는데 다른 선택받은 아이들이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지지 않았으면 해서 인공 디지몬(=에오스몬)을 만들어 다른 아이들을 디지털화하여 어린 아이로 만들어버림.
뭐 어떻게 저렇게 해서 아이들은 메노아와 메노아가 만든 디지몬을 쓰러뜨리지만 결국 타이치와 야마토는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지면서 소설은 끝이 나.
아래로는 내 불호 포인트 or 아쉬웠던 포인트
1. 심각한 비중 편중
감독이 영화 개봉 전에 밝혔듯 이 영화는 대놓고 타이치와 야마토 두 사람을 주연으로 설정하고 만들어진 영화야
이전 극장판도 다 그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근데 그걸 감안하고도 애들 비중 차이가 아주 심각한 수준인 게 문제지 ㅋㅋㅋㅋ
키즈나는 우리들의 워게임을 아주 대놓고 오마주한 작품인데 애들 분량까지 오마주 했는지 소라랑 미미, 죠는 그냥 우정출연한 수준이라고 봐도 무관한 정도야. 사실상 메인스토리는 타이치, 야마토, 코시로, 타케루, 히카리 다섯만 있어도 충분히 진행 가능하고 나머지는 곁다리 역할 정도로 느껴졌음. 근데 파디 애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분량 잘 챙겨줬고 그래서 나름 만족해 ㅎㅎ 트라이 때 욕 바가지로 쳐먹은 걸 제작진들도 꽤 의식한 눈치였어.
문제는 소라, 미미, 죠, 이 세 사람인데 그 중에서도 소라가 제일 심각했어.
소라는 우리들의 워게임 때처럼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거든. 무슨 소리냐면 소라는 전투에 참여도 안 하고 다른 애들이랑 붙는 장면도 전혀 없어. 그렇다고 비중을 챙겨줬냐 하면 그것도 아님. 그렇다면 소라가 작중에서 한 건 대체 뭐냐, 하는 생각이 들텐데 모두가 싸우고 있을 동안 먼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역할이랄까 ㅎㅎㅎㅎ 응 그냥 역할이랄 게 없단 얘기야 ㅎ
워게임도 그렇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워게임은 러닝타임이 40분, 키즈나는 90분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함...
호소다 마모루를 안 좋아해서 워게임도 그닥 안 좋아하는데 워게임 완성도는 인정하거든 ㅋㅋㅋㅋ 근데 키즈나는 전반적으로 워게임 따라하다 다리 찢어진 뱁새 같았어
2. 다른 디지몬들이 완전체로 진화 안 함 (아구몬, 가브몬, 테이르몬 제외)
궁극체 진화까지는 안 바래도 완전체 진화는 한 번씩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었다...ㅎ
파디 애들도 합체 진화 이런 거 안 나오고 걍 성숙기 진화만 나옴
앞에서 말했듯이 피요몬은 성숙기 진화조차 안 함 ㅎㅎ
3. 어른이 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져야 함
이 부분이 너무 말이 안 돼서 소설 내용에 하나도 집중 안 되고 그냥 웃기기만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즈나의 최종 보스인 메노아도 한 때 선택받은 아이였는데 8년 전인 14살에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졌다고 함.
엥 어른이 되면 헤어지는 거라면서 왜 14살에 헤어져? 라는 생각이 들텐데 메노아는 겁나 똑똑한 천재 캐릭터라서 14살의 나이에 독립해서 대학에 가고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했다고 하네...ㅎ
근데 자기 진로를 확고하게 정하고 나면 어린아이로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없어지는 건가? 나이가 14살이어도...? 자기 길만 확고해지면 14살도 어른으로 쳐주는 거냐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말도 안 되는 게 죠는 의대 진학 결정하면서 아예 진로를 확고히 정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왜 그런 죠보다 앞으로 뭐 할지 결정도 못한 타이치, 야마토가 먼저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져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어.
아직 무슨 과로 빠질지 안 정했으니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봐준 건가? ㅎㅎㅎ 아직 진짜 의사 아니고 도중에 때려칠 수도 있으니까 가능성을 봐준 거야 뭐야 ㅋㅋㅋㅋㅋㅋㅋ
어른이 되면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져야한다는 것도 이해를 못 하겠는데 작중에서 말하는 '어른' 이 대체 뭔지 기준이랄 것도 없고 줏대도 없어서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더라 ㅎ
그래서 마지막에 타이치랑 야마토가 디지몬들이랑 헤어지든 말든 하나도 안 슬프고 아무런 감정이 안 들었어
4. 모든 일을 타이치, 야마토, 코시로 (+타케루, 히카리) 끼리만 해결하려고 함
이건 내가 소설로 봤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거일 수도 있어. 애니로 보면 좀 다를 수도 있음
내가 왜 이렇게 느꼈는지 소설 장면을 인용해볼게
어떤 상황이냐면 미미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죠네 병원으로 실려온 상태고, 죠가 미미의 상태를 다른 애들에게 설명해줌
재회를 기뻐하는 디지몬들을 곁눈질하곤, 죠는 설명을 계속했다.
"반대로 말하면 의식이 없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이상도 없어."
"에오스몬(적 디지몬)... 그 녀석이 한 짓이야"
코시로가 읖조렸다.
짧은 침묵 후, 야마토가 입을 열었다.
"타이치, 코시로. 잠깐 괜찮아?"
저러고 셋이 병원 화장실 가서 얘기를 하는데 왜 죠는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얘기를 하는 건지 나만 이해가 안 가는 거니...
암만 죠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곤 해도 죠도 선택받은 아이이고 자기들 동료인데 왜 얘기를 안 해줘? 왜 저 상황에 굳이 죠를 빼놓고 셋이서만 얘기를 하는 거지...? 애초에 새로운 적이 나타난 시점에서 모든 동료들을 다 모아야 하는 거 아닌가? 소라가 자기는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했더래도 이런 상황이면, 눈 뜨고 파트너 디지몬과 헤어지는 상황이면 어떻게든 소라를 불러서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니야?
코시로가 말하길 만일을 위해서 모든 선택받은 아이에게 경고의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분명 소라도 현 상황을 알았을 거야. 이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이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소라도 좀 이상해... 물론 소라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고 소소라를 저렇게 만든 제작진놈들이 이상함
5. 소라 캐릭터를 납득하기 힘듦
앞서 말했듯이 소라는 적과 싸우지도 않고 아이들 앞에 나타나지도 않아.
사실 소라는 타이치, 야마토보다 먼저 피요몬과 헤어지게 돼. 다른 애들이 한창 에노스몬이랑 싸우고 있을 때 소라는 이미 피요몬과 헤어져서 혼자가 된 상태였어. 아마 소라가 싸우지 않기로 마음 먹은 데에는 피요몬과의 이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기도 할 거야.(싸울수록 파트너와의 이별이 빨라진다는 설정).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게, 에오스몬 때문에 다른 선택받은 아이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이 긴급한 상황에서 소라가 피요몬과 헤어지기 싫어서 적과 싸우질 않는다? 소라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피요몬과 헤어지기 싫다고 한들 적과 싸우는 것을 회피할 애가 아닌데 이게 말이 되냐고 ㅠㅠㅠㅠㅠ
6. 야마토랑 소라가 사귀는 사이 같지 않음
사귄다 안 사귄다 언급이 없는데 둘이 사귄다고 하기엔 너무나 데면데면해보여
일단 소라 분량이 미세먼지 수준이기 때문에 야마토랑 소라랑 붙는 씬도 없고 대화하는 씬도 없음
야마토가 소라 언급하는 것도 "소라는 요즘 열심히 꽃꽂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거 같아" 이게 다야 ㅋㅋㅋㅋ
7. 타이치 파칭코 가게에서 알바하고 타이치 방에서 AV비디오 나옴
파칭코까지는 뭐... 내 개인적인 편견일 수 있는데 그냥 내가 맘에 안듦 ^^
그리고 AV비디오 나온 건 진짜 용납이 안 된 게 꼭 그딴 식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걸 알려줘야했는지 모르겠음
무려 '비밀의 콜렉션'이라신다...ㅎㅎ
초등학생 남자애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그따구로밖에 표현 못 하는 일본의 발상을 아주 잘 엿볼 수 있었어^^
진짜 생각할수록 엿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국내개봉도 안 한 영화가지고 너무 불호 얘기만 늘어놨나 싶은데 나는 뼛속까지 디덕이라 이 영화를 좋게 볼래야 볼 수가 없었어...ㅎ
그래도 생각보다 일본 내 평은 좋은 거 같더라 ^,ㅜ
아무래도 영화는 캐릭터가 움직이기도 하고 연출도 들어가고 음악도 삽입되니까 소설판보다는 훨씬 좋을 거 같긴 해 ㅋㅋㅋㅋ
그러니까 내 감상은 그냥 하나의 감상 정도로만 봐줬으면 좋겠어! ㅎㅎ
아.. 야마소라.. 소라 비중 없앤것도 야마토-소라 연인모먼트 조금이라도 보이면 반발 커질 거 같아서 몸 사린건가 싶을 정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