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만년필에 로망이 있었는데
내가 좀 악필이고, 만년필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로 입문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느라 용기를 못 내고 있었어.
이번에 친구랑 같이 베스트펜 매장 가서 시연해봤는데,
5천원 정도 내면 매장에 있는 모든 만년필과 펜촉과 펜대와 노트와 잉크와 종이까지 다 써볼 수 있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
거기서 몇시간동안 이런저런 펜과 종이와 잉크를 다 써보고 나니 확실히 내 취향을 알겠더라.
나는 만년필 자체보다는 '예쁜 잉크'를 써서 그림을 그리듯 글씨의 농도와 색변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딥펜 펜촉을 이것저것 써보니, 잉크 색이 잘 보이고 테 뜨는 거랑 펄도 잘 보이는 굵은 펜촉이 내 맘에 쏙 들더라고.
잉크 20개쯤 다 써보고, 그 펜촉으로 썼을 때 제일 예쁘게 나오는 잉크를 구매함!
매장에서 써본 거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더라.
집에 와서 처음으로 잉크와 펜촉을 사용하여 일기 써 본 모습!
아직 펜촉이 익숙하지 않아서 글씨가 중구난방이지만...ㅎ;
난 원래 굉장한 악필인데, 저 펜촉은 세로가 굵고 가로가 얇아서 글씨에 통일감이 생기니
내 악필로도 그럭저럭 글씨가 단정해보이더라.
펜촉 자체가 휘갈겨쓰기보단 가로세로를 천천히 바꿔써야 하는 구조라서 천천히 쓰니까 악필이 나아지는 효과도 있었음...
원래는 켈리그래피 용? 펜촉인 것 같아. 브라우스 160 이라고 써있네.
구매한 잉크는 도미넌트 인더스트리의 라피스 라줄리 인데,
처음엔 푸른색으로 나오지만 마르면서 붉은색이 위로 올라와!
요렇게 빛을 받으면 붉은색 광이 도는데 너무너무 예쁨...
내가 아직 펜촉을 잘 못 다루는 건지 종이 문제인지 자꾸 저렇게 두 줄로 갈라지는데
쓰다보면 요령이 생기겠지...?
빛 받는 부분만 붉게 빛나는 거 너무 예쁘지 않니?
이렇게 글자 안에서 붉은색 푸른색 섞여보일때가 정말 황홀하게 예뻐!
각도에 따라 붉은색이 강해졌다 푸른색이 강해졌다 해서
그냥 글씨만으로도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보이더라.
왜 잉크덕질하는지 알겠어...
참고로 일기 노트는 페이퍼 블랭크스야!
만년필 입문하기 전에 이 노트 브랜드에 빠져서 종류별로 엄청 모았는데,
여기에 만년필로 일기를 쓰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거든.
근데 저 노트가 만년필용은 아니라고 잘 번진다고 해서 시도를 못하고 있었는데ㅠ
매장에도 페이퍼 블랭크스 노트가 있길래 직접 써보니까
어떤 잉크는 번지는데, 내가 산 잉크는 안 번져!
이래서 시연이 중요하구나 싶었음.
아마 잉크마다 종이랑 상성이 다른 것 같아.
뒷비침도 없고 실번짐도 없고 테도 잘 나와서 앞으로 이 노트에 딮펜으로 일기쓰려고!
+이건 덤으로...
집에있던 양피지같은 종이에 같은 펜촉과 잉크로 써 봤는데,
펜촉이 종이를 좀 심하게 긁으면서 잉크가 안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느낌?이 나고 붉은색은 잘 안 올라오더라.
확실히 종이마다 잉크랑 상성이 있나 봐.
오랫동안 로망으로만 가지고 있던 딥펜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아서 너무 설레!
잉크도 색깔별로 더 모으고 다른 펜촉도 써보고 싶다.
영어 필기체도 연습하려고 교본도 삼ㅋㅋㅋㅋ
자 이제 악필 보여줘 글씨 예쁘게 잘 쓰는데. 예뻐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