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를 뭘로 할까 하다가 <간호대 입학 전후의 학생들>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학생정보로...
일단 글쓴이 이력 : 작년에 졸업 후 면허를 따고 "연구 간호사" (=CRC, clinical research cordinator)가 된 28살 여자 토리이며 임상 간호사 경력은 없다.
1. 간호사 힘든가? 힘들다면 어떻게 얼만큼 힘든가?
-> 체력적으로/정신적으로 힘들다.
신규일 때는 하루 종일 액팅(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처방된 약을 주는 액티브한 활동을 도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병동 사정이 좋다면 당신에게는 하루 평균 3~4명의 환자가 배정될 것이지만 이런 건 주로 미국 의학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평균적으로 15~20명이 넘는 환자들을 보는 액팅 간호사가 허다하다. 그만큼 병동에 환자 대비 간호 인력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자면 당신은 매일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처방전을 확인 후 약을 믹스하여 주사를 놓고 하루 3번 활력징후를 체크하며 매끼 식단과 약을 확인한 후 전달하고 복약 지도도 해야 하는데 이 일을 다 하면 모니터 앞에 앉아 앞서 수행한 간호 기록을 각 환자의 전자 기록 차트에 적어야 한다.
이 일련의 일을 할 때 체력이 필요할까, 필요하지 않을까? 굳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한 환자와 환자 보호자, 담당의와 전공의, 동료 간호사 (특히 선배) 등 여러 의료진과의 마찰이 빈번하다.
말로만 싸운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 또한 있을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현상이 가장 심한 과인 응급의학과는 병동 내 가드 인력이 상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일 때 스트레스를 받을까, 받지 않을까? 이건 사람의 성격에 따라 정도가 다를 수는 있으나...
역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2. (1년에 면허를 따서 간호사가 되는 사람 수만 수만명이 넘어가는데) 왜 간호 인력은 항상 부족한가?
-> 1을 보자.
3. 좆같지만 감수하겠다. 그럼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을 수 있나?
-> 더 좆같은 현실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쌩신규는 그렇지 않다.
교육을 받는 trainee 신분으로 3개월에서 길게는 반년 정도를 버텨야 하는데 이때는 최저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일한다.
구른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그리고 이 기간을 넘겨 실전에 필요한 간호 기술을 익혀야 쓸 만한 인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렇지만 쉽게 잘리진 않는다. 일을 못해도 어쨌든 병동에는 귀한 간호사기 때문이다.
쌩신규였던 트레이니 기간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최소 세후 220만원은 넘게 받으며 일할 수 있다.
이 이하로 준다는 병원은 양심이 없으니 거들떠도 보지 말자.
그리고 이런 병원은 어차피 돈이 없어 망할 것이므로 더더욱 들어가지 말자.
4. 3교대가 존나 싫다. 꼭 해야 하나?
-> 3교대를 하면 물론 씨발 개힘들지만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기본으로 최소 200 받는 것엔 이 야근 수당이 한몫을 한다.
하지만 이게 싫다면 듀티를 고정해 놓은 병원에 입사할 수 있다. 낮, 저녁, 밤으로 나뉘어지는 듀티 중 하나만 하겠다고 골라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병원들은 대부분 정말 간호사를 구하기 힘든 1~2차 규모의 병원들이다. 사정을 많이 봐 주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임상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차 병원인 ㅇㅇ대학병원, ㅇㅇ(존나 유명한 사기업)병원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이런 병원은 그딴 거 없다.
무조건 3교대 해야 한다. 3차 병원? 3교대. 3-3으로 기억하면 쉽겠다.
5. 오 씨발 그럼 일단 간호대만 들어가겠다. 학과 생활은 할 만 한가?
일단 만만하지 않다.
그나마 살 만한 1학년 때는 해부생리학 책에 나오는 대략 1000개 분량의 각종 신체 기관 그림을 배껴 그리며 아 존나 힘들다... 간호댄 줄 알았는데 미대인가... 이런 한탄을 한다. (안 시키는 교수님은 좋은 교수님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 교수님은 시키셨다.)
그리고 이건 약과다. 알다시피 간호사는 병원에 들어가면 팀으로 일을 한다.
그 말인 즉슨 간호학과 교수들도 한때는 간호사였기 때문에 예비 간호사인 학생들에게 팀플을 시킨다는 것이다.
당신은 4년 간, 절대로 팀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혹독한 조원 평가도.
이 조원 평가는 학점에 시험만큼 큰 영향력을 끼치므로 팀플하며 손가락만 빨고 있다간 학기가 끝난 후 농부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2편 예고
(간호학과 실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우리 대학교 지방대에 자대 병원도 없다 미래는 있나?,
간호학과를 나왔지만 간호사는 하기 싫어 ft. 난 공무원이 하고 싶은데.... etc.)
댓글로도 질문을 받습니다. 다만 나는 임상 간호사였던 적이 없으니 혈관 쉽게 잡는 법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 나도 몰라...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