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들춰보는 해묵은 여행의 사진들인데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봄!
아프리카 대륙을 가게 되었었고
여행 목적은 팔자좋게 여행하다가 죽자! 였음.
우울증으로 말도 못 하게 괴로웠고, 그래서 매일 밤마다 술을 마셔서 알콜중독이 되어가고
해가 뜬 시간에는 커튼을 치고 겨우 잠이 들고 그래서 생체리듬도 아주 엉망이었던 때의 이야기야.
죽자 하고 마음은 먹었는데 이왕이면 좋은 풍경보면서, 누군가에게 털려서 죽기를 바랬었어.
죽을 용기가 없어서 치안이 좋지 않다는 나라를 골랐지.
그래서 퍼뜩 떠올랐던 곳이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었고,
치안이 정말 좋지 않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어.
그 커다란 나라를 육로로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고 움직일 루트는 알아봤었지만
며칠을 어디서 어떻게 뭘 먹으며 지낼지는 생각하지 않았었어. 그냥 있다보면,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될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2017년의 이야기야.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이런 풍경보러 오려면 열심히 살아남아야겠다는 바뀐 마음이었는데
요즘 문득 다시 그 때의 기분으로 종종 돌아가려는 걸 느껴.
오늘 갑자기 나와 같은 기분을 가진 토리가 있다면, 내내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어했던 이 풍경들을 봐주면 좋겠어
내가 지냈던 첫 호스텔이야.
이름처럼 백팩커들을 위한 도미토리 룸이 있었고, 나는 여기서 한 5일정도 머물렀던 것 같아.
그냥 하릴 없이 동네를 산책하고 돌아다녔는데 멜빌은 깨끗하고 아주 조용한 지역이었어.
거의 예외없이 모든 건물의 담벼락, 출입구에는 고압전기가 흐르는 울타리가 설치되어있었어.
길을 걷다가도 이런 걸 보면 치안을 신경써야 하는 곳이란 걸 깨닫게 됐지!
동네의 가로수들은 아주 멋지고 울창했어.
줄지어서 잘 조경된 나무들도 있었지만 곳곳의 코너에서는 이렇게 독창적인 나무들이 많았어.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이 동네에서 3번이나 갔던 레스토랑이야.
붉은 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있길래, 그냥 지나던 길에 들어가서 첫 '아마룰라'를 마셨어.
아마룰라 라는 술이 남아공의 대표상품인데,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술을 어디선가 본적도 있을거야.
크리미한 리큐어인데 깔루아 같은 느낌이야.
방문할 때마다 아마룰라를 2~3잔씩은 마시고 왔어
시내는 잘 돌아다니지 않았었어.
한국에 비해 인구밀집도가 너무나 낮아서, 그 아무도 없는 도시 한복판 경험을 처음 해봤거든.
영화 '나는 전설이다' 느낌이었어. 그렇게 도시가 너덜너덜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텅빈 걸 처음봐서 뭔가 이질감때문에 나서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
큰 도시라 홉온-홉오프가 되는 시티 투어버스가 있었거든. 한번 타면 몇 바퀴나 돌았던 것 같아.
지내던 호스텔같은 곳에서도 신청하면 개인차량으로 투어는 해줬어.
그래서 개인투어 신청해서 다녀온 곳이 여기 사진 속 왼쪽의 폰테시티 아파트야
혼자 가려고 했더니 호스텔에서 이 지역이 슬럼화된 우범지대라고 해서 무조건 동행해야한다고 해서
현지인이 일일가이드로 같이 가줬어.
마침 일요일 낮이라 주변에 성경책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범지대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잠깐 스쳐가서 잘 몰랐을지도 몰라.
아파르트헤이트 뮤지엄은 인종차별 정책의 정수 그 자체를 였어.
백인과 비백인을 나누는 일이 아주 쉬워보였어. 출입구, 화장실, 마켓, 나눌 수 있는 그 모든 게
백인과 비백인을 차별했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야. 여기 갔다가 비-백인 출입구 사인 자석을 기념품으로 사왔어ㅎㅎㅎ
시내 곳곳에서는 아직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있어
요리는 젬병이지만 매 끼니 사먹을 수는 없기에 다양한 스프 소스들 사서 걸쭉하게 끓여 파스타 면 넣거나 쌀 불려 넣어서 때웠어.
마트를 갔는데도 세상 천지 구경할 게 너무 많아서 큰 마트는 항상 들어갔다 왔던 것 같아. 맛이 궁금한 식재료들이 많더라고.
아프리카에는 유구하게 유명한 차칼라카 라는 매운 조미료?가 있는데 한 봉지 사놓고 라면스프처럼 여기저기 잘 써먹었어.
도시 간의 이동수단으로 슬립라이너 버스를 탔어.
아주 커다란 버스고, 버스 내부에는 화장실도 있었어. 엄청 커다랗고 넓은 간격의 좌석이 마련된 장거리 여행용 버스인데
운전수는 2명이 번갈아가면서 운전을 하더라고. 중간중간 휴게소같은 곳도 들르기도 했고 어느 도시에서는 운전기사가 하차하고
새로 타기도 하더라.
좌석은 너무나도 편했지만 내리 앉고 반쯤 눕다보니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멈추는 곳마다 내려서 운전기사들과 함께 스트레칭도 했어.
나의 이동루트는 조벅에서 케이프타운 방향이었고, 조벅에서 출발해서 중간 몇몇 도시를 구경했었어.
위 사진은 조벅을 떠나서 바닷가 근처의 포트 엘리자베스 라는 도시야.
이 도시를 기점으로 해서 내가 들르는 모든 곳이 아주 예쁜 바닷가 도시들이었어.
이 여행으로 내가 바다를 아주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
해가 쨍쨍한 바다, 흐린 날씨의 바다, 파도가 아주 거센 바다, 강물같이 잔잔한 바다
모든 바다 풍경이 좋았어.
포트 엘리자베스라는 도시에서 지낼때 호스텔에서 알게된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제프리스베이로 향했어.
렌트를 했다고 해서 싼 값에 차를 얻어탈 수 있었어.
제프리스베이는 아무 것도 없고 서핑포인트가 있어서 서퍼들만 주구장창 드나드는 동네였던 것 같아.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그냥 우연히 만난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들렀던 도시라 2일 정도만 지냈어.
싼 백팩커스 도미토리가 좋았던 이유는 커다랗고 기다란 식탁에서 식사시간 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의미 없는
스몰톡이나 정보교환들이었던 것 같아.
영어를 잘 하지도 못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어. 아프리카는 유럽 아래쪽이다 보니 유럽에서 내려오는 관광객들과
병역의무기간이 끝난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다보니 서로 영어가 대강대강이었던 것 같아
매일 바뀌는 사람들과 그냥 어디서 왔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느 루트로 이동할건지 이 도시에서는 뭘 하고 지내는지
맛집은 어디인지 그냥 그런 의미부여 할 게 없는 인스턴트 대화들이 부담이 없어서 좋았었어.
독일애들을 압도적으로 많이 만났는데, 뭐할건지 물어보면 항상 가벼운 하이킹을 하러 갈거라고 하더라고.
어느 날은 할 일이 너무 없어서 따라나갔었는데 무려 왕복 8시간짜리 코스였어. 걷고 움직이는 거 엄청들 좋아하더라고.
그 후로는 독일애들이 하이킹 간다고 하면 난 안 따라갔어.
땅이 얼마나 넓은지 새삼 깨닫게 되는 여행이었어. 남는 건 시간이고 없는 건 돈이니 주로 버스 타고 이동을 했거든. 잠도 버스에서 자니 숙박비도 아낄 겸?
느릿느릿한 이동이 나쁘지 않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며 운전기사에게 아직도 멀었냐고 몇 번이나 되묻는 일도 지겹지 않았어.
위 사진은 스톰스강의 아주 유명한 다리야. 다리 아치의 가운데 쯤에 뭔가 가느다랗게 줄이 보여?
이 다리는 216m짜리 번지점프를 하는 곳으로 유명해.
솔직히 말하면, 저 다리 상판 아래를 걸어가는 그동안이 더 무서웠어. 아 이 발판이 빠지면 죽겠다 하고말야.
번지점프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쩐지 시도해보고싶더라고. 떨어지는데, 정말로 끝이 없이 떨어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했어.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려서 나를 데리러 와주는 직원을 기다리는데도 한참이었어. 그런데 처음으로 해방감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
그 발 하나를 내딛어서 뚝 떨어지는데 너무 재미있었어. 거꾸로 매달려서 보이는 풍경도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게 즐거웠어.
상어가 워낙 빨라서 내 카메라로는 지느러미 밖에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 지느러미가 상어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지..ㅋㅋㅋ
눈이 엄청 동그랗고 작아서 뭔가 귀여웠어. 배 주위로 빨갛게 피와 생선덩어리들을 떨어뜨려 상어를 유인하고
케이지를 물 속에 넣어서 가까이에서 상어를 보는 투어인데, 이 액티비티를 주제로 한 영화도 있지!
당시에 들어갈 때에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케이지에 와서 부딪힌다던지 그런 건 없었어. 밧줄에 아주 커다란 고기를 매달아놔서(아마 참치)
상어는 그것만 쫓느라 정신이 없었고 내가 들어가 있던 케이지 앞을 유유히 지나가기만 했어.
수많은 바닷가를 지나서 도착한 남아공의 최종목적지는 케이프타운이었어.
케이프타운은 평평한 테이블을 닮아 테이블마운틴으로 불리는 산이 유명하고, 또.. 펭귄이 있는 볼더스비치,
색색깔의 집들이 유명한 보캅, 멀지않은 곳에 있는 많은 와이너리, 그리고 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에 있는 희망봉,
넬슨만델라가 투옥되어있던 로벤 섬 등이 유명해
사실은 조용한 시골마을 같은 곳만 지나온 터라 이 커다란 도시가 어마어마하게 볼거리가 많았어.
여행을 천천히 다니기도 했지만 결국 남아공 이 한 곳에서만 무비자 체류기간 30일을 꽉 채워서 쓸 정도였지.
오픈에어 시네마라는 커다란 식물원의 야외 상영회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로마의 휴일을 보기도 했고
어느 커다란 마켓에 가서 음악도 듣고, 2층버스 탑에 앉아서 선탠을 하기도 했고, 바닷가에서부터 맨발로 호스텔까지 돌아오기도 했어.
하루 온종일을 와이너리 투어 하면서 와인을 몇 박스씩 사다놓고 매일 마다 마시기도 했고,
수영복 안에 입은 채로 잘 마르는 옷들 배낭에 넣어서 버스타고 다니다가 내키면 내려서 바다에 들렀다가 또 젖은 채로
2층 시티투어버스에 탔다가, 밤마다 바호핑도 가고 현지인들에게 춤도 배우고, 테이블마운틴을 걸어서 올라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결국 이 여행의 목적이 흐려졌던 것 같아.
이 여행은 이 이후로 쫓겨나듯 남아공을 떠나 아프리카 종단 여행으로 이어졌어ㅎㅎㅎ
어떻게 끝을 내야하는지 모르겠네
모든 사진은 필름카메라 2대로 번갈아 찍은거야! 디지털카메라는 가져갔다가 괜히 훔쳐가거나 하면 너무 속상해질 것 같아서
첨부터 아무도 노리지 않을! 필름카메라를 가져갔어. ㅋㅋㅋ
가끔 누군가에게 카메라로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거의 대부분은 액정없이 뷰파인더로 봐야하는 유물과도 같은 카메라로
어떻게 찍는지 당황스러워하기도 하더라고.
사진이 많아서 스압이었는데 봐조서 고마워!
사진들이 잡지에 나올 것만 같이 너무너무 다 멋지다!! 잘 읽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