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어.
이 일을 하면서 나에겐 내 생활이란게 없어서
연애도 못해보고, 여행도 못해봐서
유럽지도를 펼쳐놓고 루트를 짜면서
얼마나 짜릿하던지 ㅎㅎ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여행을 하겠나싶어서
엄마와의 태국 여행도 끼워넣었어.
엄마랑 4박5일의 태국 여행이 끝나고
나는 바로 스페인으로 떠나고,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걸로 ㅎㅎ
여행 계획은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행복했어.
근데 여행을 앞두고 일주일 전쯤?
몸에 사소한 불편함이 있어서
동네 병원에 들렀다가
생각지 못하게 큰 병원에 가보란 얘기를 들었어.
이게 무슨 일인가싶어서 의사 소견서를 들고
집근처 대학병원에 갔는데
무슨 치료법도 없는 희귀병에 걸렸다는거야.
나참..이게 말이 되니..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안 좋은 경우 삶이 5년 남짓 남았다는거.
이게 말로만 듣던 시한부 인생이라니..
난 단지 사소한 불편을 해소하려고
동네 병원에 간 것 뿐인데..
어째서..
그래서 출국 전날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오고
본인이 직접 찾아와야만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일단은 여행길에 올랐어.
물론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진 않았어.
엄빠가 아시면 정말로 많이 걱정하실테니.
엄마는 방콕에 도착한 첫날부터
엄청 좋아하셨어.
숙소 근처의 세븐일레븐에서 맥주를 사고,
오는 길에 길거리 닭꼬치를 사서
호텔 방에 앉아서 야식을 먹었어.
다음날엔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수상시장이랑 기찻길 시장에 갔다가
오는길에 마사지를 받았어.
셋째날엔 비행기 타고 근처 섬으로 갔어.
비를 맞으며
소녀들처럼 꺄르륵 웃으며
음식점을 찾아 뛰어다니고,
밤엔 망고를 사서
진짜 근사한 우리 리조트로 돌아왔어.
엄마는 빗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한캔 하시고,
나는 열이 끓어서
침대 위에서 얼굴만 내밀고,
엄마가 깎아주는 망고를 낼름낼름 받아먹었지.
그 다음 날엔 다행히 열이 좀 내려서
배를 타고 호핑투어를 했어.
그 예쁜 파란 바다와
밤에 그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반짝이던 바닷물..
엄마와 함께 하는 마지막 날에
다시 방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엄마가 창가자리를 되게 좋아하시거든.
와! 저 구름 좀 봐라! 하시는데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꺽꺽대며 울었어.
엄마는 웃으며,
에이..바보..왜 울어..
하셨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안 멈추던지..
공항 근처 호텔바에서 마지막 맥주를 한잔 하고
엄마를 한국 가는 비행기에 태워드리는데,
"엄마, 저 한국 사람들 뒤를 잘 따라 다니슈."
"알았어, 딸. 걱정마."
하고 엄마는 손을 흔들고 출국장에
들어가셨어.
고작 한달 있으면 또 볼건데,
엄마의 뒷 모습을 보고 또 눈물 한 바가지..
내가 살아서 엄마랑 또 해외여행 올 수 있을까..
울 엄마 아빠 내가 지켜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겹치면서
마음이 주체가 안 되더라구.
이 일은 사실 3년 전에 있었던 일이야.
나는 다행히도 운이 좀 좋은 쪽에 속해서
관리를 잘 하면 되는 정도? 로
결과가 나왔어.
그래도 그 때
엄마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슬퍼.
그 때 이후로 엄마랑 더 친해지기도 했고,
엄빠에 대한 태도가 더 관대해지고
애틋해졌다고 해야하나..아무튼 그래.
토리들아,
기회가 되면 부모님과 여행을 가보는 걸 추천해.
기회가 한없이 있는 건 아니니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럽여행을 마치고,
연애고자인 내가 결혼을 하게 된 썰도 풀고 싶다ㅎ
그럼 이만 뿅!
어머니와 여행 궁합이 잘 맞나보규나 부럽다... 난 여행 가면 꼭 싸우더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