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톨들 여행 사진보고 대리 만족만 하다가 나도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급 들었다.
마음만 앞서고 사진 정리가 힘들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대충 올림. 여행 후기 잘 쓰는 톨들 리스펙....
부부+5살 남자애 이렇게 세 명이 작년 6월말~7월 초에 10일 일정으로 핀란드 다녀옴.
애가 과연 십수시간의 비행이 포함된 장거리 여행을 견딜 수 있을까 엄청나게 걱정 했는데 예상보다 잘 먹고 잘 자줘서 고마웠다.
새벽 6시 헬싱키 공항 도착. 공항에서 은은한 나무 냄새가 나서 자작나무의 나라 핀란드에 왔구나 싶었음.
렌트카 찾고 첫 목적지를 가는 도중 아침식사를 위해 Rauma 라고 작고 조용한 마을에 들렀다. 구글링으로 그곳에서 브런치 잘 한다는 카페를 찾아갔는데 문 닫음. 음식점 뿐 아니라 그 동네 가게가 다 닫혀있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갸우뚱 하다가 카페 한 군데 열린 곳 겨우 찾아서 들어갔다.
Rauma를 떠나 다른 소도시를 가도 열려 있는 가게가 없었다. 심지어 맥도날드도 편의점도 전부 다 닫혀있어서 대체 이 나라는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핀란드는 여름 휴가가 5주 (...). 그 중 1-2주는 집중적으로 전부 문 닫고 온국민이 (...) 휴가 가버린다고 함. 우리는 딱 그 기간에 맞춰 여행을 온 것이었다......
여행 내내 열린 음식점 찾는 게 제일 힘들었음. 그나마 여행 끝물 큰 도시에서는 반 정도의 가게가 열어서 다행이었다.
가슴을 설레게 만든 날씨. 선선한 바람이 불어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첫 숙소는 장판 깔려있던, 저렴해서 고른 호텔. 하룻밤 자고 Mantyharju라는 마을로 이동.
아래 사진의 누런 헛간이 우리의 두 번째 숙소. 턱수염 수북하게 기른 아저씨가 운영하는 비앤비.
화장실은 있지만 건식 화장실이라 물 나오는 곳이 없음. 구멍만 뚫려있는 재래식 변기라 똥 싸고 옆의 양동이에 담겨 있는 건초를 슬슬 뿌려주는 시스템. 신기하게도 건초 뿌려두면 냄새가 안 남. 비앤비 주인이 자연주의자(?)라서 그 건초 뿌린 똥을 농사에 사용한다고 했다.
샤워 시설은 커녕 세면대도 없어서 씻으려면 30미터 정도 떨어진 사우나 건물로 가야 함. 그야말로 핀란드 습식 사우나. 뜨거운 물은 저녁에 2~3시간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숙객은 몇 시에 쓰겠다고 주인한테 미리 얘기를 해둬야 한다.
아들과 잘 놀아주고 뽀뽀도 듬뿍 해 준 착한 개 라이코.
이 헛간 비앤비는 남편이 호텔 고르다가 "여긴 인생에 한 번은 꼭 경험해봐야 할 숙소다!"라는 리뷰에 꽂혀서 선택한 곳ㅋ
리뷰만 읽고 비앤비 설명은 대충 넘겨 읽었기에 이 방에 도착해서 너무나 황당했다. 수세식 변기도, 티비도, 와이파이도 없고 오로지 문명의 이기라곤 전등 뿐.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또 어떻게든 되더라.
비앤비의 아침식사. 우리가 묵은 핀란드의 모든 숙박시설은 아침식사를 디폴트로 포함. 메뉴는 어디나 대동소이해서 오트밀, 빵 1-2종류, 요거트와 졸인 베리류 정도. 쌀이 들어간 작은 파이가 부드럽고 특이해서 아침마다 몇 개 씩 먹었다.
핀란드 여름은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등 온갖 종류의 베리가 제철이라 잼으로도 주고 갈아서 음료로도 준다.
몇 가지 종류 없이 소박하지만 신선한 재료라 맛이 좋았다.
Mantyharju 둘러보기. 어딜 가나 호수가 있다.
오후엔 옆 동네 숲에서 걷기.
숲에서 애가 뛰는 걸 뒤따라 뛰어가다 경사지에서 굴렀다.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프길래 밤에 사우나에서 찜질을 했지만 밤새 코끼리 다리만큼 부어오름.
비앤비 주인 아저씨가 지금 시기에 연 병원은 차로 30분 정도 가야 하는 3차 병원 한 곳 밖에 없다고 하면서 병원까지 같이 가주심. 병원 원무과에서 통역도 해주시고 뭔가 원무과에 살살 잘 말씀해주신 덕분에 나는 임시 시민등록(?)을 마치고 진료를 보게 됨. 엑스레이 결과는 복사뼈가 두동강 남. 이 때가 여행 3일차.
이 와중에 젊은 남자 의사가 전형적인 바이킹의 후예답게 잘 생겨서 좋았다. (=백금발벽안의 떡대미남ㅋ) 의사와 간호사는 영어를 잘 하고 친절했음. 기브스 색깔은 하얀색, 형광핑크색, 파란색 등이 있는데 어떤 색이 좋으냐며 선택지를 주길래 파란색을 고름.
핀란드 어딜 가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꼭 있는데,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료와 처치에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긴 시간이 걸렸으나 놀이 공간 덕분에 아이가 덜 지루해 했다.
비앤비 주인 아줌마가 기브스 한 나를 보더니 지금 묵는 방에서는 화장실 갈 때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거라며 편의를 봐주셔서 방을 옮겼다.
Mikkeli로 가는 길에 들린 작은 와이너리.
Mikkeli 숙소 옆의 호수.
남자애들 몇 명이 반바지만 입고 호수에서 수영하며 노는 중이었다.
여행 5일차였나 동양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Hong Kong이라고 써 있는 저곳은 중국식당인가!!!! 하고 헐레벌떡 갔는데 링코 같은 문구점이어서 엄청x100000 실망했다. 문구점 이름이 왜때문에 홍콩이죠......
Mikkeli 옆 Savolinna. 그곳에 있던 Olavinlinna 성. 가이드 따라 2시간 정도 성내를 도는 투어 참가.
성 내부 관람 후 유람선을 타고 성을 한바퀴 돌았다.
여기는 Lahti. 헬싱키에서 100키로쯤 떨어진 곳인데 지금까지 거쳐온 곳들이 전부 읍내 수준이라면 Lahti는 '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옷가게도 있고 카페도 많고. 무려 초밥이 있는 중식 부페를 발견해서 동양 음식을 그리워하던 우리 가족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붉은 벽돌 건물은 음악시간에 이름을 들어본 시벨리우스 기념홀.
지금은 아이언맨 (철인3종) 경기 기간이라 공터에 참가자들을 위한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Lahti 호수에서 수영 훈련 중인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