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거주
나도 넘나 따수운 중국인들을 만난 경험을 공유해보려해 ㅎㅎㅎ

재작년에 혼자 이탈리아 여행을 갔는데
아침부터 밀라노에서 피렌체로 이동해서 한인민박을 찾아가야하는 상황이었어!

굽 있는 부츠를 신고 이탈리아 돌길에 28인치 캐리어를 끌고 가는것만 해도 토가 나올 지경이었지

여차저차해서 민박집이 있다는 건물에 도착했는데
1층 현관에서 해당 호수의 벨을 눌러야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더라구?

근데 눈을 씻고 봐도 민박집이 없는거야..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건물 안에서 사람이 나오면서 들어갈 수는 있었어.

근데 민박집 안내문과 달리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만 있는거야!!!
나... 굽 있난 부츠... 짧은치마.. 28인치 캐리어...
낑낑대며 한 층을 올라갔는데 더 이상은 못 올라가겠더라고.

그때 이 건물에 사는 것 같은 중국인 여학생 둘이 장을 보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어.
무작정 붙잡고 여기 엘레베이터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엘레베이터가 아예 없다는거임....ㅎ..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으나 민박집이 있다는 4층까지는 올라가보기로 했어.
영어를 못하는 중국인 친구들이 번역어플에 짐을 같이 들고 올라가주겠다고 써서 보여주는거야 ㅠㅠ
너무너무 민폐지만 셋이서 땀을 흘리며 4층으로 올라갔지.

이게 웬걸. 4층은 민박집은 커녕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빈집이었어.
어이도 없고 허탈한 상태에서 민박집 주인에게 보이스톡을 했더니
자기가 민박집 두개를 운영하는데 이 건물에 있는건 공사 중이라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해준다는게 깜빡했다는거야 ㅎ....
화를 낼 기운도 없어서 직원이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뒤에서 서성이던 중국인 친구들이
괜찮으면 우리 집에 들어올래??라는 뉘앙스의 제스처를 하길래
괜찮다고, 복도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지.

그런데 그 친구들의 집 안에는 두명의 중국인이 더 있었어.
다행히 한 명은 영어를 할 줄 알더라구.
자꾸 들어오라길래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했더니
한 명이 부엌의자를 꺼내다가 복도에 놔주는거야ㅋㅋㅋㅋㅋㅋ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다같이 낄낄대다가 덩그라니 복도에 앉아있자니 이 친구들은 위험하지 않을 것 같더라구.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갔어.

우유줄까? 커피줄까? 물어보길래
에스프레소 한 잔 얻어먹으며 들어보니
중국인 유학생 넷이서 집을 쉐어하고 있는거였어.

그런데 식탁에 어디서 많이 본게 있었음.
바로 불닭볶음면이랑 진라면ㅋㅋㅋㅋㅋㅋ
고딩때 배운 중국어가 갑자기 생각나서
하오츠!!! 라고 외치자 친구들이 박수를 쳐주었어ㅋㅋㅋㅋㅋ

그리고 떠듬떠듬 더 대화를 해보니 엑소 팬이더라고ㅎㅎㅎ
내가 좋아하는 돌도 틈새어필했다능^^

눈 깜짝할새 민박집 직원이 데리러와서 작별인사를 했어.
나중에 얘기한건데 민박집 직원이 나 보고 깜짝 놀랐대
길 잃은 손님이 모르는 중국인 집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같아도 어이없을듯

암튼 구세주 같았던 그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서 그 집 문을 두드렸어
첨엔 누가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냐며 경계하던(중국어는 못 알아들어도 뭔지 알겠는 그런 느낌 있지) 친구들이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Be careful하라고 진짜 작별인사를 해주었어.
문틈 사이로 씨익 웃던 그 친구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네.

사람 죽으라는 법 없다고
힘들 때는 또 그걸 이겨낼 방법이 생기는게 여행이더라구.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게 조금 후회는 되지만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기억이라 긴글 써보았어 ㅎㅎ
  • tory_1 2020.09.27 16:12
    우와!!!
  • tory_2 2020.09.27 20:5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2/06 17:46:41)
  • tory_3 2020.09.27 21:2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3/30 17:19:27)
  • tory_4 2020.09.27 21:33
    읽는 내 마음도 몽글몽글 찐톨이 티라미수 준 것까지 완벽ㅠㅠ
  • tory_5 2020.09.27 21:50
    우아 따뜻해ㅜㅠㅜ
  • tory_6 2020.09.27 23:34

    ㅠㅠ훈훈하다..

  • tory_7 2020.09.28 03:28
    티라미수 엔딩 갓벽.. 훈훈해ㅠㅠ
  • tory_8 2020.09.30 01:46
    마지막까지 훈훈했다ㅜㅜ 좋은 추억이였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허광한 파격적 연기 변신 🎬 <만천과해> 시사회 22 2024.06.19 738
전체 【영화이벤트】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 <퍼펙트 데이즈> 시사회 29 2024.06.10 6886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87872
공지 여행/해외거주 게시판 공지 67 2017.12.20 45115
모든 공지 확인하기()
13677 해외여행 ㅁㅇㄹㅇㅌㄹ에서 요세미티 2박3일 예약했다 02:41 31
13676 해외여행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해 본 톨들, 얼마 들었어? 5 2024.06.19 198
13675 해외여행 혹시 파리 루브르 해설 이용해본 톨? 1 2024.06.19 66
13674 해외여행 나트랑 위탁수화물 추가 안하고 갔다 올 수 있겠지??? 19 2024.06.19 212
13673 해외여행 다음주부터 오사카 비와서 나톨 속 뒤집어진다 3 2024.06.19 178
13672 해외여행 토리칭구들 엄마랑 서유럽 패키지 3개국 여행 개오바일까??ㅠ 16 2024.06.19 292
13671 해외여행 싱가폴 비행기표 예매 고민 중인데, 봐줄 톨 있을까? 5 2024.06.19 149
13670 해외여행 인터넷 면세점 한 군데로 몰아서 사, 세일하는 여러군데서 사?? 14 2024.06.19 388
13669 해외여행 마일리지 승급 좌석 대기예약 확정됐어!!! 11 2024.06.18 590
13668 해외여행 홍콩 숙소 위치 어디가 좋을까?? 9 2024.06.18 281
13667 해외여행 12월 말 크리스마스시즌 9일 스페인vs동유럽(체오헝) 5 2024.06.18 193
13666 해외여행 이번주 도쿄여행 가는데 코스 봐줄 토리?! 7 2024.06.18 275
13665 해외여행 리조트 크레딧 잘 아는 토리ㅠ(영어잘하는토리) 헬프미 4 2024.06.17 226
13664 해외여행 겨울 스페인여행 계획중인데 회사 해고됐어 17 2024.06.17 920
13663 해외여행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는 유로화 안써? 4 2024.06.17 295
13662 해외여행 엄마랑 베트남! 도시 추천 부탁해 25 2024.06.17 374
13661 해외여행 도쿄 4박5일, 5박6일 톨들의 선택은? 11 2024.06.17 255
13660 해외여행 삿포로 3박4일 다녀오는 일정 좀 봐줘ㅠㅠㅠ 12 2024.06.17 328
13659 해외여행 여름휴가 어디로 가야할까? 끄라비 vs 사파 7 2024.06.17 280
13658 해외여행 7월에 괌 여행 예정이야! 쇼핑 리스트 추천!! 9 2024.06.17 285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