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은 울고 잠도 못자고 아무것도 못했거든
그냥 슬픈 생각 밖에 안들어서 밥도 안먹고 울기만 한 것 같아..
그러다가 장례 다 끝나고 하루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데 그냥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아..
멍하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나 책상에 앉아있으면 다시 옆에와서 쳐다보고 놀자고 할 것만 같아..
3년 전에 가정분양으로 처음 우리집에 왔고
내가 재택근무라 거의 매일같이 붙어 지내면서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보다도 서로 많이 붙어있고 날 따라줬어..
너무 개냥이라서 문열면 항상 마중 나오고 가끔 외출하면 가지 말라고 채터링하고
아침마다 내가 손으로 받쳐준 그릇에 물 마시는걸 좋아해서 일어나라고 깨우고
사냥놀이하고싶으면 장난감 물고오고
내가 슬프거나 힘들어서 누워서 울고있으면 가만히 옆에 와서 얼굴 핥아주고
낮잠자고 있으면 이불 열어달라그래서 내 가랑이 사이에 들어가서 자고
캣타워에 올라가서 한참을 구경하다가도 이름 부르면 야옹 하면서 달려오고
티비보면 옆에서 같이 보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잠들고
내 어깨에 매달려서 집안 한바퀴 도는걸 진짜 좋아했어
요즘엔 부쩍 애교가 늘어서 내가 일하고있으면 무릎에 올라와서 발라당 누워 자거나 한참을 앉아있다가 가곤 했어
그냥 너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들이었어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 쓰다듬어주고 같이 붙어있으면 너무 행복했거든
곧 3살 생일 맞아서 백신도 맞고 검진도 해보려고 병원에 가려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5월 쉬는 날에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일요일에 외출하고 돌아와서 청소기 돌려주고
여느때처럼 쇼파에서 날 쳐다보고있는 애를 안아서 또 집안 한번 산책하는데
꼬리를 살랑거리다가 갑자기 벗어나려고 하길래 내려주려고 했는데
숨 한번 깊게 끽 쉬더니 그대로 동공 풀리고 온몸이 축 늘어졌어
항상 밥도 잘먹고 똥도 잘 싸고 소변도 잘 보고
간식 주거나 내가 뭐 먹으면 꼭 와서 냄새 한 번 맡아보고
전날까지도 우다다하고 뛰어다니고 나랑 사냥놀이도 했고
계속 나 쫄쫄 따라다니던 애라 그 상황을 예상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어
왜그러냐고 소리치다가 바로 24시 병원에 데려갔는데
이미 호흡정지 심정지 상태라고했어
CPR 30분 정도 했지만 결국 가버렸어 ..
선생님이 아픈데 없었냐고해서
가끔 토하기는 했지만 다시 잘먹고 잘 놀았다고 했더니
폐에 물이차거나 이런건 없었다고 나이가 너무 어린걸로 봐서 원래 심장에 병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는데 ..
애가 어리고 한번도 아픈 시늉도 한 적이 없어서 검진 안해준게 너무 후회가 돼..
일이나 살면서 하는 실수는 다음에 잘해야지가 되는데
이미 애기가 가버린 상태에서 너무 후회가 되는데도 다음이 없다는게..
너무 보고싶은데 다시는 나한테 돌아올 수 없다는게 너무 슬퍼 ..
혹시 집사 톨이들중에 어리고 건강한 고양이 키우더라도 꼭 검진 한번씩 해줘 ..
나는 애가 가고나서야 내가 왜이렇게 못챙겼을까 자책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
근데 별개로 건강검진은 해주자는 말에 공감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