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월요일 새벽.
아침에 일 가시던 아버지가 누가 골목길 전봇대 뒤에 동물들을 버렸다고.
지나가기 안쓰러워서 데려왔는데, 너무 이쁜데 한번 보지 않겠냐며 날 부르셨어.
졸린 눈으로 나갔다가 잠이 확 깼어.
큰 켄넬에 개가 한 마리.
작은 새장에 앵무새가 또 한 마리.
진짜 한밤중에도 비지땀이 날만큼 더웠던 날이었는데 물 한 그릇을 안 넣어줬더라고. 썩을 넘ㅜ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자기 털을 쑴풍쑴풍 뽑던 앵무..
시츄도 종일 덥고 힘들어서 지쳤을텐데 그래도 낯선 사람이라고 얼마나 짖고 우는지.
캔넬에서 꺼내 보니 캔넬 속에서 오줌도 싸고 똥도 싸서 온몸에 지린내가 아휴.ㅠㅠㅠㅠㅠ
우리 가족은 이미 대형 & 예민한 성격 노령견을 키우고 있어서 요걸 어쩌나, 입양은 못 하는데. 고민..
나톨... 동물/식물 게시판에 얘네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며 한 번 또 글 써보고... 고민...
(혹시 이어지는 글이 될까 걱정스러워서 그날 올렸던 글은 수정했음!! )
음..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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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밥부터 먹이자는 생각을 했어. ㅋㅋㅋㅋㅋ
씻기면서 구석구석 보니 중성화 안한 수컷, 칩도 없는 거 같지만 건강해 보이더라.
(생활 꿀팁: 개는 배부르게 먹여 씻기면 다루기 편리함)
☆뽀송☆
밥 먹고 씻었으니까 또 산책해줘야지
소형견 하네스가 읎어서 우리 개 하네스를 좀 줄여서 매주었어-_-;;
난 소형견은 처음 만져봐서 원래 이렇게 가볍나? 작나? 거의 고양이 수준이네..했는데..
나중에 미용하러 갔더니 도대체 전 주인이 어떻게 키운건지 몸무게가 3kg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ㅠㅠ나쁜 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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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대형견 키우는 스타일로 밥 멕이고 씻기고 산책시키니까 이 시츄가 힘들었는지 실신을 하더라구..
개 뻗은 모습을 뒤로 하고 앵무는 뭐 하나 또 들여다보니,
날 도끼눈으로 쳐다보는디... 움찔..
검색해 보니깐 앵무는 지능이 높아서 장난감이 필요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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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섬주섬 또 곰손으로 이거 저거 만들어 봤지
Yum yum 씹기 좋은 로프 (사실은: 쇼핑백 손잡이 줄)
풍경처럼 이쁜 소리 나라고 달아 본 병따개
크기가 안 맞아 짱 박아둔 천마스크로 장난감 모빌을 만들어보고
(이런 거 달지 말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거 같을까..?)
횟대가 또 필요하다고 해서..
등산하는 길에 나뭇가지를 고르고 골라 뜨거운 물에 푹 푹 삶아 말려서 횟대로 ㄱㄱ
타고 놀으라고 그네도 하나 했는데. 좀 싫어하는 거 같지?;;;;;;;;;;;;;;;
눈이 욕하는 거 같지..?
나란 사람.. 열심히 노력했는데 마상ㅠㅠㅠ
안 그래도 할 일 많은데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다가도 새 집이 휑하지 않아지니 또 마음이 편해ㅎㅅㅎ
다만.. 앵무새 우는 소리에 귀에서 피가 난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기로 하자...
이제 딱 일주일 정도 된 거 같은데 그동안 같이 지냈다고 궁디도 막 줘
이렇게 빵실한 궁디를 보고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유죄요
뽀르르르 하고 울면서 장난감 갖고 노는 앵무~~
얘네들이 내 눈에만 이쁜 건 또 아닌가 봐
시츄는 감사하게도 구조한 유기견이라고 동물병원에서 돈을 안 받으시고, 고마운 분이 미용도 해주셨어~
처음 켄넬 안에서 찍은 사진이랑 완전 딴판이지? ^ㅅ^
앵무도 사료 사다 넉넉히 먹이니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찌고 있어서 지켜 보는 보람이 있고.
이젠 새장 안에 손 주면 쪽쪽 쪼면서 손 위로 올라오기도 해~
몸에서 다른 개 냄새 난다고 째려보고 흘겨보고 토라지는 박힌 돌과
나만 보면 좋다고 고작 일주일도 안 본 사이에 배 다 까뒤집는 굴러온 돌 사이에서 두 집 살림하느라 난 죽어나지만..
이뿐 것...
내일부터 입양 홍보 포스터 만들어서 온 동네에 붙이고 다니려는데
이렇게 사랑둥이들인데.. 글 써서 올리고, 좋은 곳으로 갈 거라고 응원받으면
훌륭한 집에서 데려가주시지 않을까! 싶은 맘에 글 써봤어
여름 바캉스 시즌 되니까 그렇게 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쌍욕참기. 두번참기.)
유기되는 동물 없이 세상 모든 친구들 다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