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의초상 ✨ 1권만 읽어봄 ㅅㅍ

파이브딜 사고 싶어서 이것저것 둘러보던 차에 나눔받아서 바로 읽었네 

https://www.dmitory.com/novel/320882311 고마워 토리야!

묵직한 감정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그런 작품 만난거 같아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슴슴하게 쭉쭉 읽히는 책이야. 초반에는 공수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캐릭터의 매력이 초반부터 팡팡 튀지는 않아.

그치만 수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걸 보면 인간미있고 매력있더라

적당히 유복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수는 그림을 그리겠다며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던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스무살에 프랑스 파리로 혼자가서 맨땅에 헤딩하듯 학교를 다니고 그림을 그려. 

풍족하게 살아오던 수에게 낯선 외국도시에서 집 구하고 학교 다니는 일은 쉽지않았지만 해낸다! 

화가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파리에서 아트딜러로 일 하기 시작해. 

이 내용을 읽을 때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열정을 불태워 보는 사람에 대한 동경심 같은게 생기면서 읽는데 좋더라.

자기 나름대로 무엇을   왜 그리고 싶은지가 명확한 사람이고, 이걸로 돈벌이가 안되니까 아트딜러로 직업을 트는데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해볼만큼 열정 다 불태우고 깔끔하게 미련없이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인거 같아서 좋았어. 이거 되게 어려운거잖아ㅋㅋ

하고자하는 일이 막혔을때 똑같이 포기하더라도 

체념하고 건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힘이 닿는데까지 해보고는 탁 털고 상큼하게 돌아서는 사람이 있잖아 

수는 후자의 사람이고 하고싶은 일은 해야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더라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사람 같아서 좋았어  ( 본격 L시작하면 또 바뀔지도? )

수는 짝사랑 시작, 공은 필요에 의해 만났지만 서서히 감길것으로 예상

이 둘의 만남은 공이 수를 필요로해서 시작된거지만 

난 ㅇㅇ버스에서 그 설정 빼면 못만날꺼같은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ㄹㄷ리뷰에 갈등이 길대서 더 끌려 이 작가님이 자세하게 묘사해주실 둘의 내면서술이 너무 궁금하다!!

사랑에 있어서는 수가 외로움에 약하고 좀 방어적인 타입 같은데 기본 캐릭터가 적극적이고 표현 잘하니까

공이랑 본격적으로 엮이는 이 시점에 둘이 어떻게 서로 감길지 앞으로 내용이 더 기대된다!!

+ 문체가 호불호 갈릴 것 같아

수는 공에게 호감이 있고, 공은 수에게 필요로 하는게 있어'보이고' (아직1권이라 자세한 이야기 안나옴)

이러저러한 이유로 둘은 한동안 단절된 채로 몇 년이 흘러. 

어느 날 수가 어쩌면 그동안 단절된게 아니라 그가 나를 지켜봐주고 있었을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업무를 마치고 강을 따라 걷는 장면이야.

( 파리 좋아하는 토리라면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볼 수 있을꺼같아.)

노을이 지는 시간즈음 바람부는 소리, 관광객들 재잘거리는 소리, 강 위로 유람선 지나가서 생기는 포말 물길까지 딱 그려지는 센 강 이미지 위로

머리를 비우고 걷는듯, 지난 몇 년간의 누군가를 막연하게 떠올리는 듯 마는 듯 수는 편안하게 걸어서 퇴근 중인거야.

수는 하늘을 보다가 고개를 틀었는데 누군가랑 눈이 마주쳤어. 수가 오늘 하루종일 생각하던 그 얼굴이야   >> 이걸 되게 생생하게 서술하시더라고 나는 너무 잘 맞고 좋았어. 

 

아래에 조금 긴 발췌 남겨볼게.     ㅅㅍㅈㅇ!!

발췌 ---

싱글벙글 다다른 센 강 어귀에 무심코 멍하니 섰다.

가없이 펼쳐진 강녘은 연푸른 계절감을 머금고 있었다. 날렵하게 빠진 여객선들은 선창에 정박해 차례를 기다렸다.

이윽고 출항 시간이 됐는지 중구난방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승선했다. 센 강의 자랑거리인 바토 무슈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연둣빛 포말이 융기했다. 뽀얀 거품을 일으킨 물보라가 뱃전을 휘갈겼다.

나도 느지막이 걸음을 옮겼다. 사위가 온통 푸르렀다. 짙푸른 쪽물은 하늘과 맞닿은 듯이 그 경계가 모호했다.

마냥 걷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또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다시 센 강에 고개를 돌린 것도 그저 하루를 스쳐 가는 장면 중 하나였다.

홀로 새까만 빛을 뿌리는 남자와 눈을 마주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실재했다.

남자는 텅텅 빈 갑판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생기 넘치는 세상을 모노 톤으로 바꿔버리고서 외로이 반짝였다.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남자였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하늘을 거슬러보다가 땅을 보며 갑판 테두리를 배회했다.

마침내 나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초연히.

초록의 눈은 정확히 나를 주시했다. 쿵. 쿵.

그 순간 머릿속의 모든 생각이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 중력의 값이 바뀌고 있다.

닿을 수 없이 요원한 낙원의 뜨락. 그곳에 외따로 유리된 남자에게 이끌렸다. 속절없이 사로잡혔다.

극점으로 치달은 감정이 블랙홀에 빠졌다. 균열이 간 중력은 불안정을 일으키다가 팽창했다. 관성적 추락이 가속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밀도는 오로지 저 남자에게만 유효했다. 미지의 행성이었다. 낮과 밤이 임계점에 다다른 기묘한 시각. 나는 원인이 명확한 기시감과 충돌했다.

내 호기심을 찬탈한 남자는 꿈속의 이방인과 동일한 색감을 품었다. 하지만 꿈에서처럼 울진 않았다.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한없이 멀어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올 뿐이었다.

L의 초상 1권 | 캐슈 저

>>>>> 실제로 만난건지? 자꾸 떠올리면서 걸으니까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생각하던 인물과 눈을 마주친 기분이라는건지?

명확하지 않았는데 뒷 내용 더 읽어보니 만난 거 맞더라고. 이런 묘사 덕분에 오히려 홀린듯이 집중해서 읽게 되니까 나는 좋더라. 

보통 공수 대화할 때는 문체 크게 갈릴 요소 없어보여. 전체적으로 술-술 무척 잘 읽힌다는거!

고마워 토리야 덕분에 취향작 만나서 재밌게 읽었따!

이틀 전에 출간된 따끈한 신작 !   많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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