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까 길어졌는데 하단에 요약 있음;)
표면적으로는 갑자기 수의 일상에 난입해온 스토커를 찾는 범인(공)찾기 형태인데
사실 수는 살기 힘들어 죽겠는 와중에 매일 맛과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오첩밥상을 차려준다는 이유로
거의 초반부터 '스토커가 있는' 상황을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인단 말야
오히려 수 쪽에서 먼저 우렁캠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소극적이지만 빠르게 스토커와 공존해버림 ←여기까진 개그물
수의 일상이 깨지는 건 현실에서 스토커 후보로 의심되는 두 사람이 접근하면서부터임
공1과 공2는 제법 적극적으로 수의 일상에 스며들어서 수를 꼬셔보려고 하는데
수에게는 이미 스토커라는 소중한ㅎㅎ 일상이 있기 때문에 저 둘을 일정 선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
심지어 둘 중에 스토커의 본체가 있다는걸 어렴풋이 눈치챘으면서도 최우선순위를 스토커로 두고 눈을 돌려버림
즉 언뜻보면 공1 vs 공2의 대결이고 스토커 정체만 밝혀지면 끝날 것 같지만
사실은 스토커가 있는 이상하지만 안온한 일상 vs 살기 빡빡한 현실이 대립하는 중이고 스토커=공일거라는 예측도 의미없어짐 ←여기서부터 좀 쎄해짐
이게 스토커본체의 시점으로 바뀌면 한층 더 기가 막히는데
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수가 좋아가지고 스토커짓을 시작했기 때문에 얼굴도 안봐주는 스토커로써 수랑 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갈증이 나서
점점 스토커의 비중을 줄이고 현실의 본체로 수를 불러내려고 함 ←넹글 돌아있긴 한데 그나마 정상범위
반대로 스토커가 아닌 쪽은 수에게 스토커가 붙은 걸 알고 걱정하면서도 자기가 알고 있다는 걸 들키면 수가 멀리할까봐 조용히 스토커랑 기싸움만 함 ←정상치고는 제법 이상함
거기에 사실 수는 과거 부모님의 이혼으로부터 시작된 트라우마가 있어서
언젠가 선택받지 못하고 남겨질 것이다 + 그러니 나 혼자서 멀쩡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라는 강박이 있음
그래서 처음으로 자기를 먼저 선택해준 스토커에게 집착하는 한편 주위를 맴도는 공들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본인의 일상을 들킬까 두려워하고
여기에 점점 스토커가 자기한테 정을 떼려는 듯 구는 바람에...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까지 일으키는 지경이 됨
ㄱㄹㅎㄷ
우렁스토커의 메인은 사실 밥차려주는 또라이 스토커가 아니라 정병우울수였던 거임
평일엔 멀쩡히 출근 잘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 만나서 놀러다니고 맛있는 거 먹는거 좋아하는데
불안한 현실과 미래 때문에 고민도 하고, 아등바등 살아가다보니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어릴 때 멀어진 가족은 점점 어색해져가고...
이런 고민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 속에 켜켜이 쌓이다가 스토커 때문에 결정적으로 빵 터져버리는데
발작 때문에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지경이 되어서도 자기한테는 큰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면서 정신과도 멀리하고 침대에만 박혀있는 모습이
흔히 말하는 BL적인 의미의 정병은 아니지만 그냥 독립해서 회사다니는 사회인으로서 엄청 공감되더라구
그러니까 분류를 하자면 일상물이고, 사건도 캐릭터도 크게 자극적인 부분이 없는 소설이면서
소소한 일상물의 틀 안에서 수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제법 현실적으로, 그러면서도 은근히 깊게 다루는게 인상적이었음
결말에서도 수가 가진 문제들이 극적으로 해결되거나 절절한 사랑으로 모든 걸 잊게되는 게 아니라
겨우 정신과 검사 받고 약 받아와서 좀 나아지는 정도가 되고, 그나마도 아직 상담까지 받을 용기는 없거든
그런데 그게 딱 3권 분량만큼의 사건과 시간을 거쳐 생길법한 변화라는 납득이 되는 동시에 이게 작가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공과 수가 만나서 사랑을 하며 끝나는 연애소설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α로 전하려는 이야기가 있고
스토커라는 한가지의 특이한 설정과 사소한 일상의 묘사를 번갈아 쌓아가며 억지스럽지 않게 끌어나가는게 참 글재주-특히 구성력- 좋은 작가님이다 싶었어
완결권 외전 중 하나는 공들이 등장하지 않고 수가 혼자서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였는데 그게 아쉽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느낄만큼ㅇㅇ
일반적인 BL소설치고는 자극이 부족한가? 싶다가도 천천히 씹어볼수록 비틀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고
소소한 일상물인것 치고는 냉소적인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외로움과 다정함과 성장에 대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현실에서 들이댔어도 넘어올 난이도 최하인 수한테 괜히 스토커짓 하다가 상황 있는대로 꼬여서 수 멘붕오고 도망가게 만든 멍청스토커공이랑
수 앞에선 어울리지 않게 온갖 귀여운 짓 하면서도 뒤에서 스토커 견제하면서 수 주위 다 쳐내는 씨앗스토커공(다행히 싹은 안남)
둘이서 수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뒤로 주먹질하는 꼴을 보면 그냥 웃겨서ㅋㅋㅋㅋㅋ 이공일수 삼각관계 좋아하는 취향에 완전 딱이었음!!!!
요약
일상개그물인줄 알았는데 은근 딥함
상견례 프리패스인데 맑눈광 vs 양아치의 몸에 깃든 바른 태도
단순히 키워드 조합을 길게 풀어놓은 글이 아니라 작가가 본인의 이야기를 뚝심있게 하는 소설
★☆★ 군침 싹 도는 음식 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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