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의지해서 쓰는 거라 정확하지 않은데 생각나서 올려봄.
거의 20년 전에 본 기사인데 당시에는 꽤 떠들썩해서 서프라이즈처럼 재연배우들 기용해 드라마로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도 방영됐던 사건임. 요약하자면 모여 살던 가출청소년들이 함께 모은 공금을 그들 무리 중 한 여학생(피살자)이 빼돌렸다고 오해한 나머지 추궁한답시고 조지다가 결국 수시간 동안 집단폭행하는 바람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임.
이후 살인자들은 우리 모두 공범이니 이 일 함구하자고 맹세하고 뿔뿔이 흩어지고 세월이 꽤 지남. 그들 중 하나는 그래도 비행청소년에 살인까지 저지른 과거 청산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었대. 그런데 어느날부터 피살자 귀신이 보여서 혼비백산함. 가족들한테 하소연해서 용한 무당 찾아가 굿도 벌임. 그런데 소용이 없었대. 피살자가 나는 이렇게 죽었는데 너는 어떻게 잘 살 수 있냐고 엄청 괴롭혔나 봐. 재연 프로그램 보니 굿판 벌어지는 와중에도 귀신한테 시달려서 재연배우가 몹시 고통스러워하더라. 더는 못 견뎌서 경찰서로 뛰어들어가서 자수하는 바람에 살인자들 줄줄이 잡히고 그제서야 피살자 시신이 발굴돼서 유족들한테 돌아갈 수 있었대.
피살자 가정사가 불우했는지 부모는 딸이 집 나가 안 돌아왔는데도 적극적으로 안 찾았나 봐. 원래 나돌던 애였고 부모 잘 안 따랐으니 어디 가서든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참 전에 죽어서 시신으로 돌아왔으니 참담해 했다더라. 한편 살인자들도 잘 살고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함. 자수한 살인자 정도만 그럭저럭 잘 살았지 살인자 무리들 중 남자들은 막노동꾼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살거나 나이트 삐끼, 다단계업 종사자로 일했다고 함. 여자들은 업소 나갔다고 하고. 자수한 사람도 결국 남편한테 이혼당했던 걸로 기억해.
정말 피살자가 애엄마까지 될 정도로 잘 살고 있던 살인자 중 하나한테 귀신으로 나타난 건지 아니면 그나마 죄책감 강했던 사람이 죄책감에 짓눌려 환상 보다 자수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 하지만 죄 지으면 멀쩡하긴 힘들다는 걸 느껴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더라. 인과응보랑 카르마는 분명히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