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에 차서(!) 글을 올려.
2년 전에 원작 읽었고 명작이라는
감상만 가진 채, 디테일한 건 잊고
아무 정보 없이 드씨를 들었어.
딱 하나 성호 님 주연작이라는 것만 알고. ㅎㅎ
좀 많이 길어~~!
1. 내용과 필력
아마 많이 튕겨져 나오는 소재일거야.
주인공 맥퀸이 포르노 제작업자이자 배우(매우 문란함은
전제)이고 주인수 에드가 포르노 배우로 데뷔하면서
만남이 시작된다는 게.
사실 처음엔 암만 사정이
궁핍해도 주인수가 너무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없이
p배우가 된다는 것이 장목단님 진중한 글 솜씨에서
약간 동떨어진 소재 같았거든. 그런데 필력과 연출이
상황을 인정하게 해줘.(이해한다고는 못하겠어.)
그래서 양가감정이 들게 돼. 주인공수의 개인적인
역경을 보며 두 사람이 정말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10여년간 포르노의 황제로 등극하며
알게 모르게 성을 착취하고 죄의식을 외면한 채
살아온 맥퀸,
그리고 스스로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에드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게 가능한건가. 그래도
되는가 하는.
그런데 정말 치열하게 세상에 던져지면서(310 이후)
두 사람은 완전한 파국을 맞이하는 줄 알았지만...
사랑이란 게 뭘까. 삶이라는 무대 위에 함께
서고 싶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던 에드, 그런
에드를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던 맥퀸은
마치 이 어둠 같은 삶 속에서도 서로를 놓을 수 없었던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기적이었으니 꼭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되더라고.
그리고 아코의 연출과 오스트가 완벽하게
뒷받침해주더라고.
2. 조연 캐스팅과 연기
벨드씨에서는 드물게 배역들이 많아.
모든 조연들이 매력적이고 세상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군상들인데 성우님들이 200% 잘
살려주셔서 그들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어.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경선님의 제니퍼는 말할 것도 없고 ㅎㅎ
후백님의 라이언도 진짜 매력적이었어.
세실의 귀여움 또한. ㅎㅎ
3. 주연 성우님
상당히 긴 호흡의 장편인데 그 많은 내레이션을
담담하면서도 애달프게 잘 소화해주신 노식님...
노식님 아닌 에드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어...ㅜㅅㅜ
멍챙이는... 하.... 다른 벨이라면 능히 주인공일 수
있을 서사를 가진 남자였어. ㅜ.ㅜ 채헌님은 악역이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남자 챙을 무서우리만치 잘
표현해주셨어. ("씨발 진짜 왔잖아." 듣고 심봉사
눈 뜨듯 나란 인간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남.)
성호님.... 제가 늦덕인데 성호님 들으려고 구입했거든요.
제냐의 약간 미친 어투나 핸섬의 겁나 잘생긴 목소리처럼
초반 파급력은 없었지만, 약간 힘뺀 듯한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정말 미친듯이 잘 어울렸어.
(313 트랙의 상처받은 연기나 410~413 트랙은....
그야말로 오열하며 들었다....몸을 베베 꼬며 좋아서.)
4. 그리고...
아코.... 이런 작품 만들어줘서 고맙고 또 고맙고...
5. 꼭 들어주세요...
성우님들 팬이라면 더욱 추천해주고 싶고.
원작팬이어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잔잔한 초반 내용(드씨 기준 1, 2편은 어떤 사람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음)이나 소재 때문에
초반 진입장벽이 있긴하나 그 점을 뛰어넘어서
들을 가치가 충분한 드씨라 생각 돼.
외우는 분명 해피엔딩이지만... 애달프고 먹먹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야. 여운이 많이 남아.
원작 잘 보았지만 그 느낌이 묘해서 재탕은
안했는데 드씨로 들으면서 에드의 내레이션에
많은 위안을 받았어.
"어떤 사람들은.... 그냥, 살아요."
이제 눈길이랑 물보라 들으러 가야겠어.
와우 추천해준 톨들 정말 고마워~>_<
밤이라 너무 감정적으로 작성해서 횡설수설한 거
같은데 ㅠㅠ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