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이라도 이 글을 쓰는게 너무 두렵지만
백신 맞는 게 무서워 망설이고 있거나,
백신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토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용기를 내서
쓰게 됐어.
나는 작년에 백신이 보급되기 이전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토리야.
우리 가족은 집과 회사만 다녔지만
동생이 회사에서 확진자와 접촉해서
가족이 다 걸리게 된 케이스야.
백신을 맞아서 이런저런 부작용으로 고생을 해서
괜히 맞았다고 생각하는 토리들이 있겠지만
나도 집이랑 회사만 다녔기 때문에
내가 걸릴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
처음에 동생이 확진자와 접촉을 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기 때문에
괜찮을거라고 생각했고,
만약을 대비해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았는데,
나빼고 모든 가족이 양성이 나온거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부모님은 연세도 많으시고,
두분이서 개인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처음에 확진 소식을 들었을 땐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비현실적인 공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았어.
나는 가족과 있는 시간이 많이 겹치지 않아서
일단 음성이 뜬 것 같아.
아파트에 앰뷸런스가 와서 가족들을 차례대로
한명씩 각기 다른 곳으로 뿔뿔이 실어가는걸
창밖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온 집안을 소독약으로 소독해주시며
가족들끼리도 안 옮기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 괜찮을거고,
건강하게 퇴원하실거니까 염려하지말라고
위로해주셨어.
이분들은 하루에도 수십곳을 돌아다니며
힘드실텐데 이렇게 위로까지 해주시니
진짜 뭔가 마음이 울컥하더라고.
그리고 그날인가 자가격리 통지를 받고,
자가격리 물품도 받았는데,
자다가 새벽 2시쯤 일어나니 느낌이 오더라.
아..나도 걸렸구나..
열을 재보니 39도더라고.
그리고 끔찍한 근육통...
뉴스에서 봤던 온갖 증상들...
바로 자가격리앱에 업데이트를 했더니
아침에 나를 태우러 차가 왔더라.
그리고 선별진료소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나도 양성..
아마 처음엔 바이러스 양이 너무 적어서
안 나온 거고 이미 그 당시에 걸렸을 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가족들과는 계속 단톡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나만은 안 걸렸길 바랬는데
너무 속상해하시고,
동생도 너무 속상해했어.
나랑 동생은 젊고 증상이 비교적 가벼워서
생활치료관으로 갔고,
아빠는 당뇨와 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고,
엄마는 폐에 염증이 심하셔서
병원으로 가셨어.
내가 앰뷸러스를 타고 생활치료관에 입소를 하는 동안에
아빠는 급속도로 상태가 안 좋아지셨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여러가지로 고비가 계속 나타났어.
아빠는 기저질환이 있으셨지만,
부모님 두분 다 등산 좋아하시고
운동 많이 하셔서 아주 건강하신 편이었는데
이렇게 되니까 내가 미칠 것 같더라.
나는 낯선 곳에서 문 밖으로 한발자국도
못 나가는데 어디선가 우리 부모님이
저렇게 고통을 받고 계시고,
어쩌면....다시는....이라는 생각이 자꾸 괴롭혀서..
나 아픈거는 신경도 안 쓰이고,
나 자신도 기침, 오한, 발열, 근육통에 설사에 소화불량
미각, 후각 이상 등등 여러가지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나는 더한 것도 차라리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발...제발...하며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몰라.
한편으로는 내 동생도 걱정이 됐어.
너무 자책을 심하게 하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하더라고.
남동생과 누나의 사이는 원래
생사만 알면 끝이잖아.
사이가 나쁘지는 않은데 집에서도
딱히 별 얘기를 나누지는 않아.
근데 그 당시에는 동생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서
하루에 한두시간씩은 꼭 통화를 했어.
옛날 얘기, 웃긴 얘기 위주로
그냥 분위기 가볍게..
"야! 너 그 때 진짜 찐따같았는데 ㅋㅋㅋ"
"아 뭐래 ㅋㅋㅋ 누나가 더 찐따같았어 ㅋㅋㅋ"
일부러 이렇게 웃으면서 통화했어.
안 그러면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아서.
동생 걱정, 부모님 걱정에.
동생도 처음에는 우울해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장단을 맞춰주더라고.
그러다가 엄마는 폐의 염증이 작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병원에서 진짜 극진하게 케어를 해준다고 하더라고.
고맙고 미안할 정도래.
아빠는 계속 상태가 안 좋으셨어.
산소호흡기도 달고 계시고,
전화하면 괜찮다고 하시지만
목소리도 너무너무 안 좋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정말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 하셨대.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보이셨지만
기저질환이 있으셨기 때문이었겠지.
우리는 계속 단톡과 그룹통화를 하며,
서로 힘을 줬어.
가족들과 통화하는 시간은
힘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짠하고 괴롭기도 했다.
근데 며칠이 지나고 아빠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어.
산소포화도도 올라오기 시작했고,
끔찍한 증세들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어.
그래도 아직 안심은 안 됐어.
아빠와 같은 병실을 쓰는 아저씨는
두달째인가 퇴원 기준에 못 미쳐서 못 나가고 있는데,
아빠한테 그랬대.
이제 한계라고.
간호사 감시 소홀해지면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하고싶다고.
나도 갇혀있으니까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더라고.
나중에 나가도 죄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
아빠가 상태가 조금 나아지셔서
뭐 드시고싶으신 거 없냐고 여쭤봤더니
(아빠네 병원이 유일하게 외부음식 받을 수 있는 곳)
커피가 드시고싶으시다고 하셨어.
그래서 아빠 퇴원복 보낼 때,
달달한 커피(원래는 당뇨때문에 안 되는데 ㅎㅎ)랑
허니버터아몬드 종류의 맛나는 아몬드 등
간식 거리를 넉넉하게 배달시켜드렸어.
(입원시 가져간 옷은 다 소각해서 퇴원복을
외부에서 준비해야해)
그게 세상 맛있으셨대.
옆자리 죽고싶다던 아저씨도
허니버터아몬드 드셔보시더니
이렇게 맛있는 아몬드도 있냐며
계속 드셨대.
아빠는 그 후로 급속도로 상태가 좋아지셨고,
나랑 동생은 최소한의 시간만 채우고 퇴원했어.
동생이랑 같은 곳에 입소했는데
동생이 먼저 입소해서 나보다 며칠 일찍 퇴소했어.
내 방 창문에서 그게 보인단말이야.
동생한테 전화해서 울면서 한번만 뒤돌아보라고 했는데,
누나 얼굴 보면 자기 지금 울 것 같다고
나중에 집에서 보자고 하면서 전화 끊고,
막 뛰어서 가버리더라고.
(아마도 울었던듯 ㅋㅋㅋ)
지금은 웃지만 그 땐 그게 왜 그렇게 서럽던지..
가족들 다 앰뷸런스 타고 실려갈 때도 안 울고,
나 확진 받았을 때도 안 울고,
여러 고비 때 내가 중심 잘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있었는데,
동생 뒷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침대에 엎드려서 엉엉 울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반쯤은 안도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차례차례 가족들이 모두 퇴원하게 됐어.
아빠가 제일 늦게 하셨는데,
그래도 옆 자리 아저씨 보다 일찍 나가게 돼서
아몬드랑 커피 다 드리고 오셨대.
아저씨가 자기 이제 어떡하냐고
엄청 시무룩해하셨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며칠 후에 퇴원하셨다고 연락이 왔대)
여기에 쓸 수 없었던 진짜 더 많은 고통들이 있었고,
아마 가족이 모두 코로나로 입원해보지 않은 토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말도 못하게 많아.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고, 사업상 손해를 본 일은
여기서 논하지 않을게.
근데 나도 내가 코로나에 걸릴지 몰랐거든.
그 때는 지금처럼 쏟아질 때도 아니었고,
우리 가족은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고,
직장과 집만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하나..
생각 많이 했어.
그러니 토리들아..
코로나에 걸리는 것 보다는
백신을 맞고 하루 이틀 조금 고생하는 게 나아.
나는 1차 잔여백신 줍줍으로 AZ, 2차 화이자 맞았는데,
남들 못지않게 이런저런 부작용 겪었지만,
코로나에 비할 바 아니고,
나는 코로나도 경증이어서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을 정도였는데도,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백신 부작용에 비할 고통은 아니었어.
그래서 백신 부작용으로
전신 근육통, 발열, 오한, 팔통증, 현기증, 무기력증,
생리불순 등등 남들 하는 거 다 겪으면서,
겪으면서 속으로
"코로나에 비하면 껌이네 ㅋㅋ" 했어.
나도 나지만 내 부모님이 잘못 되셨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아찔해.
내 글이 고민하는 토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어디로도 퍼가지 말아줘. 부탁할게.
토리야 정말 고생했어 사실 정말 우리가 조심한다고 해도 안걸린게 운이 좋은 상황이잖아,,, 가족 모두 힘들었을텐데
잘 퇴원하셨다니 다행이다..! 나도 다음주에 2차 맞는데 잘 맞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