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5일자로 살짝 수정했어
아버지가 최근에 쓰러지셨는데, 3번째야
뇌경색, 뇌경색, 뇌출혈 이렇게 3번이고
참 이런 경험이 쌓이는게 좋은일은 아닌데, 그래도 자꾸 겪다보니 훨신 대처하기가 낫네
처음에는 정말 너무 막막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혹시나 다른 토리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잖아
전체적인 플로우라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써봐
다른건 몰라도 아랫쪽에 산정특례제도, 긴급의료비,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꼭 봐줘
참고로 내가 알려주는건 뇌경색, 뇌출혈일 경우야
그런데 기본적으로 모든병이 비슷한 흐름으로 가긴 해
1. 쓰러지셨다고 연락이 올때
119불러 병원에 도착하면 보통 그때서야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간호사나 구급대원이 전화할 수도 있고.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던가, 신고해준 사람에게 이야기해 일단 진료부터 시작하는게 중요해
응급실에서는 우선 접수를 해서 접수비를 내고, 의사에게 환자의 평소 병력이나 가족력, 먹는약부터 알려줘.
이거 알려주면 어떤 병인지 짐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
CT나 MRI 같은 검사도 응급실 접수 단계에서 다 진행돼
그리고 이걸 찍어야 대략적인 병명이 나온다 뇌경색이던 뇌출혈이던 뭐던.
만약 심각한 상태인데 보호자가 없으면 검사고 수술이고 못해
원래 법적으로는 위급한 상태일때 보호자 없이도 처치 가능하다고 하지만,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어지간하면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조치를 하더라고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보는게 좋아
긴급상황이면 바로 수술들어가는거고, 덜 긴급한 상황이면 뇌혈관(뇌졸중, 뇌경색 등 병원마다 이름다름)집중치료실로 들어가
(수술 후에는 중환자실 또는 뇌혈관 집중치료실 들어간데)
응급실에서 집중치료실 옮길때 응급실 비용(CT찍고 뭐 찍고 진료한 비용)을 계산해야 병실로 옮길 수 있어
참고로 며칠 전 응급실에서 CT랑 MRI 둘다 찍었는데 75만 나왔어
이때 낸 비용은 아래에서 말할 산정특례가 적용될 시, 일정 부분 환불받을 수 있어
입원수속 서류에 싸인 다 해야하고, 집중치료실 들어갈때 물티슈니 물통이니 휴지니 기저귀니 필요한걸 알려주는데
그거 다 바로바로 준비해줘야해
2. 집중치료실 입원
집중치료실은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해.
가족은 옆에 있을 수 없고, 면회는 보통 1일 1~2회, 10~30분 내외야.
보통 뇌혈관질환이면 환자가 거동을 못하는데 환자 대소변까지 다 처리해줘서 사실 가족은 할일이 없어
간호사가 다 봐주는곳도 있고, 병실 자체에 간병인이 붙는 경우도 있는데 간병인이 붙을 경우에는 별도 현금으로 계산해줘야해
여기서 보통 며칠 있는데 증세가 가벼우면 하루, 심하면 1주일까지도 있어
딱 기간을 정할 순 없는건 이 병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야
아직 일반병실 내려갈 정도는 아닌거 같지만 더 급한 환자가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일반병실 내려가는거야
3. 일반병실
일반병실까지 왔다면 이제 의료적인 위험은 어느정도 사라지고, 재활과 회복의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어
다만 이제는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이던 간병인을 쓰던 환자 옆에 누군가 24시간 있어야해
만약 간병인을 쓸것 같으면 집중치료실에 있을때 미리미리 구해놔야해
보통 내일쯤, 오늘 오후쯤, 모레쯤 일반 병실로 옮길 것 같다고 사전에 알려줘
간병인은 보통 병원마다 업체(또는 간병인 양성학원이나 협회)를 끼고 운영하기 때문에 인원이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어서
당일에 구한다고 한두시간만에 떡 하니 간병인이 나오는게 아니야
나도 아버지 일반병실로 옮기라는 소리 듣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병원갔는데, 간병인을 바로 구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아침 11시에 전화해서 급하게 구한다 그랬는데 오후 4시나 되어서야 인계해주고 나왔어
만약 가벼워서 혼자 화장실 다니고 식사하실 정도라면 난이도는 정말 훅 내려가. 그럼 처음 며칠 말고는 간병인이 필요없거든.
간병인은 아예 24시간 붙어 1:1로 하는 타입도 있고, 주간만 하시는 분도 있고
또 병원에 따라서는 공동간병실이라고 해서 병실 하나에 환자가 여러 명 있고 그 병실 자체에 간병인이 여러명 배치되는 타입도 있어
증세가 비교적 가볍고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되는데 마침 저런 공동간병실이 있다면 생각보단 간병비도 덜 들어가고 좋은 거지
그리고 조선족 간병인도 많이 쓰는데, 이쪽은 간병비가 조금 싼 편이야
또 쓰러진 곳이 집과는 다른 지역이라면(우리집은 대군데 아버지가 무주에서 쓰러진적이 있어)
이때쯤 전원, 즉 병원을 바꿀 수 있어
병원을 옮기려면 먼저 의사에게 말해야 하고, 옮길 병원에도 미리미리 병상이 있는지, 무슨 서류를 준비하면 되는지 물어봐야해
옮길때는 보통 사설구급차로 옮기는데, 사설구급차는 현금으로 바로바로 돈을 줘야해
무주에서 대구까지는 21만원줬고, 대구안에서 또 대구의 다른 병원으로 옮길때는 9만원 줬어. 가격대가 참고가 되려나 모르겠다
보통 사설구급차 부를때 어디까지 가자 그러면 얼맙니다 하고 알려줘
4. 재활
일반 병실에서도 며칠이 지났다면 보통 대학병원에서 재활을 권하기 시작할꺼야
일단 상태가 안정이 되어야 재활을 시작할 수 있어
그리고 처음에는 침대에 누워서 재활치료를 하고, 좀 나아야 기구나 기계 사용해서 재활해
대학병원에서 재활해도 되고,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셔도 돼
경험상, 재활을 잘한다는 병원보단 집 가까운 병원을 추천해
환자들 사이에서는 어디가 잘하고 그런 의견이 있는데, 보호자 입장에서 보면 재활 프로그램이나 기구는 병원마다 다 비슷하더라고
병원비도 다 비슷하고. 그럼 보호자가 케어하기 편한 곳으로 모시는게 최고야
재활병원, 요양병원 가격이야 프로그램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아버지 기준 한달에 130 내외였어
여기서 잠깐. 부모님 나이가 많으시고 증세가 가볍다, 혼자 거동이 되긴하지만 혼자 두기 불안하다 이렇다면
요양원이라는 선택지도 있어
재활병원, 요양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거고,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혜택을 받는거야
치료, 재활이 필요하면 요양병원, 생활에서의 돌봄만 필요한 경우라면 요양원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통 65세 이상부터 등급신청을 할 수 있는데 6등급까지 있고,
보통 1~3등급이 나와야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어. 물론 낮은 등급도 받아주긴 해
1등급일 경우 한달 비용이 30만원대 정도로 떨어져서 가족들의 부담이 적지
다만 뇌혈관질환이고 60세 이상이라면 65세가 아니더라도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을 수 있어
굳이 요양원에 모시지 않고, 집에 계시지만 아무래도 행동이 불편하시면 힘든게 많지?
요양등급이 있으면 재가요양원 이용해집으로 사람을 불러서 목욕이나 외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러니 받을 수 있음 받는게 좋을거 같아.
단!!! 다른 토리들이 댓글로 지적한 대로 요양등급이나 장애등급은 보통 퇴원이나 발병 후 몇 달 뒤에 받아!!!
뇌졸중을 앓으면 어느정도 후유증은 남을 수 밖에 없고, 행동이나 언어가 불편한 환자가 장애등급을 신청하면 거의 100% 나와
급수가 문제지. 사실 4~6급(경증 장애)은 금전적으로 크게 혜택은 없어
요즘은 급수나 경증이란 말 대신 심하지 않은 장애라고 표현하더라
다만 가스차를 몰 수 있고, 주차비 할인같은 소소한 혜택이 있어. 본인은 대중교통 요금 할인도 되고
그리고 공무원이나 군인, 교사가 집에 있다면 가점 크고, 수당 나와. 소득공제시에도 공제가 별도로 있어서 유리해
5. 퇴원
퇴원 이전에 중요한게 정산이지
보통 병원에서 어느정도 지나면 중간정산을 하라고 해
이때 중요한게 산정특례가 적용되느냐, 안되느냐야
산정특례는 암이나 중대한 질환, 뇌혈관질환 등의 비용을 국가에서 도와주는건데
뇌혈관질환의 경우 처음 발생시점에서 30일동안 나온 병원비의 95%를 건강보험으로 커버해줘
즉, 병원비가 100만원 나왔는데 산정특례 대상이다 그러면 5만원만 내는거야
물론 비보험분야는 제외지만, 이거 대상이 되고 안되고가 엄청 커
우리집은 아빠가 뇌혈관집중치료실에 10일정도, 일반 병실에 3일 정도 있었는데 2천만원 넘게 청구됐었어
근데 산정특례 받고 병원비 낸 돈이 백 몇십 만원이었어. 200만원 안냈어
그리고 이게 한번으로 끝나는게 아니야. 위에서 30일이라고 했지?
30일이면 보통 응급실-뇌졸중 집중치료실-일반병실-재활병원 또는 재활시작 까지 기간이 다 포함되거든?
30일간의 병원비가 계속 95% 감면되어서 청구되는거야.
그러니 만약 증세가 매우 가벼워서 바로 퇴원할 정도라고 해도 병원에서 확실히 괜찮다고 할때까지,
가능하다면 1~2주라도 재활치료 받는거 추천해. 금전적 부담은 적지만 굉장히 효과가 좋아
산정특례는 보통 수술하면 100% 해당인데, 뇌경색이나 뇌출혈같은 경우는 질병코드에 따라 해당될수도 안될수도 있어
뇌경색인데 수술을 안했다, 그래도 질병코드가 해당이면 감면, 해당아니면 감면이 없어
알아보니 특정 약물을 쓰거나 처치를 해야 산정특례에 해당하는 질병코드가 돼
그리고 간혹 뇌졸중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려는데 해당이 되지 않는다며 보험사에서 돈 안주는 경우가 있거든? 그게 보통 이 질병코드야
따라서 산정특례가 안된다? 그럼 보험금 수령도 어려울 수 있다가 성립이 돼
그러니 처음부터 의사에게 산정특례가 되느냐, 되게 해달라<<<<<<<<<< 이게 중요해
우리도 처음엔 산정특례가 아니었는데, 내가 병원비가 막막해서 막 알아보다가 이 제도를 알고
의사에게 산정특례 받도록 좀 도와주세요 ㅠㅠㅠ 이랬더니 받을 수 있게 해줫거든
이거 꼭 받아야해. 난 세번째 병원갔을땐 아예 응급실에서부터 산정특례 코드 받게 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우리 식구들 전체가 소득이 낮다, 의료보험비를 그닥 많이 내지 않는다, 재산이 없다, 그래서 병원비가 막막하다...
그러면 긴급의료비 지원(129),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1577-1000)에 해당하는지도 확인해봐야해
하위소득자, 중위소득자라면 해당이 되거든
만약 이게 된다면 긴급 복지자금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아.
이건 코로나때문에 다들 이젠 이름 많이 알았을거라 생각해
6. 자잘한 팁
보험체크 : 보험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돈이 얼마나 나오는지, 입원비는 얼만지 다 체크해보자. 보험사에 문의하는게 젤 빨라.
보험청구 :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큰 금액을 한꺼번에 청구하면 100% 사람이 나와서 꼼꼼하게 다 확인하고 간다. 만약 진단금이 아니라 입원비 정도만 청구할거라면 1~2개월에 한번씩 청구하는게 나을수도 있어. 4개월치 청구하니 바로 사람나와서 방문해서 다 확인하고 가더라. 이게 왜 안좋으냐면 혹시나 그 심사관이 방문할때 자리를 비우거나 외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급시간 자체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야.
채무면제제도 이용하기 : 카드회사에 따라서는 채무면제가 되기도 해. 채무면제는 일종의 보험같은건데, 카드 쓰는 사람이 매달 얼마씩 보험처럼 내면 카드 쓰는 사람이 갑자기 아프거나 할때 내야 할 카드값을 면제해 주는 제도거든. 카드사마다 제도도 다르고 없는곳도 있지만 혹시나 확인해봐도 괜찮을거 같아. >>>>>이 제도는 모르는 사람, 가입 안한 사람이 많아서.. 굳이 신경안써도 될듯
통신, 인터넷 요금 정지 : 인터넷, IPTV 요금 등은 진단서만 떼 보내면 바로 정지를 해줘. 0원이 나오는 대신 약정기간은 그만큼 늘어나긴 해.
공제 : 직업이나 회사에 따라 부모님 이름으로 가입한 공제가 있다면? 이런 질병이 발생했을 시에는 보통 돈을 줘. 물론 가입기간 등의 변수는 있지만 알아보는게 좋을거야.
파산 신청 : 쓸까 망설이다가 쓰는데, 병원비때문에 파산을 고려한적이 있어. 원론적인 말이지만 가족 중 누구라도 집, 차 등 재산이 있으면 갚을 금액이 정말 어지간하지 않고서는 파산신청이 안돼. 또 이혼이라면 최소 2년은 넘어야 파산이 인정돼.
호칭 : 의사는 선생님, 간호사분들도 선생님, 조무사분들도 선생님, 청소해주시거나 식사 주시는 분, 간병인들은 여사님. 호칭이 별거아닌거 같아도 다른 사람들은 어이, 아가씨! 그러고 난 선생님! 이러면 적어도 병원 생활에서 불이익은 받지 않아.
병문안 : 부모님 친구들에게 병환 소식을 꼭 알려. 요즘 병문안 트렌드는 현금이야. 다들 현금을 얼마정도 봉투에 담아와서 주고 가거든. 이거 모이면 정말 크다.
+++++ 본인부담상한액 초과 의료비 환급 : 병원비 낼때 영수증 보면 본인부담금이라는 항목이 있지? 이 항목을 연간으로 따져 일정 금액이 넘으면 나라에서 그 돈을 환급해줘. 해당 대상은 나라에서 알아서 환급절차 신청하라고 통지서가 날아와. 보통 병원에 몇 달 입원해 계시면 대상이 되더라고.
글이 너무 긴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토리들의 따뜻한 댓글 정말 고마워. 문득 생각이 나서 몇가지 보태서 수정해봤어.
울 아버지는 2번째까지는 그래도 일상생활 가능할 정도로는 회복이 되셨는데, 3번째 뇌출혈 이후에는 거의 회복이 안되셨어
다리에 힘이 없으니 지팡이 짚고 걸을 순 있지만 많이는 어렵고, 앉고 서는게 어렵고, 계단이나 내리막, 오르막도 어렵지
왼손도 거의 못쓰셔. 정확하게는 손가락 움직임이 굉장히 둔해지고(물건을 잘 못잡음. 물건 살짝 쥐는 정도만)
언어 사용이나 말하는 것도 굉장히 어눌해졌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사고력도 떨어졌어
이 이상은 회복이 안될거라고 병원에서 그랬고, 재활치료를 해도 미미하게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 밖에는 안된데
그래도 당장 위급하거나 하진 않으니 ^^:;;
토리들은 나처럼 이런 일 겪지 않기를 바랄께. 토리 부모님들도 토리들도 다들 건강하자
++++++++++++++++++++++++++
아버지 쾌유를 빌어준 토리들 정말 고마웠어
우리아빠 4번째 뇌졸중이 왔는데... 이번에는 이기지 못하고 결국 돌아가셨어
그래도 많이 힘들지 않게 편하게 가셨다
장례 치르고 유품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와봤는데 토리들 댓글보면서 너무 감동받았어
다들 고맙고 이 글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음 좋겠네. 다들 모두 건강하길 바랄게.
토리야 고마워!!! 새해복 많이 받아!
톨이랑 가족분들 모두 올해 더 건강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