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장기간의 백수생활을 청산할 기회가 왔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면접 장소는 종로구의 한 대기업이었다.

이 곳은 사내 정치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어서 자살자가 있다는 둥 원인 모를 소문들은 있었다.

"서류 합격이 어디야"

처음엔 왠지 꺼려졌지만 연이는 서류탈락에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던 나는 대기업이라는 글자하나 만으로 설레는 마음에 정장을 차려입고 2층 면접장을 향했다.

인사담당자는 대기중인 우리에게 번호표를 확인하며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여기 2층 화장실은 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대기장에 앉았다. 달달 외운 문답지를 되뇌이고 있는데 긴장이 된 나머지 배가 꾸룩꾸룩 요동쳤다. 화장실을 가야했다.

면접은 3시다. 지금은 2시 51분.

'한층 더 내려가거나 올라갔다간 분명히 지각이야'

필사적으로 참으려 노력하다가 참지 못하고 2층 화장실을 향했다.

앉아 있던 면접대기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지만 생리현상 앞에서 지금 그런 시선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에이 모르겠다 당장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화장실 문을 열자 좁은 방이 있었다.
뭐야 한번 더 열어?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화장실에 웬 엘리베이터?? 여길 타고 올라가라는 건가.
마침 정지된 엘리베이터 2층이라고 써 있었다.
나는 장의 급한 신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른 마음으로 이미 면접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3층을 누르려는 순간 문이 쾅 닫히더니 엄청난 속도로 끝도 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거야!"

놀이기구마냥 고공행진 하던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멈춰섰는데 그 충격에 머리가 벽에 부딪힐 뻔했다. 아퍼. 문이 열리는 순간 무언가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으악"

시야를 가리는 수 많은 갈매기떼들이 날아가버리자 사방으로 광활한 바다가 보였다.

파도가 철썩 모래에 부딪히더니 발 코앞으로 여러 개의 명찰들이 물살에 떠밀려왔다.

[이해연…유하나…정민철…..]

고개를 드니 바다 너머엔 수 많은 검은 정장의 젊은이들이 바다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00씨 환영합니다 "

기괴한 모습으로 목줄 자국, 끔찍하게 팔다리가 부서져있는 사람들 제각각이 서 있었다.

저것들이 뭐지???공포라는걸 느낄 틈도 없이 내가 처한 이 상황조차 곧바로 인지할 수 없었지만
지금 이건 현실이고 위기였다. 죽은 영혼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다는게.

바다를 평지처럼 걸어오고 있었다.

"00씨... 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환영합니다 "

그들은 일제히 곧은 자세로 합창을 하듯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뒷걸음질 치다가 나는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닫혀라...빨리 닫혀라...닫기 버튼을 미친듯이 눌렀다.

순식간에 바다를 건너와 모래까지 그들의 발들이 가까워져 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닫힌 창문 사이로 그들은 형체도 없이 힘 없이 으스러졌다.

2층…

문이 열리자 아까 분명 방만 있던 자리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화장실이 나왔다.

띠잉 머리가 너무 아파왔다.

세수를 하며 용변을 보고 나왔더니 3시 24분. 이미 복도 대기장에 사람이 한명도 없어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0000에 입사하게 된다면~]

면접이 한창 시작되었는지 닫힌 면접장 문틈 사이로 지원자들의 패기넘치는 자기소개가 새어나왔다.

인기척이 나서 고개를 훽 돌리자 인사담당자는 나를 비웃는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잘 살아남고 용케도 왔네"

나는 면접을 포기하고 얼른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 이후 몇 개월이 지나 나는 다른 중견기업에 취업하여 잘 다니고 있다.

가끔 TV에서 그 대기업이 나오면 나는 내가 잠시 정신착란증을 겪었나 의심하게 된다.

  • tory_1 2018.07.20 10:40
    와 이런 기묘한이야기류 좋다...
  • tory_2 2018.07.20 11:20

    오.. 뭘까 대체... 오오..

  • tory_3 2018.07.20 12:34
    잘 살아남고 용케도 왔네라니 담당자 인성;;니네 회사에 죽인 사람들 같은데...?오히려 화장실 간게 천운이었다 하마터면 저딴 기업에 취직할 뻔했네...
  • tory_4 2018.07.20 13:47
    헐 미친 대존무;;;;;
  • tory_5 2018.07.20 15:49
    근데ㅈ귀신들은 왜 애먼 사람 앞에ㅈ나타나는겨? 나 같으면 날ㅈ괴롭힌 사람을 들들 볶을거 같은데
  • tory_6 2018.07.20 16:14

    저 기업 공고문에 댓글을 확 달아줘야하는데.

    무섭기보다 약간 신기한 느낌의 이야기다. 잘 읽었어!

  • tory_7 2018.07.20 19:01
    잘썼당 저런곳은 인사담당자같은 놈이 가야할 곳인듯ㅠㅠ
  • tory_8 2018.07.21 04:27
    이거랑 비슷한 영상이 있는데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인가? 암튼 일본 시리즈 같은데 그것도 꽤 재밌어.
  • tory_9 2018.07.22 03:21

    똥은??

  • tory_10 2018.07.22 12:47

    무서워서 쏙 들어갔나봐!!

  • tory_12 2018.08.03 01:12
    용변 보고나왓대
  • tory_11 2018.07.24 14:00

    엥 인사담당자 이중인격이냐 모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순결한 수녀의 임신, 축복인가 저주인가! 🎬 <이매큘레이트> 시사회 21 2024.06.24 1747
전체 【영화이벤트】 스칼렛 요한슨 X 채닝 테이텀 🎬 <플라이 미 투 더 문> 예매권 증정 62 2024.06.24 1423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89889
공지 창작방 공지 29 2017.12.15 1583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2 기타 하늘바람구름 03 20 2018.07.25 1095
11 기타 지금은 사라진 옥탑방3 35 2018.07.24 2276
» 기타 이상한 면접 12 2018.07.20 2820
9 기타 하늘바람구름 02 16 2018.07.20 501
8 기타 레코드 샵 17 2018.07.19 2552
7 기타 수박 이행시 29 2018.07.19 5437
6 기타 하늘바람구름 01 4 2018.07.19 627
5 기타 고민이 있어 (마지막) 11 2018.07.18 860
4 기타 아가씨, 세상은 좋은 세상이야. 49 2018.07.18 6715
3 기타 저승사자 목격담 7 2018.07.17 2271
2 기타 너무나도 쉬운 기신 퇴치하는 방법 40 2018.07.13 5722
1 기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있다 54 2018.07.12 9991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