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승사자를 본 것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린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저승사자라는 게 무엇인지 알 턱이 없었고 그는 그저 나에게 기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안색도 어둡고 아무와도 대화는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행색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피부색이 참 형편없어서 난 그가 아주 아프거나 아니면 외국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TV에서 보는 외국인들은 피부 색이 나보다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했으니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피부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김새 자체는 영판 한국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렇다면 혼혈이라 그런 식으로 특정한 유전 형질만 외국인 부 또는 모에게서 받은 걸까 하는 생각까지 사고가 진전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를 목격한 것이 아주 잠깐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나는 궁금해하는 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어른들에게 '이건 왜 그런 거야?'라고 물어보는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였기 때문에 속으로만 이러쿵저러쿵 생각했을 뿐 아무에게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은 거짓말. 말을 하긴 했지만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없다. 내가 그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나의 쌍둥이. 여기 없다는 것은 어디 다른 곳에 놀러갔다든가 독립해서 생활한다든가 외국에 유학을 갔다든가 하는 소리가 아니라 너무나 어린 나이에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죽기 직전의 모습은 너무도 형편없어서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정말 맞을까 싶을 정도로 눈은 쑥 들어가고 뺨도 홀쭉하고 눈 밑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비추었다. 그야말로 몹쓸 병이다. 열에 들뜬 볼은 새빨갰고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으니까. 어른들을 피해 몰래 내가 발견한 이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귀에 대고 소근거렸을 때조차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으니까.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 사이에 둘러싸여 결국 약간이나마 남은 힘조차 떨어졌는지 엄마와 맞잡고 있던 손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가 있던 방 귀퉁이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내 동생이 떠나는 것과 같은 지금 이 시간에 역시 떠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의 이름을 알았다. 그가 바로 죽음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나는 내가 목격한 것이 뭔가 비범한 것이며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죽어버린 나의 쌍둥이에게 소근대긴 했지만 그 뒤로 나는 아무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렇다, 지금 이 글을 뜨거운 여름밤 의자에 앉아 낡은 데스크톱 컴퓨터의 웅- 하는 팬 돌아가는 배경음악 삼아 키보드에 두들겨 넣는 바로 지금까지 난 그 결심을 지켜왔다. 하지만 결국 그 결심을 깨고 있는 것은(바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행위에 의해) 그 죽음이라는 저승사자라는 존재를 오늘 또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이 시간, 내 방 귀퉁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