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月 1

 처음이라 발음하면 으레 따라오는 이름이 있고 사랑이라 곱씹으면 제 몫인양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 이름과 그 얼굴이 여즉 내게 어여뻐서 망각일랑 못 가닿는 마음 역시 있구나, 한다.

1月 29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하겠단 말은 그렇지 않다면 안 하겠다는 거지. 그 말을 곱씹을 때마다 빈 화면만 공연하게 미워하고는 했다. 번호가 뜨지 않는 무수한 밤낮이 네게 외면된 날들이라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 슬펐어.

2月 1

 서툴고 어리숙한 건 이제 졸업해야 할 때 아니니.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애써서 동여본들 마음은 곧잘 고꾸라진다. 있잖아. 눈을 뜨면 또 여기다. 이 변두리를 닮은 기분들.

2月 21

 실은 있잖아. 네가 조금은 더 머물러줄 줄 알았다. 알 속에서 줄곧 눈만 빠끔대는 게 내 일과였잖아. 네가 오죽 다정했겠니. 그러니 그만 내 세상이고 숨이고 그런 줄 알았지. 멍청한 나는.

 아직도 버릴 줄 몰라서 견딜 게 늘어.

3月 13

 이런 마음은 너무 무서운데.

분명 나는 나인데도 앉을 공간이 없다. 가장 모퉁이에 기대 앉아 귀 기울이면 다시 한 번 벽이 무너지는 소리 벽이 세워지는 소리 문이 달리는 소리 덜컹이고 열리는 소리 뚜벅이며 걷는 소리와 달칵하고 닫기는 소리

 우리 내기나 할까. 이번 주소는 비문(碑文)일지 아닐지 말이야. 죽어서 나오지 못한 이들과 살아서도 나오지 못한 이들까지 빈 관으로 차린 장례가 벌써 몇 번째인지를 몰라. 너는 어떻게 할래. 어쩌고 싶니 너는.

4月 26

 몽돌 같은, 맨들맨들한, 더 이상 나를, 찌를 수 없는, 모서리를 잃어버린, 그럼에도 가끔씩, 어딘가 아픈

5月 30

가장 사랑한 너를 놓쳐서

가장 사랑하고 싶은 너를 놓쳐서

너를 놓친 내가 되었지.

앞으로도 영영 나는

그것밖엔 될 수가 없지.

6月 26

너랑 있는 나는 자꾸 뭘 잃어버려.

팔찌랑 지갑이랑 약속이랑 다짐이랑

그리고 내 마음 같은 거.

길을 잃는데

잃고 싶어져 영영.

7月 5

 모르겠어.

유월의 내가 웃어서 웃어버려서 칠월의 내가 울어야 하나. 행복해서 행복해버려서 가질 게 아닌 걸 삼켜서 그러고도 반성할 줄 몰라서 이렇게 아픈가.

7月 9

 유예시키면 시킬수록 불어나는 것 중에는 하필 너에 대한 사랑이 있다. 나는 그게 슬퍼. 그게 지독하게 슬프다.

너 없는 시간은 다 사라지면 좋겠어. 옆에서의 시간만 쭉 찢어서 기워 살면 안 될까.

7月 11

 네 일상의 귀퉁이에나마 살고 싶다가, 가장 질긴 식물처럼 붙박고 싶다가, 아니지, 아주 조금만 더, 쳐다라도 봐줬으면, 물이라도 줬으면, 또 까마득히 바라는 마음. 검은 흙만큼의 욕심들.

나는 어쩌자고 결국은 네 일상이 되고 싶을까. 될 수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