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현실법

당신은 파란약을 먹을 것인가. 빨간약을 먹을 것인가.

우리는 늘 선택을 한다. 강요이던, 아니면 자신의 자유의지이던. 그리고 싫던 좋던 선택에 책임을 지게 된다.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 어른이라고는 하지만 글쎄. 아직도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대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제 106대 대한민국 국회 의회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행복을 추구해야할 권리를 기반으로 하여 '행복현실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일본에서 시작되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을 뒤늦게 도입했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었다.

'행복현실법'이란 가상현실 캡슐에 들어가 행복한 삶을 즐기는 것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법이다. 신청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지원자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동기를 적은 신청서만 내면 되었다. 비교적 근로 시간이 길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높은 한국에서 이 법은 정말로 희망적인 것처럼 보였다. '행복현실법 '에서 얻은 해답으로 진짜 대한민국도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법이 시행되고 1년 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요람으로 변해만 갔다. '행복현실법 ' 프로그램의 수료 기한을 제한없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스스로 끝맺을 때까지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꿈에서 깨면 다시 다람쥐 쳇바퀴처럼 레일 위에서 반복되어야 할 인생을 이미 알았다. 다시 먹을 수 없는 탐스런 포도를 보며 군침을 삼켜야만 할 씁쓸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잊어버린 채 살고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짜'를 포기하고 '가짜'를 선택했다.

점점 진짜 현실에서 목소리가 사라지고 캡슐 안에서 새어 나오는 고요한 숨소리만이 도시를 채웠다. 이윽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콘크리트가 조금씩 부서지고 이끼와 식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현실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저 허망하게 멸망해가는 세계를 바라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꿈에서 깨지 말걸. 자조하던 그들은 영원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편하게 스러져 가길 기도했다.


-


창작방은 첨이라 부끄럽네...ㅠ 잘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