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모노가타리 작가인 무라사키 시키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대하 드라마인데,
채널 J에서 틀어줘서 이제 이거 하나 보거든
오늘 7회에서 격구 경기 장면이 나오는데,
살면서 구기 경기 이렇게 역동감 없어 보이는 건 처음이야
헤이안 시대는 우아한 귀족 문화의 시대였다니
격구도 우아한 스포츠로 그리려는 의도인 건 알겠는데,
스포츠의 활기와 역동성이 전혀 없이 정말 경기하는 모습 그대로 보여줌
하다 못해 득점했을 때도 그냥 공 들어갔구나, 이런 느낌이라서
조기 축구회 경기를 폰카로 찍어도 이거보다 역동적일 거 같음
슬로우 간간이 걸긴 해도 결정적인 장면을 더 역동적으로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우아한 귀족들의 모습을 아련하게 기억될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느낌으로 보여주려는 거 같고
화면에 뽀샤시 필터도 잔뜩 넣어서 더 그렇게 느껴져
그런데 우아하지도 않음
관중들이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저 심심한 경기를 보고 흥분이 되나 싶음
경기 끝나고 남주가 자기 이복동생이라고 속이고
선수로 데려온 평민 조연한테 같은 팀 귀족이
"공 치는 솜씨가 뛰어나던데?"라고 하던데
정작 그 조연이 공 치는 모습은 한두 컷 나와서 잘하는지 모르겠음
그 조연이 평민이어도 재능이 뛰어나다는 걸
격구 경기에서 활약하는 걸로 보여주거나
남주와 팀웍이 좋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면
경기 자체도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도 풍부해지잖아
그런 건 하나도 없고
여주랑 섭녀가 남주 멋있고 우아한 모습(내 눈엔 그렇지 않지만 설정상, 더 멋있게 연출해 주지도 않음)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만 그림
조연도 잘했다는 대사 하나만 넣으면 뭘 함
배우들/스턴트들이 그 치렁치렁한 의상 입고 말 타고 격구 채 휘두르느라 고생했을 거고
말 타고 격구 경기 하는 게 엄청 어려운 거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출이 너무 못 받쳐준다
우리나라 드라마 <화랑>은 고증 신경 안 쓴 퓨전 사극이고
'미식 축국'이라고 럭비랑 축구랑 격투기 섞은 희한한 경기가 나오는데,
적어도 구기 경기 자체의 스릴과 역동감과 활기는 잘 살렸더라 관중들 반응까지도
드라마 자체가 대본도 연출도 뭔가 심심하고 밍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