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이한테만 자기 감정 주체 못하는 서희.txt 에 이어 또다른 토지 글이 왔다!ㅎㅎ
서희는 미모로나 지력으로나 성격으로나 한국문학에서 매우 독보적인 (여성)캐릭터인데
이번에는 서희의 대단한 성격(성깔?ㅋㅋ)에 대해서 글을 쪄봄! 다 쓰고 보니 스압이네;;
할머니의 강한 기상과 아버지의 예민함을 물려받은 서희가 세월이 지나며 다듬어지고 성숙하는 게 흥미로워.
봉순네와 봉순이, 길상이 등의 헌신이 없었으면 최치수 성격이랑 똑같아졌을지도...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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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스포!!
<1권>
서희는 구천이의 잠방이를 잡고 늘어지며 오도 가도 못하게 방해를 한다.
“애기씨, 가서 사깜(소꿉) 사입시다.”
꾀듯이 봉순이 손을 잡는데 뿌리치고,
“나 여기 놀 테야.”
“일질에 넘어지십니다.”
구천이의 목소리는 역시 나직했다.
“싫어. 안 갈 테야!”
“마님께서 보시면 꾸중하시지요.”
“나 할머니 무섭지 않다!”
잠방이 자락을 겨우 놓아준 서희는 구천이를 노려보면서 제 주장을 뚜렷이 나타내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으로,
“구천이는 바보 덩신! 중놈!”
욕을 하며 달아난다. 봉순이 그 뒤를 쫓아 뛰어간다. 짧은 저고리 도련 밑에 늘어진 빨강 댕기가 할랑할랑 그네를 뛰더니,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 할머니가 무서워 구천이 말 듣지만 욕은 하고 달아나는 서희ㅋㅋ
“밤을 다 까 왔고나. 와 깠노.”
“묵기 좋으라고.”
“싫어!”
마침 짜증부릴 일이 생겼다 싶었는지 서희가 팩 소리를 질렀다.
길상이 의아해하며,
“왜 그럽니까, 애기씨.”
“껍질 왜 벗겼어!”
“손 버리실까 하고.”
“더러워. 난 싫어. 안 먹을 테야!”
“깨끗이 했는데.”
“길상이 손이 더럽단 말이야!”
두 손을 펴보면서 길상이는,
“안 더러운데…….”
낭패한 듯 슬픈 듯 눈을 들어 서희를 쳐다본다.
“애기씨, 그러시믄 이제 길상이가 업어드리지 않을랍니다.”
“그럼 내가 때려주지. 이놈! 종아리 걷어, 하구 말이야.”
서희는 졸음도 오고 짜증도 나는 눈으로 길상이를 노려본다.
“잘못했습니다. 또 얻어가지고 굽어 오지요.”
>> 다섯 살짜리 상전 모시기 참 힘들다...ㅋㅋㅋㅋㅋ
“끄치지 못하겠느냐?”
서희는 더욱 악을 쓰며 엎어진 채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윤씨 손의 회초리가 버둥거리는 서희 다리를 내리친다.
“마님.”
뜰 아래서 봉순네가 울먹거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한 종아리는 이내 붉은 줄이 그어졌다. 서희는 빨딱 몸을 일으켰다. 그는 웃목에 놓아둔 반짇고리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그것은 실꾸리였으나 실꾸리를 집어 팽개쳤다. 순간 윤씨의 얼음장 같은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이윽고 윤씨 입가에 경련 같은 미소가 번진다.
“그년 고집도.”
윤씨는 만족한 듯 뇌더니 방에서 나왔다. 마당 귀에 회초리를 버린 윤씨는 아무 말 없이 별당에서 나가버렸다. 방 안으로 쫓아 들어온 봉순네는 파아랗게 까무러친 서희를 안았고 삼월이는 냉수를 가져와서 아이 얼굴에 뿜는다.
“애기씨! 애기씨!”
봉순네는 서희를 흔들어대었다. 서희는 눈을 떴다. 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집념의 덩어리 같은 아이는,
“엄마 데려와!”
쨍! 하게 울리는 소리를 한 번 질렀다.
>> 난 서희 고집에 윤씨부인이 흐뭇해하는 이 부분이 참 좋더라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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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대문을 나선 길상이는 곧장 돌아갈 판인데 문이 열려져 있는 사랑 마당 쪽으로 눈이 갔다. 햇볕 바른 곳이어서 그랬던지 별당 뜰의 개나리는 움이 트고 있을 뿐인데 그곳의 개나리는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옳지. 저걸 꺾어서 애기씨한테 드려야지. 방에 두믄 곧 꽃이 필 기다.”
길상은 서슴없이 들어가서 조심성 없게 꽃가지를 우직우직 꺾는다.
[…]
“애기씨!”
서희는 가만히 있었고 봉순이 돌아보았다.
“어이서?”
꽃을 본 봉순이 홀딱 일어서며 물었다.
“훈장님 댁에서.”
하는데.
“훈장님이 뭐야? 선생님이지.”
하고 서희는 길상이를 노려보았다. 조용했을 뿐 서희의 성깔은 옛날과 다름이 없었다.
“얻었나?”
노려보는 서희 눈초리에 길상이는 감히 제 마음대로 꺾어왔다는 말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어서 방에 꽂아라. 따신 방에 두믄은 꽃이 필 기다.”
봉순이 꽃을 받아 안았다. 그러더니 꽃가지 속에서 필 듯 말 듯한 꽃 한 가지를 꺾은 봉순이는 서희 귀밑머리에 꽂아주면서.
“애기씨 참 예쁘요.”
하고 웃었다.
“너도 꽂아주련?”
서희도 웃으며 꽃 한 가지를 꺾어 봉순이 귀밑머리에 꽂아준다. 그러고 나서 두 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길상이도 벙실벙실 웃는다.
>> 나이는 먹었어도 여전한 서희 성깔ㅋㅋ
그나저나 길상이는 예쁜 꽃 보자마자 서희한테 가져다 줄 생각부터 하는군 (*´ლ`*)
“우리 할머님께서는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적에 눈물을 아니 보이셨다.”
어른스럽게 가르치는 것 같다. 그 의젓한 투에는 김훈장 훈도의 영향도 있었고 범절을 지키려는 강한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마는 애기씨도 전에는 많이 우싰습니다.”
서희의 의젓한 품을 무심하게 깨뜨려버린다.
“언제?”
금세 샐쭉해져서 서희는 묻는다.
“전에 어릴 적에 말입니다. 막 어머님 데리고 오라 캄서.”
“…….”
“한분 울음을 잡힜다 싶으믄 온 집안의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우리 옴마는 아이구 우짜꼬 아이구 우짜꼬 함시로. 애기씨는 생각 안 나십니까?”
서희의 얼굴빛이 변하고 깎은 듯 둥근 이마에 푸른 줄이 뻗는다.
“그건 철없을 때 얘기야!”
새된 목소리가 사방에 깨어져서 울린다. 비로소 봉순이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
서희는 어느덧 저도 모르게 연못가 흙모래를 쓸어다가 연못 속에 던지고 있었다. 산산이 부서지는 얼굴, 그것은 서희 자신의 얼굴이었다.
‘나쁜 놈, 죽일 놈! 바보, 등신, 중놈!’
“애기씨, 와 그랍니까?”
“나쁜 계집애!”
서희는 빨딱 일어서며 주먹에 쥔 모래를 봉순이의 얼굴에다 던진다.
“나쁜 계집애! 너만 엄마가 죽었니! 너만 엄마가 죽었냔 말이야!”
“애, 애기씨 잘못했십니다. 인자부텀 다시는 안 그라겄십니다.”
했으나 서희는 땅바닥에 주질러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애, 애기씨!”
봉순이는 옛날 봉순네처럼 서희를 안으려 했다. 서희는 봉순이 가슴을 두 주먹으로 떠다밀었다. 울부짖고 새파랗게 질리고 눈을 까집으며 까무라칠 지경이다.
어릴 적 그대로의 패악이었다.
[…]
별안간 서희는 울음을 그쳤다. 병수를 보았던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병수 가까이까지 걸어간다. 병수 얼굴에 손가락을 겨누며.
“비렁뱅이 병신! 네가 내 신랑이 되겠다 그 말이냐?”
홍당무가 된 병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는 듯 맹추를 올려다본다.
“가아! 다시, 두 번 다시 별당에 얼씬거렸다간 당산나무에 매달아서 때려 죽일 테야!”
수동이조차 아연실색한다.
광태며 파격의 행동이다. 열한 살이면 행세하는 집안의 규수로서 그런 언동은 상상키 어려운 일이었다.
>> 서희 존무...ㄷㄷㄷ
그나저나 토지 다시 읽을 수록 봉순이가 참 불쌍해...
서희보다 고작 두 살 많은데 신분 때문에 서희의 온갖 짜증과 신경질 다 받아줘야 하고ㅠㅠ
봉순네 살아있을 때야 애기씨는 엄마가 없으니까...하고 참을 수 있었겠지만
봉순네 죽고서는 둘 다 고아인데 서희는 길상이가 방에 군불 넣어주고 봉순이는 차가운 토방에서 덜덜ㅠㅠ
물론 나중에 서희가 봉순이 딸 양현이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만...너무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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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야비하게 웃으며 별당아씨에 관한 얘기를 외설스럽게 늘어놓고 있던 삼수는 등에 짜릿한 아픔을 느끼고 몸을 돌렸다. 아이의 매질이 그리 대단히 아팠던 것은 아니었으나 서희의 권위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었던 삼수는 당황했다.
“이놈!”
삼수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애, 애기씨! 소인 잘못했심다.”
비는 시늉을 했다. 말채찍을 들고 달려가는 것을 본 봉순이 전갈로 수동이와 길상이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달려왔다.
“수동아! 길상아! 이놈을 묶어라!”
길상은 까대기 쪽으로 날아가서 밧줄을 가지고 왔다.
“애, 애기씨, 소인 죽을죄를 졌십니다.”
엉겁결에 비는 행위에 정신 팔려 수동이와 길상이 동작에 방심한 삼수는 물론 절박하여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얼떨결에 밧줄에 걸려들었다.
“아 아니! 이것들이 뭘 하는 거지?”
홍씨도 뒤늦게 호통을 쳤다. 그 자신도 얼떨떨해 있었다. 수동과 길상은 들은 척 만 척 버둥거리는 삼수의 다리까지 홀쳐 맨다.
“이 죽일 놈들 봤나? 뉘 앞에서 이 행패냐?”
“애기씨의 영이올시다. 소인은 상전의 영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배 속에서 밀어내는 굵은 수동의 목소리였다.
“뭐라구?”
홍씨가 수동이 앞으로 다가서려 했을 때 서희는 말채찍을 흔들며 홍씨를 칠 듯한 기색을 보였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된 홍씨는.
“이런 천하에 망측한 계집아일 보았나? 나를 치겠단 말이냐?”
서희에게 덤벼들려 하는 순간 묶은 삼수를 땅바닥에 굴려놓고 길상이와 수동이는 동시에 홍씨를 막고 선다. 살기등등한, 그야말로 범의 장다리 같은 남자 앞에서 홍씨의 동작은 멎었다. 서희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닿으면 죽일 듯한 기세였던 것이다.
“나가시오. 나가달란 말이오!”
서희는 소리쳤다.
>> 통쾌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4권>
잠자코 있던 서희는 짜증을 낸다.
“울지 마라. 시끄러워!”
“애기씨 으흐흐…….”
“시끄럽다 안 하느냐? 하인 하나 죽었기로.”
하다가 벌컥 역정을 낸다.
“그동안 연달아 사람이 죽어나갔어!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 않느냐? 이 집에 귀신이 들어 그렇다고들 하더구나!”
“으흐흐…….”
“정말 그렇다면 나는 귀신하고 싸울 테야! 신령님네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골백번 그래 봐야 아무도 살려주진 않던걸. 구구하고 치사스러워.”
놀라며 봉순이 쳐다본다.
“모조리, 다아 잡아가라지. 하지만 나는 안 될걸. 우리 집은 망하지 않아. 여긴 최씨, 최참판댁이야! 홍가 것도 조가 것도 아냐! 아니란 말이야! 만의 일이라도 그리 된다면 봉순아? 땅이든 집이든 다 물속에 처넣어버릴 테야. 알겠니?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내 원한으로 불살라서 죽여버릴 테야.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찢어 죽이고 말리어 죽일 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을 줄 아느냐?”
>> 찢어 죽이고 말리어 죽일 테야! 크으...명대사-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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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그 명석함도 자기 야심과 집념의 도구로 삼으려 했을 뿐 자신에게 합당치 못한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 총명이 뚫어본 사실일지라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완명(頑冥)한 고집 앞에 이성은 물거품이 된다. 그에게는 꿈이 없다. 현실이 있을 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왜곡된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애기씨! 나라가 망했다 합니다! 대신 놈들 다섯이 들어서 나라를 팔아묵었다 합니다! 이렇게 되믄 우리는 우떻게 살겄십니까? 이럴 수가 있겄십니까? 모두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캅니다. 충신들은 칼로 목을 찌르고 죽었다 카고요.”
울며 봉순이 말했을 때.
“죽으면 무얼 해? 죽는다고 나라가 안 망하나? 충신이라는 말이나 듣자고 하는 수작이지. 그럴 바에야 왜 망하기 전에 손을 못 썼으까. 병신들 같으니라구. 초상난 것도 아니니 울지 말아라.”
태연하고 냉정했다.
>> 솔직히 좀 속시원...ㅋ...ㅋ...
“서희 이, 이년! 썩 나오지 못할까!”
나오길 기다릴 홍씨는 아니다.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서희를 끌어 일으킨다.
“네년 소행인 줄 뉘 모를 줄 알았더냐? 자아! 내 왔다! 이제 죽여보아라! 화적 놈 불러들일 것 없이!”
나오지 않는 목청을 뽑으며, 거품이 입가에 묻어 나온다.
“자아! 자아! 못 죽이겠니?”
손이 뺨 위로 날았다. 앞가슴을 잡고 와락와락 흔들어댄다. 서희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다. 울고 있던 봉순이.
“왜 이러시오!”
달려들어 서희 몸을 잡아당기니 실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홍씨 손에 옷고름이 남는다.
“감히 누굴! 감히!”
하다가 별안간 방에서 뛰쳐나간다. 맨발로 연못을 향해 몸을 날린다. 그는 죽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애기씨!”
울부짖으며 봉순이 뒤쫓아간다.
“죽어라! 죽어! 잘 생각했어! 어차피 너는 산목숨은 아니란 말이야! 죽고 남지 못할 거란 말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서희는 연못가에서 걸음을 뚝 멈춘다. 돌아본다. 흙빛 얼굴에 웃음이 지나간다.
“내가 왜 죽지? 누구 좋아하라고 죽는단 말이냐?”
나직한 음성이다. 홍씨 눈을 똑바로 주시한다.
“사람 영악한 것은 범보다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으셨소?”
여전히 나직한 음성이다.
>> 증오와 적개심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나가는 서희...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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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서희는 주려니 마음먹었다가도 상대편에서 달라고 하면 안 주는 그런 고약한 성미의 여자였다. 안 줄 뿐만 아니라 상대를 핍박하기까지 한다. 자기 명령을 거역이라도 한 것처럼, 비럭질하고 다니는 남루한 차림의 걸인을 대하는 것처럼, 이런 서희의 성미를 다소는 알고 있는 공노인이었기에 전날에도 월선에게 가게를 주겠느냐고 물어보진 못하고 빙빙 겉돌려 의도를 타진했는데 그래도 서희는 짜증을 냈던 것이다. 아무튼 남이 요구를 할 경우 격렬하고 심술궂게 거절하는 서희의 심리에는 남의 것을 얻으려고만 하는 근성에 혐오를 느낀 탓만은 아닌 성싶고 노상 주기만 하는 자기 처지에 한 가닥 외로움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 겉으로는 고고하고 오만하게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희는 평생 퍼주기만 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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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정신이 드십니까?”
“여기가 어디야?”
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묻는다.
“병원입니다.”
“병원?”
“용정서 오실 때 병원 가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말씀대로 된 거지 뭡니까.”
반가워서 가슴이 뭉클한데 길상은 화난 소리로 오금을 박는다.
“앞으론 그러지 마십시오.”
“길상이 네가 왜 걱정이지? 누구 훈계하는 게야?”
왜 병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는가? 그 원인과 결과가 한꺼번에 상기(想起)되어 그러는 걸까. 서희 얼굴에 독기가 피어난다.
“귀찮아서 그렇지요.”
이번에는 들떠서 길상이 말한다.
“그럼 가버리면 될 거 아냐?”
“귀찮아도 별도리가 있습니까? 가버릴 수 없지요.”
“누구 놀리는 게야?”
서희는 휙 돌아누우려다 꼼짝 않는 한쪽 다리, 군데군데 입은 타박상의 맹렬한 통증 때문에 신음한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
“갑갑해도 참으셔야 합니다. 뼈가 붙을 때까진, 뼈는 부러졌지만 잘못될 염려는 없답니다.”
“듣기 싫어! 더이상 지껄이면 여기서 뛰어내릴 테야. 병신이 되면 어떻다는 게지?”
“…….”
“상관 말어!”
서희는 설움이 목구멍까지 꾸역꾸역 차오르는 눈치다. 길상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기뻐서 안도에서 그러는 것을.
“이까짓 다리 하나 부러지면 어때? 눈이나 깜작할 줄 알어?”
>> 부끄러워서 괜히 성질내는 거 귀여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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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방이 내 소유재산을 횡령이라도 하였다 그 말이오?”
“아, 아니올시다.”
“그러면 도둑질이나 사기를 하여 지금 장서방이 경찰에 구금된 거요?”
“아, 아니.”
“그러면은.”
서희의 어세는 강했다.
“그게 아니올시다.”
“그게 아니라면 어째 내게 와서 심문을 하는 게요.”
“시, 심문이라니요?”
나형사는 펄쩍 뛰듯 말한다.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사실은 지금 불온한 일에 관련된 관계로 수배된 자가 있습니다. 그자하고 장연학이 그 사람하고 가까운 사이라는 말이 있어서, 일차적으로 그자 행방에 대하여 수소문해야겠기에.”
“내 아랫사람이 범행한 것도 아닌 터에 나를 보자 한 것은 말단 포졸의 횡포치고는 좀 심한 편이구먼.”
“그, 그렇겠습니다만 일단은 장연학이도 의심 안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상부의 지시란 말이오?”
“아, 아닙니다. 절대로 그건 아닙니다. 장연학을 찾아왔는데 마침 없어서,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돌아가시오. 일에는 순서가 있고 예절도 필요한 게요.”
서희는 일어섰다. 나형사는 별수 없이 문밖으로 쫓겨난 셈이다.
>> 서희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모가 많이 깎였는데이 부분에서 오랜만에 예전 성미 나온다 싶음ㅋㅋ
일제치하에서 형사라고 우쭐하며 거들먹거리는 인간한테 '말단 포졸'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