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냉철하고 자기 감정 드러내지 않는 서희가 길상이 앞에서만 감정 주체 못하는 게 귀여워서 글 쪄봄ㅋㅋ
그만큼 서희가 길상이를 신뢰하고 의지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같고ㅎㅎ
토지에 수많은 남녀 관계가 그려지지만 역시 서희-길상 커플이 제일 두근대고 재밌어(*´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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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스포!!
<5권>
시선을 느낀 길상의 얼굴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굳어져가는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서희는 기를 쓴다. 도시
무엇을 찾아내려는 걸까.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어느 물체를 만졌을 때 확실히 손에 잡혀지는
감촉만큼 서희는 자신의 직감을 언제나 신봉한다. 내 직감이 한 번이나 빗나간 일이 있었던가? 틀림없이 길상에게 무슨 변화가 일고
있는 게야, 틀림없이.
[…]
그럴 리가 있나, 그럴 리 없지. 아암 그건 이 더위에서 온 망상이니라. 망상이구말구. 네가 나를 떠나 어딜 간단 말이냐? 너의 이십칠 년의 세월은 나를 위해 있었던 거구 내가 세상에 나온 십구 년의 세월을 너는 내게 충성했었다. 더위에서 온 망상이야. 이부사댁 서방님이 떠난 후 내 마음이 허해진 탓이 아니겠느냐?
[…]
‘내 얼굴에 술을 끼얹고 미친 듯이 뛰어나가던 사람. 아마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 뜬구름 같은 그 사람을 놓아주고 나는 평생토록 충성하리라 믿은 이 사내를 내 곁에 두려 하였건만 설마한들, 지가 내
곁에서 떠날 수 있을까? 떠날 수 있을까. 겨루던 상대가 물러나 버렸기에 어쩌면 길상이는 제 마음을 단속하는지도 모르겠어.
비겁해지기가 싫어서 말이야.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겠지. 길상이는 그럴 수 있는 사내지. 아아니 뭐라고!’
순간 서희의 감정이 용수철처럼 튄다.
‘뭐라구? 감히 뉘하고 겨룬단 말이나! 이 내 최서희를 두고 누가 뉘에게 겨루어? 그럴 수도 있느냐?’
[…]
‘내
천 길 낭떠러지를 뛰어내리듯 너를 택하려 하기는 했으되 어찌 감히 너 스스로가 생심을 품을 수 있단 말이냐? 하늘의 별을 따지,
어림 반 푼이나 있는 일이겠느냐! 언감생심, 나를 여자로 보아? 계집으로 네 눈에 보이더란 말이나? 그래 너는 장살(杖殺)의 그
숱한 사연도 몰랐더란 말이냐? 내 비록 천애고아로서 이곳까지 왔다마는, 양반이 아직은 썩은 무말랭이가 되진 않았어! 감히 하인의
신분으로서!’
천길만길 뛴다. 그러나 어디까지 그것은 서희의 환상일 따름, 길상은 바위처럼 앉아 있을 뿐이고.
>> 길상이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널을 뛰는 서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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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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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방바닥에 굴러떨어진 꾸러미를 주워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그것을 길상의 얼굴을 향해 냅다 던진다.
“죽여버릴 테다!”
서희는
방바닥에 주질러 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어릴 때처럼, 기가 넘어서 숨이 껄떡 넘어갈 것 같다. 언제나 서희는 그랬었다. 슬퍼서
우는 일은 없었다. 분해서 우는 것이다. 다만 어릴 때와 다르다면 치마꼬리를 꽉 물고 울음소리가 새나지 않게 우는 것뿐이다.
“난 난 길상이하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다 버리고 달아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철없이 주절대며 운다.
“그 여자 방에 그, 그 여자 방에서 목도리를 봤단 말이야, 으흐흐흐흣…….”
길상의 눈동자가 한가운데 박힌다.
“그 꾸러미가 뭔지 알어? 아느냐 말이야! 으흐흐…… 목도리란 말이야 목도리.”
하더니 와락 달려들어 나둥그러진 꾸러미를 낚아챈다. 포장지를 와득와득 잡아 찢는다. 알맹이가 밖으로 나왔다. 그것을 집어든 서희는 또다시 길상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진다. 진갈색 목도리가 얼굴을 스쳐서 무릎 위에 떨어진다.
“헌 목도린 내버려! 내버리란 말이야! 흐흐흐…… 으흐흐흣…….”
엄마
데려와! 엄마 데려와! 하며 발광하고 울부짖고 까무라치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그칠 줄 모르게 패악을 부리던
유년시절, 그때 서희를 생생하게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 길상이지만 길상은 어떻게 할 바를 모른다. 술이 깨고 정신이 번쩍
들지만 무릎 위에 떨어진 목도리를 집었다간 불에 덴 것처럼 놓고 또다시 집었다간 놓고 하면서 서희의 울음을 그치게 할 엄두를 못
낸다. 드디어 그는 목도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서 마치 훔쳐서 달아나는 도둑처럼 방을 뛰쳐나간다. 문밖에서 엿들으려고 서 있는
여관집 주인 여자와 하마터면 이마빡을 부딪칠 뻔했다. 제 방으로 돌아온 길상은 우리 속에 갇힌 짐승처럼.
“미쳤을까? 애기씬 미쳤을까?”
중얼거리며 맴을 돈다.
>> 명장면 나오셨다!!
어릴 때 꺽꺽 숨 넘어가게 울던 서희 성질머리 여전하고요ㅋㅋㅋ
양반 처녀가 하인 앞에서,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체통 없이 울고불고 난리났고요ㅋㅋㅋㅋ
읽어도 읽어도 재밌고 설레는 장면임 (*´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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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길상이는 서희가 오십 다 되어서도 다섯 살 아이일 때처럼 모든 감정 다 내보일 수 있는 대상이야...참사랑...♡
나 토지 읽고 이상형이 길상이 같은 남자였는데 없더라 없어 에휴 ㅠㅠㅠㅠㅠㅠ
둘이 어린 시절부터 넘넘 좋았다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