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 PC버전으로 봐야 잘 읽혀! 모바일은 폰트도 다 똑같이 나오고 줄띄움도 안 맞아서 읽기 힘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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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이나 리뷰는 순전히 내가 읽었을 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로 따진 평가라서 다른 사람들 의견과는 다를 수 있어!



☆☆ = 추천 안함. 아주 재미 없거나 기분 나빴던 책.

★★☆☆ = 그냥저냥 평타.

★★☆☆ = 킬링타임. 꽤 술술 읽히고 보통으로 재미있음

★★☆ = 남에게도 추천할 만큼 재미있고 인상 깊음

★★★ = 돈 주고 소장하고 싶은 책,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을 책




1. 피리술사 / 미야베 미유키 ★★★★★

 

미시미야 괴담 시리즈 그 세번째!

가까이 다가오면 반드시 사랑하는 남녀를 헤어지게 만든다는 연못, 앞일을 예고하는 능력을 가진 산장, 사람이 감추고 있는 악행을 꿰뚫어 보는 아이, ‘마구루라는 짐승의 퇴치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여섯 편의 연작 단편. 

 


드물게도 퇴마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에도 시대의 괴담 소개 행사 문화에 대해서도 소상히 적어놓아 흥미롭다.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 시리즈.

 

 

이 괴담 자리에 엄격한 규칙은 없다. 화자는 내키는 대로 말하되 감추고 싶은 내용은 감추어도 상관없다. 사람 이름이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가명으로 바꾸어도 좋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미시마야를 떠날 뿐. 듣는 역할인 오치카도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노라고 숙부 내외에게 전하고 나면 다시는 거론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진위도 아무렴 상관없다.

화자는 말하고 버린다.

청자는 듣고 버린다.

그것만이 규칙이다.

 

 

미시마야는, 에도에서 장사를 시작한 주머니 가게의 이름이다. 이곳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이 자리에 엄격한 규칙은 없다. 화자는 말하고 버린다. 청자는 듣고 버린다. 그것만이 규칙이다. 그 미시마야에 한 사람씩,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은 그렇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부려 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가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도 등불을 밝혀 준다. 영혼이 부서질 정도로 비극적인 일을 겪은 이에게 어지간한 위로나 격려는 별 소용이 없으며, 그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이야기들에서 실을 자아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꿰매어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를 고찰해 보고자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편집자 주)

 

 

 

 

2. 삼귀 / 미야베 미유키 ★★★★☆

 

미시미야 괴담 시리즈 그 네번째!

유명한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먹보 귀신,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고립된 산간마을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을 도와주던 산속 귀신, 대대로 향료가게를 보살펴 준 귀신의 비밀...

 

이번 책의 도시락 가게 에피소드는 유난히 눈물겨웠다. 주인장이 돌아오라고 울 때는 나도 함께 눈물이 핑 돌았음.

무사가 화자가 되는 에피소드에 간접적인 성폭행 묘사가 있으니 주의.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무덤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는 괴로우니까. 그 무언가가 비석 밑에 다 들어가지 않을까 봐 불안하니까.

그래서 미시마야의 특이한 괴담 자리에는 사람이 모인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하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오라버니에게도 이곳에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분명히 좋은 치료가 될 거예요.”

흐음, 치료라고 하는 건가?”

. 금세 효험이 나타나서 거짓말처럼 낫는 약은 아니지만요.”

무섭고 꺼림칙하고 슬픈 이야기여도 그것은 사람의 말로 전해진다. 거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생명의 온기가 담겨 있다.

 

 

 

 

3. 금빛 눈의 고양이 / 미야베 미유키 ★★★★★

 

미시미야 괴담 시리즈 그 다섯번째!

대가만 치르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신,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녀와 요괴를 부르는 목소리를 지닌 소녀의 만남, 재앙과 화를 불러오는 세상의 악을 봉해 둔 저택, 사람의 운명을 알려 주는 기이한 책, 금빛 눈을 가진 하얀 고양이와의 애틋한 추억...

 

 

오치카가 괴담 자리에서 퇴장하고 주인공이 교체되는 권. 그동안 5권의 괴담집을 이끌어온 오치카의 마지막 마무리를 장식하는 권이다. 몬모 목소리 에피소드가 제일 좋았다.

 

 

무가武家와 마찬가지로 상가商家에서도 후계자 이외에는 얹혀 사는 몸이다. 아들이라면 양자로 갈 곳을 찾거나 장사에 힘써서 분가를 시켜 달라고 할 만한 역량을 기른다. 딸이라면 좋은 혼담을 잡는다.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길은 한정되어 있다.

어떻게든 그 길에 다다르지 못하면 평생 본가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한다. 부모가 건강할 때는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가게를 형이나 누이가 물려받은 후에는 거북하게 여겨질 뿐이면 다행이고 귀찮다고 쫓겨나는 일도 있다.

 

 

소원을 빌기 위해서 무언가를 끊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다만 끊기 전에 신불에게 자신의 뜻을 맹세해야 한다. 따라서 ○○ 끊기기도는 질병 쾌유나 임신 기원 등, 성취 여하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종류를 비는 것이 보통이다.

오유의 소원은 애매했다.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한 번 만나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자주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것인가.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어디에서 함께 살 것인가. 미요시야인가. 아니면 이혼을 물러 달라 하고 시댁으로 돌아가거나 시어머니도 전남편도 죽어 시댁이 몰락하고 아이들을 키울 사람이 없어지면 되는 것인가.

이런 소원은 서원誓願이 아니다.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만 쌓이고, 악의가 없어도 아욕我慾이 맺히고 만다.

그리고 아욕은 사람을 현혹시킨다.

오유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 힘들게 참으면 소원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만큼 절실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는 마음이 보다 간절하게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다.

 

 

대개 예언에는 방금 도련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부분이 다분히 있으니까요.”

사람은 지금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현재의 일밖에 알 수 없다. 배울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교훈뿐이다. 앞일을 내다볼 수 있는 천리안처럼 편리한 물건은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 없다.

그래도 누군가가 공을 들여 그럴듯한 예언을 하면 들은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 법이니, 어느새 예언대로 행동하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예언이 말하는 방향으로 저도 모르게 기울고 만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로 아무 생각도 없는 소꿉친구 남녀가 너희들은 몇 년 후에 반드시 가정을 꾸리게 될 거라는 예언을 들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지 않겠습니까?”

주위에서도 두 사람이 혼인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혼인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언대로 된다는 것이다.

물론 추위와 더위나 홍수와 가뭄, 천재지변에 관한 예언은 여기 속하지 않는다. 천지는 사람의 생각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언제 어디어디에서 큰 홍수가 난다’ ‘큰 화재가 일어난다’ ‘역병이 돈다는 등의 불온한 예언은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그러고 보니 누구누구가 이 일을 예언했었지 않은가!

하고 때맞추어 상기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에게 재앙의 가장 불길하고 무서운 점은 참화의 내용이 아니라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앙이 심하면 심할수록,

이것은 예언되었다.

예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다.

라는 소문에 매달리고 만다. 그렇게 믿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고 마음이 진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언이라는 것은 생각 외로 들어맞는 법이지요.”

 

 

 

4. 피프티 피플 / 정세랑 ★★★★★

 

제목 그대로 5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 한 명당 2-5장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직업에 대한 탄탄한 자료조사와 세밀한 묘사가 탄복스럽고, 50인들 사이의 얼키고 설킨 거미줄같은 관계를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 문장도 좋다. 두고두고 계속 읽고 싶은 책.

 

 

아이가 헌영에게 아빠 일어나, 아빠 얼른 나아, 아빠 눈 좀 떠, 아빠 보고 싶어, 아빠, 하고 계속 말을 거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빈은 정말로 아빠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기보다는 자기가 그렇게 말했을 때 다른 어른들이 애틋해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걸 알고 그러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 특유의 자기중심성이 어쩐지 징그럽게 느껴졌다.

 

 

도움을 받았다. 끊임없이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가 잘나서가 아니었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고 공부도 좋아했지만 그 정도 인물이야 흔하다. 무얼 이뤘건 모두 운 좋게 받은 도움들 덕분이었다. 이만큼 적시에 도와주려는 손들이 다가왔던 인생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빠, 어떤 일들은 너무 복잡하게 엉망이어서 벌어져요. 아빠가 바꿀 수 없었어요.”

연모도 말했다. 부드러운 손바닥을 진곤의 손등에 얹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어린 얼굴로. 그래도 진곤은 연모가 계속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다. 연모의 손이 계속 굳은살 없이 부드러웠으면 했다. 사과나 깎으면서, 엉망인 세계를 살아가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인 채로 계속 있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바람에 춤추는 풍선을 손목에 감고 유원지를 걷듯이 살아가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분명 어딘가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도 있을 텐데, 진곤은 자신이 그런 부모가 아닌 게 속상했다. 멍든 곳, 긁힌 곳, 금이 간 곳, 고름 나는 곳이 속상할 때마다 아파왔다.

 

 

, 말해 봐요.”

그것보다는 늘 지고 있다는 느낌이 어렵습니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 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

물론 자꾸 잊을 겁니다.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 선생님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선생님이 말씀하시니까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모르겠어요. 내 견해일 뿐이지만, 나이 들어 물렁해진 건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 당사자니까,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 없이.”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5. 달리는 조사관 / 송시우 ★★★☆☆

 

달리는 조사관은 경찰도 탐정도 아닌, 다소 생소한 직업인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을 주인공이다.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다루는 준사법기관인 인권증진위원회에서, 진정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인권위 조사관은 공무원이긴 하지만 형사나 경찰과는 달리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인데...

 

 

단편집이라서 읽기 편하다. 가상의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탄탄한 자료조사가 받쳐줘서 생생하게 실감이 나고, 한 편 한 편 다 재미있다.

 

 

 

 

6. 증언들 / 마가렛 애트우드 ★★★★★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 후속작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사령관의 딸인 아그네스, '아주머니'인 리디아, 길리아드 바깥 세상의 소녀인 데이지, 이 세 명의 각기 다른 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길리어드 정권이 어떻게 몰락하였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녀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좋았다.

 

증언들은 후속작인 만큼 더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시점을 보여줘서 시녀이야기보다 더 완성도 높다고 느꼈고, 또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남자들이 여적여하도록 몰아가지만 그 여적여 시스템 속에 갇힌 여자들이 그 시스템을 활용해서 교묘하게 여돕여할 수 있도록 바꿔버리는 것도 좋았음.(저렴한표현 죄송^^;) 시녀이야기가 수동적 주인공인 반면 증언들은 능동적 캐릭터들을 조명해서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7. 탐정 혹은 살인자 / 지웨이란 ★★☆☆☆

 

첫 번째 사건 해결 때까지만 해도 재미있었는데 그 뒤로 스토리가 너무 늘어진다.

심지어 범인의 정체도 실망스럽다. 그냥 단편집으로 갔으면 훨씬 좋았을 듯.

 

 


 

8. 순서의 문제 / 도진기 ★★★☆☆

 

단편집 모음.

 

도진기 월드의 마스코트 격인 탐정(?) 캐릭터가 아쉽다. 조금만 더 겉멋을 빼고 나약한 면을 덧붙이고 인간적인 흠결을 만들어줬으면 더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되지 않았을까. 허생전에서부터 유구하게 이어져 온, 남자들 시각의 멋진 남자상이자, '별볼일없어 보이지만 할때는 하는 남자'의 전형. 시종일관 너무 폼을 재서 읽으면서 민망했다.

 

 


 

9. 핑거스미스 / 사라 워터스 ★★★★★

 

저번에 읽었던 걸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너무 좋다.

분량이 굉장히 많은데도 술술 읽힌다. 특히 그 시대에 직접 살고 있는 듯한 생생한 생활상 묘사가 묘미.

2부부터 롤러코스터 타듯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10. 빌라 메그놀리아의 살인 / 와카타케 나나미 ★★★☆☆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처음에는 정신없지만, 갈수록 얼키고설킨 인물 간의 관계를 맛깔나게 풀어간다.

후반부에 반전을 켜켜이 몰아넣는 게 묘미. 초중반부를 버티면 후반부부터는 술술 읽힌다.

음식 묘사가 정말 맛깔난다!

 

 

 


11. 가족의 탄생 / 도진기 ★★★☆☆

 

첫 부분과 메인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아서 당황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문장이나 표현, 인물상 묘사 등에서 다소 고루한 느낌이 있다.

판사 출신 작가답게 법적 지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플롯이 흥미롭다.

 

 


 

12. 나를 아는 남자 / 도진기 ★★★☆☆

 

옛날 작품이라 그런지 고루한 느낌이 짙다.

마지막 부분을 너무 날것 그대로 내놓지 말고 좀더 세련되게 연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13. 달의 영휴 / 사토 쇼고 ★★☆☆☆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 말 그대로 '환생' 소재를 쓰고 싶었지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다.

 

 


 

14.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

 

6.25 이후 전후시대에 등장했던 걸출한 여성 예술인들 중, 시대의 장벽에 부딪혀 스러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가계를 이어간 여성이 있었다면? 이라는 전제로 시작된 발랄하고 애틋한 소설.

 

 

할머니 세대 여자들은 다 힘들게 살았으니 소설에서라도 일케 재능빛내고 마음껏 하고싶은거 하며 살고 그러면서 가족들한테도 존경받고 따뜻하게 기억되는 여자를 보는 게 위로가 되었다.

 

다만 가족들 파트가 좀 산만해서, 차라리 심시선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게 아쉽다.

 


 

 

15. / 테드 창 ★★★☆☆

 

SF 단편집.

난 역시 이런 외국SF랑은 안 맞는다. 철학적이고 기술적인 면이 강한 정통파 SF보다 상업적이고 스토리적 재미가 강한 SF가 좋다.

 

 


 

16. 사흘 그리고 한 인생 / 피에르 르메트르 ★★★☆☆

 

1999년 프랑스의 시골 마을 보발. 가장 친한 친구가 이웃집에 키우는 강아지인 열두 살의 고독한 소년 앙투안 쿠르탱은 집 근처 숲에서 우연한 사고로 동네 꼬마를 죽이고 만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앙투안은 숲에 소년의 시체를 숨기고,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실종된 소년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앙투안은 의심받지 않았다. 10년도 더 지난 현재, 앙투안은 파리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의사가 되었고 약혼녀도 있으며 유망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고향에 내려가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기는데…….

 

무난하게 잘 읽히는 플롯. 마지막의 반전이 인상깊다.

 

 


 

17. 캐리어 / 김혜빈 ★★★☆☆

 

한성 병원의 차기 병원장이자, 종양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이 그녀의 어머니를 수술 중 죽인 이후, 주인공 이선은 매일 아이를 캐리어에 넣고 통제광인 남편에게서 도망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남편이 사흘간 출장을 가는 때를 노려 해외로 출국하기로 결심하지만, 남편이 떠난 첫날 그녀의 여권이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해변에서 아이까지 잃어버리는데...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 개연성과 스토리 구성을 조금 더 다듬으면 더 좋은 소설을 많이 쓸 것 같은, 잠재력이 보이는 작가.

 

 


 

18.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 김규진 ★★☆☆☆

 

딱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

우리의 일상에 친숙한 현재진행형 한국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19. 유리고코로 / 누마타 마호카루 ★★★☆☆

 

약혼녀의 실종, 아버지의 췌장암 말기 선고, 그리고 어머니의 교통사고 급사. 한 남자를 집어삼킬 듯한 불행의 소용돌이는 한 가족의 무덤까지 가져가고자 했던 과거를 들춰낸다. 아버지의 옷장에서 발견한 네 권의 살인 고백 노트. 그것은 그 누군가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낱낱이 고백하는 수기였다. 이를 통해 남자는 어머니가 바뀌었다는 유아기적 기억이 봉인 해제되듯 되살아나고, 이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이거나 어머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유도 없이 자행되는 살인 행각, 이것이 내 부모의 참 모습이란 말인가?

 

다 읽고 나면 기분 나쁜 책. 일본 작가들은 여자를 창녀로 만들지 않고는 스릴러를 쓸 수 없나?

 

 


 

20. 꿈꾸는 책들의 도시 (그래픽 노블) 1,2 ★★★★☆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다. 특히 배경묘사가 좋았음. 그림자제왕의 모습이나, 생략되거나 바뀐 몇몇 장면은 아쉽지만, 원작자가 적극 참여했다고 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ㅋㅋㅋㅠㅠ

 

 


 

21-25. 개미 / 베르나르 베르베르 ★★★☆☆

 

개미 이야기는 재미있고, 사람 이야기는 재미없다.

프랑스 작가 특유의 그... 여성을 신비로운 존재로 대상화하는 ''가 너무 심해서 4-5권은 참 읽기 힘들었음ㅠㅠ

 

 

 


26.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주는 작품.

 

 

그 유명한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왜 천재 작가로 문단에서 각광받았는지 이해완.

나이 어린 작가라서 쓸 수 있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좋았다.

여기서의 '안녕'이 굿바이가 아니고 봉쥬르라는 게 인상깊었다.

 

 


 

27.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

 

건강하고 맑고 마음이 탁 트이는 이야기.

알프스 산의 드넓은 자연에 대한 묘사와 그 속에서 티없이 자란 하이디의 묘사가 매우 아름답다.

음식 묘사는 간결하고 짧은데도 침이 줄줄 흐른다.

 


 

 

28.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와카타케 나나미 ★★★☆☆

 

1편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고딕 로맨스 팬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

후반부에 포텐 터지는 전개는 여전하다.

 

 


 

29.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 와카타케 나나미 ★★★☆☆

 

재미있긴 했는데, 2권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평타.

 

 


 

30. 깨어진 거울 / 아가사 크리스티 ★★★★☆

 

믿고 보는 제인 마플 시리즈.

실화를 기반으로 쓴 소설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31. 모래바람 / 도진기 ★★★☆☆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술술 읽혔다.

수학 신동 진구가 왜 지금의 날백수 탐정이 되었는지 그 과거가 밝혀지는 이야기.

 

 


 

32.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렌커 ★★★☆☆

 

사단장의 집에 파견되어 취사와 청소를 담당하게 된 젊은 군인 우다왕, 사단장의 부인인 류롄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라는 마오쩌둥의 혁명어를 내세우며 자신과 불륜을 저지를 것을 강요한다. 우다왕은 처음엔 그녀의 요구를 거부하지만, 승진의 문턱에서 사단장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류롄과 애정 행각을 벌이면서 우다왕은 점차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에 눈뜨게 되고, 육체적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새로운 권력관계가 형성되는데…….

 

중국에서 이런 책을 쓰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보는 내내 언제 들킬까 싶어서 정말 쫄렸다.

 

 

우다왕은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반년 동안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마다 사단장의 부인이 수없이 자신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가 건물 뒤 채마밭에서 호미로 채소를 캘 때 그녀가 영원히 자신을 지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우다왕이 앞뜰에 심은 포도넝쿨에 받침대를 세워주고 있을 때 바람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빽빽한 포도넝쿨이 사상공작처럼 그녀의 영혼과 시선을 완전히 가린 탓에 하는 수 없이 사단장의 망원경을 꺼내 그를 포도나무 잎새 속에서 끌어당겨 보아야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하루하루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마치 보석가게 주인이 확대경 아래 놓인 다이아몬드나 마노瑪瑙를 살펴보듯이 바라보았고, 목의 힘줄과 드러난 어깨의 검은 피부를 청잣靑瓷빛 상품上品 옥을 감상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우다왕은 들판의 홰나무가 화원에 갇힌 모란의 향기를 맡지 못하듯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침대 한가운데 누워 있는 류롄의 모습은 그가 목욕을 하고 위층으로 올라오기 전까지 품었던 가장 깊고 은밀한 욕념이었다. 마른 나무에 불을 갖다 대고,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불에 바람이 불어대는 갈망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 상황에 이르자 그는 오히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침울함으로 욕망의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33. 백주의 악마 / 애거서 크리스티 ★★★☆☆

 

아가사 크리스티 특유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은 여기서도 여전하다.

팜므파탈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이 인상 깊었음.

 

 


 

34. 정신자살 / 도진기 ★★★☆☆

 

반전이 충격적이지만, 결말이 지나치게 엽기적이다.

굳이 이렇게까지...?라고 생각되는, 그저 말초적 충격만을 위한 결말.

 

 


 

35-38. 누워서 읽는 법학 민사법 1-4 / 김해마루 ★★★★☆

 

법학을 이렇게 쉽게 풀어 쓰기도 쉽지 않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39.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네이딘 버크 해리스 ★★★★☆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동네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열고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증상을 안고 진료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어린 환자를 만난 저자는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 질환, 이혼으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가 몸에 극렬한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쉽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서면서 저자는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계와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신체 건강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아동기의 불행과 손상된 건강 사이에 생물학적 연관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하며 성장 정지 문제를 살펴보던 중 아동기 트라우마와 신체 건강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만나게 되는데...

 

 

아동기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폭넓게 분석한 책.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평생에 걸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정신건강을 갉아먹는다는 건 다들 알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진짜로 생물학적 뇌구조를 뒤틀어놓는다는 건 몰랐다. 학대 경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심각한 증상을 야기함.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험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많은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고 가정을 꾸린다. 그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낸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일군다. 그러다 어느 날, 병에 걸린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폐암에 걸리거나, 심장병이 생기거나, 우울증에 빠진다. 음주나 과식, 흡연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인지 그들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그런 건강 문제를 과거와 연결 짓는 일은 결코 없다. 이미 과거는 저 뒤에 남겨두고 떠나왔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에번처럼 아동기에 불행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같은 만성질환이 생길 위험이 더 높다.

왜 그럴까? 어린 시절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왜 중년기나 은퇴기에 건강 문제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있을까?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Bayview Hunters Point 마을에 소아과 진료소를 열었다. 그리고 매일 나의 어린 환자들이 압도적인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모습들을 목격했다.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 모습에 절망했다. 그러나 나는 과학자이자 의사로서 그 절망을 딛고 일어나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곳에 진료소를 연 것은 베이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양 시치미 뗀 채로는 두 발 뻗고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ACE 연구에서 실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는 그 연구가 무엇을 연구했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연구했느냐다.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의 가난, 폭력, 의료 서비스 부족을 보고는 물론 그 사람들이 더 병들었죠, 그건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어쨌든 나도 공중보건대학원에서 그렇게 배웠다. 가난과 열악한 의료 서비스야말로 나쁜 건강 상태의 원인이다. 그렇지 않은가?

ACE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통념을 뒤흔들며, 그러한 지배적 관점이 중대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ACE 연구를 어디에서 실시했는지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다.

베이뷰? 할렘? 로스앤젤레스의 사우스센트럴 지역?

아니다.

탄탄한 중산층 거주지인 샌디에이고였다.

최초의 ACE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 70퍼센트가 코카서스인종, 즉 백인이었고, 70퍼센트가 대학 교육을 받았다. 게다가 참가자들은 카이저 의료 센터 환자들이니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있었다. 후속 ACE 연구들도 최초의 연구 결과가 옳았음을 계속해서 입증했다. ACE 연구로 촉발된 다른 여러 연구들도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소득이나 인종, 의료 접근성과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미국(과 전 세계)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질병 다수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냈다.

 

 

그들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심장병 및 간 질환의 연관관계를 검토하고, 그 병들이 흡연, 음주, 운동부족, 비만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행동으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계산하기 위해 아주 복잡한 분석을 실시했다. 그랬더니 나쁜 행동이 질병 위험 증가 원인 중 약 50퍼센트만을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6 어찌 보면 이는 좋은 소식이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노출된 사람이라 해도 신중을 기해 흡연이나 운동 부족 등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피하기만 한다면, 50퍼센트의 확률로 건강상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말은 그 사람이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심장병이나 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사람들은 아동기의 트라우마가 폭음, 나쁜 식습관, 흡연 등 성인기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생애 초기의 부정적 경험이 심장병이나 암처럼 목숨을 앗아 가는 병들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깨닫지 못한다.

 

 

그동안 취약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건강을 해치는 많은 위험 요인이 중첩되어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베이뷰 같은 곳에서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부족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도 거의 없으며, 식품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 모두가 엄청난 건강 격차에 원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같은 동네에 살고 있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똑같으며, 안전한 놀 곳과 영양가 있는 음식이 똑같이 부족한데도 우리 환자들 중에는 ACE 지수가 0점인 아이들도 있다. ACE 지수가 높은 아이들의 호르몬계에 유독성 스트레스가 어떤 짓을 하는지 알게 되면 그 아이들이 과체중인 것이 주로 패스트푸드만 먹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식품 사막(영양가 있는 음식이 결핍된 동네들을 꼭 집어 가리키는 용어다)에 살고 있으며, 타코벨이 맥도날드를 대체할 건강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양육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런 것들이 문제를 악화하는 데 분명히 한몫을 담당하지만, 그것들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의 연구 데이터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기저에 깔린 메커니즘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즉 대사이상 역시 중요한 원인이었다. 식품 사막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건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에 더해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 고당분·고지방 식품에 대한 욕망을 이길 수 없다면, 감자튀김 대신 브로콜리를 택하기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부정적 경험을 하며 자란 사람들이 자신의 유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경을 잊어버리거나 탓하는 것이 쓸모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첫걸음은 그것의 상태를 평가해 파악하고, 그 영향과 위험을 비극도 동화도 아닌, 의미 있는 현실로서 명료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몸과 뇌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게끔 맞추어져 있는지 이해하고 나면, 자신의 반응을 미리 예측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매사를 처리할 수 있다. 반응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무엇인지 알면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도 알 수 있다.

 

 


 

40. 우리가 묻어버린 것들 / 앨런 에스킨스 ★★★★★

 

알코올중독에 조울증 환자인 어머니와 자폐증이 있는 동생으로부터 탈출해 대학으로 도망쳤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대학생 조 탤버트는 한 인물을 인터뷰해 전기문을 쓰는 대학 과제를 위해 요양원을 찾아간다. 거기서 조는 30년 전 이웃집 소녀를 살해하고 창고에서 시신을 불태운 잔인한 살인마, 칼 아이버슨을 만난다. 그는 암 말기로, 세 달 정도 남았을 임종을 앞두고 조에게 마지막 증언을 하고 싶다고 한다.

 

칼이 털어놓은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이들이 묻어두고 살았던 것을 파헤치러 나서는데...

 

문체도 이해하기 쉬우면서 아름답고, 플롯도 숨막히게 재미있다.

성폭행 묘사가 있으니 주의.

 

 

도서관의 다른 장소를 보면 책장이 전부 영웅적이고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문서보관창고에는 위궤양 걸린 기자들이 귀 뒤에 꽂아놓은 연필을 가지고 쓴 신문기사들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조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야기가 수십 년, 심지어는 수백 년을 살아남아 나 같은 사람에게 읽히리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문서보관창고에서는 교회 비슷한 느낌이 났다. 조그만 병에 담긴 향료처럼 수백만의 영혼들이 마이크로필름 속에 보존되어, 누군가가 그들의 본질을 느끼고, 맛보고, 빨아들여 숨 쉬어주기를, 단 한 번만이라도 그래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라일라는 칼 아이버슨이 크리스털 하겐을 살해했다는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고 싶은 듯 반항적으로 숨을 내뿜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새로운 옷을 입어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30년 전에 무언가가 끔찍하게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그녀는 팔을 집어넣어보는 중이었다. 우리는 잠깐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 새로운 깨달음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발아래 땅이 조금씩 고동치는 걸 느꼈지만 둘 다 그 느낌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댐에 금이 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그게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그 틈새가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급류를 쏟아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41.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알맹이가 없다.

그래도 중간중간 구절이 좋고, '순백의 피해자'에 대한 통찰은 정말 좋았다.

 

 

아무리 덜떨어져도 인사 잘하고 성실하면 중간은 간다. 정작 어릴 때 들었을 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가 삶을 통해 신뢰하게 된 명제다. 대개 인사성과 성실함은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사회에서나 빛을 발하는 덕목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건 가장 끔찍한 오해들 가운데 하나다. 가진 것이 없을 때 저 두 가지는 가장 믿을 만한 칼과 방패가 된다. 타인을 가늠하는 데도, 나를 무장하는 데도 좋은 요령이다.

 

 

요컨대 불행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규명해보겠다는 집착에는 아무런 요점도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건 그저 또 다른 고통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삶의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그러한 집착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인과관계를 창조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반추해서 기어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내가 가해자일 가능성은 철저하게 제거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기이하다. 개인사에서도 그렇고 국제정치에서도 그렇다. 스스로를 변치 않는 피해자로 설정하고 그러므로 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정치의 근성은 이 시대의 가장 비뚤어진 풍경 가운데 하나다. 당장 이기기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망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순백의 피해자라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순결 판타지에 의하면 어떤 종류의 흠결도 없는 착하고 옳은 사람이어야만 피해자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에 균열이 오는 경우 감싸주고 지지해줘야 할 피해자그런 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피해자로 돌변한다.

 

 

요컨대 트집을 잡고 깎아내려 나쁜 피해자를 만들어내려는 욕망만큼이나, 그 반대 지점에서 착하고 선량하기만 한 피해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도 또한 불쾌하고 해롭다는 것이다. 그들이 옳고 그름을 논하며 피해자의 진짜 얼굴은 천사라고, 아니 악마라고 다투는 동안 정작 현실의 피해자는 유기된다.

다시 말하지만, 순백의 피해자란 실현 불가능한 허구다. 흠결이 없는 삶이란 존재할 수 없다. 순백의 피해자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걸 측정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또한 언젠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순백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할 것이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42.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 레슬리 피어스 ★★☆☆☆

 

평이한 플롯에 딱 보여주는 것 그대로인 이야기.

좀 지나치게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 굳이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전하고 편한 길을 택한 느낌.

 

 


 

43.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 실레스트 잉 ★★★★☆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윈슬로가의 집을 싼값에 세놓으면서 생활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리터드슨 부인. 세입자로 들어온 미아는 영감을 찾아 떠도는 자유 영혼으로 돈과 소유물에 초연하다. 그런 엄마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펄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며 영리하게 움직인다. 항상 잘 통제된 환경에서 지내온 리처드슨 가족의 아이들은 미아와 펄 모녀가 지닌 자유로움과 초연함에서 나오는 편안함에 끌린다. 반대로 펄은 리처드슨 부인의 안정과 풍요에 마음을 빼앗긴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갖춘 아이들은 매일같이 리처드슨 가족의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아 제리 스프링거 쇼를 시청한다. 리처드슨 가의 아이들과 펄이 사소하거나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십대들만의 유대를 만들어가는 사이 그들 자신은 물론 그들 부모가 살아온 삶, 당연하다고 여겨 생각해본 적도 없는 세계가 건드려진다. 그러자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의문들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런 움직임은 리처드슨 부부에게까지 확장되어 그동안 진리라고 여기고 지켜온 가치, 잘 살아왔다고 믿었던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작가의 두 번째 작품.

꽤나 많은 등장인물인데도 그 모두에게 각각의 서사를 부여해 입체적으로 탄생시키는 작가의 숙련된 솜씨는 여전하다.

 

 

펄이 들은 바에 따르면 사실 리처드슨 부인의 일가는 도시가 세워진 무렵부터 셰이커하이츠에서 3대에 걸쳐 살았다. 그렇게 한 곳에 곧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그곳에 완전히 잠겨 자기 존재의 실오라기 하나까지 전부 담근 채 사는 일을 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마이클의 전화를 받기 전에 그리고 전화를 받고 나서 몇 주, 몇 달 동안 리처드슨 부인은 거듭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이 불가능한 선택과 직면할 때마다 부인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은 절대 그런 상황에 휘말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일을 겪는 과정에서 더 좋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라이언 부부는 부유해요. 아이를 아주 절실히 원했고요. 그들은 아이에게 멋진 삶을 줬을 거예요. 펄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당신과 사는 쪽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방랑자 같은 삶을?”

미아가 불쑥 말했다.

그게 신경 쓰이는 거군요, 그렇죠? 당신은 상상할 수 없는 것 같네요. 왜 누군가는 당신과 다른 삶을 선택하는지. 왜 누군가는 넓은 잔디밭이 딸린 큰 집과 멋진 차와 사무직 말고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지, 왜 누군가는 당신이 선택한 것과 다른 것을 선택하는지.”

이제 미아가 리처드슨 부인을 살필 차례였다. 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얼굴에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듯이.

당신은 두려운 거예요. 무언가를 놓쳤을까봐. 자기가 원하는 줄도 몰랐던 무언가를 포기했을까봐.”

갑자기 동정하는 듯한 미소가 미아의 입가에 걸렸다.

그게 뭐였죠? 남자 친구? 직업? 아니면 인생 전체?”

 

 


 

44. 한순간에 / 수잰 레드펀 ★★★☆☆

 

서로 정말 친한 사이인 두 가족이 스키 여행을 떠났다가 캠핑카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산자락으로 추락한다.

이때 주인공은 즉사하고,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나의 죽음에 가족들 모두 충격을 받지만 어두워지는 저녁, 즉시 조난 요청을 하러 이동해야 할지 그대로 하룻밤을 버틴 뒤 밝아지면 행동할 것인지 벌써부터 의견 충돌이 시작된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사고로 인해 의식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아버지와 지능이 3살인 정신지체 아들을 다른 가족에게 부탁하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나지만, 남은 사람들끼리는 점점 갈등이 심해진다. 그리고 다른 가족의 가장인 밥은 저신지체 소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이렇게 말한다. "네 엄마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잖아. 가다가 길을 잃었을까 봐 말이야. 누군가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구나..."

 

 

책끝을접다에서 영업당한 책.

흡입력 있는 플롯에,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데도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다만,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썼는데, 자신을 너무 많이 투영한 탓에 오히려 캐릭터들의 생생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각자의 입장을 다 다각적으로 조명하려 애쓰지만, 통찰력 자체가 좀 얕아서...ㅠ 그게 작가의 가식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완벽함.

 

 

아줌마는 알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리고 나는 궁금해진다. 어떻게 알았을까? 초자연적인 예지력을 가진 걸까? 아니면 정확히 모가 말한 대로 자기 자식을 돌볼 사람은 결국 그 부모밖에 없으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남의 자식을 먼저 구할 사람은 없을 거라는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생각에 근거한 이성적이고 신중한 자기방어적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일까?

이런 것들이 새삼 궁금해진다. 지금, 사고가 난 후에서야.

 

 

두 명이 죽었다. 다른 사람들은 회복 중이고 그들은 삶이 중단되었던 곳에서부터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틀렸다.

가시나무로 뜬 담요를 덮은 것처럼 사고로 인한 상처투성이의 후유증은 생존자들의 인생에 습관처럼 자리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절박한 감정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형되어 간다. 이제 아무리 몸을 혹사시켜도 아드레날린은 분비되지 않는다. 탈진과 충격은 더 이상 뇌를 마비시키지 않는다. 사고 후 마주하게 되는 삶의 현실은 아주 느린 출혈과도 같이 의식에 스며들고, 숨을 쉴 때마다 떠오르는 추위와 고통에 대한 기억은 그들을 찢어발긴다.

 

 

핀을 생각할 때는……」 모가 또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처럼, 나는 행복하려고 노력해. 왜냐하면 그게 핀이 원하는 거라는 걸 알고, 핀도 아주 좋은 곳에 있다는 걸 믿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외의 시간이야. 내가 핀을 생각하지 않을 때는, 너무 힘들어. 왜냐하면 그때가 내가 핀을 가장 보고 싶을 때거든. 너무 외로워서 마치 거대한 바다에 떠 있거나 우주를 떠도는 것 같고 마치 중력이 나를 놓아 버린 것 같고, 공기가 다 없어져 버릴 것 같아.

 

 

그러니까, 나도 알겠어.모 역시 눈에 눈물이 가득해서 말한다. 사람들은 다 죽는다는 거, 그리고 난 아직 살아 있고 삶은 계속된다는 것도 알겠어. 그리고 그 구멍도 결국은 작아질 거라는 것도. 적어도 그게 사람들이 다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니까.

그냥 다들 입 좀 다물어 줬으면 좋겠지?클로이 언니가 말한다.

 

 


 

45. 작열 / 아키요시 리카코 ★★★☆☆

 

남편 다다토키를 잃고 살인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고친 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범인과 결혼하여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주인공 사키코. 매일 죽도록 싫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극심한 고통과 분노 속에서도 사키코는 인내하며 진실을 밝히고, 전남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증거를 계속 찾아나가는데...

 

<절대정의> 작가. 페이지터너력은 여전해서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다만 전작에서도 그랬듯 내용이 조금만 더 탄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46. / 최은영 ★★★★☆

 

단편이라 읽기 쉽다. 씁쓸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열정적이었던 사람들은 결국 현실에 정착하거나 이른 나이에 떠났지만, 그 사람들과 잠깐을 함께하며 그 열정을 존경했던 사람은 의외로 여전히 그때의 약속을 조용하고 꾸준히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찡하다.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서 세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는 책.

 

 

이건 일개 여성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 사회의 기형적인 권력 구조에 관한 문제입니다.

정윤은 용욱의 말에 그렇게 답했다.

지금의 당신은 생각한다. 그런 말은 언제나 힘이 있었다고. 이건 여성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억압의 문제다, 라는 식의 논리는 언제나 강했고 다수를 설복할 수 있었다. 정윤이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정윤은 수면으로 올려놓고자 노력했다. 정윤이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희영의 주제는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희영이 지녔던 장점들의 상당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몇 가지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타인의 상처에 대한 깊은 수준의 공감을 했고, 상처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직관을 지니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는 빛날 수 있으나 삶에서는 쓸모없고 도리어 해가 되는 재능이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나서, 정말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쓸 줄 모르는 당신만 남아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 나날이 길었다.

 

 

그 과정에서 스물한 살의 당신은 화가 났다. 여자가 맞아서라도 가족은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라는 가족주의에, 살려달라고 공권력의 보호를 청했던 수많은 여자들이 결국 살해당해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당신은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깨어 분노에 휩싸였다. 분노는 배출될 수 없는 독처럼 하루하루 당신 몸에 쌓였다. 당신은 당신의 분노가 무엇 하나 바꾸지 못하고, 그저 당신 자신의 행복을 깨뜨리고 있다는 생각에 슬픔을 느꼈다. 가까운 사람들을 대할 때, 심지어 당신 자신을 대할 때 당신은 예전보다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사람이 됐다. 짜증을 쉽게 냈고, 작은 일에도 화를 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면서 자기 분노 속에 갇혔을 뿐이라고 당신은 생각했다. 그건 당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피해자가 왜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는데. 가해자가 미군이었기 때문이죠. 어떤 짓을 해도 한국에서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그런 범죄를 저지른 거죠. 대한민국이 미국 식민지라는 걸 그보다 더 잘 보여 준 사건이 있었어요? 그거 말고 다른 설명이 필요해요? 그 사건에?

후배 몇몇이 용욱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침묵하던 정윤이 말을 더했다.

우리는 구조적인 모순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돼요. 기지촌 문제는 민족 모순, 계급 모순 아래에서 배태된 문제죠. 거대한 구조를 봐야 해요. 왜 그 사람이 그때 거기서 살해당했는지. 구조적인 틀을 놓치고 가면 안 되죠.

정윤 언닌 정말 그렇게 믿어요?

희영이 입을 열었다.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그런 일이 없어질 거라는 거, 통일 조국이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거, 여자들이 맞고, 강간당하고, 죽임당하는 일이 없어지리라는 걸 믿어요, 언니?

논리에 모순이 있네. 정윤이 말했다. 민족 주권과 빈곤의 문제를 여성 문제로 축소해서 보려는 겁니까?

당신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로 그런 희영과 정윤을 번갈아 바라보기만 했다.

 


 

 

47. 회색 인간 / 김동식 ★★☆☆☆

 

짧은 단편 모음집.

인터넷 글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인터넷에 연재한 단편들을 모아 엮은 것이었다.

참신한 설정이 돋보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탄탄함이 뒷받쳐주지 못하는 게 아쉬움.

 

 


 

48. 사일런트 페이션트 /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

 

예술가 부부이던 화가 앨리샤는 사진가 남편을 살해한 후부터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내내 입을 닫고 있으며, 그녀가 그린 그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범죄 심리상담가 테오 파버는 앨리샤의 이야기를 접한 후 그녀의 치료를 담당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굳게 닫힌 앨리샤의 입을 열게 만들고 그녀가 왜 남편을 죽였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겠다는 테오의 결심은 상상도 못했던 방향으로 그를 끌고 가는데…….

 

 

재미는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쫌 어거지로 느껴졌던 플롯.

 

 


 

49. 도둑비서들 / 카밀 페리 ★★★★☆

 

세계 굴지의 언론사 회장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의 비서인 티나. 10년째 갚고 있는 학자금 대출과 좁아터진 원룸 월세에 시달리던 그녀 인생에 어느 날 눈먼 회삿돈 2만 달러가 굴러들어온다. 소심한 원칙주의자 티나는 몇 날 며칠 고민하다, 순간의 유혹에 못 이겨 그 돈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아버린다. 하지만 이내 경비 처리부서의 비서 에밀리 년에게 들켜, 그녀의 학자금 대출 7만 달러도 갚아달라는 강요를 받는다. 심지어 회계팀장 마지까지 이들의 범죄를 눈치채고 협박하면서 티나가 갚아주어야 할 비서들의 학자금 대출은 점점 늘어난다.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회장님 돈 횡령하기는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존잼 오브 존잼!! 이런 칙릿st 소설은 거의 안 읽어봤는데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주인공 티나와 상사 로버트 간의 복잡하고 기묘한 유대감이 정말 흥미로웠음. 마지막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건 도둑질이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우리가 손만 뻗으면 거머쥘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계기도 순전히 우연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당신이 기억했으면 하는 세 번째 법칙이다.

세상에는 돈이 정말로 많다. 돈은 정말이지 쌔고 쌨다.

 

 

어떻게 이런 수를 생각해냈냐고?

말하자면 이렇다. 지난 6년 동안 , 로버트 발로가 날 철석같이 믿네!’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중요한 개인 정보를 거리낌 없이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계좌 번호, 비밀번호, 다음 전립선 검사일 등등. 나는 그의 비밀을 다 꿰고 있었다. 그래서 , 내가 마음만 먹으면 로버트 모르게 털어먹을 수도 있겠네!’라는 몹쓸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민 노동자의 환상에 불과했달까, 비유하자면 어릴 적에 공상 속에서 내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이고 내 친부모님은 온 세상을 다스리는 왕과 왕비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사실 나는 로버트의 신뢰를 받는다는 데서 자긍심을 느꼈다. 로버트가 날 믿는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내가 로버트 같은 사람과 상종한다는 생각만 해도 괜히 우쭐해졌다. 나만 따로 놓고 보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발로의 비서이기 때문에 레스토랑과 호텔의 지배인들이 다 내 이름을 알았다. 내가 그들의 사업장에 자주 갈 형편이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 덕에 크리스마스만 되면 내 앞으로 케이크가 산더미처럼 배달됐다.

로버트 덕분에 나는 별 볼 일 있는 사람이 됐다. 혹시라도 내가 로버트의 돈을 훔친다면 머잖아 왕족은 무슨, 농민의 후손인 우리 부모님 돈까지 훔쳐야 할 처지가 될 게 뻔했다.

 

 

에밀리와 내가 한편이 된 후로 로버트의 지출내역서를 제출하는 일에 새로운 의미가 생겼다. 무슨 말인가 하면, 로버트가 회삿돈으로 500달러짜리 저녁을 먹을 때마다, 공연장 정중앙 좌석 두 개를 예매할 때마다, 호텔 펜트하우스에 묵을 때마다 내게 그 비용이 실물 지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데, 예전에는 어쩐 일인지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실물로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 하면 이런 식이었다. ‘내가 낡아빠진 화장실 배수구가 막혀서 사람 부르는 데 필요한 돈으로 로버트는 컨트리클럽에서 테니스를 한 판 치는구나.’ ‘내가 제멋대로 꺼지지 않는 컴퓨터를 사는 데 필요한 돈으로 로버트는 벤츠에 희한한 성분으로 된 광택제를 바르는구나(새끼 공룡 태반으로라도 만들었나 보지).’ ‘내가 지하철 월 정기권 끊는 돈으로 로버트는 자기 이니셜이 새겨진 고급 손수건을 사서 일회용품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구나.’

<오프라 매거진>에서는 이런 순간을 아하! 순간이라고 한다(그래요, <오프라 매거진> 읽는 여자예요, 왜요? 누구나 살면서 종교 하나쯤은 필요하잖아요).



 

 

50. 열두 켤레의 여자 / 김이은 ★★☆☆☆

 

하이힐 전문 매장 쏠라즈를 주요 무대로 네 여성의 각기 다른 사랑과 욕망을 그리는 단편집. 쏠라즈는 한 번에 예약 손님 한 명만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구두들이 가득한 이 비현실적인 공간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한다. 누구는 사랑을 위해 누구는 이별을 위해 구두를 고르고, 누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누기 위해 가게를 찾는다. 스스로 구두 소믈리에라 말하는 주인 윤찬경은 손님의 심리와 상황을 세심하게 읽고 꼭 맞는 구두를 추천해 주는데....

 

옛날에 보편적이었던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감을 높여준다'st 분위기라서 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그냥 고만고만 무난한 이야기.

성폭행 묘사가 있으니 주의.

 

 

 


51. 그래, 이혼하자 / 김현경 ★★★★★

 

여기 이혼을 고민하는 한 부부가 있다. 지칠 대로 지친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자 당차게 그래, 이혼하자!”를 외치고 변호사와 이혼 준비에 들어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혼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혼하는 부부의 뒷모습을 찬찬히 따라간다.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와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이혼의 현실적인 부분들도 놓치지 않고 짚어주는 이 책은 마치 사랑과 전쟁에피소드 한 편을 보듯 흥미진진하다.

 

캐릭터도 기가 막히게 생생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도 좋고, 변호사들이 어떻게 소장을 준비하고 의뢰인과 소통하는지 그 과정도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음! 대사빨도 좋다. 오랜만에 인물들이 문어체 구어체 대본체가 아니라 실제 사람처럼 맛깔나게 대사치는 소설을 읽어서 만족.

 

 

. 상대방이 이혼 자체가 급하든, 아니면 재산을 더 받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던 간에, 일단 이혼에 순순히 동의해 주지 않는 게 나쁜 전략은 아니에요.”

하지만 싫어! 나도 헤어지고 싶은데 매달리는 꼴이 되잖아.”

그 심정 이해는 해요. 하지만 어차피 문제는 돈이잖아요. 돈 문제만 아니면 소송하고 싸울 이유도 없는 거잖아요? 아까 사업가 마인드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소송도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무슨 일로 시작했든 간에 소송하느라 드는 비용에 시간에 에너지에, 투자한 것보다 건질 게 많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그런데 감정대로 하면 돼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죠. 한 푼이라도 더 건져야 되는데, 꼬라지가 문제예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내가 우리 이혼한 이모랑 얘기하다가 내린 결론이 있어. 이혼은 비행기 사고 같은 거라고. 사고 한 번 나면 큰일 나는 거 다들 아니까 아주 많은 안전장치가 있는데, 그 모든 게 하필 동시에 다 에러가 나게 되면, 그때 비행기가 떨어지는 거잖아. 그 순간 딱 한 가지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위기일발 하긴 해도 떨어지지는 않을 건데, 정말 하필이면 그렇게 되는 거지. 그러니 이혼을 하고 말고 그 종이 한 장 차이는 누구의 잘잘못이라 할 수도 없고, 재수가 없는 거라고 밖엔. 비행기 사고처럼운명인 거지.”

 

 

맞아요. 잘한다, 잘한다우리 엄마가 아빠한테 그 소리 좀 들어 보겠다고 평생을 구차하게 굴었죠. 하지만 소용없었어요. 엄마는 영원히 아빠 눈에 차는 짝이 될 수 없어요. 생긴 것 자체가 눈에 안 차는 걸 어떡해요?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는데, 엄마가 포기해야 될 때 포기하지 못 한 게 모든 걸 망쳤어요. 우리 아빠도 엄마한테 갑질할 처지만은 분명히 아니었거든요. 아빠도 그걸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엄마가 끝끝내 아빠를 지독한 갑으로 만들었어요. 자긴 더러운 을이 되면서 말이죠. 돌아보면 그게 엄마 식의 복수였던 것 같아요. 정말 최악의 수라 생각했는데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까, 당장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그 짓거릴 하고 있을 판인 거예요. 정말 섬뜩했어요.

잘했다고, 그 말이 뭐라고그 인간이 뭐라든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누구도 날 평가할 자격 따윈 없는 건데다 알고 있는데, 그걸 내려놓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제가 너무 바보 같아요.”

 

 

하기야 아내와 서로의 마음이나 관계에 관해 설명이란 걸 하거나 들어 본 일 자체가 거의 기억에 없다. 원래 구구절절 설명하길 즐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부부 사이의 일에 설명 같은 게 필요하고 가능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일은 평생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법적인 목적에서 남을 통해서나마 울며 겨자 먹기로 설명이란 걸 하고 보니,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쓸데없는 일만도 아닐지 모르겠단 생각이 이제 와 드는 것이었다. 매사에 당연한 듯 설명을 요구하는 변호사의 말이 거슬리고 두렵기만 했는데, 이젠 조금씩 고맙고 흥미로워지기까지 시작한 차였다.

그러니 우리 부부 사이에 일찌감치 서로 설명이란 길이 있었다면, 혹시나 이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까? 하지만 어쩌면 그런 게 실제로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남의 부부 일엔 그렇게 날카롭고 침착하게 설명을 이끌어내던 변호사지만, 과연 자기 일에 있어서도 똑같이 그런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직업과 상관없이 그런 능력자는 따로 존재하는 건가?

그럼에도 뭔가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어쩌다 이 모양까지 됐는지. 그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심경은 어떤지. 나의 심경은 어떨 거라고 생각하는지. 정말로 개선할 길이 없는지. 있다면 내가 어떻게 도와주길 바라는지. 진심으로 우리는 이 문제 때문에 절대로 함께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문제가 너무도 많았으니 이제 와서 다 수습할 수는 없다 해도, 청소 문제만 가지고서라도 한 번쯤은 싸움이 아닌 설명이란 걸 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청소 때문에 이틀이 멀다 하고 큰 소리를 치고 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런 방에서 사는 것보다 남편에게 욕을 먹는 것이 더한 어려움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노라고, 그녀와 더불어 남의 가정사 듣는 게 직업인 사람들에게 꼭 설명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의 가사조사라는 절차가 걱정이 되기보다 오히려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52.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 범유진 ★★☆☆☆

 

초중반까진 좋았는데 끝이 밍숭맹숭했고, 문체도 아직 좀 유치한 감이 있다. 글을 더 많이 쓰면 문체 부분은 저절로 나아질 듯.

 

 


 

53. 검은 개가 온다 / 송시우 ★★★☆☆

 

평소 우울증을 앓으며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던 여대생이 산속에 묻힌 채 반백골로 발견된다. 비슷한 시기, 평범한 회사원이 조퇴를 하고 일찍 귀가하던 길에 빌라 계단에서 우연히 부딪친 이웃을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때렸다. 범행이 일어난 시간도, 장소도, 범인도 모두 다른 두 사건을 유일하게 잇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항우울제를 반대하는 모임’ AAD 사무실을 운영하는 반탁신이다. 평소 우울증을 겪고 있던 전학수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반탁신에게 항우울제 음모론에 대해 듣고, 조언에 따라 약을 끊은 지 17일 만에 이웃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으며, 시체로 발견된 여대생 또한 반탁신이 운영하는 항우울제 없이도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우울증 환우 모임 공탈의 회원이었는데...

 

"전학수는 너무 수줍어서 라상표를 죽였다." 이 첫 구절은 <활자잔혹극>의 오마주인 듯?

셜록 홈즈 모리아티 교수가 생각나는 빌런. 자기 몸까지 던져 가며 범죄를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모리아티보다 행동파이긴 함.

 

 

형사 변호의 목적은 의뢰인이 짓지 않은 죄로 억울하게 벌을 받거나 저지른 죄보다 과한 벌을 받는 것을 방지하고, 의뢰인의 입장을 내세워 가능한 선에서 법원의 선처를 구하는 데에 있다고 박심은 믿었다. 변호사는 핑계를 대서 의뢰인을 면책시켜주는 사람이 아니다. 돈을 받고 형벌의 책임에서 빼내주는 브로커도 아니다. 의뢰인의 이익과 자기의 실적에 매몰되어 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살인과 같은 큰 범죄에 우울증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우울증이 있다고 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전학수는 살인에 대한 벌을 받을 거야. 다만 내 생각은, 아무 심리적인 문제가 없었던 사람의 경우와는 책임능력에 대한 평가가 조금이나마 달라야 한다는 거지. 만취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러도 심신미약에 의한 거라고 감경 대상이 되는 마당에,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의 평가가 너무 박하다는 게 내 생각이야. 음주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너무 엄격해. 너도 말했다시피 우울증은 점차 개인의 정신 건강을 넘어서 큰 사회문제가 될 거야. 범죄에도 우울증이 복잡하게 관련되기 시작할 거고. 법원에 우울증에 대한 최신 정보와 새로운 견해를 제시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야.”

 

 

약이 병을 만든다는 음모론은 의학 산업의 대상이 되는 질병 전반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영혼 없는 자본이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품을 놓고 장사를 할 때에, 이윤 추구를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왜 없겠는가.

효과 좋고 안전한 항우울제의 개발을 환영하며 우울증을 치료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약물치료를 권장하는 목소리와, 항우울제는 결코 우울증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해로울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 사이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 것이다. 극과 극으로 떨어진 두 목소리 중 진실이 어디에 얼마나 더 가까이 있는 건지는 모른다. 둘 다 부분적으로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류 사회가 기정사실화한 것을 단숨에 전복한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그 자체로 무력한 개인에게 쾌감을 준다. 더불어 음모론이 새롭게 구성한 진실은 현실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해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권력과 자본이 뿌리는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믿는 것만큼이나 음모론이 주는 쾌감과 희망에 혹하는 것도 위험하다.

 

 

자살은 엄청난 결단력과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야.”

황보드린은 마치 박심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읽고 동조하듯이 설명했다.

하지만 우울증은 사람에게서 의사 결정 능력, 용기, 에너지를 앗아가는 병이거든. 무기력에 빠져 있는 중증의 우울증 환자는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할 만한 에너지가 없어. 우울증에 깊이 빠져 있을 때보다 회복기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거야. 또 우울증보다는 조증과 우울 에피소드가 교차되는 양극성기분장애, 즉 조울증이 더 위험하고. 우울증 약이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오는 거지. 항우울제가 일시적인 조증을 일으켜 자살 행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야.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용기만 생기면 큰일인 거지. 그래서 청소년기나 성인 초기, 약을 처음 복용하는 환자, 조증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적은 용량부터 시작해서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약을 써야 해.”

 

 


 

54. 워터 댄서 / 타네히시 코츠 ★★☆☆☆

 

주인공 하이람 워커는 백인 노예주와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노예이며,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과, 특정 기억을 떠올리면 사물이나 사람을 순간 이동시킬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다. 하이람 워커는 노예상으로부터 탈출해 흑인 해방을 위한 비밀 조직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출하려 하는데...

 

문체 때문인지 번역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용이 좀더 명확하면 좋겠다. 추상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

 

 

나는 침대 모퉁이에 앉아 아버지가 밭에서 나를 불러 올렸던 그날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구리 동전을 던졌던 그날을. 내 인생의 모든 것은 그 결정에서부터 흘러나왔다. 그 일이 내가 우리 삶의 가장 나쁜 조건을 보지 못하게 막았다. 라클리스의 노역자들은 대부분 기꺼이 나와 자신의 삶을 바꿀 터였다. 하지만 상급자들과 이토록 가깝게 지내는 데에는 무게가 따랐다. 테나가 내게 경고했던 무게 그 이상이었다. 상급자가 정말 어떻게 사는지, 얼마나 화려하게 사는지, 그들이 우리에게서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갔는지 볼 때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건 한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광활한 미국 어딘가에 떨어져서, 족쇄를 찬 이 타락한 세상에서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아는 데서 오는 고통이었다. 그게 노역자들의 사랑이었다. 메이너드를 돌봐야 할 시간이 왔을 때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것도 그 사랑이었다. 그림자 속에서 가족이 빠르게 만들어졌다가, 백인의 손길 한 번에 먼지로 변해버리는 그런 사랑.

 

 

뒷길로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아버지의 두 가지 말이 버지니아의 기이한 종교를 통해서만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깨달았다. 버지니아는 한 인종 전체가 사슬에 굴복하리라는 믿음이 건재한 곳이며, 바로 그 인종이 정확한 비율로 철을 주조하고 계산하여 대리석을 조각해낼 능력이 있다 해도 그들을 계속 짐승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한 다음 순간 그녀를 팔아버리는 곳이었다.

 

 


 

55. 완벽한 배신 / 로렌 노스 ★★☆☆☆

 

남편 마크가 독일 출장을 위해 탑승했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전원 사망, 커다란 옛 저택 안에서 주인공에게 남은 식구는 일곱 살짜리 아들 제이미뿐. 테스는 제이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지만, 남편을 잃은 슬픔은 너무도 크고 스스로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이다. 그 와중에 마크의 형 이안은 테스를 찾아와 마크가 생전에 자신에게 빌린 돈이 있다며 유산 집행을 서두르라고 재촉한다. 그리고 테스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 마크 없이 보낸 다섯 번째 월요일, 사별 전문 상담사 셸리가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단편으로 만들었다면 차라리 더 좋았을 책. 너무 뻔한 반전이라 재미가 없다.

 

 


 

56. 복수전자 / 조경아 ★☆☆☆☆

 

유치하다.

 

 


 

57.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결함이 생겨 약간의 인간성을 갖게 된 기수 안드로이드와, 그 안드로이드의 파트너로 배정된 경마장의 말 투데이, 그리고 그 고장난 안드로이드를 우연히 줍게 된 아이들이 연골이 다 닳아버려 더 이상 달릴 수 없어 도축장에 팔려갈 운명인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데…….

 

 

개인적으로 SF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읽을 만큼 재미있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작품.

 

은혜는 퇴출당한 투데이가 어디로 가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구겨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트럭을 타고 교외로 나가 은혜는 가본 적 없는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고 그곳에서 하루 동안 맛있는 식사를 한 뒤 의지와 상관없이 눈을 감게 될 거였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투데이를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었으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죽었다. 복희가 말했던 이 행성에서의 동물들의 위치였다.

 

 

언젠가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시기가 올까 봐 두려워요.”

복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민주가 잠자코 뒷말을 기다렸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예요, 짐승이 이 행성을 포기하게 되는 거요. 이곳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동물의 유전자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거예요.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착취당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유전자가 생존의 수단으로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잖아요.”

복희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기술의 발달과 멸망의 속도가 같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매일 뉴스에 나오는 새로운 기술과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만, 사라져가고 학대받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경은 방에 홀로 누워 오늘 경마장에서 목격했던 아이들을 떠올렸다. 천천히, 천천히. 빨리 달리지 말고 천천히.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경마 연습일 거였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58. 티핑 더 벨벳 / 세라 워터스 ★★★★★

 

빅토리아 시대 영국, 바닷가 마을의 굴 식당집 딸 낸시는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녀다. 마을에는 극장이 없어 기차로 15분 걸리는 캔터베리까지 가야 하지만, 낸시는 극장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 이 소녀의 삶은 어느 날 남장 여가수 키티의 공연을 본 후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다. 키티를 향한 사랑을 주체하지 못한 낸시는 결국 고향과 가족을 뒤로한 채 키티를 따라 런던으로 향하는데…….

 

 

와우... 진짜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롤러코스터 같은 플롯인데, 또 엄청나게 야하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정말 재밌긴 한데 누구한테 추천은 못할 정도로 야함ㅠㅋㅋㅋ

 

세라 워터스의 첫 작품이라는데 확실히 처음 글을 쓰는 사람 특유의 과감한 날것의 매력이 넘친다. 낸시가 키티에게 처음 굴을 까주는 묘사라거나, 낸시가 다른 요리는 젬병인데 굴 요리에만은 뛰어난 면모 등 굴을 여성의 성적인 면에 빗댄 은유가 좋음. 마지막에 몇십년 후 작가가 이 작품을 되돌아보며 쓴 후기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작가의 평에 공감한다.

 

 

윗스터블 굴을 먹어 본 적이 있는지? 만약 먹어 보았다면 그 맛을 잊지 못하리라. 켄트 해안 일부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윗스터블 석화(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는 잉글랜드 전역에서 가장 알이 굵고 즙이 많고 풍미가 있으면서도 섬세한 맛이 난다. 윗스터블 굴은 그 맛에 걸맞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섬세한 미각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람들은 이 굴 때문에 정기적으로 해협을 건너온다. 굴은 얼음이 가득한 통에 담겨 함부르크와 베를린의 식탁으로 배달된다. 내가 알기로는 폐하께서도 케펠 부인1과 함께 윗스터블에 특별히 왕림하셨다. 프라이빗 호텔 2에서 굴로 저녁 식사를 하시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연로하신 왕비께서는 승하하시는 날까지 하루에 한 개씩 석화를 드셨다(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윗스터블의 굴 식당들을 본 적이 있는지? 아버지가 그런 식당을 운영했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하이 스트리트와 항구 중간에 좁다랗고 물막이 판자를 댄, 파란 칠 여기저기 결이 일어난 집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 애슬리 굴, 켄트 최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알리는 불룩한 간판이 문 위에 걸려 있던 것을 기억하는지? 혹시 그 문을 밀고 천장이 낮고 어두우며 달콤한 향이 나는 안으로 들어와 봤는가? 바둑판무늬 천을 깐 식탁을, 칠판에 분필로 적어 놓은 메뉴를, 알코올램프를, 녹고 있던 버터 조각을 기억하는가?

곱슬머리에 장밋빛 뺨을 한 쾌활한 여자아이가 시중을 들지 않았는지? 바로 내 언니 앨리스이다. 아니면 다소 키가 크고 몸이 구부정하며 하얀 앞치마가 넥타이 매듭부터 부츠의 나비매듭까지 내려오는 남자가 시중을 들었는가? 바로 내 아버지이다. 부엌문이 앞뒤로 흔들릴 때 보글거리는 굴 수프 냄비나 지글거리는 석쇠에서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수증기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여인을 보았는가? 바로 내 어머니이다. 그리고 그 여인 옆 곧고 부드러우며 창백한 금발 가닥이 계속 눈으로 떨어지던 갸름하고 하얀 얼굴에 평범한 외모의 여자아이, 옷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이고 거리의 가수나 연예장의 노래를 부르느라 쉴 새 없이 입술을 움직이던 아이를 보았는지?

바로 나다.

 

키티 버틀러를 보면, 마치……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마치 내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몸에 뭔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와인이 들어 있는 와인 잔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키티 버틀러 앞의 공연들도 보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먼지와도 같아. 그러다가 마침내 키티 버틀러가 무대로 걸어오면……. 그 여자는 너무 예뻐. 옷도 무척 멋지고, 목소리는 아주 달콤해. 키티 버틀러를 보고 있으면 울고 웃고 싶어져. 동시에 말이야. 그리고 날 아프게 해. 여기를.나는 가슴에, 흉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전까지 키티 버틀러 같은 여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키티 버틀러 같은 여자가 있다는 걸 몰랐어…….내 목소리는 떨리는 속삭임으로 바뀌어 있었고, 곧 나는 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에게서 냄새가 나요.버틀러 양이 천천히,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마치…….

마치 청어 같은 냄새죠!내가 씁쓸하게 말했다. 이제 뺨이 화끈거렸고 아주 빨개졌다. 눈에는 거의 눈물이 고였다. 버틀러 양은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고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청어라니, 천만에요.버틀러 양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마치 인어 같아요…….그리고 버틀러 양은 내 손가락에 제대로 입을 맞췄고 이번에는 나도 버틀러 양이 입을 맞추도록 가만히 있었다.

 

 

 


59. 밤의 얼굴들 / 황모과 ★★★☆☆

 

일본에서 오래 지낸 경험을 살려 한일 관계의 역사적 아픔 및 일상에 녹아 있는 그 갈등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SF 단편집이나 개념도 어렵지 않고, 인간미에 집중한 플롯이라 읽기 편한 단편집.

 

 


 

60. 미쳐가는 자의 일기 / 기 드 모파상 ★☆☆☆☆

 

재미없다. 정말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의 일기. 알맹이 없음.

 

 


 

61. 문 안쪽의 덫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뭔 소린지...

 

 

 


62. 노멀 피플 / 샐리 루니 ★★☆☆☆

 

두 남녀의 고등학교~대학교 시절의 관계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내 취향은 아니다.

 

 


 

63. 공공연한 고양이 / 최은영 외 ★★☆☆☆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단편집. 그냥 무난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며 재미있을 듯.

 

 


 

64. 위치스 딜리버리 / 전삼혜 ★★★★☆

 

마녀와 초능력자라면 비현실적 배경 안에 있을 것 같지만, 이들이 사는 곳은 경기도 성남시다. 그러니 수록작 위치스 딜리버리에어프라이어 콤비의 탄생의 장르는 성남 판타지인 셈이다. 실제로 가 볼 수도 있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사건들, 특별한 능력을 어설프게 지닌 주인공들이 펼치는 뜻밖의 활극이 친구의 비밀 이야기처럼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값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고교생 보라는 위치스 딜리버리라는 택배 회사에서 배달 일을 하게 되고, 얼결에 예비 마녀 계약까지 맺는다. 한편, 보라의 친구 주은은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린 나머지 쇼핑몰에서 마녀의 물건들을 주문하기 시작하는데...

 

오랜만에 진짜 재미있는 어반판타지. 한국이 배경이라는 현실감을 살리면서도 판타지적 면모도 잘 살려내서 절묘한 궁합이 돋보인다. 좀 트위터스러운 느낌이 강하긴 한데, 재미있음.

 

 


 

65. 해피 아포칼립스! / 백민석 ★★★☆☆

 

기상 이변으로 지구는 달아올랐고, 한낮엔 햇빛 때문에 민얼굴로 나갈 수도 없는 거리에는 배회하는 늑대인간, 좀비족, 뱀파이어 들이 구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돈 많은 이들이 거주하는, 값비싼 자외선 차단 시설과 경호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가 이 땅에 남은 유일한 낙원인데...

 

 

자본주의와 부의 양극단을 첨예하게 부각시키는 우울하고 뒷맛 씁쓸한 판타지 아포칼립스.

 

 


 

66.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보선 ★★☆☆☆

 

소소하게 읽기 좋은 무난한 만화. 육식, 모피, 어업이 어떻게 환경을 망치고 동물에게 가혹한 처우를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면서도, 채식주의의 허들이 전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주일에 한번 고기를 먹지 않는다거나, 비건 식당에서 외식을 해본다거나 하는 자그마한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채식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

 


 

 

67.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 고요한 ★☆☆☆☆

 

노란장판 정서 가득. 모든 단편이 구질구질한 남자 + 창녀인 여자 or 자길버리고 떠난여자의 조합뿐.

왜 남자작가 책을 기피하게 되었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 소설.

 

 


 

68. 남은 날은 전부 휴가 / 아사카 코타로 ★★★☆☆

 

변변찮은 직업도, 거처도 없이 떠돌면서 교통사고 사기단으로 하루하루를 적당히 대충 사는 밑바닥 인생, 미조구치와 오카다. 부지런히 남을 괴롭히며 손발이 잘 맞는 사기행각이 평화롭게 이어지던 어느 날, 오카다가 불현듯 떠나겠다고 통보한다. 돌발 행동에 마음이 상한 미조구치는 황당한 테스트를 제안하며 그를 위험에 빠트린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게 된 두 찌질한 사기꾼들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들이 이들의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바람핀 남편 때문에 이혼하는 여자의 가족 해체 의식에 말려드는가 하면,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아이를 위해 시간여행(?)을 감행해 소동을 벌이고,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략을 펼쳐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선생님을 구하는 등 뜻하지 않게 선행을 저질러버리는 착한 사기꾼이 돼버린 것이다. 급기야 자신들을 괴롭히던 보스를 위협하는 협박범을 찾기 위해 병원 건물을 발칵 뒤집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재밌다. 역시 사신 치바 작가. 골때리는 인물들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따로 노는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점차 이어지며 마지막에 시너지를 장대하게 터뜨려준다.

 



 

69.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 케일린 셰이퍼 ★★☆☆☆

 

여성 간의 우정이 어떻게 구조적, 문화적으로 폄하되어 왔는지 분석한 책.

분석이 더 깊고 다각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남자들은 친구들에게 집에 도착하면 문자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밤늦게 헤어지면서 친구가 집에 무사히 도착할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냥 이렇게 말하고 말 것이다. “조심히 들어가.”

여자들이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무사히 침실까지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안전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연대감의 표명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갑자기 혼자 남게 됐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일행 없이 혼자 있는 여성들이 불쾌한 관심이나 탐색의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도 잘 안다.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나?’, ‘이 택시기사는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지?’, ‘이 사람 나를 미행하는 건가?’, ‘나 너무 취한 건가?’, ‘방금 추파를 보낸 남자가 또 말을 걸면 어쩌지?’, ‘이 집은 너무 휑한 것 같아.’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산다.

 

 

대부분의 연구는 남성을 대상으로 행해졌고, 데이터 분석가들도 같은 질병이라면(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전제했다. 하지만 실상은 에이즈부터 우울증까지 여성의 증상과 남성의 증상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현재 미국국립보건원은 어떤 질병이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면 임상실험에 남녀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클라인은 연구 대상에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학생 때 스트레스에 대한 싸움-도피반응, 즉 위험에 맞서거나 위험에서 도망치려는 충동에 관한 연구를 할 때도 수컷 쥐와 암컷 쥐를 모두 관찰했다.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만히 있는 쥐를 찾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도 싸움-도피 반응의 일부인데, 설치류도 이런 얼어붙기반응을 보입니다. 포식자를 본 토끼가 들키지 않으려고 돌연 움직임을 멈추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가 한 실험에서 수컷들은 그렇게 얼어붙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암컷 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제 실험용 암컷들은 코르티솔 수치(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출하는 호르몬)나 다른 지표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더 높았어요. 그런데도 행동으로 보면 수컷 쥐들의 반응이 더 두드러졌죠.” 암컷 쥐들은 얼어붙는 게 아니라 우리로 들어가서 다른 암컷들의 털을 다듬고 핥아줬다. “우린 그런 암컷들 연구를 자매행동 연구라고 불렀는데, 저는 암컷들이 그냥 파티를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들의 결론은 암컷은 긴장하거나 동요하면 본능적으로 다른 암컷들에게 의지하거나 그들을 돌봐줌으로써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암컷들은 옥시토신을 분출하는데, 이 호르몬은 친구를 찾으려는 욕구를 부채질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암컷이 싸움-회피반응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클라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이 천적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죠. 새끼를 내버려두고 그 천적과 싸우거나 새끼를 데리고 도망쳐야 하는데, 어떤 경우든 둘 다 살아남기는 힘들잖아요. 동물행동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암컷들은 협력해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경우가 흔해요. 동료들을 불러모아 천적을 물리치는 거죠.”

 

 

지난 20년 동안 관계적 공격성은 다양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 영화, 웹사이트에서 서로 냉혹하게 구는 여자아이들이 등장했고, 그로 인해 못된 여자애들이라는 편견은 계속 강화됐다. 하지만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심술궂다는 통념이 과학적인 연구결과에서 나온 건 아니다. 다양한 사회에서 행한 방대한 연구와 메타분석에 따르면 관계적 공격성에는 남녀 차이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여자아이들은 못된 여자애들이 되고, 남자아이들은 그냥 남자애들인 게 됐을까?

세일즈는 못된 여자애들이라는 개념이 199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고 본다. 당시 대중문화에서는 소신 있고 독립적이고 거침없이 의견을 말하는 여성들이 무대와 스크린에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여성들의 바람직한 행동으로 교육받아온 것들이 정당한가를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힐러리가 죽고 난 후 씨씨가 남편에게 묻는다. “이제 제일 친한 친구가 없는데 난 어떻게 살지?”

내가 있잖아.” 남편이 말한다.

그거하곤 달라.” 그녀의 대답이다.

나는 도나휴에게, 성인이 되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씨씨의 말이 정말 와닿는다고 했다. “친구와 남편은 정말 다르죠.” 도나휴가 웃으며 맞장구쳤다. “가장 친한 친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떤 남자와도 그렇게 깊고 끈끈한 관계가 될 순 없을 거 같아요. 아무리 두 사람이 가깝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해도 절친한 동성 친구와는 다르죠. 남편은 좋은 의도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어요.”

 

 

못된 여자애들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10대 여자아이들은 사회의 편견에 억압당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너희는 이렇고 저런 사람이라고 수없이 말하면, 당연히 그런 고정관념은 그들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세일즈의 우려 섞인 말이다. “우리는 이런 일들은 여자애들이 못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야라고 말하죠. 사실은 우리가 고정관념에 물든 발언을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반복하기 때문인데 말이에요. 청소년기의 여자아이들은 어리고 약해요. 감수성이 예민하기도 하고요. 그런 시기에 들은 말들을 전혀 안 믿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

 

 

그 시절에 나는 남자들에게는 관대하면서 여자들은 쉽게 비판하고 비난했다. 정말 심했다. 특히 사랑과 꽃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은 여자들하고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아까웠다. 내가 남자들의 호감을 얻고 싶었고 그들에게 집중해 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남자들 세계에 관심이 없는 여자들, 즉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시했다. 무엇보다도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소설에 나올 만한 여자들을 업신여겼다. 예를 들면 어떤 바지를 살 것인지 고민하고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여자들을 한심하게 봤다. 나는 여자들끼리 모이는 저녁 약속에 갈 때는 속눈썹을 떼어버렸다. 고등학교 때처럼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긴 했지만, 이번에는 남자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에 친구 그렉은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케일린은 다른 여자들을 안 좋아해.” 그 말에 내가 약간 반박을 한 것 같긴 하다. “왜 이래. 나도 여자인 친구들이 있다고.” 하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 귀에는 케일린은 다른 여자들을 안 좋아해가 아니라 케일린은 다른 여자들과 달라로 들렸고, 그 말은 나의 특별함에 대한 인정이라고 치부해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직장에서 한 행동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었다. 학교에서처럼 직장에서 남들을 괴롭히는 여성들도 흔히 못된 여자로 불렸다. 그들은 다른 여자들을 깎아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 모임에 끼워주지 않을 수도 있고, 주위에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런 행동은 직장 내 다른 여성들과 친해지지 않으려는 심리와 뿌리가 같다.

그것은 승진할 수 있는 여자는 한 명뿐이라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함께 승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세뇌교육을 받았다. 올라가는 유일한 길은 그럴 만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든 다른 여성 경쟁자들을 깎아내리든 말이다.

 

 

우정을 일순위로 두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는 흔히 여성들의 우정은 배우자나 자식들, 심지어 우리 직업보다 덜 중요하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찾거나 자식을 키우거나 승진기회를 잡는 데 바치는 노력은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반면, 여성들의 우정을 다지는 데 바치는 노력은 낭비라는 것이다. 특히 미혼 여성들은 남자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우정의 저자 샤스타 넬슨은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우리 사회는 로맨스를 지나치게 중요시해요.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자신이 무용지물이라고 느끼고, 친구 관계는 남녀 관계보다 덜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에도 길들여져 있어요. 뭔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게 우정이라는 거죠.”

 

 

줄리아가 죽었을 때 스테피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몹시 서운했다. 줄리아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이해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족도 아닌 친한 친구 때문에 그렇게까지 슬픔에 빠지는 게 유난스럽다는 식이었다.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녀가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 며칠 동안 휴가를 내겠다고 했을 때도 회사 사람들은 좀 뜨악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그녀는 몇 달 후에 회사를 그만뒀다.

많은 사람이 세상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구나’, ‘어떡하니, 언니를 잃었구나라고 위로를 건네죠. 하지만 평생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죽음이 얼마나 슬픈지는 이해 못 해요. 그래서 제가 왜 그렇게 비통한 심정인지를 합당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게요. 수긍을 하든 못하든 상관없지만, 그들이 이해를 못 하면 제가 왠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70. 선녀는 참지 않았다 / 구오 ★☆☆☆☆

 

시도는 좋았으나 딱 거기까지인 책.

 

 


 

71. 끝없는 살인 / 니시자와 야스히코 ★★☆☆☆

 

의사, 초등학생, 노인,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한 여성은 미스터리 작가와 전직 형사 등이 멤버인 추리 집단 <연미회>에 사건 조사를 의뢰한다. 수년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아 공포와 불안의 나날을 보내는 그녀는 범인의 행방과 범행 동기를 밝혀낼 수 있을까? 과연 추리 전문가들의 가설과 새롭게 밝혀진 증거로 진실에 다다를 수 있을까?

 

초중반부에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가설을 제시하는 부분이 좀 정신 사나울 수 있다.

간접적인 성폭행 서술이 있으니 주의.

 

 


 

72. 마늘 냄새가 나요 / 망고크림 ★★★★☆

 

재밌어! 정말 재밌고 귀여운 단편. 더 읽고 싶다.

 

 


 

73. 천상의 천사 / 올리버 어니언스 ★☆☆☆☆

 

뭔 소린지...

 

 


 

74. 농노의 짝사랑 / 찰스 디킨스 ★★☆☆☆

 

마지막의 반전까지 완결성 있는 단편.

 

 


 

75. 사냥감 보호구역 / 로그 필립스 ★★☆☆☆

 

핵전쟁 이후, 지능을 완전히 결여한 인간의 종이 최초로 나타났고, 그들을 격리한 구역 안에서 지능을 갖춘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이야기.

 

 


 

76. 차가운 숨결 / 박상민 ★★☆☆☆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여대생 수아. 그녀의 아버지는 작년에 이 병원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

수아는 그 죽음의 배후에 어머니가 있다고 확신하고, 수아의 주치의 현우는 수아의 간절한 부탁에 그날 밤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진실을 아는 이들은 모두 침묵하고, 현우와 우정을 나누던 환자들은 차례로 사망하고, 심지어 수아에게까지 죽음의 손길이 뻗쳐 오는데……. 이 병원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여기저기 빈 곳이 있고 지나치게 열린 결말. 독자에게 결말을 떠넘기는 것 같아서 비겁하다고 느껴진다.

 

 


 

77. 안락 / 은모든 ★★★★☆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스스로 존엄사를 통해 생을 마감할 계획을 세우는 88살의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딸 지혜까지, 죽음 앞에 선 다양한 세대 여성들의 감정이 한자리에서 부딪힌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가 생각나는 따뜻한 단편.

 

 

 


78. 정치적인 식탁 / 이라영 ★★★★★

 

우리의 가장 익숙한 밥상에는 차별이 둘러져 있다. 식탁은 생존을 위해 먹는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서 있는 위치는 각자 다르다. 저자는 공기처럼 편안한 관계에 스며든 은밀하고 집요한 권력이 식탁의 약자를 만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먹기라는 평범한 일상에 스며든 차별을 가까이에서 살펴본다.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정 내 부엌노동을 책임지는 여성들, 백인들의 음식을 차리느라 자신들의 요리법을 공식적으로 대물림하기는커녕 백인들의 남부 요리로 자리 잡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흑인들, 외식 한번 하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 노키즈존 식당에 입장을 거부당하는 아이들까지. 이는 관계에서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술술 읽히는 문장이라 적은 분량이 아닌데도 후딱 읽었음.

 

최근 읽은 인문학 중 가장 재미있다. "브런치 먹는 된장녀감자탕과 김치녀살 빼야 하는데고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여자들이 좋아하는 맛내가 남긴 밥을 엄마가 먹지 않아 다행이야"... 1장 목차만 봐도 엄청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브런치 먹으러 다니는 아줌마들 재수 없어라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브런치 먹으면 된장녀라고 한다. 내가 그 브런치 먹으러 다니는 아줌마. 왜 재수가 없을까. ‘브런치 먹는 여자에 대한 감정은 돈을 주고 밥을 사 먹는 사치한 여자라는 인식과, 가정을 내팽개친 불량 주부의 이미지가 한몫한다. 브런치 먹으러 나가는여자는 집안에서의 전통적인 성 역할에 걸맞지 않기에 그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밖에 나와 아침도 점심도 아닌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곧 집에 처박혀 있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남자는 밖에 나와서 여자 끼고술을 마셔도 근무의 연장이지만, 여자는 밖에서 밥만 먹어도 노는 여자다. 아침 해장국은 노동자 서민의 밥상이고, 브런치는 사치한 된장녀의 밥상이다. 노동자의 남성적 이미지와 소비의 여성적 이미지라는 편파적인 구도가 이런 관념을 만든다.

 

 

역사적으로 식당은 여성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초기 여성운동 당시 여성들은 혼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도 싸워야 했다.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고 여성이 밖에서 밥을 먹기는 어려웠다. 여자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행동은 정숙하지 않은 태도였다. 여성들은 주로 집에서 집으로 방문하며 차를 마시거나, 가족을 동반한 저녁 초대에 참석하는 정도였다. 여성이 남자 없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소문의 대상이 된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브런치 문화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보통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 가능했던 이 브런치 식사는 여성이 밖에서 밥 먹기를 통해 스스로 해방된 여성임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또한 꼭 저녁이 아니더라도 푸짐한 식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브런치 메뉴는 돈과 시간을 절약했기 때문에 여성이 밖에서 밥을 먹는 데 일조했다. 오늘날에도 미국에서 어머니의 날에 브런치 특별 메뉴를 내놓는 식당들이 많은 이유다.

 

 

대체로 전설처럼 퍼지고 있는 개념녀 음식이란 서구의 탈을 쓰지 않은 음식이다. ‘차도남이 등장하는 한 로맨스 소설에서는 의외의 여성임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감자탕 잘 먹는 여자를 내세운다. 남자는 여자에게 감자탕을 사주며 순댓국은 먹는지 묻고, 족발과 보쌈, 막창과 곱창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여자는 이 모든 음식을 좋아함은 물론이고 스스로 닭발과 돼지 껍질까지 읊어댄다. 남자는 이 여자에게 묘한 흥분을 느낀다. 이와 같은 장면은 드라마를 비롯해 대중문화에서 여자를 시험하기 위한 장치로 종종 나타난다.

 

 

이러한 흥분은 때로 파스타를 말아 올리는 여자에 대한 혐오와 짝패를 이룬다. 여성에 대한 혐오는 괴상한 애국주의로 둔갑한다. 속박당하는 종족치고 마음대로 먹는 존재는 없다. 음식이란 개인에게 침투하는 가장 평범한 외부 문화다. 다른 문화가 여성의 몸에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기필코 비싸지도 않은 파스타를 감자탕 혹은 순댓국의 대립항으로 만든다.

나라 밖을 돌아다니는 여자나 나라 안에서 외부음식을 즐기는 여자는 오염된 여자다. 여기서 외부문화에 대한 기준은 물론 ‘GDP 차별주의에 입각한다. 파스타 먹으면 김치녀가 되지만 쌀국수 먹는다고 김치녀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서 김치를 담그고 된장국을 끓이는 기본적인 관문을 넘어야 한국 사람 다 되었다고 인정한다. 이 여성들은 자국 남성들에게 어떤 말을 들을까.

 

 

한국판 위키 사이트 나무위키에서 김치녀의 정의는 권리는 챙기려고 하면서 의무는 안 한다로 요약된다.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신앙처럼 굳건한 믿음으로 성장하는 의식이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임산부석이 따로 생기면 여성의 특권처럼 인식하지만, 여성이 명절 노동을 거부하면 의무와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가 여성의 특권 챙기기가 되고, 성차별에 해당하는 성 역할 거부가 여성의 의무불이행이 되는 것이다. “여자는 권리의 매개자에 불과하며, 그 보유자는 아니다라는 문장을 김치녀의 정의에서 상기하게 될 줄이야.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남자들은 언제나 여자가 있기를 원하지만, 여자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한때는 여자끼고 남자가 커피를 마셨는데, 이제 그 여자들제 손으로 커피를 제 입에 넣고 있다. 김치나 된장처럼 어느 집 구석에 가만히 처박혀 있어야 하는데 김치녀된장녀지가 사람인 줄 알고함부로 권리를 말한다.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행위 자체가 말씀에 대한 거역이라 문제였듯이, 음식이 들어오고 말이 나가는 입은 욕망의 회로이기 때문에 피지배자가 가장 기본적으로 통제받는 신체 기관이다. ‘앵두 같은 입술이어야 할 여자들의 그 입,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인 그 입, 그 주둥이가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있으며 너무 많은 말을 뱉어낸다고 생각하기에 온 사방에서 이 입을 증오한다. 여자의 입술은 훔쳐야하는 장식물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막아야 한다.

 

 

먹는 입, 말하는 입, 섹스하는 입, 이렇게 세 가지 중에서 여성의 입은 주로 한 가지 영역, 즉 섹스하는 입에서 수동적 쓸모를 허락받는다. 밥은 동물적 힘이며 말은 정치적·지적 자유다. 여성의 밥과 여성의 말이 억압당하는 방식은 같은 맥락에 있다. 힘과 자유의 박탈이다. 여성은 먹는 입에도 말하는 입에도 속하지 못한 채, 만드는 손으로서 얼굴 없이 우두커니 있다. ‘김치녀라고 조롱하면서 그들의 입에 들어가는 커피를 경멸하고, 입에 들어가는 파스타를 싫어하며, 프랜차이즈 샐러드 바에서 이것저것 집어 먹는 그 입들을 혐오하지만, 그 수많은 김치녀들이 김치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러니 여성은 일단 먹는 입의 권리와 말하는 입의 권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인간되기의 정치 활동이다.

 


 

79.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

 

원제는 전혀 다른 제목이던데 번역자의 센스가 빛나는 제목!

나도 제목에 낚인 한 사람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었다. 곤충이 인간의 일상에 얼마나 도움을 많이 주는지, 비단 농업이나 생태계 유지뿐 아니라 과학과 IT기술, 기계 발전에도 엄청나게 기여하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화학약품 등에도 곤충으로밖에 생산할 수 없는 물질이 어마어마하게 흔히 쓰인다는 걸 알게 됐음. 없어져도 괜찮은 곤충은 단 한 종도 없고, 그래서 환경훼손으로 인해 곤충이 전방위로 타격을 받고 세계 곤충의 1/4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이 났다. "곤충은 인간이 없어도 잘 살지만 인간은 곤충이 없으면 절대로 살 수 없다"라는 구절이 특히 인상 깊었음.

 



 

80. 서른의 반격 / 손원평 ★★★☆☆

 

대기업 산하 아카데미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서른 살의 김지혜. 평범하지만 질풍노도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그녀 앞에 어느 날 묘한 기운을 지닌 동갑내기 88년생 규옥이 나타난다. 함께 우쿨렐레 수업을 듣게 된 무명 시나리오 작가 무인과, 밥 먹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남은, 그리고 지혜와 규옥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99프로가 부당한 1프로에게 농락되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며 재미있게, 놀이처럼 사회 곳곳에 작은 전복을 꾀하기로 뜻을 모으고 자그마한 사건들을 일으키는데...

 

 

재미있는 소설! 술술 읽히고 좋았다.

 

 

문화 백수라는 말은 유 팀장이 즐겨 쓰는 단어였다. 딴에는 잉여라고 불려야 마땅한 사람들을 한 단계 쳐줘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했다. 유 팀장은 종종, 이 사회에 음악이나 문학, 미술, 영화 따위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그런 문화 백수들이 사회의 근간을 갉아먹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문화도 학문도 결국은 콘텐츠다. 그러므로 돈이 되지 않는 이상 문화가 아니다. 비단 그게 유 팀장만의 생각은 아닐 테지만 어쩐지 좀 갑갑해졌다.

 

 

나는 그의 미련함이 반갑지 않았다. 모름지기 사람은 적당히 일을 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수에 맞게. 주어진 시간과 급여에 맞게. 그러므로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비정규직인 우리에게 일이라는 건 꼼수, 눈치, 요령의 삼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최소한의 노동이라야만 한다. 그래야 헤프게 이용당하지 않고, 당연한 듯 착취당하지 않고, 적당히 치고 빠질 수 있다. 계속 못하다가 갑자기 잘하면 칭찬을 받지만 계속 잘하다가 한 번 실수하면 본전도 못 뽑고 신랄히 욕만 먹는다. 아슬아슬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일하고, 할 수 있는 일도 가끔은 못하는 척 피해 가고, 귀찮더라도 가끔 핀잔을 듣는 상황을 만들어 상사를 우쭐하게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그럭저럭 보통은 해. 가끔 덤벙대기도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있어정도면 충분하다. 그게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방법이다. 특히 대단한 보람이나 연봉,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일일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너무 닳고 닳은 인간인 걸까. 아니면 꿈이 없는 사람인 걸까.

 

 

"그런데 사실 난 가끔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입장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비판하는 건 쉬워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간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순간에 놓이면 존엄성과 도덕, 상식을 지키는 건 소수의 몫이 돼요. 내가 그런 환경과 역사를 통과했다면 똑같이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결국 뭔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어떤 노력이요?”

적어도 내 몫을 위해서만 싸우지는 않겠다고 자꾸자꾸 다짐하는 노력이요. 마음에 기름이 끼면 끝이니까.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더 나은 어떤 것을 향해 차츰 다가가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나 그때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물론 아이 있고 가정 꾸려서 행복하지, 뿌듯하고. 근데 어떻게 달라졌냐 하면 일단 사람이 엄청 보수화됐어. 아이 안전이 최우선이고, 내 가족 살길이 최선이고. 별거 아닌 걸로 구청에 민원 넣고 경찰서에 신고전화 걸고 그런다니까. , 애 재워야 되는데 밖에서 고등학생들이 고성방가로 노래 부른다는 이유 같은 걸로. 그게 불과 몇 년 전 정확히 내가 하던 짓인데 말이야…… 너 사람이 언제 어떻게 보수화되는지 알아? 명백한 자기 재산이 생길 때야. 절대 빼앗기거나 침해될 수 없는 것, 집이나 돈이나 그럴듯한 밥그릇이 생길 때. 근데 나한텐 그게 애야. 그런 게 생기면 있지, 이 세상이 갑자기 되게 위험해 보인다? 코웃음 치며 부렸던 객기는 다 증발하고, 교통사고, 전쟁, 사이코패스,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그런 것만 생각하게 돼. 그리고 나는 집 밖의 몹쓸 것들로부터 가족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투사가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점점 보수화되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어지거든. 기본적으로 팔짱 탁 끼고, 걸려봐, 된통 쏘아줄 테니까, 이 마인드야. 왜 이렇게 된 거지…… 나도 참 젊은 나이인데. 워홀 갔다가 웜홀에 빠진 줄 알았는데 이젠 블랙홀이다.”

 


 

 

81. 혼자 있기 좋은 날 / 아오야마 나나에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맞은 첫 번째 봄, 주인공 지즈는 엄마의 중국 전근을 기회로 도시 생활에 막연한 동경을 품은 채 도쿄로 상경한다. 스무 살 지즈가 얹혀살게 된 것은 일흔한 살의 먼 친척 긴코 할머니의 집이다. 오십 년의 나이 차이만큼 두 사람의 성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고양이 두 마리와 수십 마리의 고양이 초상화로 가득한 전철역 근처 작은 단독주택에서 두 사람은 기묘한 동거생활을 시작하는데...

 

그냥 잔잔하고 무난한 소설.

 

 


 

82. 살인자의 쇼핑몰 / 강지영 ★★★☆☆

 

삼촌이 어느날 자살하고, 삼촌이 살인자들을 위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조카가 그 쇼핑몰을 털러 온 살인자들과 맞서 싸우는 짧은 이야기.

 

 

빠르고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제목 그대로의 컨셉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83. 나의 미녀 인생 / 프랑수아 베고도 ★★☆☆☆

 

평범한 보통의 가정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길렌은 엄마 아빠의 사랑과 함께 이웃집 남자아이 과 오누이처럼 지낼 정도로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의 다른 남자아이들이 길렌을 배척하며 못난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순간, 길렌은 추락을 경험한다. 못난이라는 한 마디는 길렌의 마음에 구멍을 뚫기 시작해 인생 내내 그녀를 따라다니며 상처를 입힌다. 길렌은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공주들, 즉 미녀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때부터 길렌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마치 벽처럼 행동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못난이 길렌이라 부르고 그녀를 놀린다. 길렌은 생각한다. 못생김이라는 심각한 병은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하며 자신을 어디서나 구속하고 방해한다고. 마치 들어갈 수 없는 회전목마가 있는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것같다고. 그렇다면 길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못생김이라는 저주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어린 시절 '못난이'라는 꼬리표에 시달린 여성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전적 그래픽 노블.

 


 

84. 당신 엄마 맞아? / 앨리슨 벡델 ★☆☆☆☆

 

전작펀 홈 FUN HOME이 결혼한 게이인 아버지 브루스 벡델에 관해 다루었다면, 그 연속작인 당신 엄마 맞아?는 높은 문학적 지성을 지녔으나 남편 뒤치다꺼리와 아이 양육에 치여 그 빛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현대 워킹 맘의 표본인 어머니 헬렌에 관해 다룬다. 작가와 상담사 간의 대화를 통해 배우자가 게이임을 알고도 숨겨온 엄마의 일생과 그런 가족사의 비밀을 고스란히 무게로 간직해 온 레즈비언 딸의 성장과 연애가 펼쳐진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순서로 따지면 <펀 홈>을 먼저 읽어야겠지만 오류가 떠서 e북이 열리질 않는바람에ㅠㅠㅋㅋㅋ 아직까지 못읽고있음

 


 

 

85. 괴이한 미스터리: 괴담 편 / 나비클럽 ★★★☆☆

86. 괴이한 미스터리: 초자연 편 / 나비클럽 ★★★☆☆

87. 괴이한 미스터리: 범죄 편 / 나비클럽 ★★★☆☆

88. 괴이한 미스터리: 저주 편 / 나비클럽 ★★★☆☆

 

재미있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단편집. 굉장히 내 취향.

단편집이라 술술 읽을 수 있고, 월영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여러 작가님들이 모여서 만든 앤솔로지? 느낌. 배경이 동일하기에 짜임새가 있고, 단편 하나하나 다 탄탄하고 좋았음.

 

 


 

89. 29/ T.M.로건 ★★★☆☆

 

내게 이름 하나만 주시오.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주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나를 미칠듯이 괴롭히는 한 사람,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그를 없애버릴 수 있다면?

 

대학 시간강사인 세라는 승진심사를 앞두고 상사인 러브록 교수에게 매일같이 각종 괴롭힘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러브록은 세라에게 전임강사 자리를 따내고 싶다면 자신과 자야 한다고 압박을 가한다. 거부가 길어질수록, 괴롭힘은 점점 더 교묘하고 악랄해진다. 러브록은 세라가 고생해서 이룬 성과를 자기가 해낸 것처럼 발표하고, 회의 시간을 급작스럽게 바꿔 세라를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 세라는 평생의 커리어가 달린 자리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날로 심해지는 러브록의 행태를 더 이상 참아낼 수도 없다. 한계에 다다른 어느 날, 세라는 우연히 한 여자아이를 구하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는 러시아 마피아였고, 세라는 마피아 보스에게서 누구든 원하는 사람 한 명을 없애주겠다.’라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제안을 받는데...?

 

<리얼 라이즈>는 실망스러웠는데 이건 꽤나 재미있다. 흥미진진함.

남자 작가가 조직 내 권력자의 성범죄를 이렇게 자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기 쉽지 않은데 그 점을 높이 사고 싶음.

 

 

 


90. 심여사는 킬러 / 강지영 ★★★★★

 

20년간 정육점을 운영해 온 심여사. 남편은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나가 호프집을 들이받고 즉사했다. 정육점을 정리해 호프집 변상을 하고 나니, 앞으로 밥벌이 때문에 슬플 짬도 없다. 등록금이 없어 입학하자마자 군대에 간 아들 진섭이와, 아빠의 죽음 이후 공부에 미친 고등학생 딸 진아와 함께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문구.

‘40세 이상 주부사원 모집, 300보장, 비밀유지상여금 500% 지급, 스마일

수상쩍지만 알아볼 수밖에. 찾아간 그곳은 흥신소. 심여사의 칼솜씨를 본 사장은 그녀가 킬러의 자질을 타고난 천재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보고 채용한다. 그렇게 심여사는 킬러계의 에이스로 급부상하는데...

 

오라지게 재밌다... 문체도 너무 마음에 든다. 캐릭터빌딩도 실감나면서도 매력적이어서 오랜만에 그래 이런 게 소설이지! 싶어짐. 문체부터 너무너무 맘에 들고, 한국적으로 구수한 느낌이 물씬하면서도 노란장판 느낌이 없다. 번역체가 잘 안 읽히는 사람에게 완전 추천!!

 

 

칼을 간다. 전동 숫돌에 칼날을 들이밀고 스위치를 누르면 급수통에서 물이 졸졸 흘러나와 날을 적신다. 비듬 같은 불티를 튕겨내며 숫돌이 돌아간다. 잘 벼려진, 날이 푸르른 칼이 삼파장 조명 아래서 은갈치처럼 희번덕인다. 살은 칼보다 강하다. 연하디연한 안심만 자르는 대동칼도 며칠이면 날이 무뎌져 손목에 시큰하게 힘이 들어간다. 근육과 힘줄을 가르는 날카로운 쇠붙이가 내게 말을 건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 하지만 멀었다. 32년째 짐승의 배를 갈라온 마장동 임씨의 새김칼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이다. 언뜻 송곳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허벅지를 여덟 번이나 찌른, 그리하여 대동맥이 잘려나가고 허벅지 안쪽에 구렁이 뱃구레가 훑고 지나간 양 깊은 흉을 남긴 칼을, 그는 버리지 않는다. 임씨는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떠나는 협객처럼 매일 새벽, 닳아빠진 그의 새김칼을 비장한 표정으로 간다. 그 새김칼이 다 닳아 면도날과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의 허벅지를 찌른 원수는 재활용 쓰레기봉투로 내던져질 것이다. 그때까지 새김칼은 이 누린내 나는 지옥에서 탈출할 수 없을 터다.

 

 

엠티 내내 사람을 찌르는 법과 찌르기 위해 잠입하는 법, 죽여야 할 사람과 죽여선 안 될 고수를 구분하는 법 등을 박태상에게 전수 받았다. 나는 생명보험회사에서 받은 수첩에 그것들을 꼼꼼히 적어갔다. 다만 의뢰인은 손님, 목표물은 고기, 살인은 썬다, 청부살해는 매출, 자료조사는 매입 등으로 슬쩍 바꿔 표기했다. 행여 아이들의 눈에 띄기라도 해서 의심받는 불상사는 피해야 했다.

 

 

심여사는 나와 닮았다. 칼을 좋아하고 칼도 그녀를 좋아한다. 칼을 쥐면 심여사의 눈빛은 육식동물의 그것으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단순한 살의나 잔인한 심성 때문이 아니다. 그건 목적이 있는 자의 긍지다. 그녀는 남편을 여의고 아직 철이 덜든 두 아이의 장래를 짊어졌다. 물론 심여사를 움직이는 게 돈만은 아닐 게다. 간혹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의뢰인이 찾아오면 심여사는 그들의 손을 부여잡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리다 결국 눈가에 눈물을 머금었다. 그건 결코 위선이 아니었다. 지난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자 자애로운 배려다.

 


 

 

91. 깃털 / 김혜진 ★★☆☆☆

깃털황폐화된 지구와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만든 우주섬, 지구에서 로봇 새를 사용해 죽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우주 장의사 세영은 어느 날 지구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한 우주섬 남자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주인공 성한은 몇 년째 깨어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좌절감을 유일한 말벗인 TRS에게 내비치고, TRS는 성한의 어머니가 죽지 않을 경우 보호자인 성한이 자살할 확률이 95% 이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던 TRS는 병실 침대에 붙어 있던 생명을 살리는 전화로 접속해 최 신부와 통화를 하게 되고, 보호자를 살리기 위해 환자를 죽이겠다고 선포하는데...

 

백화해수면이 끝없이 상승한 미래의 어느 해상도시, 진화된 사람들은 배 위에 살고 진화하지 못한 사람들은 배 밑바닥에 갇혀 사는 세계. 배 밑바닥 인간인 진주는 용기를 내 배 위로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그곳에서 해인을 만나게 되는데…….

 

 

3편의 SF 단편집.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92. 밀수 / 이산화 ★★☆☆☆

 

단편을 재밌게 읽었던 작가인지라 더욱 실망스러움ㅜㅜ 캐릭터들은 유치하고, 악당은 멍청하고, 주인공은 매력이 아닌 반감만 든다. 전체적으로 인물조형의 개연성과 구체성이 떨어지고 주인공의 행보를 읽을수록 짜증이 나는 소설. 짜증은 유도된 장치일 수 있지만, 그게 결말을 다 읽고 나서도 전혀 해소가 안된다는 게 문제.

 


 

 

93. 라일락 붉게 피던 집 / 송시우 ★★★☆☆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인기 강사인 수빈은 신문사의 의뢰로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쓴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살았던 그 시절, ‘라일락 하우스라 불리던 다세대 주택에서의 가난하지만 정겨운 이야기는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빈은 당시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사망한 옆방 오빠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제보를 듣는다. 칼럼 소재를 얻기 위해 옆방 사람들을 수소문하던 수빈은,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수빈의 애인이자 라일락 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던 소꿉친구 우돌은 협조적이었던 초반과는 달리 그 시절이 싫었던 사람도 있다며 수빈을 만류하고, 살갑게 반겨주었던 옛 이웃들 역시 무언가를 감추는 기색이다. 곗돈을 타자마자 야반도주를 한 참한 새댁, 자매도 아니면서 한 방에서 지낸 세 젊은 여자들, 늘 방에서만 지내던 옆방 오빠, 그리고 동생의 병 때문에 불행했던 우돌이네. 취재를 계속할수록 이웃 간의 갈등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는데...

 

 

송시우 작가님 책을 읽는 건 이번이 3권째인데 다 재미있다.

간접적인 아동 성추행 묘사가 있으니 주의.

 

 

나는 라일락 하우스 여자 어른들 중 새댁이 제일 좋았다. 예뻐서만은 아니었다. 새댁은 여성적이고 상냥했다. 건넌방 세 언니들도 한창 피어오르는 나이답게 예뻤고 싱그러웠지만 그들은 너무 가까이에 살았고 또 말이 너무 많았다. 안채에서 한 식구처럼 엉켜서 맨살을 맞대고 사는 것처럼 지겨운 면이 있었던 거다. 반면 별채에 사는 새댁은 내겐 적당히 멀리 있는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어릴 적 그 집의 부엌 정경이 수빈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안채 두 가구가 함께 쓰는 재래식 부엌의 시멘트 바닥은 물 마를 틈이 없었다. 가스레인지도 싱크대도 없던 시절이었다. 대야에 그릇을 담가 설거지를 했다. ‘!’ 소리와 함께 설거지물을 버리면 부엌 바닥에 있는 수챗구멍으로 물이 회오리를 그리며 빠졌고, 수챗구멍엔 퉁퉁 불은 밥알과 채소 조각이 모였다. 연탄아궁이엔 늘 물이 한 솥단지 끓고 있었고, 석유풍로 위 양은 냄비엔 음식이 끓었다. 햇볕을 등진 방향으로 뒷문과 작은 창문이 나 있는 부엌은 낮에도 어두웠다. 천장에 전깃줄을 얼기설기 엮어 손닿는 곳에 알전구를 늘어뜨려 놓았다. 부엌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수빈의 엄마는 손에 물이 묻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전구에 달린 스위치를 비틀어 켜고 껐다.


 

 

 

94. 독립의 오단계 / 이루카 ★★☆☆☆

 

재미없다...

 



 

95.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 솔다드 브라비, 도로테 베르네르 ★★☆☆☆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대별 성차별을 간략하게 다룬 만화.

 


 

 

96. 파우스터 / 김호연 ★★★☆☆

 

긴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부유층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뇌에 칩을 꽂고 감각을 공유하며 현대판 심즈 놀이를 하고, 그걸 깨달은 한 젊은이가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소설. 파우스트를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꼭 스포 없이 보길!!

 

 


 

97. 하얀 까마귀 / 박지안 ★★☆☆☆

 

짧은 중편. 그냥저냥 읽기 좋다.

 


 

 

98. 어느날 갑자기 3 / 유일한 ★★★★☆

 

진짜 개무섭다... 한국 공포소설 중 무섭기로는 이게 탑오브탑이다.

 

쉬운 단어에 간단한 문장구조로 빠르게 술술 잘 읽히는데 분위기 조성은 기막혀서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음

 

성범죄 나오거나 하는 찝찝하고 불쾌한 공포도 아니고 찐 정통공포...

 

 

 


99.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 배명은 등 ★★★☆☆

 

황금가지가 브릿G에 올라온 호러 소설 중 10편을 모아 발간한 단편집.

재미로는 <고속버스>, 참신함으로는 <증명된 사실>이 가장 좋았다.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정신자살>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위탁관리>는 비추. 내가 막 몸이 아플 정도의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생생한 고어묘사가 있다. 손톱 지지가리를 반대쪽으로 길게 쭉 뜯거나 칠판을 날카로운 걸로 끼긱키긱 긁는 것 같은 류의 징그러운 소름끼침이라서 정말 싫다.

 

 

 


100. 네 탓이야 / 와카타케 나나미 ★★★☆☆

 

8편의 짧은 미스터리 사건해결 단편집. 주인공들도 매력있고 각 에피소드도 반전이 참신해서 재미있다. 저번에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음.

개인적으로는 첫 에피소드가 가장 띵하고 좋았다.

 

 


 

101. 거식증 일기 / 발레리 발레르 ★★☆☆☆

 

평소에는 이런 류의 책은 읽지 않기에 읽는 것 자체만으로 신선한 도전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기 어렵고 우울한 책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음.

 

후기에 보니 거식증 환자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자기 심리를 묘사한 글은 프랑스에서 이게 거의 처음이었고, 그래서 문학계뿐 아니라 의학계에도 화제가 되며 정신의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확실히 의사의 입장에서 좋은 자료라고 생각됨.

 

한편으로는 자신이 느꼈던 고통스럽고 화나는 감정을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써낸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그 감정을 기억하고 되풀이하는 것 자체가 힘들뿐더러, 그 추상적이고 애매한 감정들을 생판 남이 읽기에도 답답하고 괴롭도록 정확하고 자세하게 풀어 쓰려면 어마어마한 솜씨와 필력이 필요하니까. 박완서 작가님 에세이에서 그분의 글쓰기 스승님이 글쓰기는 포도와 같아서 속에 담고 있는 동안 계속 발효되다가 언젠가는 끓어 넘쳐 밖으로 터져 나오기에 쓸 수밖에 없는 때가 온다고 하신 걸 인상깊게 보았는데, 발레리 발레르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 단 한 글자도 고치지 말 것을 출판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걸 보면 그녀 자신에게도 의미 깊은 글이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10대 중반의 나이였기에 쓸 수 있었던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이가 많았다면 이렇게 솔직하고 가시투성이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글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듯. 온 세상을 다 찔러버릴 듯이 날이 바짝 서 있는 글인데, 그렇게 가시를 세우는 이유는 애초에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두렵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두 배로 아프게 한다.

 

 


 

102.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 심너울 ★★★☆☆

 

이미 퇴근을 했어도 퇴근이 하고 싶은 대학원생의 웃픈연구를 다룬 초광속 통신의 발명을 시작으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연명 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기업 산하 연구원들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SF 클럽의 우리 부회장님, 욕실에 물때가 끼는 이유조차 모르는 무능한 이혼남에게 생긴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등 독자들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동시대 청년의 눈으로 본, 지금 우리 사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인체의 몇 퍼센트가 기계로 대체되면 안드로이드로 대체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는 감정을 감정하기, 서구 황금기 고전 SF를 방불케 하는 우주 탐험기 거인의 노래, 타임 패러독스의 대명사라 할 쌍둥이 역설을 새롭고도 감성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시간 위에 붙박인 그대에게등 전통 SF 작가로서의 풍모 역시 손색이 없다.

 

SF단편집. 재미있다.

표제작이 참... 마음 아프고, 지금의 청년들이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과연 지금의 청년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그러한 대우를 똑같이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103. 골든 애플 / 마리 유키코 ★★★☆☆

 

한 사람의 정신이상증세(환각, 망상 등)가 생활반경을 공유하는 정상인에게도 옮아가는 증상인 감응정신병folie a duex’이라는 정신병리학 증상을 모티프로 한 8편의 단편집. 소설의 각 이야기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화자 내지 관찰자로 등장하고, 이들은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광기의 극단을 향해 치달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광기는 투명한 물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주변인들에게 스멀스멀 퍼진다.

 

<이사>에서도 그랬는데, 단편집이지만 각 단편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이 서로서로 이어진다. 이사보다 골든 애플에서 더 두드러진다.

 

재미있었지만 팩트와 망상이 지나치게 뒤섞여서 뭐가 뭐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편에서 특히. 좀더 분명하게 밝혀 주면 좀더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되었을 텐데 아쉬움.

 


 

 

104-105. 밤과 낮 사이 / 패트리샤 애보트 등 ★★★☆☆

 

마이클 코넬리, 조이스 캐롤 오츠, 빌 프론지니, 톰 피치릴리, 노먼 패트리지, 찰스 아데이, 존 하비, 패트리샤 애보트, 샬레인 해리스, T. 제퍼슨 파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밤과 낮 사이에 모였다. ‘장르소설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 아래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칼처럼 휘두른 눈부신 단편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단편집. 눈살 찌푸려지는 지나친 성범죄 묘사도 없고, 대부분의 단편이 기승전결 확실하고 무슨 내용인지 알기 쉽게 뚜렷하고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단편이 가장 놀랍고 좋았음.

 

 


 

106. 노조키메 / 미쓰다 신조 ★★☆☆☆

 

공포소설 편집자 생활을 하다 직접 작가로 뛰어든 는 편집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포 체험담을 채집하여 이를 소설 소재로 쓰곤 한다. ‘는 우연한 기회에 괴담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재야 민속학자의 50년 전 대학 시절 실제 체험이 담긴 노트를 손에 넣는다. 내용을 살펴본 는 편집자 시절 채집한 <엿보는 저택의 괴이>라는 공포 체험담을 기억에 떠올리며 경악한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제쳐둔 그 체험담과 대학노트에 담긴 이야기 사이에 놀라운 연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공간이 전혀 다른 두 이야기에 모두 등장하는 괴이한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다면 혹시나 그 괴이한 존재가 작가와 독자에게 찾아오지나 않을까? 갖가지 의문과 걱정하는 마음 한편으로, 이 무섭고도 흥미로운 두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책임을 느낀 는 두 이야기를 나란히 들려준 뒤 자신만의 생각으로 엿보는 소녀, 노조키메의 정체를 추리해보기로 하는데...

 

초자연적 공포물 치고는 드물게 마지막에 수수께끼를 다 풀어주고 끝내는 게 좋았다. 난 역시 열린결말보다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끝맺어주고 진상도 다 알려주고 끝나는 게 좋음.

 

다만 미쓰다 신조 책 특징이 일본 문화색이 너무 짙어서 일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이해가 힘들고 재미없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인데, 내가 딱 그 경우였음ㅠㅠ 같은 일본문화라도 미야베미유키 미시미야 시리즈는 외국인이 보기에도 맛깔나고 재미있게 풀어가는데 미쓰다신조는... 아직 그정도 짬밥은 안되나 보오...

 

 

 


107. GV빌런 고태경 / 정대건 ★★★★★

 

첫 독립 장편 영화 원찬스의 흥행 실패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한 서른세 살의 영화감독 조혜나. 그녀는 GV를 진행하던 중 ‘GV 빌런의 공격을 받고, 이날의 소동은 유튜브 영상으로 화제가 된다. 그러던 중 혜나는 GV빌런 고태경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초록 사과의 조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GV 빌런인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보다가 울었음. 너무 좋다. 세상에 지쳤을 때 읽으면 주인공과 함께 울다가 웃다가 그래도 더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잔잔하고 마음 따뜻한 이야기.

 

 

"그래서 학교에 한이 되셔서 영화과 졸업영화제까지 가서 챙겨보시는 건가요?”

나는 살짝 떠봤지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영화를 찍게 되면 막내 스태프들은 젊은 사람들하고 작업하게 될 테니까, 그들을 관찰하러 가는 거야. 나는 저 학생들 모두 영화인 후배들이고 내 경쟁자라고 생각해. 내가 꾸준히 졸업영화제를 보러 다니는 건,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거야. 영화 산업은 이삼십대가 주요 타겟층이잖아.”

고태경은 자신이 영화를 찍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등장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는 정말 손에 잡힐 작품을 준비 중인 걸까. 아니면 그저 허황된 신기루를 좇고 있는 걸까. 나타나지 않는 유에프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여기 한 명 더 있군. 그러나 뭐라도 우주에 쏘아 올려야 외계로부터의 신호가 돌아오든지 할 것 아닌가.

 

 

난 진짜 궁금해서 그래.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 세상의 인정조차 주어지지 않으면, 그것을 왜 계속해나가겠어? 보상심리로?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삶을 응원할 수 있어, ?”

나는 윤미의 그 질문이 고태경에게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르페 디엠이니, 욜로니. 그렇게 살고 싶어도 감독 지망생뿐만 아니라 입시생들이, 취준생들이, 모든 청춘들이 유예된 삶을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더더욱 기약도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일이다.

 

 

윤미가 말한 프리 솔로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고태경에 대한 나의 태도가 바뀌고 있으면서도, 나는 주류에 속하고 싶었다. 입시학원 수업보다는 동준처럼 대학생들의 동경을 받으며 특강을 하고 싶었다.

나는 고태경과 나를 동일시하는 동시에 고태경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

 

 

조 감독은 말이야, 좋은 기회를 얻었었잖아. 그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머릿속이 헝클어져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잘하고 싶었지만 잘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내 능력에 대한 믿음이나 내가 확신하던 것들은 다 무너졌다. 그때 열악한 조건에서 작품을 찍은 건 내 선택이었다.

정말 좋은 기회였죠……. 제가 다 망쳤어요. 그땐 사람들 원망도 많이 했는데 누굴 원망하겠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내 입에서 메마른 소리가 나왔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생각에 잠겨 침울해졌다. 고태경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반반 하자.”

?”

고태경은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반반 하자는 듯이 툭 말했다.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 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작품 완성하려고 무릎까지 꿇었다고 했지? 그런 거 아무나 못 해. 난 말이야, 이제 나한테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무릎 꿇는 거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진짜 부끄러운 건 기회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고태경이 잠시 간격을 두었다가 덧붙였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108. 앵무새 죽이기(그래픽 노블) / 프레드 포드햄 ★★★★☆

 

연출도 좋고 배경도 잘 묘사하고 잘 그려냈지만, 원작의 중요한 디테일 몇 개를 빼먹은 게 아쉬움.

 

특히 젬과 스카웃의 대화 중 젬이 "세상에는 네 부류의 인간이 있어..." 하고 말한 다음에 스카웃이 그걸 반박하면서 "내 생각에는 그냥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야. 그냥 사람들 말이지." 하고 말하는 게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젬의 대사만 넣고 스카웃의 대사를 그냥 빼버림. 아니 스카웃 대사가 중요한 건데 왜 그걸 빼먹어???

 

또 마지막에 부 래들리를 집으로 데려다 준 후에 스카웃이 부 래들리 집 현관에 서서 자기 집을 바라보며 부 래들리가 지켜보았을 자기들의 사계절을 떠올리며 부 래들리의 입장을 이해하는 건 작품을 꿰뚫는 메시지이자 소설의 핵심인데 그것도 생략해버림. 진짜 마음에 안 든다...

 

 


 

109. 이름 없는 사람들 / 박영 ★★★★☆

 

하나시를 상징하는 T타워와 그 주변을 환히 밝히는 도심의 야경. 하지만 그 화려함에 가려 미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는 철거를 앞둔 달동네가 있고, 경찰과 군인마저 철수하여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버려진 땅 B구역이 있다.

삶의 벼랑 끝에 간신히 버티고 선 사람들에게 생명보험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재의 용역이 되어 표적을 처리하는 ’, 재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에게 접근한 서유리’. 외줄을 타는 듯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세 사람의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데...

 

일단 문장이 너무 좋다. 작가가 의도한 분위기를 정확하게 살려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섞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욱더 차갑고 뼈저린 현실이 서늘하게 와닿는 작품. 분명 가상의 도시인데 현실보다 더 현실감이 넘치고 마음 아프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선 달동네의 정상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면이 내다보였다. 비포장도로였기에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일었고 비가 오는 날엔 흙탕물이 튀었다. 덕분에 유리문은 언제나 지저분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비탈면에 햇빛이 충만하게 비쳤다. 그렇지만 그런 날에도 햇빛은 건물 안쪽까진 미치는 법이 없어 내가 앉아 있는 층계는 언제나 서늘했다. 나는 경사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가 사람의 그림자가 지나가면 재빨리 연필로 종이 위에 작대기를 그었다. 하나…… …….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해 겨울부터 나는 세상으로 나가 재의 심부름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내 임무는 숨어 있는 표적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나는 재가 지정한 장소로 가서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이 숨어 있는 곳은 낯선 도시의 폐공장일 때도 있었고 항구 마을일 때도 있었다. 때론 외딴 섬일 때도 있었다. 표적이 나타날 때까지 나에게 세상의 모든 건 단지 숨은그림찾기의 뒷배경일 뿐이었다.

 

 

우선 먹고 이야기 나눕시다. 요즘 많이 지치신 거 같아서 먹기 전엔 이야기를 꺼내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나는 재의 말에 돋아난 가시를 느꼈다. 재가 날 바라볼 때마다 나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차를 다 마시고 나면 찻잔 바닥에 훤히 드러나는 잔여물처럼, 재가 내 밑바닥을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안에 쌓여 있는 열패감과 두려움 따위의 찌꺼기들을.

 

 

아버지는 말했었다. 투견은 사람 손을 타면 안 되는 거라고. 정을 배우면 끝장이라고. 언제나 뜬장에 갇혀 굶주림과 포만감을 오가야 한다고. 피비린내 나는 생고기를 물어뜯으며 살의와 적의만을 키워야 한다고. 그래서 아버지는 투견들에겐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다. 투견들은 그냥 검은 개나 흰 개로 불렸다.

그러므로 그날 흰 개는 나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 나는 흰 개의 눈을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목덜미를 쓸어내리지 말았어야 했다. 흰 개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대고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듣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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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많이 들어온 질문 ~


Q.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읽어? 어떻게 시간 내?

A. 하루에 1~2시간 정도 쓰는 것 같아. 대부분 e북으로 읽기 때문에 주로 대중교통 타고 가거나, 걷거나, 밥 먹을 때, 줄 서서 기다릴 때 등 자투리 시간에 휴대폰 켜고 읽어. 가만히 기다리는 걸 못 참는 조급한 성격이라 그 시간에 책 읽는 편. 그런데 흔들리는 데서 휴대폰 보거나 종이책 보면 노안 빨리 온다고 해서 추천은 안해.


Q. 속독해?

A. 응! 종이책 300p 기준 2~3시간 걸리는 편.


Q. 독서일기 꼬박꼬박 적는 거야?

A. 한권 읽을 때마다 블로그에 적는데, 보통은 그냥 제목이랑 별점만 적어 놓고 나중에 딤토에 이 포스팅 올릴 때 하루이틀 날잡아서 줄거리 + 감상평 + 대사 싹 정리해. 책 속 구절은 읽으면서 바로바로 하이라이트 쳐 놓고 따로 정리하는 건 여유시간에 하고.


Q. 리디셀렉트 써?

A. 작년까진 리디셀렉트만 이용했는데 올해부터는 yes24 북클럽도 구독하고 있어. 그런데 겹치는 책이 많아서 둘 다 쓰는 거 추천하진 않아. 리디셀렉트는 책에 대한 설명이 친절 + 리뷰창이 있고, yes24는 단편이 많이 올라옴!




끝! 여기까지 읽은 톨들 정말 수고했어!

작년보다 넘버가 많긴 한데 올해는 작년보다 단편이랑 그래픽 노블을 많이 읽어서, 분량으로 따지면 비슷한 것 같아.

혹시 문제될 소지가 있을 시 덧글로 말해주면 최대한 수정할게.

톨들도 추천하고픈 책 있으면 덧글로 추천해줘! 읽어보고 싶어~ (단 성폭행 묘사 있으면 있다고 말해주라 나 그런걸 잘 못봐서ㅠㅠ)


그럼 12월에 봐!



  • tory_1 2021.06.30 21:18

    톨 대단하다~ 난 읽는 게 너무 느려서 ㅠㅠ 읽는 버릇은 되어 있는데 읽어도 속도가 잘 안 늘어 ㅋㅋ 속독은 많이 읽다보니 속도가 빨라진 거야 아님 일부러 속독을 하는 거야(속독을 배운 거야)?

  • W 2021.06.30 22:29
    나는 읽다보니 자연히 속도 빨라진 케이스야! 따로 배운적은 없고, 사람따라 정독이 더 잘 맞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속독이 더 잘맞아서 일케됐어
  • tory_2 2021.06.30 22:23
    와! 매번 리뷰보면서 나도 읽고싶은 책들이 많아져서 덕분에 더 독서를 많이하고 있어!
  • W 2021.06.30 22:29
    도움됐다니 기쁘다! 즐거운 독서라이프 보내~
  • tory_4 2021.07.01 00:55
    추천 너무 고마워 난 티핑 더 벨벳, 정치적인 식탁, 심여사는 킬러, gv빌런 고태경 읽어보고싶다 (메모...)
  • W 2021.07.01 10:27
    다 재미있어!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 tory_5 2021.07.01 01:21

    추천 고마워!진짜 다독하는구나. 존경스럽다ㅎㅎ 흥미로운 책이 너무 많네 특히 정치적인 식탁 완전 재밌을것 같아!

  • W 2021.07.01 10:27
    정치적인식탁 정말 만족스러웠어. 완전 추천!
  • tory_6 2021.07.01 01:4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5/24 06:36:16)
  • W 2021.07.01 10:2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30 15:10:54)
  • tory_7 2021.07.01 03:52
    나는 평소에 잘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어. 톨이랑 감상 겹치는 부분은 반갑기도 하고. 재독하고 싶은 책들도 있고, 톨 덕분에 읽으려던 목록에서 뺀 책도 있고, 새로이 읽고 싶은 책들도 챙겼어.

    내가 상반기에 읽은 좋았던 책 중에 톨 목록에서 못 본 거는 아래에 적을게.
    어린이라는 세계
    3기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섬의 애슐리
    아메리칸 더트
    프로젝트 헤일메리
    긴긴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스테이션 일레븐
  • W 2021.07.01 10:29
    폴리팩스부인 시리즈 너무좋지!ㅜㅜ 다른 책들은 전부 안본 것들이네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추천 고마워!
  • tory_8 2021.07.01 11:33

    토리 늘 고마워. 토리가 쓴 리뷰 중에 몇 몇 개 참고해서 구입할게.

    나는 인문과학 서적이랑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쪽을 자주 읽고, 소설을 덜 읽는 편이거든.

    토리의 감상문보고 소설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혹시 과학자가 쓴 에세이 괜찮으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추천.

  • W 2021.07.01 14:16

    나는 비문학을 별로 안 읽는데 나랑 반대구나. 나도 좀더 골고루 읽어봐야겠어ㅎㅎ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얘기 많이 들었는데 한번 도전해볼게!

  • tory_9 2021.07.01 13:27

    나랑 겹치는게 몇 개 있다.

    근데 몫에서 요시나가 후미 세친구 이야기랑 겹친다는거 생각해본 적 없는데 맞는것도 같다. 비슷한 결이야.

  • W 2021.07.01 14:21

    여자 세 명인 것도 그렇고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이 많이 났어. 여자들 삶은 국적 불문하고 다 닮아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라

  • tory_10 2021.07.03 08:47
    토리야 이런 글 고마워! 나도 주말 동안 맘 먹고 상반기 읽은 거 정리해야겠다 토리 덕에 결심함 !!
  • tory_11 2021.07.04 12:34
    톨아 추천 너무 고마워!!! 친구가 추천해준 것처럼 너무 따스하다 잘 기억해뒀다가 읽어보려구 다시 한 번 고마워
  • tory_12 2021.07.04 13:45
    읽고싶은게 너무 많은데...알려줘서 고맙다
  • tory_13 2021.07.04 15:17
    오 고마워! 나도 고태경 봤는데 재밌었어 진짜 추천 ㅋㅋㅋ
  • tory_14 2021.07.04 15:35
    이런 꿀같은 글 고마워 오랜만에 책 읽고싶당
  • tory_15 2021.07.06 12:15

    흥미진진해서 잘 읽었어!  나랑 겹치는 책도 있고ㅋㅋ 토리의 평에 당장 읽고싶은 책도 있고 ! 정보 고마워:-)

  • tory_16 2021.07.06 21:27
    톨아 이렇게 정성스러운 글 써줘서 고마워
    덕분에 좋은 책들 많이 알아가~
  • tory_17 2021.07.07 20:17
    미야베 미유키 작가 작품 많이 읽는거 같은데 나도 진짜 좋아하거든 ㅠㅠ 우리 나라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더 인기 많은거 같아서 아쉬워 미스테리 작가로는 둘이 다르기는 하지만! 혹시 읽을 책은 어떻게 고르는지 물어봐도 될까? 나는 토리같은 독서인들한테 추천받아서 끌리는 거 많이 읽어보는 편인데 어떻게 고르는지 궁금해!!
  • W 2021.07.07 23:06
    나는 위에 말한대로 리디셀렉트랑 예스이사 쓰는데 월마다 신규업뎃이 뜨면 그 목록 훑고 재밌을만한책 골라서 읽어! 그 외에 토정에 올라오는 책추천글 보고 읽고싶은책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읽고. 나도 남의추천에 의존하는편!
  • tory_18 2021.07.10 01:18
    와.,… 정성스런 후기 정말 고마워!! 내가 읽은 책 중에 나랑 작품에 대한 평이 같은게 있어서 토리가 쓴 후기 보면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어!! 내가 관심없던 분야의 책들도 토리 후기보면서 책 슥 훑어본 기분이야 정말 고마워
  • tory_19 2021.07.11 15:34
    와 톨아 이번 상반기에도 재밌는책 잔뜩 가져와줬구나♡♡ 톨아 그럼 전자책리더기는 따로 안쓰고 핸드폰으로만 읽는거니? 나도 자투리시간에 책 좀 읽어보려고 하는데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핸드폰으로 오랜 시간 보기에는 눈이 좀 쉽게 피로히지더라구 ㅠㅠ
    지난번에 추천해준 책 중 <맥파이 살인사건> 지금 한참 읽고있는 중인데 이거 다 읽으면 <심여사는 킬러>도 꼭 읽어봐야겠다 ㅋㅋ 한국적으로 구수한 느낌인데 노란장판갬성이 없다니 완전 끌려.
    톨이 남겨준 감상들 참고하면서 이번 하반기도 즐겁게 독서하고있을게. 12월에 만나! 항상 고마워♡♡
  • W 2021.07.15 23:58
    응 난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읽히더라구~ 오히려 너무 핸폰으로 읽어서 종이책이 안읽히는 기현상이 생겼어ㅜㅜㅋㅋㅋ 근데 안구건조증 있음 진짜 핸폰으로 읽진말길바라 핸폰독서가 안건증에 많이 안좋아서...ㅜㅜ 눈건강 매우중요
    끝까지 재미있으면 좋겠다! 도움됐다니 기뻐~
  • tory_20 2022.05.06 01:06

    정말 고마워!!

  • tory_21 2022.05.30 11:54

    토리 너무 멋지다! 앞으로 책 볼때 참고할께~고마워

  • tory_22 2022.06.11 13:48
    우와아 정말 후기 고마워 나 요즘 열심히 책읽거있는데 책고르는데 많은 도움될거같아
  • tory_23 2022.06.13 22:0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9/30 11:19:22)
  • tory_24 2022.07.10 12:27
    와 스트랩할게 고마워
  • tory_25 2022.07.25 02:27
    와 고마워 스크랩할게!
  • tory_26 2022.09.25 15:3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0/26 00:18:48)
  • tory_27 2023.01.01 16:24

    와 토리 독서 속도 궁금했는데 300쪽 책을 2-3시간 많에 다 읽다니 너무 대단한데 ! 1시간에 100페이지를 어떻게 읽지 ?!?!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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