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현진에게



"건강을 조심하라기에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였는데 밖에 나가서 그렇게 죽어 올 줄 어떻게 알았겠니"

너는 빵을 먹으며 죽음을 이야기한다

입가에 잔뜩 설탕을 묻히고

맛있다는 말을 후렴구처럼 반복하며



사실은 압정 같은 기억, 찔리면 찔끔 피가 나는

그러나 아픈 기억이라고 해서 아프게만 말할 필요는 없다

퍼즐 한조각만큼의 무게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퍼즐 조각을 수천수만개 가졌더라도



얼마든지 겨울을 사랑할 수 있다

너는 장갑도 없이 뛰쳐나가 신이 나서 눈사람을 만든다

손이 벌겋게 얼고 사람의 형상이 완성된 뒤에야 깨닫는다

네 그리움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고 싶었다고 말하려다가

있는 힘껏 돌을 던지고 돌아오는 마음이 있다



아니야 나는 기다림을 사랑해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마당을 사랑해

밥 달라고 찾아와 서성이는 하얀 고양이들을

혼자이기엔 너무 큰 집에서

병든 개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펑펑 울고 난 뒤엔 빵을 잘라 먹으면 되는 것

슬픔의 양에 비하면 빵은 아직 충분하다는 것



너의 입가엔 언제나 설탕이 묻어 있다

아닌 척 시치미를 떼도 내게는 눈물 자국이 보인다

물크러진 시간은 잼으로 만들면 된다

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기억을 졸이면 얼마든 달콤해질 수 있다



<슈톨렌> , 안희연
  • tory_1 2020.09.24 05:33
    아.. 좋다
    이 새벽에 이런 글을 만나게 해줘서 톨한테 감사해
  • tory_2 2020.09.24 11:45
    좋다 이분 시집 찾아봐야지
  • tory_3 2020.09.24 13:28
    치유의 힘이 있는 좋은 작품 소개해줘서 고마워 ~
  • tory_4 2020.09.26 15:23

    좋은 시 고마워!

  • tory_5 2020.09.29 21:25

    이 시 보고 너무 좋아서 시집 샀는데, 시집도 너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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